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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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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그랜드케어년의 숨결
2019년 11월 22일 10시 56분  조회:690  추천:0  작성자: 류재순
기행 수필
그랜드캐년의 숨결
 
 
나는 지금 태평양 위를 몇 시간 째 날고 있다. 감기려던 눈이 커튼이 열려진 창밖으로부터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강한 햇볕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졸음이 싹 달아났다. 나는 내 눈을 자극한 햇볕 가득한 무한대의 창밖 광경을 응시한다.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하얀 솜털 같은 구름 위에서의 느린 움직임. 그 위에 펼쳐진 무한대의 쪽빛 창공…저 신비한 우주 속엔 아직도 숨겨진 비밀들이 얼마나 있을까? 옛날엔 어떠했었고 미래엔 또 어떤 변화들이 생길까? 끝없는 상상의 시뮬레이션 속으로 갑자기 내가 반년 이상을 밟고 다녔던 미국 땅의 이모저모들이 망망한 운해위로 둥실둥실 떠오른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그 많은 그림들 속에서 문득 내 눈앞에 힘차게 박두하고 있는 풍경하나-길이 447km나 되는 기다란 몸뚱이를 늘어뜨리고 조용히 누워있는 대자연의 신비한 조화물-그랜드캐년이다.

어린 시절, 시드니셀던의 <도망자>를 즐겨 읽었던 나는 미국 땅의 이모저모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반년 넘게 미국 땅을 둘러보며 정말 많은 곳을 보았다. 10만여 평의 부지에 세워진 동화 속세계 디즈니랜드, 텍사스주의 대초원, 애리조나주의 메마른 사막, 그 사막위에 어느 마피아가 생각해 건설했다는 전설같이 이루어진 전 세계서 가장 유명한 카지노 유답지ㅡ라스베가스! 태평양 서해안의 맑고 시원한 바다 바람결에 여인들의 긴 머리가 아름답게 날리는 캘리포니아주! 세계영화인들의 성지인 헐리우드 유니벨리스 그 명예의 거리엔 2,500여 명의 세상에 이름을 날린 명배우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의 성당과 평화로운 잔디밭, IT천재들이 모여 있는 구글과 애플 회사의 콧대 높은 깃발들!…그러나 이 시각 내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의 황홀함과 신비에 대한 경탄이 아니라 바로 그 깊은 추억에 잠들고 있는 듯한 그랜드캐년의 모습이다.

원래 그랜드캐년으로의 여행은 집 애들의 계획이 아니었다. 나와 같이 여행을 같이한 애들은 라스베가스에서 며칠 더 즐기자고 졸라댔다. 애들의 말대로라면, 200년 전의 미국을 알려면 뉴욕을 가보고 100년 전의 미국을 알려면 샌프란시스코를 가보며 50년 전의 미국을 알려면 로스앤젤레스를 가보고 오늘의 미국을 알려면 라스베가스를 가보란다는 것이다. 그만큼 라스베가스의 유혹은 무척 컸다. 그러나 이번 여행길에서의 빠질 수 없는 나의 목적지는 그랜드캐년이었다. 끝내는 나의 고집대로 라스베가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랜드캐년을 향해 떠났다. 라스베가스에서 자가용을 타고 6시간이라는 긴 여정을 거쳐 도착한 곳은 그랜드캐년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유답지 숙박시설로 이루어진 한 마을의 통나무 집 숙박소였다. 아주 소박하게 꾸려졌지만 호텔 못지않게 서비스업이 고루 잘 갖추어져 아주 편안하였다. 물론 들어서면서 로비 벽에 걸려있는 그랜드캐년에 관한 소개가 제일 먼저 눈에 띠었다.

그랜드캐년은 에리조나주 콜로라도 강이 콜로라도 고원읕 가로질러 형성된 대 협곡이다. 애리조나주 북쪽 경계선 근처에 있는 파리아강 어구에서 시작하여 네다바주 경계선 근처에 있는 그랜드워시 절벽까지 구불구불 이어져 그 길이가 무려 447km. 너비6~30km 깊이1.500m로 넓고 깊은 협곡은 불가사의한 경관을 보여 준다.

그랜드캐년과의 만남을 상상하며 설레는 가슴을 꾹 누르고 잠을 설친 나는 이튿날 약 1 시간가량의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물론 연중 내내 개방하는 사우스림은 42km 거리의 데저트뷰 드라이브가 공원까지나 있다. 차에서 내리기가 바쁘게 나는 뭇 관광객들을 헤치며 부랴부랴 협곡 변두리로 달려갔다. 오, 그랜드캐년! 내가 이곳을 이렇게 집착하게 된 것은 10년 전 서울 63 빌딩에서 본, 세계가 열광한 아이맥스 영화의 걸작-그랜드캐년을 본 후이다.

