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http://www.zoglo.net/blog/yingfen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수필

나의카테고리 : 수필

불면의 밤
2020년 01월 10일 16시 14분  조회:751  추천:1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불면의 밤
김영분
 
 
요즘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다가 재미있는 일을 발견했다. 드라마 방영중 화면 한켠으로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드라마내용에 대해 댓글을 달수 있었다.오래전부터 있었던 기능이였겠지만 드문드문 드라마를 접속하는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발견이였다.

내가 만약 드라마 시청중 이런 신기한 발견을 했다고 댓글을 달았다면 기필코 나이를 폭로하는 댓글이라고 재치있게 지적해주는 네티즌들도 있었을 것이다. 화살처럼 총총히 날아다니는 댓글중에 혹자는 어느 배우의 연기에 탄복한다느니 혹자는 어떤 인물이 눈이 뒤집혀지게 꼴불견이라는 네티즌도 있다. 착한 배역을 왜 죽게 놔두었냐고 격하게 항의를 하면서 질의하는 사람도 있으며 드라마와 상관없이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다면서 용감하게 자막으로 고백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현재 몇만명이 같이 시청하고 있다는 인원수도 제시하고 있으니 소속감이 중요한 이 세월에 외롭고 고독한 밤을 보내기에는 딱이였다. 혼자가 아니라 숱한 사람들이 같이 한 배우에게 열광을 하고 한치앞도 내다볼수 없는 스토리 전개에 골똘히 정신을 팔고 있으니 말이다.

나만 밤잠을 패면서 허무하게 드라마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만명이 같이 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나름 허송세월에 대한 죄책감도 적어졌다.  아마도 고통은 여러 사람이 같이 나눌 때 훨씬 작아져서 그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댓글 기능이 신기하여 드라마를 보면서도 댓글을 슬쩍슬쩍 곁눈질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였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 댓글이 나타나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그런데 그것이 점차 습관이 되여 댓글창을 열어놓지 않고 드라마를 보면 불안하기까지 하였다. 다른 네티즌들은 내가 지닌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었고 감동되는 장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는지 코미딕한 배우의 등장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등 점점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심지어 댓글이 적으면 이 드라마가 별로일거라는 생각도 밀려왔다. 드라마가 끝나도 강물처럼 흘러가는 댓글들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며 배웅하는 습관도 생겼다.

중이 고기맛을 알면 빈대도 가만두지 않는다고 드라마를 보는 동안은 드라마 스토리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의도치 않게 댓글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댓글을 샅샅이 훑어보다가 중요한 장면들을 놓쳐 다시 돌려보기도 여러번 했었다.
그런데 이 댓글을 보고 있노라니 멘탈이 약한 나에게는 보통이 아니였다.

네티즌들의 어떤 댓글에 수긍을 했다가도 눈쌀을 찌프리기게 하는 댓글이 올라오면 심하게 흥분까지 했다. 댓글 싸움도 수시로 일어났다. 서로 좋아하는 배우를 감싸고 돌면서 상대방의 악성루머도 서슴치 않고 퍼뜨렸다. 심지어 네티즌들끼리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라간의 악성비방도 스스럼없이 해대니 파장이 된 시골장터마냥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나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던 댓글들은 초심을 저버리고 양무리를 발견한 승냥이들처럼 천방지축으로 날뛰였다.
 드라마를 늦게까지 시청한 날에는  밤에 잠을 제대로 잘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원래 여가시간에는 운동과 독서를 즐겨 했었다. 운동과 독서를 마음껏 한 날에는 까무룩히 잠도 잘 들었고  새벽알람이 울려야  게으르게 기지개를 켜며 잠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헌데 네티즌들의 댓글 싸움을 지켜 본 날에는 액정화면앞에서 소리없이 훈수 드느라 피곤했는지 흥분해서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드라마가 여운을 남기고 끝나서 아쉬운 것도 있었지만 그 얄미운 댓글들 때문에 한동안은 다시 새김질하는 소처럼 씩씩거렸다.

자다가 사나운 꿈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느라 목에 피대를 세우며 싸웠다. 꿈과 현실이 정 반대라더니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심통하게도 내가 미워하던 댓글속의 주인공이 되여 극중 배우를  해꼬지하기까지 하였다.

