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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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맞선을 보다
2018년 06월 30일 13시 35분  조회:840  추천:1  작성자: 하얀 진주
보름이라는 설연휴를 마치고 회사에 다시 만난 동료들은 그간 할 얘기들이 많았던가본다. 그 가운데서도 맞선보기 화제가 인기를 끌었다.

동료들은 산동지방 시골태생이 많았다. 아직 싱글인 친구들은 설에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들이 미리 맞선 상대를 여럿 포섭해놓는다고 한다. 만나보고는 직감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약혼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동료 중에는 그런 행운을 잡은 친구는 없었다.

꼬작꼬작한 시골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개구리가 왁자지껄 합창하는 동네를 벗어나 나름지기 크고 번화한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몇년은 도시인으로 살았던 그들이다. 혼기는 꽉 찼는데 도시의 약소군체로 근근득식 살아가는 그들은 우아한 교제도 그럴듯한 만남도 없다. 오로지 춥고 허줄한 공장에서 낮에는 박스를 옮겨가며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핸드폰 게임이나 싸구려 야시장을 전전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비슷한 처지의 청춘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속삭이며 한쌍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내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외톨이 문제를 효률적으로 해결하려고 휴가때 맞선을 봐서 빠른 시간에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나로서는 짧은 시간에 맞선을 봐서 결혼을 결정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도 어떤 사람은 며칠을 사이두고 여러사람과 맞선을 본다. 본의 아니게 인신매매를 당해 팔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이는 자신이 직접 이런 삶을 선택하고 있지 않는가.

실제로 몇해전 한 여직원은 설에 맞선을 보고 오개월 후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결혼식날 친정어머니가 혼례금을 터무니 없이 요구하는 바람에 신랑쪽에서 결혼을 깨버렸다. 맞선 후 세번을 고작 만난 두 사람이 전화로 서로 연락하면서 준비한 결혼식이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여직원은 버스를 타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정신이 혼미해서 다른 도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핸드폰이며 지갑을 잃어버렸다. 싸구려 여인숙에 들었다가 하마트면 변을 당할 번도 했다. 그래도 그녀는 제일 두려웠던 것이 다시 회사로 돌아와 마주할 결혼사탕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의 눈길이었다고 한다.

질투를 하던 동료들은 쑥덕이기도 했고 친한 자매들은 위로에 위로를 거듭하니 그 녀는 숨을 쉴수가 없었다. 엄마는 설이 되면 또 맞선자리를 주선해 놓았다고 시름 놓으라고 자꾸 전화가 왔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작업사고도 여러번 내고 결국은 사표를 냈다. 어디로 떠나갔는지 여태 소식이 없다. 그때 그녀가 한없이 가여웠다. 혼기가 꽉 찼다는 이유로 섯불리 결정한 결혼은 얼마나 큰 상처로 그녀를 찌를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아주  본능적인 욕구이다.  그렇지만 이것조차 순리롭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우리와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설이 되면 맞선에 시간을 떼워야 하고 또 앞날이 어떨지도 모르는 도박같은 결혼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삶은 우리가 소망했던 것보다 더 줄수도 있고 적게 줄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희극적이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의 눈길을 건네보자. 우리는 훨씬 많이 누리고 있으니 좀 나누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주위 이웃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하자. 그리고 주어지고 누릴 수 있는 모든것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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