1540년, 스페인 정부가 전설속의 황금도시를 찾아 탐험대를 조직하여 나섰는데 그중 데마르데니스가 이끄는 탐험대가 미 서부를 탐험하다 발견해낸 곳이 바로 그랜드캐년이다. 금광을 찾아 헤매던 그들은 비록 꿈속의 황금도시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북아메리카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고 한다.

내가 본 아이맥스 영화는 1869년 미국 정부로부터 특명을 받은 존 웨슬리 파월 소령과 탐험대원들이 역사적인 그랜드캐년 답사에 도전하는 모험기를 재현해낸 것이다. 어마어마한 산더미같이 눈앞에 쏟아져 나오는 아이맥스 특수 효과의 장면들과 광음들. 그랜드캐년은 몇 천년 깊숙이 묻어 놓았던 자기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인류와 맞서 대성질호하고 포효하였다. 그러나 탐험대들은 이 낯선 대자연과 사투를 벌이며 캐년의 가슴속을 하나하나 들추어냈다. 형형색색의 오묘한 빛깔로 유혹하는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과 바위 속에 새겨진 수많은 전설. 콜로라도강의 날뛰는 거친 숨소리. 그 강위의 탐험대들을 태운 뗏목들의 아찔아찔하고 위험천만한 질주. 나는 그 용맹한 슈퍼맨들로 하여 가슴이 뛰었고 무궁무진한 비밀을 안고 있는 캐년의 신비롭고 장엄한 품위에 경탄을 그칠 수 없었다. 그랜드캐년에 가보는 것은 나의 여행 소망이었다. 어디보자 그랜드캐년 우리가 왔다!

아니, 그런데 우리 눈앞에 펼쳐진 이 생소한 풍경은 무엇인가?! 캐년은 갑옷 같은 세월의 연륜을 쓰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아이맥스 영화로 하여 우리 머리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던 그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날뛰는 사자 같은 모습, 협곡의 깊고 폭 넓은 물결의 거센 파도, 울울창창한 숲과 사나운 짐승들. 아아한 절벽과 그 동굴속에서 원시인의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던 아사나사족- 모두 어디로 갔나?…한참만에야 나는 눈앞의 현실로 돌아왔다. 아아. 그래, 그 모든 것은 내가 영화에서 본 4천 년 전의 일이었다. 숙박소에 그랜드캐년의 현재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있었지만 내 상상에만 너무 몰두하고 있던 나는 그 상세한 소개와 사진들을 다 흘려버렸던 것이다. 지금 내 눈앞의 캐년은 어찌 보면 길디긴 몸뚱이를 늘어뜨리고 누워있는 거용의 미라 같은 환각까지 든다. 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안정시키고 머릿속에 각인된 영상을 털어버리며 우리를 맞이하는 낯선 그랜드캐년을 답사한다.

1.7000년 전 지구 깊숙한 곳의 압력이 위쪽의 땅덩어리를 들어 올려 오늘날의 콜로라도고원이 이루어졌으며 그 고원이 500년 동안의 침식 작용, 콜로라도강과 매서운 바람, 얼음사태들의 대거습격으로 고원 속에 세계에서 제일 깊은 오늘의 캐년을 태어나게 했다. 강에 의해 침식된 계단모양의 협곡과 색색의 단층. 기암괴석들…1,500m 높이의 캐년의 절벽엔 20억년이라는 지구의 지질학 역사를 보여주는 암석층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거대한 퇴적물이 침식작용으로 생성된 여러 가지 줄무늬를 바라보며, ‘지질학교과서’란 말이 왜 나왔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정말 학술적인 가치가 대단한 곳이다. 협곡의 저 깊은 아래쪽에는 원시 바닷말도 보이며 그 위쪽에는 중성대의 조개와 삼엽층, 공룡의 뼈와 발자국. 낙타. 말. 코끼리의 화석등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의 이 말없는 캐년은 옛날과는 또 다른 마력으로 온 세계 관광객들을 흡입하고 있는 모양이다. 노새를 타거나 경비행기를 타고 캐년을 샅샅이 누비는 관광객도 있다. 젊은층의 관광객들은 가파른 절벽길을 따라 협곡의 밑층으로 내려간다. 내리고 다시 올라오는 데는 모험도 모험이고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이 변천한 협곡의 깊숙한 곳의 비밀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모양이다. 나도 절반쯤 내려가는데 “위험해요, 너무 힘들어요, 올라오세요.”하고 위에서 소리치는 애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힘겹게 올라왔다. 물론 사우스림의 절벽을 따라 전망대가 설치되어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어도 말이다.

