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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3)
2019년 07월 12일 20시 23분  조회:797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3)
 
 
 
 
 
세번째 노래(3)
 
 
 
(3) 트랑달은 자기 마음대로 없어지는 사내의 손을, 줄곧 사람의 형상이 쫓아오는데, 줄곧 앞으로 피해 달아나는 사내의 손을 마지막으로 잡았다. 방랑의 유태인은 지상의 지배권이 악어 종족에 속하기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달아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트랑달은 골짜기 위에 서서, 한 손을 제 눈앞으로 내밀어 햇살을 모으고 있었으며, 그동안 다른 손은 수직으로 뻗치어 움직이지 않은 팔 끝에서 허공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우정의 조각상, 그는 바다처럼 신비로운 눈으로, 징 박힌 지팡이에 의지해 산허리의 비탈를 기어오르는 여행자의 각반을 바라본다. 땅이 그의 발밑에서 꺼지는 것만 같아, 눈물과 감정을 참으려야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멀리 있구나, 그의 실루엣이 좁은 오솔길로 나가는구나. 그는 어디로 가는가, 저 무거운 발걸음으로?그 자신도 알지 못하지---- 그렇지만 내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안닌게 확실하다. 다가오는 자는, 말도로르를 만나러 오는 자는 누구인가? 놈은 크기도 하구나. 용은 ---- 떡갈나무보다 더 크구나! 질긴 인대로 묶인 놈의 하얀 날개는 강철 힘줄을 지녀서, 그만큼 공기를 쉽게 가르는 것 같다. 그 몸은 호랑이의 상체로 시작해서 뱀의 꼬리로 끝난다. 나는 이런 물건을 보는 데 익숙지 않았다. 그 이마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상징적인 혀 속에 내가 풀 수 없는 낱말 하나가 쓰인 것이 보인다. 마지막 날갯짓으로 놈은 목소리의 울림이 귀에 익은 그 사내의 곁으로 옮겨왔다. 놈이 사내에게 말한다. "나는 너를 기다렸고, 너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다가왔다. 자, 내가 여기 있다. 내 이마에서, 상형문자로 쓰인 내 이름을 읽어라." 그러나 사내는 제 적수가 오는 것을 보자마자 거대한 독수리로 변해 전투태세를 갖추고, 제 구부러진 부리를 만족스럽게 딸그락거렸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용의 꼬리 부분을 먹는 것이 오직 자기에게 떨어진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바야흐로 그들은 수차례 원을 그려 그 반경을 점점 줄여가면서, 싸우기 전에 상대의 수완을 탐색한다. 제법이구나. 내가 보기에 용이 더 강한 것 같다. 놈이 독수리를 누르고 승리했으면 좋겠구나. 내 존재의 일부가 엮여 있는 이 구경거리에 내 마음이 크게 설레려 한다. 힘센 용이여, 필요하다면, 나는 고함을 질러 너를 격려할 것이다. 지는 것에 독수리에는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격하기 전에 무엇을 기다리는가? 조바심이 나서 죽을 것 같다. 자, 용이여, 네가 먼저 공격을 시작하라. 네가 메마른 발톱으로 녀석을 할퀴었구나. 그리 나쁘진 않다. 독수리로 그렇게 느꼈으리라고 너에게 장담한다. 바람이 피 묻은 그 깃털의 아름다움을 실어가는구나. 아! 독수리가부리로 네 눈 하나를 뽑아내는데, 너는 녀석의 살갗밖에는 벗기지 못했구나. 그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브라보, 보복을 해라, 날개를 부서뜨려라. 말할 것도 없다만, 네 호랑이 이빨도 아주 훌륭하구나. 독수리가 들판으로 내리 던져져 허공에서 맴도는 동안, 네가 녀석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보아하니, 저 독수리는 떨어지면서도 네게 조심성을 부추기는구나. 