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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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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여행
2019년 11월 22일 10시 49분  조회:746  추천:0  작성자: 류재순
기행수필
팬 스타 클로즈 여행
류 재순
 
클로즈 여행하면 자연히 옛날에 보았던 영화“타이타닉”을 떠올리게 된다. 그 영화의 깊은 감동―파도를 헤가르고 바다 위를 달리는 항해선 밖에서의 잭 과 로즈가 취하던 해연마냥 두 팔을 쫙 펼친 로맨스 포즈와 그를 동반한 주제곡을 잊을 수 없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비참한 참사와 그 속에 얽혀진 많은 감동적인 장면들은 오랜 세월 아픔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었지만 클로즈 여행이라는 이 체험해 보지 못한 신비함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은 마음속에서 계속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조건도 시간도 안 되니 조그만 한 클로즈 여행도 좋아, 어느 때던 기회만 되면. 그런데 마침 그 기회가 왔다.
 
햇볕이 화사한 봄날, 나는 옛 고향 친구 몇과 그룹을 무어 아침 일찍 서울에서 부산을 향해 떠났다. 친구들도 클로즈라는 이 특수 여행이라는 생각에 모두들 기분이 잔뜩 들떠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빡빡한 일터에 몸이 매여 있는지라 넉넉한 시간의 여행은 못하고 2박3일, 부산에서 일본 오사카 여행을 결정하였다.
 
오후 3시에 부산 국제여행터미널에서 떠나는 팬 스타는 클로즈 여행선 답게 웅장하고 화려하였다. 우리 다섯 사람은 2층 5인용 넓은 방으로 함께 투숙하였다. tv, 옷장, 간이세면실…집에 들어선 것처럼 편안하였다.
짐을 풀고 난 우리는 화려한 샨데리아 등불 아래 아름다운 주홍색 융단을 깐 층계를 내려와 팬 스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선실 안에 사방이 바다인 돔 카페, 편의 실, 찜질방 같은 목욕탕, 아이넷 열창무대실, 더 파라다이스, 면세점, 게임 룸, 스시 바, 키즈존… 다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날씬한 허리의 금발머리 파랑 눈동자의 아름다운 서구 여인이 룸 한쪽에서 끊임없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감성 푹 젖은 풍경이었다.
다양한 객실과 선상의 이모저모 흥겨운 이벤트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안내원에게서 들었던 해협의 멋진 절경을 보려 선박 위 갑판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참,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면서 우리 시야에 안겨오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우중충한 하늘과 바다의 이어진 경계 뿐 이였다. 오리가 물속에 코를 박고 잠수하는 신비한 모양의 섬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도 우리는 클로즈라는 이 거대 여행선 위에서라는 낭만이 뻗혀 그대로 내려가기 싫어졌다. 우리는 함성을 지르고 손 카세트를 틀며 히스테리 적으로 춤을 추고, 야 이거 선내에 우아한 흥취의 각종 오락기구가 구전하게 다 있는데 우린 왜 이러지? 아무튼 우리 취향이다! 끝없이 검푸른 바다, 달리는 클로즈, 우리도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처럼 두 팔을 쫙 펼치고 하늘을 나는 듯한 낭만을 향수해 본다!
나는 갑자기 북조선의 유명한 작곡가였던 이 면상 곡의 “저기 바다로 산으로 가자‘가 생각났다.
이 노래는 아버지가 대학 다닐 때 즐겨 부르던 노랜데(그때는 결혼한 사람도 입시에만 합격되면 대학에 갈 수 있었다.)내가 중학에 갔을 때 음악선생님이 우리 중창단에게 뜻밖에 이 노래를 배워줘 나도 일평생 즐겨 부르게 되었다.
“저기 바다로 가자, 저기 저 바다로 가자
흰 물새 훨훨 파도위에 넘나들고, 아득한 수평선에 흰 돛이 아름다워 …“
내가 1절을 채 끝내지도 않았는데 그 중창단에 같이 있었던 친구가 금방 2절을 이어 불렀다.
“저기 산으로 가자, 저기 저 산으로 가자
맑은 물 졸졸 바윗돌에 굴러가고, 새소리 바람소리 마음에 울려오는…“
그리고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후렴을 불렀다.
“물에 가면 물새, 산에 가면 산새, 가는 곳마다 아―”
그리고 한바탕 세상이 떠날 듯이 웃어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는 나름대로 낭만을 풀었다!
 