그랜드캐년의 양안에 무한대로 펼쳐진 고원은 맨 가슴으로가 아니라 각종 이름 모를 초목들을 키우며 캐년이란 이 기다란 거물의 숨결을 완강히 영위하고 있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품안에 상상 밖으로 70여종의 동물들과 250여종의 새들, 25종의 파충류들이 살고 있단다. 가장 흔한 동물은 다람쥐, 코요테, 여우, 사슴, 오소리, 시라소니 등등이란다. 그렇다. 그랜드캐년은 누워있는 미라가 아니라 유서 깊은 가슴에 아직도 특유의 생명들을 키우고 있는 커다란 생령이었다. 그는 조용히 누워서 초창기의 황홀했던 젊은 시절을 상기시켜 주고 그 옛날 자기 가슴에 겁 없이 뛰어든 용맹한 탐험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며 인류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대자연의 변천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루 종일 8월의 뙤약볕을 받으며 협곡의 둘렛길과 골짜기 중턱까지 답사했던 나는 몸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알 수 없는 격정에 가슴이 설레었다.

식을 줄 모르고 타오르던 태양이 이제는 협곡의 건너편 저 멀리 고원의 지평선에 걸려 불그스레한 원형을 드러내고 있다. 열기가 많이 식었다. 캐년의 절벽은 시간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아침에는 은색과 금색으로 반짝이다가 정오에는 연한 갈색으로 바뀌고 해질 무렵에는 붉은 색이 되어 버린다. 달빛이 은은한 밤이면 주위는 어느새 시원한 푸른색으로 변하기도 한단다. 유람객들은 협곡 변두리에 꾸려진 작은 공원들에서 셀카를 들고 이곳에서 또 하나의 멋진 풍경으로 알려진 일몰을 렌즈에 잡아넣느라 분주하다. 캐년은 제일먼저 어둠의 면사포를 끌어당겨 비밀스런 자기 깊은 곬 을 가리기 시작한다. 나는 한국의 동해바다, 서해바다, 남해바다를 돌아다니며 수평선의 멋진 일출과 일몰을 수 없이 카메라에 집어넣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협곡의 이모저모를 들고 다니는 아이패드에 나름대로 골라 많이 찍었다. 그러나 바로 지금 눈앞에 놓인, 내리 깔리는 어둠속에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협곡을 사이 두고 끝없는 광야의 저 끝에서 열기를 다 식힌 빨간 태양이 마지막 빛살을 지평선에 꽂아 놓고 어둠의 도래를 예고하는 캐년의 일몰이 이처럼 장엄하고 아름다울 줄 몰랐다. 그것은 단하나의 화면으로서는 도저히 그 정서를 집어낼 수 없는, 공포와 황홀함의 조화물인 절묘한 광경이었다.

백발이 된 한 할아버지가, 그러나 아직은 체구가 퍽 건강한 미국인이 나를 보고 얼마나 멋있느냐는 뜻으로 두 팔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한다.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무심결에 그를 조용히 훑어본다. 얼굴엔 지울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수리엔 머리가 다 빠지고 둥그렇게 뒷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백발은 석양빛을 받으며 저녁 바람에 힘없이 날리고 있었다. 문득 나는 그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어떠했을까 상상해본다 피 끓는 청춘의 그 나날, 그에게도 저 캐년과 같이 무성한 수림과 넘치는 정력, 그리고 콜로라도강 같이 힘찬 인생분투의 질주가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 슈퍼맨과 같이 멋진 체구와 불타는 눈동자의 얼굴을 가진 젊음의 가슴엔 그만이 추억할 수 있는 많은 스토리들이 묻혀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 대자연도, 인간도 세월의 변천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 지금의 그랜드캐년이란 기적이 태어났다. 1919년에 캐년은 미국의 자랑스러운 국민공원으로 선정되었고,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랜드캐년은 세월이 가져다준 변천의 또 다른 가치로 이 세상에 새로운 기상과 매력을 호소하고 있다….

“손님. 양식으로 드실래요, 한식으로 드실래요?” 식단 차를 밀고 온 스튜어디스가 내 사색을 깨뜨린다. 안녕, 캐년! 나의 여행코스에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이정표여!



2016년 9월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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