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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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녀인
2015년 06월 15일 19시 37분  조회:484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꽃과 녀인
 
   꽃시절, 화사하게 만발한 백화야말로 자연경관의 극치이며 미와 희망, 사랑의 대명사가 아니랴, 이렇듯 인간세계의 최고의 길상물인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가? 없을게다. 정말 그런 인간이 있다면 그는 마음이 굴속같이 어두운자가 아니면 차디찬 돌심장을 가진 악마일테니까.
   영화로운 그 한철, 활짝 웃고 선 꽃송이에 마치 부르기라도한듯 고운 나비들이 날아와 련정을 흘리고 꿀벌이 붕ㅡ붕 꿀을 빚느라 화심을 파고들제 고운가슴 고스란 히 열어주는 꽃을 허랑하다고 해야 할가? 헌신적이라 해야 할가? 예로부터 탐화봉접이라 했다. 꽃이 아름다운것은 꽃의 잘못이 아니다. 방종하고 허랑한것은 이 꽃, 저 꽃 희롱하며 제멋에 겨운 나비들이다. 꽃은 대자연의 걸작으로서 자기의 자연미로써 생명의 빛을 발산하고 그렇게 존재의 리유를 현시할뿐이다. 그러나 꽃은 류달리 현란한 그만큼 단명하다. 조물주가 꽃에 미를 집대성화 하였지만 영원한 아름다움은 약속해 주지 않았다. 왜그랬을가? 아마 꽃으로 살다가 꽃으로 죽어가는 그 성결함속에 완전완미함을 지켜가라는 뜻이 아닌지…
   물론 옛날 맹호연이《간밤에 비바람 몰아쳤으니/흩날린 꽃잎은 얼마나 되랴!》하고 애절하게 읊조린것처럼 때 아니게 덮쳐든 비바람에 지는 여린 꽃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그러나 철지나 스스로 지는 꽃잎을 지지말라고 말려낼수 없는 일, 우리는 꽃잎이 지는 현실을 참을수 없다면 열맥익은 가을을 기대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지는 꽃이 서러워 꽃무덤 지어놓고 하염없이 눈물짓던 림대옥의 마음이야 천고의 한이 되였겠지만 꽃을 스치던 나비의 꽃날개에 얹혀 꽃시절이 조용히 떠나갈 때 꽃 이파리가 속절없이 지는게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좇아 모습을 바꾸는것이라고 생각하면 락화의 비애가 수천년을 내리 눈물로 씌여지지는 않았으련만…
  《흐르는 물 무정해도 / 지는 꽃은 뜻이 있나니…》무정한 세월에 도전이나 하듯이 제한몸 소리없이 무너져내리며 푸른잎에 받들린 금빛열매의 꿈을 가지마다에 걸어놓고 생명찬가에 감탄부호를 찍는것이라고 여기면 너무 랑만적일가? 락화의 한으로가 아니라 알찬 열매를 맺는 지혜로 우리에게 생명철학을 가르치는 꽃은 얼마나 갸륵한가!새 생명의 잉태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꽃의 최후는 비장하고 위대하지 않으랴!꽃은 원인, 열매는 결과!이런 불후의 진리를 꽃은 수억년을 써내려왔으리라.
   그런데 언젠가 스러지는 꽃을 두고 제딴에 애상에 잠겨 읊조려본적이 있다
  《불고가는바람을 / 탓해서 무엇하랴 / 그래서 꽃은 한자리에 / 다소곳이 피고 // 꽃피고 지는 사연 / 알아서는 무엇하랴 / 바람은 그래서 / 오고감이 스스럽다 // 하지 만 멋모르는 새들은 / 스러지는 꽃을 두고 / 락화의 한을 / 바람에 묻는다 // 꽃과 바람 / 마음맞지 않는 / 불우한 련인이라고 / 누가 말하는가.》
   이렇게 뇌까리노라니 바람새 세찬 세월 흩날리는 이 땅의 우리 배달겨레의《꽃》들이 떠올려진다. 자고로 녀인들을 꽃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노래에도《녀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정다운 안해여, 누나여, 그대들 없다면 생활으 한자리가 비여있으리》하고 찬미하고있다. 누군가는 이 사회가 일단 녀성을 잃는다면 50% 의 진실한것, 60%의 선량한것,70%의 아름다운것을 잃는다고 하였다. 참으로 실감나는 론단이라 해야 하겠다.
  그런데 녀인들이 정히 꽃의 숙명을 타고났다면 행운일가? 비애일가? 꽃의 아름다움을 가졌다는것은 행운이겠지만 십일무홍(十日无红)은 분명 비애가 아닐수 없다. 그리고 길섶의 작은 꽃들이 파리를 꿀벌로 잘못 볼수도 있듯이 아름다운 꽃들에 나비와 꿀벌만 날아드는게 아니라 파리도 날아와 앉는다는게 또 자연이기도 하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것이 상품화되고있는 특정된 시대에 녀성세계의 백화원에도 꽃바람만 산들거리는게 아니라 락화를 재촉하는 비바람도 세차게 불어친다. 꽃은 어떠한 비바람에도 무참하게 질수 있다. 한편 그 자신이 하나의 유혹이면서도 또한 자신이 무엇엔가 유혹당하기를 은근히 바라는게 꽃의 성질일지도 모른다.
