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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와 우리
2013년 03월 16일 08시 38분  조회:9598  추천:11  작성자: 최균선
                                                     무리와 우리
 
                                                       최 균 선
 
    텔레비죤에서《동물세계》프로를 보느라면 육식동물의 흉포함에 증오를 가지게 되고 덩치는 커도 속절없이 당하는 초식동물의 연약성에 개탄이 절로 나게 되는것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심리일것이다. 그렇더라도 육식동물의 지혜가 초식동물의 지능을 훨씬 초과하고있는 사실을 승인하지 않을수 없다.
   그리고 곰곰히 관찰하면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에 비해 결집력이 있고 단결합작정신이 강한데 반하여 초식동물은 보건대는 방대한 무리를 지어 위무당당한것 같지만 사자의  그림자만 보여도 간대루야 내가 잡혀먹을라구? 하는 요행심리를 가지고 산지사방으로 들고뛰는데 막무가내인가? 비애는 아닌가? 그렇게 선천적으로 저마끔 제 살도리만 하다보니 위급한 상황에는 “다리야 날살려다우” 하면서 줄행랑을 놓는게 고작이다. 그러다가 약한 놈이 하나씩 잡혀먹히고…
   한마리의 여윈 초원승냥이가 다가와도 수십백마리의 “웅사”들이 산지사방으로 내뛰여 각개 격파의 조건을 지어주고 동포가 잡혀서 먹히는 장면을 보고야 아무일도 없었든듯이 다시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는다. 그러나 육식동물은 정반대이다. 사자들은 로획물을 정하면 집중공격을 펼치는데 가장 강장하고 용맹한 놈이 제일 앞장서 돌비맹진하고 나머지 놈들은 가벼운 협조자로 충당된다.
   황야의 승냥이 한마리가 위험에 처하게 되였을 때 소름끼치는 애곡성을 뽑아올리면 사면팔방에서 승냥이들이 달려와 동포를 구출한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들의 그런 조직성과 규률성, 약속력이 구비되지 못하였다. 아마도 그들의 생존이 너무 쉽기때문일것이다. 말자면 그저 대가리를 떨구고 움직일줄 모르는 풀을 뜯거나 머리를 건뜩 쳐들고 얌전하게 서있는 나무잎을 임의대로 뜯어서는 질근질근 씹으면 되니까.
   그러나 육식동물들이 한끼 배를 불리자면 죽어라고 내뛰는 사냥물을 포획하기 위해 최대마력을 풀어야 하고 행동하기전에 꾀를 짜내고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사냥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엄명한 규률로 묵결을 맺은 전제하에서 일편단심 힘을 합쳐야 하는데 아무 충돌없이 잘 맞아돌아가야 한다. 사자들은 보기에 괴물스럽지만 놀랄만큼 교활하고 용기가 있으며 창신정신이 있다. 놈들은 만포식한후 게나른해서 잠을 청하며 방금 있었던 박투도 까맣게 잊는다. 이런 현상은 비상히 간단한 도리로 해석된다.
    짐승은 무리를 지으면 “떼”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도 소통의 기호가 있을것이요 인간의 말로 표현한다면 “우리끼리”라는 어떤 “관념”이란게 있을것이련만 약소동물들은 어찌하여 저리도 군체적인 자기보호의식이 제로인지 안타깝다. 잡아먹고 잡혀서 먹히우는 양육강식의 섭리로 동물왕국에 생태평형이 이루어지는지도 모르나 멸종되였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재난은 양육강식의 정글법칙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항상 자연은 정복과 략탈의 대상이였는바 인간은 농경사회가 시작되기전에 이미 많은 물종을 멸종시켰다. 동물(야만인)과 인간 (문명인) 을 분별하지만 짐승들의 자기보존본능이“리기주의”를 넘어서지 못했듯이 현대인도 별로 다를게 없다. 같은 군체에 속하는 개체에게는 극단적인 리타성을 보이는 개미, 같은 무리의 개체에게 상당한 리타성을 베푸는 늑대도 있지만 고귀한 “야만인” 인 현대인간은 영원히 그들에 미치지 못한다.
    인간도 무리라고 하고 경우에 따라 “떼를 지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짐승들과는 달리 소통의 도구인 발달한 언어가 있으므로해서 무리ㅡ군체라는 자아의식이 있게 되였다. 다른 민족은 “우리”라는 개념이 어떻게 접근되는지 몰라도 소국으로서의 자기위안으로 조선반도는 지형자체가 기가 똘똘 뭉친 곳이라 자칭하듯 배달족속들은 “우리”에 대한 집착이 제일 강한 민족인듯싶다.
   “우리”란 말의 어원을 필자는 딱부러지게 고증할수 없지만 담장대신에 풀이나 나무 등을 얽어서 집을 둘러막거나 경계를 가르는것도 “울(울타리)’”이고 짐승을 가두기 위하여 둘러막은 공간도 “우리”‘라고도 한다. 소우리, 돼지우리, 양우리 등, 그래서 인터넷 한국사전에 “우리”를 해석하면서 “牛李”라고 썼는지… “울/우리”는 인위적으로 한정된 공간이다.
