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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의 변증원리
2013년 07월 17일 15시 18분  조회:740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식도락의 변증원리
 
                                    최 균 선
 
    공자가 이르기를《인이식위천(人以食为天》》이라 하였으니 먹는일이 과연 인생의 주제인셈이다. 식사란 과연 무엇인가? 소박하게 말하면 내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식물도 생명이거늘)를 먹어 에너지를 산생시킬 영양을 흡취하는 일이다. 아무튼 인류에게 제일 모질고 끈질기게 달라붙는것이 먹는일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님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비유하였을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흐르고 살기가 많이도 좋아져서 목구멍이 포도청이 아니라 “락원”이 되였다. 굶주림대신 만포식에 뒤이어 식복을 즐기게 되였으니말이다. 수(寿) 부(富) ·강녕(康宁)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는 오복에 식복은 들지않았더 라도 곳곳을 다니며 여러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것을 즐기는 일인 식도락은 오늘날 민초들의 인륜지락에도 색욕버금에 가는 락이 되였으니 하좋은 세월이라
    세월이 좋아지니 사람들은 먹는일에 갈수록 극성이다. 하루건너 명절이라 먹고 맛으로 먹고, 멋으로 먹고, 교제로 먹고, 파티로, 색으로, 영양지식으로, 몸보신으로, 병치료를 위해서 먹기싫어도 먹고 또 먹는다. 생리욕구의 음식은 배가부르면 그만먹지만 맛과 멋으로 먹는 혀끝의 음식은 줄창인데 몸에는 오히려 해롭다는것은 상식이다. 현대인의 과식습관과 미식, 담배, 알콜 설탕, 커피 등 최대식용은 체내에 부패한 독성물질을 쌓여 생체를 시궁창으로 만들어가고있음을 알면서도 막무가내다.
   중국에서는 식생활에 가장 먼저 신경을 쓴다. 그런데 예로부터 음식섭취 목적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것이 아니라 건강과 장수에 초점을 두어왔다. 이러한 특성은 의식동원(医食同源)이라는 용어로 설명할수 있는데 즉 의약과 음식은 본래 그 뿌리가 하나라는 의미로 중국에서는 음식으로 몸보신하고 병을 예빙치료하여 장수 한다는 전통관념이 실도락에 매몰되여버린 현실이다.
   음식자체에는 생각도 지성도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 음식을 다스려야지 사람이 음식의 지배를 받으면 식충으로서 벌레의 삶과 다름없게 된다고 한다. 인체는 실제로 필요로하는 음식의 3배를 소화, 보관, 처리하는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과식은 불식이라 과식하면 불필요한 소화, 흡수, 보관, 배설하는데 엄청난 생명에너지를 소모한다. 결국 생명력을 소모하는것이다.
    사람은 부자이든 가난뱅이든 명인이든 인간이니 평생 먹을량은 비슷하다. 먹을 복이 많다고 과식하면 자기 생명을 단축하는것과 같는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최고로 훌륭한 의사는《식사에 독종이 되라》고 권고한다. 먹는데 악돌이가 되지말고 적당히 린색하라는 말로 리해하여도 될것이다. 너무 뒷생각없이 먹는데 열중하면 간장, 위장이 탈나고 현대부자병인 당뇨요, 지방간이요하는 병이 무성하고 그러면 볶은 콩알을 주어먹듯이 무쟈케 약을 먹는다. 그러니 건강은 점점 더빨리 좀먹어간다.
    건강학자가 설파하기를 많이먹으면 독이되는 3가지는 설탕과 소금과 지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에 당기고 마음에 당기면 무엇이나 마구잡수신다. 이천식천 (以 天食天)…하늘이 하늘을 먹는다. 곤혹스러운 문구이다. 하늘의 태양빛의 혜택을 받아 서 성장하고 염그는 남새, 쌀한알에도 태양빛이 그속에 있고 먹는사람에게도 하늘이 그속에 있게된다. 그러니 태양빛을 받으면서 하늘의 기를 받아서 생겨난 모든 농작물, 동물은 우리와 같은것이라 하는것이다.
    현대인들은 물질욕이 팽창하는 그만큼 날이갈수록 식욕과 성욕에 집착한다. 그것이 부단히 생활의 터전에 고통의 씨앗을 뿌려간다. 요즈음 사람들이 누가 무엇이 몸에 좋다고 하면 무엇이나 다 잡아먹는다. 관성, 타성이 몸에 배어있으므로 나쁜줄 도 모르며 고칠생각도 없으니 고통받는것은 본인의 무고한 위장이다. 인간은 자신의 칼과 포크로서 자신의 무덤을 파고있다는 서양속담이 이를 설명해준다.
