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
첫번째 노래(3)
(3) 나는 말도로르1)가 어린 시절 얼마나 착했던가를 몇 줄에 결쳐 밝히려 하는데, 그 시절 그는 행복하게 살았다. 그것은 끝난 일이다. 이윽고 그는 자신이 악하게 태어났음을 깨달았다. 이상야릇한 숙명이로다! 그는 아주 여러 해 동안, 가능한 한 자신의 성격을 숨겼지만, 그러나, 결국 그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이 집중 때문에, 매일 피가 머리까지 오르곤 했으며, 그와 같은 삶을 더는 참을 수 없어서, 그는 끝내 악의 길에--- 그 감미로운 환경에 결정적으로 몸을 던졌던 것이다! 누가 그렇게 되리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가 어린아이를, 장밋빛 얼굴의 어린아이를 껴안을 때면, 면도날로 그 빰을 도려내고 싶어할 것이라고, 또 만일 법이 징벌의 긴 나열로 번번이 그를 막지만 않았더라면, 매우 자주 그 일을 저지르고 말았을 것이라고 그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어서, 진실을 고백했으며, 자신이 잔혹하다고 말하곤 하였다. 인간들이여, 들었는가? 그가 떨리는 이 펜으로 감히 그 말을 다시 하는구나!2) 그러니까, 의지보다 더 강한 어떤 힘이 있는 것이다--- 바로 저주! 돌이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나려 할 것인가? 불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악이 선과 결합하고 싶어하더라도, 내가 위에서 말했던 바가 이것이다.
1) '말도로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이 이름을 풀어서 '만병의 악'으로 해석하거나 '공포'를 뜻하는 라틴어 'horror'에 연결시키려는 등 여러 시도가 있으나 이름이 무어을 뜻하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2) 말도로르는 한 문단 안에서, 때론 한 문장 안에서, 삼인칭이 되기도 하고 일인칭이 되기도 한다.말도로르는 주인공으로 행동하는 존재인 동시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존재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다음이미지가 보여집니다.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