녀석은 땅바닥에 늘어졌다,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입을 벌린 그 온갖 상처의 모습에 나는 흥분한다. 땅에 닿을 듯 말 듯 녀석의 주위를 날아라. 비늘이 벗겨진 네 뱀 꼬리로 끝장을 내라. 그럴 수만 있다면, 용기를 내라. 아름다운 용이여, 힘찬 발톱을 녀석에 박아라. 피가 피에 섞여 물이 없는 곳에서 시내를 이루도록. 말하기는 쉽지만, 행하기는 쉽지 않다. 독수리는 이 기념할 만한 전투의 불운한 형편에 따라, 방어전의 새로운 작전계획을 이제 막 수립했다. 녀석은 신중하다. 자세에 흔들림이 없어, 남아 있는 한쪽 날개로, 두 넓적다리로, 전에는 방향타로 쓰이던 꼬리로 버티고, 굳건히 앉았다. 녀석은 이제까지 자신에게 맞섰던 노력보다 더 비범한 노력에 도전하다. 때로는 호랑이만큼 재빨리 빙글빙글 돌면서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때로는 등을 깔고 누워, 강력한 두 발을 공중으로 쳐들고, 의연하게, 제 적수를 빈정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누가 승리자가 될지 막판에 가면 알게 마련이다. 전투가 영원할 수는 없다.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궁금하구나! 독수리는 무시무시하다. 거대한 도약으로 지축을 흔드는 폼이 마치 날아오려는 것 같다. 그렇지만, 녀석은 자기가 그럴 수없다는 것을 안다. 용은 마음을 놓지 않는다. 놈은 순간마다 눈 하나가 없는 쪽으로 독수리가 자기를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불행이로다! 그 일이 일어난다. 어찌하여 용이 가슴팍을 잡히고 말았는가? 놈이 꾀를 쓰고 용을 써보아야 헛일이다. 나는 독수리가, 새로 입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날개와 다리로 놈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제 부리를 용의 복부에 점점 더 깊이, 목의 뿌리까지, 처박는 것을 깨닫는다. 녀석의 몸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녀석은 편안한지, 거기서 서둘러 빠져나오려 하지 않는다. 녀석은 아마도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호랑이 머리를 가진 용은 긴 울음소리를 내질러 숲을 깨운다. 바햐흐로 독수리가 동굴에서 나온다. 독수리여, 너는 얼마나 끔찍한가! 너는 피의 늪보다 더 붉구나! 비록 그 활기찬 부리에 퍼덕이는 심장 하나를 물고 있다면, 너도 하 많은 상처에 뒤덮여, 털난 두 다리로 가까스로 버티고 서서, 부리도 다물지 못한 채, 소름끼치는 단말마 속에 죽어가는 용의 곁에서, 휘청거리는구나. 승리가 쉽지는 않았다만, 그까짓 것이야. 네가 이겼다. 아무튼 진실을 말해야겠지 --- 너는 이성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지라, 용의 사체에서 멀어져지면서, 독수리의 형상을 벗어버리는구나. 자, 말도로르여, 이제 네가 승리자다! 독수리의 형상을 벗어버리는구나. 자, 말도로르여, 이제 네가 승리자다! 아, 이제, 너는 희망을 무찔렀다. 이제부터, 절망이 너의 가장 순결한 실질(實質)을 섭취하며 자라리라! 이제부터, 너는 결연한 발걸음으로 악의 길로 다시 돌아가는구나! 비록 내가 고통에 마비된 셈이기도 하지만, 내가 용에게 가한 최후의 일격은 나의 내부에 똑같은 타격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고통스러워하는지 어쩐지 네가 판단하라! 그러나 너는 나를 두렵게 한다. 보시라, 보시라, 저멀리, 달아나는 저 사내를 뛰어난 대지인 그 사내 위로, 저주가 제 무성한 잎을 피웠다. 그는 저주받으며, 그는 저주한다. 너는 네 샌들을 어디로 끌고 가는가? 너는 어디로 가는가, 지붕 위의 몽유병자처럼 망설이며? 너의 사악한 운명이 완성되기를! 말도로르여, 잘 가라! 영원토록, 영원토록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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