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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수필이란?
2016년 08월 23일 20시 11분  조회:3995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나에게서 수필이란?
 
     
    수필은 붓가는대로 자기 감수를 기록하는 고정된 틀이 없는 문체라고들 한다. 한마디로 자유문체라는 말이 되겠다. 그래서인지 당전 문단상황을 본다면 소설가, 시인은 물론 로동자, 농민, 군인, 관원, 학생 할것없이 저마다 수필을 창작하고있어 그야말로 수필의 전성기를 맞은듯싶다.
    물론 이런 문화대경관은 좋지만 너무 떠들썩한 소음과 붐비는 창작자들속에 문제는 없는가? 문제의 창작실태는 “수필은 간단하여 제나름대로 쓰면 된다”는 리해에서 비롯된것이 아닌가싶다. 수필창작현황은 정신을 황홀하게 하는것 같으면서도 따지고 보면 영양실조가 온것같기도 하다. 수필창작에서 정말 자재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가? 그러나 아무도 “자유”창작과 무형의 “약속력”간의 모순에서 벗어날수 없다. 수필을 가볍게 써내는 이들은 수필의 핵은 “수의(随意)성” 이라고 하고 수필을 “문학산책” 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무엇이 생각나면 무엇을 쓰는것이고 어떻게 쓰고싶으면 어떻게 쓰는것이라고 주장할것이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좀 좋겠는가? 그러나 전자의 주장을 따르다가 수필이 자칫 산만하고 허탈에 빠지거나 뼈대가 없게 될가봐 두렵다. 후자의 관점대로 한다면 또 수필이 자아봉쇄로 나가게 되고 활력을 잃어버림으로써 독자상실을 자초하게 되지 않을가 걱정된다.
    하기야 수필창작자에게 자유가 없다면 두눈을 싸매고 석마를 찧는 당나귀와 같게 되고 칼도마우의 고기덩이와 다를바 없게 될것이다. 그런데 수필의 자유를 제가 쓰고 싶은대로 쓰는것으로 리해하고 일계렬의 감각을 라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철리성이라거나 의의, 주제사상을 외면하고 자기 정서와 기분외에 다른것은 고려하지 않는다면 공감대를 잃지 않을가 우려되기도 한다.
    현실반영이 근근히 자기 심령의 음영을 내비치는것이 된다면 수필은 어떤 모양일가? 어떤 계기를  틀어쥐고 오묘한 정서세계를 그리고 수식한다거나 남이 다 체험하고있고 알고있는 인생일사를 짐짓 감동적이기나 하듯이 지리멸렬하게 라렬한다거나 제 자랑 비슷한 어떤 경력을 지지콜콜하게 서술한다면 수필의 매력이 나올수 있을것인가?
    수필창작의 자유란 무엇을 쓰는가 하는것보다 더욱 중요한것은 어떻게 쓰는가 하는것이다. 누군가 자유적수필이란 산간의 구름과 같고 계곡의 류수와 같으며 혹은 화간에 노니는 나비와 같고 창망한 하늘에 날아예는 수리개와 같다고 비유한바 있다. 하다면 진정 자유수필이라면 정치경제, 사상과 문화, 도덕 등 외재적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으며 내심의 속박도 받지 말아야 할것이다. 여기서 제약이란 곧 상식이나 공덕 등 사회법칙들을 말한다. 상식이란 정신의 응결을 의미하며 공덕이란 진실함을 의미한다. 수필은 정감을 쓰고 사실을 쓰고 어떤 인생도리를 쓰는 등 삼라만상을 포용하지만 인간사회의 잠규칙을 무시할수는 없는바 무릇 제약이 없는 문학자유창작은 기로에 빠질수 밖에 없다.