배 아래로 내려 왔더니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한식 및 일식, 단품요리와 다양한 종류의 뷔페, 소리를 너무 질러 배가 고파난 우리는 남이야 웃던 말든 수북수북 음식을 담아 바다 옆 창문으로 재빠르게 자리 매김을 하였다. 꿀맛 같은 음식, 밥상머리와 유리창 하나 사이 두고 철썩이는 파도물결, 멀리 어렴풋이 지나가는 거뭇거뭇한 실루엣들…
 
저녁식사가 끝나고 일정의 휴식이 있은 후엔 아이넷 낭만 콘서트가 시작 되었다. 한 혜진, 금 채안, 문 주리, 효 성 등 가수들이 열창으로 무대를 달궜다. 그러나 더욱 이색적인 것은 유람객들의 노래자랑 이였다. 그야말로 십인십색의 무대는 배를 끌어안고 웃게 하였다. 마지막에 노래 잘한 사람들에게 상들이 차려 졌는데 한 가족 단이 나와서 며느리 동생이 노래를 부르니 사돈 벌 되는 팔십 고령의 할아버지가 너무나 신나게 덩실덩실 춤을 잘 춰 최고의 장원 상을 타갔다. 그들은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서 호화 호텔 급 방으로 온가족이 특수 투숙 상을 받았다. 사실 노래와 춤은 더 멋 있은 참가자들이 있었지만 노인을 공양하며 사돈 간에도 즐거운 여행을 같이 나온 가족애를 찬양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들의 숨은 전통 도덕이 빛을 내는 행사 주체에 심히 감동 되었다.
뒤를 이은 정채로운 마술 표현도 있었는데 스므나문 살로 보이는 젊은 사람의 마술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눈 깜박할 새에 천변만화하는 마술 법에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야, 재순아, 저 사람 사기죄로 고소해야 되는 거 아니야 저렇게 깜빡깜빡 사람을 속이다니.”
항상 익살 끼가 가득한 친구가 옆에서 끝내 한마디 던진다. 우리는 또 폭소를 터뜨렸다.
 
열아홉시간의 항해를 거쳐 이튿날 열시에 우리는 일본 오사까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먼저 593년에 건축되었다는 四大王寺를 찾아갔다. 왕사의 역사를 들으며 이리저리 사위를 둘러보며 나는 전에 책에서 봤던 일본 불교의 발전에 대한 글들이 떠올랐다.
일본의 불교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그래도 중국과 한국이라 하겠다. 공식적인 불교의 전래는 538년인바 특히 用明 천왕의 제 1 황태자였던 성덕태자가 불교의 수용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하엿다고 한다. 성덕태자는 중앙집권을 이룬 후 불교사상을 기조로 하여 일본 불교의 기틀을 닦았으며 또한 수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불교를 비롯한 선진 문화를 수입하는데 전력하면서 四天王寺를 창건하였다고 하였다.
시찰의 모양새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 대동소이 하여 우린 다른 사찰에선 볼 수 없었던, 죄를 씻는다는 수양 청에 둘러서서 열심히 손을 씻는 일에 열념 하였다. 무슨 죄를 지었던지 갑자기 생각은 안 나지만 아무튼 부처님은 알고 있으리란 생각을 해 보면서.
지진이 많은 일본의 집들이 대개 다 그런지는 몰라도 오사까의 집 구조들을 보니 집이 흔들리면 빨리 탈출할 수 있게 벽 창문과 베란다가 이웃과 밖으로 서로 통하게끔 설계구조가 좀 특이 하였다.그리고 단층이 많고 아주 단단해 보였다.
면세점도 좋고 깍듯한 서비스가 특색인 일본식당에서의 점심식사도 좋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먹자골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었다. 같이 묻어간 아이넷 가수들과 사진도 같이 찍고 주거니 받거니 서로 맛있는 것을 사주는 정도 좋았다. 다꼬야찌라는 음식이 특별히 많은 주문을 받았다. 문어를 살짝 대쳐 자그마한 속을 만들고 찹쌀가루와 밀가루로 완즈를 만들어 파래를 다시 넣어 기름에 튀기는 것인데 나오는 즉시 먹다보니 더운 날에 우리는 뜨거워서 홀홀 불면서 먹어도 재미있기만 하였다.
2박3일의 여행을 마치고 부산에 다시 돌아온 우리는 그냥 서울로 돌아오기가 아쉬워 해운대며 동백섬이며 국가 급 손님들이 투숙한다는 조선비치 호텔이며 를 대충 둘러보았다. 시간만 허락되면 부산도 참 가볼 곳이 아주 많은 곳이었다. 클로즈 여행을 마친 손님들에게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주는 곳이었다.
 
 
2017, 06 , 06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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