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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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있으마
2017년 09월 19일 13시 01분  조회:1968  추천:2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칼있으마
김영분

“카리스마”라는 말이 있다. 흔히 리더를 평가할 때 이 사람은 카리스마가 있고 집행력이 뛰여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카리스마”라는 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신의 은총”이라는 뜻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능력이나 자질을 말한다.

어느 특정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는 구분되게 하는 특징으로써 한마디로 남들보다 정의롭고 끌어당기는 힘이 세고 강하다는 말이다.
요즘 젊은 세대 위주로 “카리스마”가 우리 말로 “칼있으마”로 변형되여 유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생경한 느낌이였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마력처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카리스마”가 그리스어라면 “칼있으마”는 순수한 우리말의 표현이다. “칼있으마” 는 더 형상화하게 우리말 풀이로 그의 참뜻을 나타냈다. 글귀가 반영한 그대로 칼을 거머쥐고 결단력있고 막강한 힘으로 팀을 끌어가고 있는 모습이 한편의 액션영화처럼 한눈에 안겨온다.

나한테 이런 “칼있으마”가 있을가.

나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싶어했을가. 마흔에 들어서면서 젊어서 누리지 못했던 여러가지 감정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풀쩍이는 메뚜기처럼 툭툭 튀여나온다. 특히 카리스마를 가지고 싶었다. 어릴 때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일가. 걷잡을수가 없다.

어릴 때 고분고분하기로 유명했던 나, 평범하기로 청도 바다가의 백사장에서 움켜쥐면 실실 빠져나가는 한톨의 모래와 같았던 나다. 외우기를 잘해서 문과는 자신이 있었지만 틀려서 남들이 웃으면 어쩔가 하는 생각에 손도 못들었던 나다. 수학이 너무 어려워 수학선생님을 만나면 가던 길도 에돌아 갔던 나다. 혹여나 선생님이 관심을 보이면 어색하기 그지없어서 쥐구멍에라도 찾아들어가고 싶었던 그때 그 심정을 한폭의 그림으로 표현을 한다면 아마도 큰 산앞에 왜소하게 서서 죄없는 돌맹이들을 애매하게 툭툭 걷어차고 있는 가녀린 소녀의 모습이 아닐가 생각을 해본다.

가난한 가정형편과 부모님의 잦은 다툼, 사춘기 때엔 온 얼굴에 퍼진 주근깨와 다른 애들처럼 찰랑거리는 머리결을 가지지 못한 것이 내심 못마땅해 스스로 자신을 구석에 가두고 좀처럼 세상에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주눅이 들어있으면서 언제나 밝게 웃으며 즐겁게 지내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왜 저들처럼 사랑을 받지 못할가?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다는 원망만 할 뿐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 당당함을 표현할 줄 몰랐다. 그래서 사랑을 받기 위해서 그저 성실하게 정해진 규률에 따라 고분고분 살아가는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 덕분에 나는 늘 주위 사람들로부터 참하다는 평가를 듣고 살았다. 종래로 누구랑 다툰적도 없고 얼굴을 붉힌적도 없는것 같았다. 그저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나는 내면의 공격성을 꽁꽁 짖누르면서 나를 만들어갔다.

그런데 이 모든것이 때가 되면 바뀌는 사계절처럼 내안에서 봄바람이 불고 가을 단풍이 여러번 우수수 흩날리면서 슬슬 변화가 온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해내고 싶었고 나를 인정해주고 싶었다.

조용히 독서를 하면서 책속의 인물들과 수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들은 일제히 내게 평생을 행복해지게 하는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그중에서도 심플하게 살아야 한다는 프랑스작가의 말이 아주 인상깊다. 추구해야 하는 물질도 감정도 모두 심플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을 많이 추구하면 물질의 노예가 되여서 사람이 도리여 물질을 위해 헌신을 해야한다고 했다. 감정을 억누르면서 내가 하고싶은 말과 일을 남의 비위 맞추는데 사용한다면 자기 마음을 바줄로 동여매여 숨가쁘게 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했다.

심플한 감정패턴은 자기감정에 충실하는 것이다. 자기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 되는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자기감정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이 점점 편안해진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원치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을 자신이 생겼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하나 배우면서 해나가는것이 얼마나 보람있고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

나 자신을 긍정하고 응원하는 힘이 생겼다. 어릴 때의 그 모습이 얼마나 바보스러웠는지 예전의 나를 꼭 안아주고 훨훨 날려보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기도 매우 바쁘다.누가 남의 일에 관심이 그리 많으랴.비로소 내가 무엇을 하든, 잘하든 못하든 비웃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것을 알았다. 재미의 세계가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는 많아지고 소심한 감정의 지배를 덜 받게 되였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인 동시에 감독이고 관객이다. 나부터 나에게 박수를 보내니 점점 나를 위해 응원해주는 관객들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강사공부도 곁들였다. 얼마전에 육아에 관한 주제로 여러 엄마들에게 두시간동안 씩씩하게 아이의 애착에 초점을 두어라는 강의도 했었다. 내가 강단에 섰다고 하니 학교시절 친구들이 나의 새로운 모습에 많이 놀라는 것이였다.그들뿐만아니라 사실 나자신도 놀랐다. 수업시간에 손 한번 들어도 식은 땀을 쏟던 나였기에,나는 나안에 이런 용암처럼 뿜어져나오는 용기가 있을줄 생각도 못했었다. 웅크렸던 세월만큼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동기는 강했다. 내가 살아온 매 한순간이 헛되지 않음을 알았다.

지금 쏟아붓고 있는 이 열정은 아마도 우왕좌왕하던 시기에 놓친 노력의 순간들을 보상하고 싶어서가 아닐가.주눅든 세월을 보내고나니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졌다. 온화해졌다. 출렁이는 파도처럼 끝없는 활기가 생겼다. 문득 누군가가 나처럼 살고 싶다고 하였다. 여유롭게 온유하게 그리고 “칼있으마”가 넘치게.
뭐라고. 나에게 “칼있으마”?

에이. 설마 하면서도 순간 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칼은 최대한 작은 면에 힘을 집중하여 자기가 자르려고 하는 것을 자르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무에게도 쉽게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내가 이루고자 하는것에 열정을 집중해서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 성실하고 꿋꿋한 모습이라면 나 역시 “칼”과 조금은 닮은것 같기도 했다.

사람들은 으리으리하고 권력있는 집에서 태여난 아이를 “금수저를 물고 태여났다”고 한다. 금수저는 참말로 신의 은총이였을가. 나한테는 은총이 없었던것일가. 아니였다. 신은 금수저대신 나에게 나만의 칼을 쥐여주었던 것이다. 다만 내가 그 “칼”을 좀 늦게 찾았을 뿐이다.

신은 오래전부터 매사람마다 칼을 다 주셨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자기에게만 속하는 성공으로 이끌어갈수 있는 “칼”이 보일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은총을 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칼있으마”라는 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나만의 특유한 부드러운 “칼있으마”를 계속 간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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