    너와 나를 함께 포함시키는 복수의 개념으로서 “우리” 또한 돼지우리의 “우리” 와 같은 말에서 파생된 단어라면 어페일런지? 담장이나 엉성한 울리타리나 페쇄적인 가족문화의 표징임은 사실인데 아무튼 특정한 공간을 바탕으로 하여 특정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합쳐서 그냥 “우리”라고 생각해도 통할듯싶다.
    주지하디싶이 인칭대명사인 “우리”는 자기와 함께 자기와 관련되는 여러 사람을 다같이 가리킬 때, 또는 자기나 자기편을 가리킬 때 쓰는 말로서 류의어로 아등 (我等) ,아배, (我輩) , 여등 (余等) ,여배(余輩) ,오등 (吾等) , 오배 (吾輩) ,오인(吾人) 오제 (吾儕)를 례로 들고있다. 그리고 일부 명사앞에서 관형어로 쓰이여 말하는이와 관련된 사람을 친근하게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우리란 말이 울타리란 말과 어떤 맥락이 있는지 모르되 아무튼 우리 민족은 안으로 결집하는 “울타리의식”이 강하다고 할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서양인들의 입에서는 “나”라는 말이 먼저 튀여나오지만 배달민족은 “우리”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튕겨나온다.“나”를 말하면서도 “우리”라는 말로 군체에 귀속되려고 하고 서로를 공유하려는듯 ”,“우리 집”, “우리 엄마”, “우리 아버지”,“우리 마누라”, “우리 아기” 등 나와 관련된것임에도 거의다 우리가 따라붙는다.  “우리의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단점은 남을 너무 의식하기에 질투심이 고질이 되여 네가 하면 나도 해야 하고 네가 무엇을 가졌으면 나에게도 있어야 한다는 그런 아집이 심혼에 깊숙히 들어박힌것이다.     
   “우리”라는 말은 참 오묘하다.“우리”안에는 내가 들어있고 네가 들어있다. 즉 “지금-여기”라는 울안에는 '너' 하나를 비롯해 무한한 '너'들이 어깨를 맞대고있다. 그 안에는 넓따란 품같은 수평적친밀은 있지만 수직적높낮이는 없고 한솥밥이라는 공모와 공유와 공감의 련대성을 이루고자 하는데 바로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의 그 끈기가 민족성의 근간이 되여진듯싶다. 그것이 장점으로 되여 위기의 순간이면 본능처럼 공동체의식으로 단합된다.
    이런 정신은 고구려민족이 잘 보여주었다. 수양제, 리세민의 여섯차례 침략야망을 본때스럽게 쳐물리친 “우리정신”이야말로 얼마나 성스러운가? 그와 반대로 당나라 군을 끌어들여 백제, 고구려를 무너뜨린 신라의 “무리”의식은 얼마나 가증한가? 원래  사람들도 리득때문에 한곳에 모여살고 또한 손익때문에 개체로 갈린다. 말은 곧잘 “우리”이지만 우리속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암투, 모살, 살륙 등 천태만상의 악행은 “우리”라는 관념을 아이러니컬하게 한다. 고슴도치현상이라고나 할가?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대동세계를 실현할수 없다. 리념은 회색적이다. 백주에 광장에서“하느님은 죽었다!”고 웨쳤던 니체는“대중사회란 구성원들이 무리를 이루어 오로지 이웃과 똑같이 행동하는것이다." 라고 말한다. 니체가 지적한것은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동일한 방향으로 달려가는게 대중사회의 특징이라는것이다. 이렇게 비주체적이고 타률적이며 자기의식이 약한 군중을 니체는“짐승의 무리”라 했다. 그가 말한것과 같이 짐승의 무리가 지닌 “도덕”이란 오로지 “동일함”을 지향하는것이다.
    짐승들도 동족끼리 자웅을 겨루기도 하지만 동족의 고기와 피로 포식하기 위한 싸움은 별로 없는줄로 안다. 오직 잔악한 인간들만이 골육상잔, 동족상잔도 꺼리지 않는다. 그러구보면 “우리”라는 개념도 다시 갈라져 끼리끼리가 되기도 하는것으로서 니전투구가 극에 이르게 된것이  아니랴,
    짐승무리의 추구는 생존과 서식일뿐 행위와 내용과 가치 등의 여하에 있지 않다. 따라서 이것이 지양되는 도착적도덕의 정의이자 결론으로 굳어져있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중요한것은 오로지 모두의 생각이 같은가, 같지 않은가에 있고 더 나아가 자신과 같은 생각이면 선, 자신과 다른 생각이면 악이라고 선을 긋는다. 경우가 어떻게 되였든 동족간에 반목하고 소멸해야 하는 사이비한 무리의식은 짐승무리의 “도착적(倒錯的)도덕”에 불과하다. 이때는 “우리”가 “무리”로 될뿐이다.
   지금도 반도의 분단에 쾌재를 부르는 외세의 장단에 놀아나야만 하는 배달민족, 언제면 통일의 광장에 모여 얼싸 부등키며 사람무리가 아닌 진정한 우리로 뭉치여 민족도 “우리 민족”, 강산도 “우리 강산”이라 부를것인가? 제3각 지대에서 보는 초민백성이라도 참말이지 그런 눈물겨운 숙망의 장면을 학수고대하게 된다.
 
                                          2013년 2월 21일           2013년 <동방문학> 8ㅡ9호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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