불면증이 생겼다.
무언가에 쫓기우는 사람처럼 부산하고 산만해졌다.
드디여 자주 밤잠을 설치는 나에게 가족들이 걱정스럽다면서 보약까지 지어주었다. 그지없이 미안하도록 말이다. 만약 드라마 댓글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는 것을 알고 나면 한심해서 혀를 끌끌 찼을 것이다.

찔리는 구석이 있어도 태연하게 모르는 체하고 응석을 부리며 약을 받아쥐고는 흠칫 놀랐다. 내가 정말 아픈거구나. 댓글병에 걸렸구나. 보슬비에 옷이 젖는다고 일개의 댓글이 생활에 이런 영향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 뉴스에 보도한 바와 같이 어느 연예인이 악성 댓글 때문에 자살을 했다더니 마음이 약한 사람은 충분히 그럴수 있을 거 같았다.
남과 어울리고 닮아가려는 풍조가 만연하는 오늘날, 다른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조건 집단의식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부동한 의견이 나오면 바로 치고 뭉갠다. 존중받지 못한 생각들은 허공에 날아다니는 송곳들처럼 이리저리 마구 할퀴고 찌른다.

부조를 해도 다른 사람은 얼마나 했는지 신경이 쓰이고 아이 학원도 다른 애들은 어디를 다니나 궁금한 세상이다. 부자의 실없는 소리가 격언이 되여 추대받기도 하고 정의로운 목소리를 낸 약소자들은 타매를 받기도 한다.
집단의식에 끌려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즐거움이 반죽이 되여 한 곳 만을 응시한다.
댓글 싸움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그 속에서 누구는 승자가 되여 웃고 있고 어떤 사람은 상처를 입고 간신히 숨을 몰아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속에 속해야만 안전감이 있는 사람들,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가여운 사람들이 그룹을 묶어 자신을 과시한다.
뇌를 보하는 약을 먹어서 그러는지 지혜롭게 댓글창을 닫아서 그러는지 점차적으로 밤잠도 정상으로 되였다. 나는 조용히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의 의도나 배우의 찐한 연기력을 흔상할 수 있었다. 연출이 보여주고자 하는 사회의 암흑한 면이나 의지를 돋구어주는 격려의 메시지도 읽을 수 있었다.

같은 드라마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댓글이라는 베일을 걷으니 그제야 드라마 본연의 모습이 보였다.
결국 드라마도 인간세상을 조명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볼진대 혼자 조용히 들여다봐야 잘 보인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 듯이 가장 강한 자신의 멘탈이 깨여났을 때  무너지지 않는 대가 세워진  사람이 될 수 있다.

무수한 생각이 우주를 채우지만 그 생각들을 쫓아 가기 보다는 차분히 자신만의 판단력을 가져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사람은 그럴 때 제일 안점함을 느낀다. 집단의식에 빠져 여러 생각사이에서 허우적거리면  물에 빠진 사람이 되기 쉽다.

세찬 파도에 묻혀 줄기차게 곬으로 흘러가거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허우적거리거나 할뿐이다.다른 사람에게 수용되고 싶은 바램과 배척되기 싫은 욕구가 언덕우의 상큼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베일처럼 가린걸 알면서도 벗기려 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뜻을 가지고 의미를 찾아간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0 참된 갑 2020-03-19 0 548
39 바람 맞받아 나는 연 2020-03-04 0 604
38 바람 부는 날엔 산에 가지 말아라 2020-03-04 0 611
37 불면의 밤 2020-01-10 1 751
36 딸의 뺨을 친 늙은 남자 2019-11-05 1 1055
35 태풍속을 거닐다 2019-10-14 0 764
34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의 랑만 2019-10-14 0 1199
33 조약돌은 왜 거기 있는가 2019-09-02 1 681
32 치사한 상처 2019-08-08 1 758
31 편견의 마스크를 벗어라 2019-08-07 0 1069
30 단 하루의 선생 2019-06-18 0 1027
29 웃음,그리고 그 뒤 2019-05-22 0 973
28 미로의 끝 2018-08-10 1 1460
27 궁색한 변명 2018-08-08 1 1429
26 내 안의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2018-07-30 1 1550
25 나부지몽 罗浮之梦 2018-06-30 1 1136
24 제가 한상 차릴게요 2018-06-30 1 1795
23 세상과 맞선을 보다 2018-06-30 1 840
22 내 생애에 찾아온 채찍 2018-02-26 2 1338
21 기다리는 시간만큼 2018-02-08 1 1434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