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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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천박을 평함
2015년 10월 21일 19시 40분  조회:490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천박을 평함
 
   근간에 갑자기 천박이란 말에 흥취가 생겼다. 천박이란게 뭔가? 이제껏 천박이란 천박함이겠거니 하고 천박하게 생각하고 굳이 의미를 새겨보지 못하던차에 모쪼록 사전을 펼쳐보니 해석하여 가로되 학문이나 생각이 얕음이라 하고 례로는 ~인격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인격도 천박하다고 말할수 있고 풍속도 천박하다고 말할수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대번에《천박박사》라도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천박의 반의어가 연박이였는데 엣센스 (國語辭典)에는 없고 <새 우리 말 큰 사전>에서 아는것이 깊고 넓음이라 해석하였다. 아무튼 내가 사전식으로 뜻풀이를 하지 못하고 있었을뿐이지 중학생들쯤이면 그 의미를 쉽게 깨치고 있은 낱말임에는 틀림없는것같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천박이란 말이 매우 엄숙한 문제라는 천박한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것이 한 사람의 수신양성(修身养性)의 문제일뿐더러 나아가서 인간성정의 내함과 직접 관계되는것이기때문이다.
   천박이라는 말의 의미가 또렷해지자 얼굴이 따스해났다. 천박이란 말이 잘못 내뱉아지면 한 사람의 향상과 교제에 가장 큰 장애로 되기십상이다. 천박은 자신에 대하여 쓰면 겸허를 뜻하는 말로서 별로 부담스럽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사하는 평판일 때 십상팔구가 업신여기고 비하함으로써 슬며시 자기를 과시하는 작동이라는것도 명기하게 되였다.
   나는 원래 반평생 남아 밭갈고 김매던 농부였던지라 매우 천박하였다. 이 점을 스스로 명랑하게 자인하고 있기에 자고자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자신에 대한 해부에서는 부담없이 천박을 짓씹기는 해도 타인에 대해서는 절대 천박을 떠올리지 않는다. 내가 군자여서가 아니라 자신이 천박한데 누구를 천박하다고 일격을 가할 용기가 없을뿐이다. 황차 명문대학도 못나와 곳곳에서 천박함을 드러내는데야. 
   그래서 충동에 자기를  내맡기기를 잘했고 눈에 아니꼽고 마음에 거슬리면 성난 황소처럼 마구 떠받는 성미였다. 이것은 성격상 치명의 결함으로서 천박중에도 제일 천박함인줄 알고있다. 세상에 완인이 없는데 하믈며 나같은 천민임에랴, 하며 자기 위안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매양 처참했다. 충동후의 걸작은 예이제 다른 사람의 손에 총을 쥐여주는격이 되였던것이다.  
  모난돌 정을 맞고 대가리를 먼저 내민 새가 총을 맞는다는 속담이 있지만도 별로 모가 나지도 않고 남보다 삐여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그냥 과녁이 되여졌다. 이것은 성격상에서의 나의 천박함이다. 다른 천박성은 나의 아집과 집착에서 드러나고있다. 말하자면 구설수에 오를줄 예상하면서도 생각난대로 그냥 내갈기는 우직한 붓쟁이여서 긁어부스럼을 만들때가 푸술하였다. 그러나 신신고 발바닥을 긁거나 가렵지도 아프지도 않은 자아감각을 늘여놓기보다 가라지는 가라지고 개돌피는 개 피라고 직설해야 직성이 풀려하는 소인이다.
   지식이 천박하다는것은 더 말할것 없고…하지만 세상에 모든 책을 다 읽고 죽은 사람이 없고 세상만사를 다 알고 사는 사람도 없다. 설혹 박사라해도 필경 육상모는 어떻게 기르고 논물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등 농업상식은 나보다 못할수 있다는 그 상대성에서 평형감각을 찾으며 살아왔기에 지식의 천박함으로 물에 뛰여들어 자살할만큼 비장한 각오는 가지지 않았다. 모든것은 상대적이다. 조밭에는 가라지가 긴목을 빼들고 나불대고 논에는 벼돌피가 파르르 떨면서 아낙네들의 눈을 홀린다.  
   각설하고, 자신이 이렇게 천박투성이다보니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삼을 때가 많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천박함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눈여겨 보고 거울로 삼는것인데 그저 비춰보되 남을 천박하니 어쩌니 평판하는 일은 절대 삼가하였다. 내가 알고있는 어떤 사람들의 천박성은 어데서나 나서기를 좋아하고 혼자 박식한체하며 사람을 놀래울 말을 골라서 하려하고 벼르는데서 잘 알리였다.
   피끗 보아 15촉인 전등은 해처럼 대지를 고루 비출수 없다. 눈부신 해빛에도 음달이 있음에랴, 그래도 태양의 눈치를 보며 자기를 빛내는 달이라도 된듯이 여긴다면 가소로운 사람이 아닐수 없다. 풀잎에 침이슬은 진주처럼 반짝이지만 구슬은 아니다. 세상에 무소부지하고 무불통지한 사람이 있던가? 언제나 일인자연 늘 일가견을 내놓는것으로 자신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절반쯤 찬 물통을 물이 골똑한 물통곁에 가져다 놓아도 조금도 달라질것 없다.
   또 어떤 사람들은 얽히고 서린 세상사가 돌아가는것을 자신은 다 꿰뚫어본듯이 남을 훈계하려든다. 이런 사람들의 천박은 허풍으로 귀납할수 있다. 심각해봐야 결국 천박으로 귀결되고…다음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 본질을 해석하고  음풍영월하면서 인간철학을 천명하는듯이 설레발친다. 철학자연하는것은 제일 천박한 짓거리이다
   지식상에서 천박하면 늦더라도 더 열심히 배우면 천박함의 껍질을 얼마간이라도 벗겨버릴수 있지만 품성상 굳어진 천박한 인격은 쉬이 해결되지 않는다. 게는 영원히 똑바로 걷게 할수 없다는 도리와 같다. 천박하다는 소리를 적게 들으려면 하늘밖에 하늘이 있고 산밖에 산이 있다는 전고를 좌우명으로 삼는것이 유효할것이다. 
   천박이란 평판이 지식면에 내려지는것이면 가방끈이 길지 못한 자신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탄하는데 그칠수 있지만 인격면에서 천박하다고 금그어진다면 곧 인격력량문제에 소급될뿐만아니라 옹근 인격가치를 폄하하는것이 되므로 분명히 천박하더라도 맞대놓고 평판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사실 한두사람의 평판이 대방의 인격가치 전체를 저울질할수는 없으니 말이다.
   언필칭 남을 천박하다고 자리매김하는것은 타인에 대한 평가에만 머무는것이 아니라 되돌아와 자기과시로 된다. 남이 우러러 볼만큼 지식이 연박하고 후덕하며 인격이 고상한 지자들은 남을 천박하다고 비아냥거리지 않는다. 그런 짓거리자체가 천박한 언동이라는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지자의 덕성이 겸허에 있다면 문인의 풍도는 자중에 있다고 하리라. 특히 자기의 지식을 자대로 남을 천박하다고 자리매김해버리면 결국 자신도 천박함에 주저앉게 되여 오십보소백보가 되고 우렬을 가릴것없이 피장파장이 되고만다. 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될것이다.
 
 
                                         2008년  2 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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