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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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학보와 짝퉁신문
2010년 12월 16일 10시 47분  조회:7498  추천:34  작성자: 김정룡



한단학보와 짝퉁신문



《장자(莊子)》의 〈추수편(秋水篇)〉에 공손룡(公孫龍)이 장자의 도를 알고 싶어 하니 위(魏)나라의 공자 위모(魏牟)가 그를 비웃으며 던진 비유가 있다.

“자네는 저 수릉(壽陵)의 젊은이가 조(趙)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엎드려 기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걸세. 지금 자네도 장자에 이끌려 여기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는 그것을 배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자네 본래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자네의 본분마저 잃게 될 걸세.” 이 말을 듣고 공손룡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도망쳤다고 한다.

재한조선족이 40만 명이니 여길시 인구와 맞먹는데 이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서 그들을 상대로 여러모로 할 일이 많다.

필자가 여기서 거론하고자 하는 것은 재한조선족을 상대로 하는 신문시장이다.

재한조선족을 상대로 발행되고 있는 신문이 2010년 상반년을 기준으로 한중동포신문, 동북아신문, 중국동포타운신문, 한민족신문, 한중법률신문, 흑룡강신문, 등이 있었다. 요즘 들어 재한조선족 ‘시장’을 바라보고 새로 신문을 만들었거나 이미 등록을 마치고 발간준비 중에 있고 또 신문을 내려고 알아보고 있는 등 여러 곳에서 신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문이 많이 생겨나면 날수록 경쟁이 붙을 것이고 따라서 재력과 인력이 탄탄하면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자연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에서 살아남은 신문들은 서로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겐 좋은 일이다. 이것이 사장경제논리이며 법칙이다.

시장경제논리와 법칙에 따르지 않고 섣불리 뛰어들어 야비한 수법으로 이익을 챙기려 든다면 자멸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지만 독자들한테 피해를 입히고 신문시장을 흐리는 악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새로 생겨난 <중국동포신문>의 폐단을 들어보자.

첫째 야랑자대행위

신문을 만드는 자가 재한조선족사회흐름을 모르고 여기 저기 신문에 2~3개월 동안 찔죽거린 밑천으로 신문시장에 뛰어들어 한중수교18년인데 중국동포를 대변하는 신문이 없으니 자신이 진짜 대변지를 만드느라고 떠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야랑자대(夜郞自大:세상에서 자기가 최고라는 뜻)를 자처하고 기존의 신문들을 마구 비하한다.

둘째 짝퉁신문

한국인은 흔히 중국을 짝퉁천국이라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허나 중국에 짝퉁신문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인이 재한조선족시장에 뛰어들어 짝퉁신문을 만들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신문은 표제가 중요한 것은 더 말할 것 없다. 새로 만든 신문이 시장점유가 힘들 것이 빤한 일이지만 그래도 실력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표제디자인을 다른 신문과 똑 같게 만들어 누가 봐도 짝퉁신문이다.

중국어 속담에 ‘물을 흐려놓고 고기를 잡는다(渾水摸魚)’는 말이 있다. 독자를 호도시켜 놓고 이익을 챙기려는 야비한 수법이다.

셋째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

중국동포신문은 수년 전 잠깐 몇 호가 시중에 나오다가 그만두었다. 짝퉁신문의 주인공이 그 이름을 따다 새로 만드는데 창간호(복간201호)라 기재했다. 뻥튀기라도 너무 한심한 뻥튀기이다. 시간적으로 10년이 되는 한중동포신문이 162호이며 중국동포타운신문이 189호를 맞는다. 200호가 넘는 신문은 유일하게 동북아신문 뿐이다.

수를 부풀려 있어 보이려는 심정이 절박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기만행각을 벌이는 것은 결국 다른 신문을 무시하고 독자들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아울러 신문은 언론매체로서 책임성이 강한 생리를 갖고 있다. 표제디자인을 짝퉁하고 수를 뻥튀기하는 이런 태도로 신문을 만들고 있으니 그 신문기사들의 진실과 신뢰성이 어떻게 보장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한국 내에 중국정부를 등지고 여론을 퍼뜨리는 신문이 몇 개 있다. 그들 신문의 취지는 중국정부를 무너뜨리려는 데 있다. 재한조선족을 상대로 만드는 신문이 중국정부를 향해 독설을 퍼붓는 기사를 싣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새로 생긴 짝퉁신문이 이런 기사를 담고 있는데 신문을 만들겠으면 최소한 흐름이나 알고 만들라고 권고하고 싶다.

이상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신문시장에 뛰어드는 행위는 한단학보의 고사처럼 결국 자멸하는 길밖에 없다.

태진아의 인기가요가 떠오른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필자는 “신문은 아무나 만드나”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동포타운신문 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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