    기실 산곡간의 구름이라든가 류수, 나비, 창공의 수리개의 자유도 필경 제약성을 가지고있는것이다. 자유의 실증(失重)은 수필창작에서 실중의 근원이다. 말하자면 “대수필”속에 작은것이 구사되지 않으면 한낱 “이불거죽”이 되고말것이고 “소수필”속에서 큰것을 엿볼수 없다면 우물안의 개구리가 하늘구경하는식이 될것이다. 훌륭한 수필은 대해나 심산속에 묻힌 보물이나 한알의 모래알속에 비쳐진 대천세계로 되여있다
    다음은 수필창작에서 쟁론이 많은 진실성과 허구성문제이다. 어떤 사람들은 진실하지 못한 수필은 수필이 아니라고 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국면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것은 표면적인 현실생활이 다가 진실하다고 보증할수 없으며 수필은 어디까지나 예술이므로 현실의 국한성을 초월하여 예술적처리를 할수 있고 허구로 창작할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비야 어찌 갈라든간에 수필의 꽃은 현실이라는 이 비옥한 토양에 뿌리내려야 하고 민초인생의 고난과 불행을 반영하면서 그들의 심령과의 대화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싶다. 개체생명의 자질구레한 생명현상을 쓰든 감정의 미묘한 골방세계를 쓰든 수필마당에 진, 선, 미가 피여서 쉬이 지지 않는 꽃이 되여야 한다는데는 누구나 이의가 없을줄 안다. 만약 한편의 수필에 이런것들이 선천적으로 결여되여있다면 그 수 필은 문학가치를 상실한 글장난에 그쳐지고말것이다.
    물론 수필의 진실성을 편면적으로 리해하여 수필생명을 끊어버리는 실책이 없어야 할것이다. 진실이란 틀에 맞춘것도 아니고 불가침범의 법규도 아니기에 수필창작에 허구성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진실성과 허구성은 음과 양, 오른손과 왼손과의 관계와 같으며 영원히 분리되여있으면서도 통일성을 이루는 차길과 같다. 한마디로 수필에서의 허허실실은 용허범위내의 두개의 합목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가짜수필을 읽을 때가 적지 않다. 제재도 허위적이고 인물도 가짜이다. 물론 어떤것은 진실한 인물을 쓰고있지만 심령의 감동이 없기에 독특한 개성과 견해가 결여하여 가짜라는 혐의를 벗어나지 못한다. 또 어떤 거짓된 수필은 깊은 사색이 없이 씌여졌기에 인생과 생명의 진실과 본질을 반영하지 못하고 보기에는 아찔하게 높이 걸려있지만 결국 빈 새둥지여서 몹시 실망하게 된다.
    인간의 진실한 실체속에 빈 마음의 남아있기에 대해같은 흉금이 있게 되고 또 그 래서 희로애락이 넘쳐나는 법이 없이 평형을 유지할수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지리학적으로 아래쪽에 있을수록 갈래갈래 내물을 받아들일 공간이 있게 되는것이다. 문학창작시점에서 말하면 이 공간속에는 내용과 형식 등 방면이 포섭된다.
    한국수필가 리어령선생의 련재수필은 시간과 공간의 계선을 뛰여넘어 자유자재로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구, 대자연과 인간사회 등 삼라만상을 다루면서 인간심령의 구석구석을 투철하게 조명하고있는데 그 필치는 담담하지만 평온한 흐름속에서 밑으로 격류가 소용돌이치는 대하와 같다.
    다음 변연과 중심문제도 문제이다. 문학은 자기 본연에로 돌아와야 한다고 대성질호하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수필은 응당 정치, 도덕 등의 속박속에서 벗어나 생활화, 인성화된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그로부터 수필을 자신의것으로만 자족하면서 자아봉페의 울타리안에서 맴돌고있다.
    어떤 사람은 현대시와 마찬가지로 수필은 “문학산책”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수필을 “로인문체”라고도 한다. 이런 수필창작관은 유모아, 한적함의 소요, 심령의 변연화상태를 드러내고있다. 어떤 지자들은 현대수필들이 갈수록 현시대를 리탈하여 무료한 자기위안과 자질구레한 일상에 기울어져 화조월석이나 새나 벌레, 강아지와 고양이 따위를 다루는데 그야말로 수필의 자살이라고 질타하고있다.
   확실히 이런 수필들에서 시대의 숨결을 전혀 읽을수 없을뿐만아니라 인간생명의 약동감도 느낄수 없다. 물론 수필이 시대의 주선률이 될수는 없는바 이 시점에서 수필을 “변연(边沿)문체” 혹은 “업여문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편 수필이 이른바 중심을 둘러싸고 맴돌거나 아예 하나로 융화된다면 수필의 본성을 잃고말것이다.  하여 로련한 수필가는 시대와 너무 거리를 두지 않고 변연인의 시점에서 변연인의 신분으로 변연심리상태에서 수필을 쓰고있다.
