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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사극의 가치함량
2013년 09월 13일 12시 44분  조회:915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력사극의 가치함량
 
                                           최 균 선
 
  “력사극”과“력사”는 한글자 차이인데 예술창작에 얼마나 큰공간을 제공할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영화평론계에 심각한 과제로 나선다. 력사극은 어디로 흐르는가? 력사는 누가 뭐라든, 그리고 마땅히 객관적사실이여야 한다. 진상은 오직 하나, 과거 의 사적에 대한 기재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력사연구와중에 사람들의 주관의식에 따라 변화하고 완정성을 기하면서도 외곡되고 꾸며지는것도 사실이다.
    학자들은 “력사는 아무나 치장해놓을수 있는 소녀”라고 하였는데 이 말에 담긴 진실성은 지금도 론쟁중이니 이에 대해 필자는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 다만 력사가 참으로 치장해 내놓은 “소녀”가 된다면 그것은 력사의 비극이기전에 사학자들의 치부로 될수밖에 없다. 이 글의 취지는 력사사실들을 소재로 찍어내는 수많은 소위“사극”들을 얼레빗처럼 빗질해보면서 떠오른 나름대로의 감수를 적어볼뿐이다.
    한국사극들에도 물론《용의 눈물》,《임진왜란》같이 비장한 력사사실들을 다루면서 우리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야아할 력사적사건들을 진지하게 재현시킨 드라마들도 있지만《여인천하》,《왕의 여자》등과 같은 거의 대부분 사극들은 권력의 암투나 녀자들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당파싸움을 다룬 작품들이다. 물론 재음미할 가치도 별로이지만 력사사실이라 할 때 부정할수 없고 치욕스러운 력사라해서 덮어버릴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함량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필요가있다.
    우리가 수요하는 력사극은 어떤 력사극인가? 력사는 객관적존재이고 예술작품창작에서 작자의 주관과 가치취향을 피면할수는 없지만 가능한껏 객관적으로 예술적으로 재현하여 관중들이 각자 심미수요에 따라 음미하고 사색하게 해야 한다. 물론 문헌상의 력사기록이 곧 력사사실인것은 아니기에 사극드라마에서 완정하고 진실된 력사공부를 할수는 없다. 그러나 시청률을 전제로 시청자들의 기호와 취미에 맞추려고 극정을 구성한다면 사극의 본연, 이를테면 그 의의, 문화가치는 매몰당한다.
    력사의 맥락과 력사사건은 임의대로 비틀어놓거나 분식할수는 없다. 사극제작자들은 력사사실의 생생한 재현보다 오늘의 시점에서 작가의 상상을 매개로한 허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역시 편파적이다. 극 정의 수요로 세절상에서는 허구할수는 있지만 될수록 력사를 존중하고 력사를 환원시키면서 이미 화석이 된 골격에 살과 피를 부여함으로써 진실하고 생생하게 살아나게 해야 한다. 여기에 사극드라마의 생존리유와 의거가 있게 되는것이다. 아닌가?
    병자호란때 치욕을 당한 조선을 보며 청나라에 맞서 조선의 기상을 떨치려한 효종과 장군인 이완의 이야기나 고구려가 만주벌판을 호령했다는 광개토대왕에 대한 이야기, 삼국시대 동북아해상을 장악했던 장보고의이야기 조선후기 의병장들의 이 야기 등은 정말 값지고 소중한 우리의 력사적장거라 할것이다.
    그러나 간신들의 손안에서 놀아대는 핫바지같은 왕들은 당쟁싸움에 속수무책이면서도 주색잡기에 빠져있고 왕비와 후궁들은 서로 시기질투로 모함하고 비행을 놀음처럼 저지르는 악행을 보면서 상층의 조선녀자들은 원래 저리도 흉악무도했는가를 의심하게 되면서 편견을 가지게 되여 자세히 보기전에 지레 지겨워난다.
    극정발전에서의 세절을 가미하더라도 력사극에서 허구는 어디까지나 력사사실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것은 상식도 아니다. 한국사극이 력사기록을 무시하고 허구를 내달리게 하는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거니와 더구나 창조랄것도 없다. 허구라는것은 사료를 무시해도 된다는 그런 발상이 아니다. 력사사실을 외면하는 사극은 가짜사극으로서 드라마라는 배가 산이고 골짜기고 가리지않고 오르게 된다.
