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http://www.zoglo.net/blog/5857 블로그홈 | 로그인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좋은 시

빗물 사발
2019년 08월 19일 09시 47분  조회:861  추천:0  작성자: 륙도하

빗물 사발

길상호

아무런 기적도 없이
가랑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누가 거기 두고 갔는지
이 빠진 사발은
똑, 똑, 똑, 지붕의 빗방울을 받아
흙먼지 가득한 입을 열었다
그릇의 중심에서
출렁이며 혀가 돋아나
잃었던 소리를 되살려 놓는 것
둥글게 둥글게 물의 파장이
연이어 물레를 돌리자
금 간 연꽃도
그릇을 다시 향기로 채웠다
사람을 보내 놓고 허기졌던 빈집은
삭은 입술을 사발에 대고
모처럼 배를 채웠다

프로필
길상호 : 충남 논산, 한남대 대학원 국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모르는 척] 외

시 감상

늦장마가 많이 내렸다. 다행히 하천의 범람이나 큰 홍수로 인한 피해는 예년에 비해 적었다. 비 덕분에 칠월도 그나마 덥지 않게 보냈다. 비는 숲과 땅이 가두어 두고 쓸 만큼만 왔다. 어려운 시절엔 비가 내리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양동이와 그릇을 밑에 받치면 툭툭, 낙숫물 소리. 그 소리가 무척 그립다. 본문처럼 물의 파장이 되살려놓은 지나간 날의 아련한 향수가 아련하다. 지금보다 못 살았어도 때론 낭만적이고 때론 정의롭고 때론 콩 한조각도 나눌 수 있는 ‘정’이 그득한 시절이었는데, 빗소리가 참 미쁘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1 국물(신달자) 2019-08-19 0 723
20 호미로 그은 밑줄 2019-08-19 0 768
19 향수(정지용) 2019-08-19 0 839
18 노자의 시 창작 강의 2019-08-19 0 674
17 빗물 사발 2019-08-19 0 861
16 누에 2019-08-19 0 662
15 조문 2019-08-19 0 768
14 다른 구멍에 넣다 2019-08-19 0 714
13 바깥에 같히다 2019-08-19 0 761
12 소금인형 2019-08-19 0 830
11 2019-08-19 0 751
10 현수막 2019-08-19 0 804
9 수평선 2019-08-19 0 775
8 성냥 2019-08-19 0 770
7 갱년기 2019-08-19 0 726
6 택배 2019-08-19 0 726
5 2019-08-19 0 776
4 좋은 시 묶음 2019-07-19 0 1237
3 좋은 시 묶음(1) 2019-07-19 0 1466
2 토지 2010-11-06 0 180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