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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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만가
2013년 10월 02일 19시 46분  조회:8058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사랑의 만가
       
                                                                최 균 선



    마음마저 시들어가는 로옹이 사랑을 들먹거린다는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지나간 인생행로에 분명히 씌여졌던 일이니 차마 잊힐리야, 내 그때 세속사정을 잘 몰랐어도 사랑의 탑만은 충심으로 쌓으려했는데 어이 그리도 아픈사연만 남게 되였던가? 이제 인생도 다 저물어 황이든 인생의 가을날 불우하여 잃어야만 했던 그 사랑을 다시금  새김질하게 되는것도 피치못할 인간상정이리라.
    누군들 다르랴만은 내 정신적진화는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였다. 사랑은 내문학의 주제이기전에 먼저 내삶의 주제이다. 사랑이란 워낙 국계도 없고 피부색도 가리지 않는다지만 그 살벌하던 시절, 나에게는 출신이 불가침범의《3.8선》이였다. 사랑은 예이제 흔하기도 하고 희귀하기도 하다. 사랑은 형체가 없다. 정의할수도 없고 잡아 둘수도 없다. 사랑은 무엇이고 사랑은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그 모든 닿을수 없는것들을, 모든 품을수 없는것들을, 모든 만져지지 않는것들과 불러지지 않는것들을 사랑이라 불렀고 모든 건널수 없는것들과 다가서지 않는것들을 인생이라 불렀다.
    사랑의 비극은 인류의 모든 비극에서 가장 정채로운 장절이다. 사랑극은 시작이 필연적이 아니기에 극정도 론리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극에 갈등이 없으면 단둘이 노는 유희처럼 재미없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사랑의 전형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래서 애정극은 대개 모종의 장애, 좌절, 집착, 고조, 대단원…의 모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내 애정드라마에는 있어야만 하는 대단원이 없었다.
    련애는 뒤숭숭한 초행길이고 결혼은 행선지가 주어진 익숙한 길이다. 사랑이란 시로써도 해석할수 없다, 어떠한 리유도 수요되지 않는 감정이 있다면 바로 사랑의 감정이리라. 행위만이 가장 좋은 설명서이다. 사랑의 상록수는 두마음속에 뿌리박 았지만 향락의 가지는 하늘로 뻗어오른다. 철새들은 사랑의 상록수에 깃들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마저 될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자진하여 되는 포로는 사랑의 포로일게다. 게다가 명예롭다고 여기면서, 사랑때문에 받는 고통은 즐거운 고통이라고 종래로 불평을 부린 사람이 없었다. 사랑은 인생의 아름다운 꿈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름다운 꿈을 꾸는것은 아니다. 사랑할 대상이 없다는것도 불행이지만 사랑할 권리가 없다는것은 더구나 참을수 없이 모멸적인 불행이다. 나는 그것을 절실하게 체험하였다. 사랑에 최초로 탄식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참으로 위대한 선각자라고 해야 하리라.
    사랑할 권리도 자유도 없었던 젊은시절 아무리 성심이여도 닿을수 없는것들과 불러도 대답이 없는것들을 눈물을 머금고 보듬어보던 어느 가을날이 추억의 언덕에 사랑의 변주곡으로 이어진다. 광란의 10년, 모든것이 뒤죽박죽이 된 그 시절에 소외당한 인간에게만 있을법한 내 심령의 골짜기에는 상념의 길이 없어 끝간데없이 헤매기만했다. 생각은 생각되지 않았고 생각되지않는 생각들은 그저 아프고 슬프고 오리오리 찢기기만 하였더랬다.
    거절당한 사랑이 엮은 애잡짤한 애정드라마가 아니였다. 울분에 가슴이 파도치는 황혼녘이면 의례히 뒤산의 소나무숲에 퍼더버리였다. 황이 드는 가을의 숲이 사랑은 모든 닿을수 없는것들의 이름이라고 가르쳐주었기때문이다. 나의 가망없고 령세한 사랑에도 언젠가 풍경이 있게 된다면 아마도 황든 가을의 숲일것이라고. 나의 사랑은 황혼의 숲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고 막무가내함이라고, 한창나이, 뜨거운 심장으로 살던 시절이였건만 사랑이 없는, 아니, 다할수 없었던 사랑에 내가슴은 란장판처럼 심란하고 멍든자리처럼 오래오래 아팠다.