    그런 수필가들은 맹종하지 않고 초조해하지 않으며 공리에 구애되지 않고 류사성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청고한 심리상태에서 자연과 인생의 섭리를 터득하면서 인류사회의 도리와 심령의 비밀을 파헤친다. 그러나 이런 창작자세는 결코 시대상에 등을 돌리지 않고 자기의 상아탑속에서 문을 닫아걸고 수레를 만드는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어떤 사람들처럼 무병신음하거나 제멋에 겨워 뇌까리는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취가 있고 재치있는 수필은 직접 시대를 반영하지 않지만 시대의 밝고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으며 시대의 맥박을 무시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진정 훌륭한 수필은 시대를 포용하면서 시대를 초월한다. 시대를 초월하려면 심령의 빛으로 생활적인 시대를 조명해야 한다는것은 주지하는바이다.
    이런 립장에서 말한다면 변연상태에 있기를 원하는 수필가는 반드시 시대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해야 하며 인류심령의 건전한 발전의 제고점에서 자연과 인생을 쓰면서 “자아”중심을 체현해야 한다. 동서고금의 명산문들은 그 시대의 변연에 처해있었지만 그 시대를 무시하지 않고 “자아”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강렬한 심령의 빛을 반사하였다. 이런 심령의 빛은 일체 어두운 면을 투시하였으며 인생, 생명과 인성의 골 방속까지 조명해보였다. 물론 아무나 미치는 경지는 아니지만,
    반대로 만약 수필이 정치수요의 메가폰을 된다면 그 수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대의 버림을 받을것이다. 시대와 민중의 광대한 배경이 없다면 수필은 온실속의 꽃처럼 비바람의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스러져버릴수 밖에 없다. 수필은 어디까지나 시대라는 이 크낙한 환경속에서 움트고 자라고 꽃피여야 하는바 시대라는 파동과 민중의 숨결로 호흡하면서 세계를 바라보고 인생의 꽃이 피고지는 경상에 울고웃어야 감동을 유지할것이다.
    수필은 작가정신의 섬광으로서 거대한 홰불이 되여 인생현장을 통채로 비출수는 없지만 적어도 누구누구의 심령세계의 구석구석을 비춰보일수 있어야 바람직할것이다. 망망한 우주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지구촌을 비춰주는 하늘빛처럼 생활의 지구를 비춘다면 더 이를데 없을것이다. 태양은 우주의 변두리에 있지만 누리를 비추지 않는가?
    수필창작에서의 변증원리는 찬연함과 담담함의 관계속에서도 체현된다. 한면으로는 담담한 숲같고 무색무미의 맑은 물과 같다고나 할가, 그래서 수필의 매력은 “비확정성”과 “창조성”이라고 하는것이다. 수필이 어떤 모식으로 굳어져버린다면 곧 메말라버리거나 죽어버릴것이다. 개인이거나 류파거나 대가거나 무명작가거나 모두 같은 결과를 낳을것이다.
    수필은 단일한 정태적생명현상이 아니며 또한 단일한 동태적생명현상도 아닌것으로서 호상 전화, 호상 보충해주는 변증적통일관계에 놓여있다. 더 부언한다면 수필은 물과 같아서 고정된 모양이 없는바 어떤 그릇에 담기면 어떤 모양으로 존재한다. 자유로이 흐르는 강물도 긴 흐름상태이지만 추우면 얼어붙고 따스해지면 녹는다. 나중에 바다에 흘러들어 창해일속이 되면 바다와 모양이 같게 된다.
    이렇듯 변화속에서만 생동할수 있는 수필을 두고 사람마다 창작자세가 다를수밖 에 없고 가치실현방식도 제나름일수밖에 없다. 그만큼 나에게서 수필은 인간사회를 관조하는 방식이라기보다 될수록 구석구석을 비춰주는 조명등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더 많이 세상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속심을 나누는 진솔한 대화로 되였으면 좋겠다.
 
                                                                2006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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