   꽃피는 봄이 왔다해서 모든 꽃이 피는것이 아니듯이 모든 녀인들이 다 성결하고 고귀한 꽃다운 삶을 사는게 아니다. 어떤 녀인들은 장미꽃같은 인생을 꽃피울수 있고 또 어떤 녀인들은《악의 꽃》이 되거나 독버섯이 되기도 한다.
   인생사계절에서 청춘은 봄, 가장 랑만적인 꽃시절이다. 꽃같은 녀인들의 아름다움은 웅성세계를 정복하는 무기요, 자랑거리이며 일종의 재부이다. 젊음과 미모는 충분히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할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곧 참된 인생을 개척하는데 담보로 되는것은 아니다.
 《정》과《욕》을 팔고사는 어지러운 바람속에 많은 녀인들의 순정의 등불이 꺼져버렸다. 이제 정조따위는 낡은 양말이나 벗어던지듯이 던져버리고《인육시장》에서 방탕한 삶을 도모하는 녀인들은 아름다운 꽃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꽃과 바람은 마음맞는 련인이라고 말할수 있으리라.
   옛날에는 뒤골목에서 웃음을 팔고 몸을 파는 녀자들을 로류장화(路柳墙花)라고 하였지만 기실 그저 암컷일뿐 꽃은 아니였다. 현대파 로류장화들이 우리 배달녀인들속에 너무 많다. 노여워 마시라. 10년여년전에 벌써 수도권에서 몸파는 매춘녀가 몇천명을 넘었고 전국적으로 몇만명을 넘었다. 날로 흉용팽배하는 물욕의 소용돌이속에서 얼마나 많은《꽃》들이 더 휘말려들어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력사적으로 다재다난했던 백의녀인들, 일제시대 간악한 왜군들의 성노예로 끌려간 수십만의 처녀들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쏟아질 일이지만 지금은 스스로 원해서 성봉사를 하니 얼마나 가소로운가, 새 사회에서 얼마든지 꽃다운 삶을 살수 있으련만 바람따라, 감각따라 끝까지 가려는 그녀들이 언젠가는 후회의 늪에서 발버둥치리라.
   녀성은 행복의 꽃이라고도 한다. 대자연속의 꽃들은 알찬 열매를 기여함으로써 새 꽃떨기로 이 대지를 수놓아간다. 우리의 참된 녀인들도 생활의 꽃으로 피고지면서 행복의 열매를 맺는다. 이런 녀성이야말로 아름다운 꽃이며 생활의 단꿀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녀성은 아름답기에 사랑스러운것이 아니라 사랑스럽기에 아름다운것이 아니겠는가?
   대자연의 꽃은 우선 피여야 열매를 맺는다. 이 세상의 모든 열매는 한때 자기의 꽃을 가지고있었다. 그러나 모든 꽃들이 다 열매를 맺는건 아니다. 인생마당에 꽃으로 태여나서 그렇듯 어엿하게 곱게곱게 피여 자기 생명의 빛발을 뿜어올리보지도 못하고 더러운 돈바람에 값없이 흩날리는 녀인들의 삶은 얼마나 슬프고 가긍한것인가,
   꽃은 꽃마다 제나름으 매력과 향기를 가지고있다. 하지만 모든 아름다운 꽃이 다 향기를 풍기는건 아니다. 꽃중에 녀왕이라는 모란은 그렇듯 삐여나게 우아하지만 향기가 없다. 향기없는 꽃은 그저 눈을 즐겁게 할뿐이다. 이렇듯 꽃은 색채가 짙다해서 향기가 짙은게 아니다.오히려 순박하고 순결해 보이는 흰색의 꽃들이 더 그윽한 향기를 내재하고있다. 타고난 미모의 녀성이라해서 모두 훌륭한 녀인인것은 아니다. 홍안박명이라던가? 그녀들은 자기의 말없는 추천장을 내들고 멋진 삶을 시작하는것 같으나 결국 운명이 비참하다. 서시도, 양귀비도, 초선이도, 왕소군도,
   꽃은 단명하다. 그러나 아쉬움대신 열매를 남기고 간다. 녀인들로 말하면 청춘은 화려한 꽃잎이다. 녀인들이여, 그대 만약 꽃이 되고싶다면 련꽃을 닮으라!맑고 깨끗한 련꽃은 아침에 가장 아름답게 핀다. 아침나절에 활짝 피지 못하면 한낮에도 끝끝내 만개하지 못한다. 녀인은 꽃!청춘은 꽃잎!인생의 아침꽃잎이다.
   청춘의 꽃잎을 아끼시라.파리의 날개짓을 꿀벌의 꿀빚는 모습으로 착각하지 마시라. 스스로 청춘의 꽃잎을 허타이 날리지 말고 달콤한 열매를 맺는 진정한 행복의 꽃이 되시라
 
                          2003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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