    나는 사랑과 결혼의 경계를 수백번이고 긋고있었다.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질수는 있어도 결혼이 곧 사랑으로 꽃핀다는 법은 없다. 그때 내게는 사랑이 정신병적인 징후였다. 몸이 없는 마음의 질주가 련애인가? 몸을 가질수 없어 상대방의 몸에만 마음이 집중되였을가? 먼먼 후날에 몹시 유치하게 느꼈지만 그때는 확실히 그랬다.
    상대방의 몸을 광적으로 겨냥할 때 상대방은 줄수 없는 몸이였다. 몸이 없는 마음과 줄수 없는 몸은 결코 만날수 없는것이다. 그것은 3류애정극도 아니다. 사랑은 떠나는것, 증오는 항상 곁에 있는것, 원하는것은 오히려 우리 곁에 머물지 않는다. 이것이 인생의 법칙이고 사랑의 잠규칙이다.
    그때 나의 련정은 사랑의 왕국에서 가장 척박한 변방에 추방당했다. 변방이 아니라면 백년고독이 통곡하는 절해고도였던가? 련애소설속에서처럼 환상과 랑만을 꿈구던 내가 련애와 결혼을 혼동한것은 100메터달리기와 마라손과의 차이를 인정하 지 않는것과 마찬가지였다. 사랑은 따스한 몸과 끓는 마음이 서로 만나는것이다. 사랑하게 된 리유를 조목조목 말할수 없어도 그냥 좋은것이 사랑이다. 어느 한쪽이 그러지 아니하면 사랑이 아니라 타산이거나 헌신이거나 희생일수밖에 없는것이였다.
    사랑은 인간고를 즐거이 감당하게 하고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이라지만 그때에 내게는 사랑이 괴로움, 분노 그 자체였다. 하여 사랑이란 고명한 기술인것도 몰랐다.
    사랑은 눈물일수는 있어도 어떤 교역일수는 없다. 사랑은 량지에서 자라나서 충성을 먹으며 늙어가야 할것이다. 그런데 그런 간단하고 명백한 도리가 왜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던가? 모든것이 상품화된 현시대처럼 돈을 주고《사랑》을 팔고사는 시절도 아니 거니와 가진것없는 나에게 있어서 교역이란것이 꿈에도 있을수 없는 일이였다.
    내게는 첩첩준령을 넘는 사랑의 길이여서 거의 체념에 가까운 환멸을 짓씹기까지 하였다. 그저 녀자면 된다는 욕념으로 장가들려했다면 운명이 달라졌을지 모르나 내인생사는 필경 다르게 씌여졌을것이다. 인명과 취처는 운수관이라 하였지만 사랑의 신성함이 치마끈을 풀어내린데서 끝난다면 신비감도 쾌락도 그 시각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 다음은 사랑이 아니라 습관과 어떤 의무감에 생활의 점선을 찍을것이고…
    사랑의 내함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에 돈이 있기전에 사랑이 있었지만 돈을 만들어내고 사랑을 저당잡혔다. 인류사에서 맨 처음으로 녀자가 팔릴때 사랑은 죽었다. 하건만 사람들은 그냥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있다. 지금은 사랑사전을 해석하기 쉬워졌다.   권세와 재부앞에 기꺼이 석류치마가 벗겨진다. 그리고 호들갑을 떨기시작한다. 미모로써 남자들에게 황후로 받들리고 녀자로써 남자의 노리개로 되는 사이비랑만의 시대가 된것이다. 오늘 돈다발에 앉아 천애지각으로 날아가는 수천 수만의 처녀들이 사랑에 새긴 의미는 과연 무었일가?
    지금은 인격력량이 사랑의 초석이 아니다. 하루밤 풋사랑도 만리성을 쌓는다지만 돈주고 산 육체에 십리성인들 가당하랴, 사랑은 인성에 속하는것이고 섹스는 동물성에 속하는것이다. 사랑이 가난을 꺼리지 않던 시대는 색바랜 페지로 남았다. 인간이 경제동물로 진화되였으니 기형화된 사랑에 만족할수밖에 더 있으랴,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래도 마주쳐야지/ 만남의 기쁨도 리별의 아픔도 두사람이 만드는걸/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점 하나를 찍을가?/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태진아의 노래가 노래로만 떠오르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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