   드라마《광개토대왕》은 초반에 시청자를 매료하는데만 신경을 쓰는바람에 과거를 재현하지않고 과거를 현대에 대입해버려 범벅이를 만들어버렸다. 그러다가 현재에서 과거에로 다가가려는 억지시도를 하였고 거기다 현재가 아닌 과거를 현대적사상이나 민족주의적인 분위기를 띄우려하다보니 스토리가 뒤죽박죽으로 치달아오르고 각 사건들의 전개에 있어서나 론리성이 어긋나고 심지어 결여되게 만들어지고말았다.
    전쟁이 중심이 되는 사극에서는 시기적문제고 뭐고를 넘어서 력사서를 새로 쓴다. 연개소문에서 살수대첩이 나와야 할 리유와 대조영에서 안시성전투가 나와야할 하등의 리유가 없다. 사극드라마에서는 시대성이 짙게 하기위해서서 옛스러운 냄새를 풍겨야 하는데 일상대화는 무척 현대적으로 고급스러운 말까지 드문히 내뱉는다. 례를 든다면 “예의 주시한다”등 현대어구사는 그저 실망할 정도가 아니다.
    력사적문예작품 창작은 력래로 두가지 완판 다른 관점들이 있었다. 첫째는“응당 력사의 몸퉁이에 력사의 외투를 입혀야 한다”이고 두번째는 력사극은 마땅히 옛것을 빌어 오늘을 풍자해야 한다는것이다. 어느 길로 나갈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진자가 어진자를 알아보고 지혜로운자 지혜로운자를 알아본다는 고훈에 맡겨야 할것이다.
    옛것을 빌어 오늘을 풍자하려고 력사형식을 가지고 현재의 일을 말하려고 한다면 자칫 력사를 비틀어짜게 되며 인물들이 옛날복장을 입고 현대생활을 표현하는 광대극으로 된다. 특히 목적의도적으로 주제를 선행시킨 력사드라마들은 멀리 가지못 하고 좌초할것이다. 례하면 신라의 력사작용을 선양하고 김춘추나 김유신 등을 추겨세우려는 리념적인 작동은 그 자체에 편협성과 단명을 잉태하고있는것이다.
    봉건제왕에 대한 분식과 공덕을 기리는 경향은 중국에서나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문제인데 옛것을 빌어 오늘을 풍자하거나 오늘을 빌어 옛것을 풍자하려는 의도는 잘 읽혀지나 주제발굴에서의 가치성을 의론해 볼필요가 있다. 현재의 도덕준칙으로 봉건제왕들을 묶어놓을 때 그들은 언녕 력사의 락엽으로 변해버렸고 먼지로 되여져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될일이다. 릉라비단으로 벼짚을 감싸는격이니까.
    그러나 작자들마다 높은 담장을 타고앉아 의기양양해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듯싶다. 한개 시대에는 그 시대의 사상이 있는데 후세의 사회화제에 덮혀지기마련이다.   력사드라마들에서의 모순충돌은 기실 생활(력사진실)과 예술의 진실의 모순이며 관중들로말하면 오락과 예술의 모순이며 문예학적시각으로 본다면 침중한 력사와 가볍게 유희식으로 다루는 드라마의 모순이다.
    현대 사극의 문제점은 매우 많다. 가장 큰문제는 옛시대를 전형환경으로 삼았지만 시대적특징을 살리려하지않고 현대에 초점을 맞추어 개인과 그 개인과의 관계에 중심을 두고 그시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력사사건이 아니라 개인이 극의 구심점이되여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사적인 감정이나 관계에 의해 시대적환경과 탈절되는것이다. 한편의 사극을 보며 력사적맥락은 어찌되든 애정스토리와 복수극이 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일시적감각자극에 머물고만다.
    사극으로 선정하였다면 명실상부하여야 하는데 작가의 창의성으로 외곡된 력사사실로 극을 전개시킨다고 할 때 청소년들이 사극의 허구성을 믿어버리고 자기민족의 력사를 재해석한다면 사회적문제가 될수 있다. 사극이라면 력사적교훈을 줄수 있는것이여야 한다. 사극은 과거와 현재를 다르게 평가해보도록 모든것에 물질적가치를 선행시키는것이 가장 실용적이여서 아무리 예술적, 문화적가치가 있는것이라도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되는가? 오늘날 중외사극들이 사극으로서의 구실보다 드라마로서의 상업행위에만 치중한다면 력사드라마를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게 할것이다.  

                                   2013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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