    행복이 실체가없이 정신지수이듯이 식도락도 실체는 없고 느끼는 자기 마음속에 있을뿐이다. 사실상 돈이 많으면 최대의 복일듯싶으나 많을수록 더욱 불안, 초조, 사람기피증, 갈등이 더많아지게 하고 정신안정제복용, 몽롱한 의식상태, 차츰 노이로제, 뚱보와 인연을 맺게한다. 몸과 마음을 만드는것이 곧 음식일진대 먹는멋은 자기가 존귀함을 과시한다. 어찌보면 오늘날 너무 유족한 사람들의 건강문제는 폭식과 폭음과 관련된다. 결코 내가먹는 음식량과 질이 바로 곧 삶의 질인것은 아니다.
    굶주리는것은 최대의 불행이고 비애이지만 무슨 병이아니라 너무 잘먹고 너무 많이먹어서 비대해지는것은 웃지도 울지도못할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일생에서 밥상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6년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런 견지에서 먹는것을 자률로 조정하는것이 절제, 의지훈련, 건강, 문명인의 최대의 인격수련이라고 하고 자기를 이기는 또다른 싸움이라 하는것이다.
    인류의 식문화가 현대문명의 절정에 치달아오르면서 온갖 살생이 많아지고 인간은 그것을 만물의 령장이 향수할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기에 아무 죄책감도 없다. 불교에서는 최대의 악이 살생이다. 고기를 먹지않는 중을 내놓고 누군들 타생명을 먹 지않으랴만 자기 생명에 필요한만큼 먹고 그 타생명의 희생을 의식하지 못할망정 산채로 닥달질하다가 냠냠 먹어대는 쾌락은 너무 리기적이다.
    하긴 인간이 타생명을 학대하는것마저 락으로 여기고 있는데 어찌 살생의 죄과를 념두에두랴, 그러기 가장 지독한 욕으로는 동물을 거드는 욕이다.“짐승만도 못한 놈”,“흉악하고 잔인한 놈(狼心狗肺)”, 쌍놈새끼,(兔崽子),잡종놈(兔蛋)개자식(王八犊子),쩍하면“개”를 빗대고 욕한다.“개같은 놈”,“개보다 못한놈”, “개나발 분다”,“개지랄”,“돼지새끼같은 놈”, “쇠새끼같은 놈” 등등.
    일면적으로는 사실을 진술하는듯하나 그렇게 욕할때 사람의 충후는 돼지보다 못하며 부지런하기로 소보다 못하며 충직하기로 개보다 못하며 민첩하기로 토끼보다 못하다. 웅장하고 용맹하기로 사자보다 못하며 용맹하기로 새매보다 못하며 용맹하 기로는 범보다 못하다. 사람이 짐승보다 나은것은 말할줄 아는것과 부끄러움을 아는것과 사유할줄 아는것, 그리고 갖은수단으로 잡아먹고 그 가죽을 리용할줄 아는것이다.
    수없이 많은 동물을 잡아먹으며 찬란한 문명을 창조해낸 고급령장동물로서 뒤늦게야 야생동물애호법이니 뭐니하는것은 스스로 제혀를 깨무는것이고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이르니 리기심에서 나온 자구지책이다. 이것은 병주고 약주기도 아닌 자가당착이다.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고 할때 타생명도 존중되여야 하지만 지극히 리기적인 인류는 약육강식을 너무나 당연시하였다. 물론 니체식의 초인간은 아주 막연하다. 그러나 세계에 현존하는 인종의 실태로 보건대 장래에는 분명 더욱 고상하고 원만한 인류가 나타나리라 확신할수는 있다.
    한편 우리는 농민들이 지은 쌀밥을 먹고 어부들이 잡아들인 생선을 먹으면서도 그들을 공공연히 깔보고있다. 예로부터 남자는 촌놈, 촌뜨기라 하면서 촌놈은 밥그릇 높은것만 안다는 속담까지 만들어냈다. 웃기는 발상이 아닐수 없다. 올방자틀고 앉아 독상을 받은 량반님네는 밥사발이 곯을수록 좋아했던가? 그리고 농부의 안해는 무조건 촌년이라 하였으며 그들의 손에서 길러낸 닭에게도 촌닭이라는 딱지를 붙여놓았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3류 유모아이다.
    농사꾼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인간생존의 지배자이다. 주식이 량곡인데 그들이 땀흘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가하는 문제는 오늘날 우문이 되고있으니 이런 의론도 우답이라 말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식도락을 즐기더라도 온갖 먹거리를 제공하는 대자연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만은 가져야 할것이다. 이는 식도락의 변증법의 기초의 기초임에 틀림없으렸다.
 
                                2010 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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