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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7)
2019년 07월 06일 14시 41분  조회:889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7)
 
 
두번째 노래(13)
 
나는 나를 닮았을 영혼을 찾고 있었는데,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땅의 구석구석 뒤졌으나 나의 끈기는 헛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내 성격을 지지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침이었다. 태양이 아주 웅장하게 수평선에 떠오르고, 바야흐로 한 젊은이가 내 눈에 떠올랐으며, 그의 출현으로 그가 지나는 길에 꽃이 피어났다. 그가 내게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았다. "내가 너에게 왔다. 나를 찾는 너에게. 이 행복한 날을 축복하자----" 그러나, 나는 "꺼져라.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다. 나는 네 우정이 필요없다---" 저녁이었다. 밤이 그 베일의 흑색을 자연 위에 펼치기 시작했다. 모습이 겨우 분간되는 아름다운 여자 하나가 역시 내게 황홀한 마력을 펼치며, 나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감히 내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나는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라, 네 얼굴의 특징을 낱낱이 분간할 수 있도록. 별빛이 충분히 밝지 않아서 그 거리에서는 그 특징까지 비추지는 못하는구나." 그러자, 그녀는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두 눈을 내리깔고 잔디밭의 풀을 밟으며 내 곁으로 향했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선량함과 의로움이 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나는 알겠다. 우리가 함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너는 여러 여자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조만간 너는 내게 사랑을 바친 것을 후회할 것이다. 너는 내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시라도 내가 너에게 불충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도 마음 밑바닥까지 신뢰를 모아 내게 자신을 바친 여자에게. 나도 그만큼 마음 밑바닥까지 신뢰를 모아 나 자신을 바친다. 그러나 네 머릿속에 새겨 잊지 말라. 양과 이리는 서로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인간성에 들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까지도 그렇게 혐오하며 내치던 나에게, 이런 나에게, 필요한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겠는가! 나에게 필요한 것, 나는 그것을 말할 수 없었으리라. 나는 내 정신의 여러 현상을 철학이 권장하는 방법에 입각하여 엄정하게 이해하는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바닷가의 바위에 앉았다. 배 한 척이 이제 막 돛이란 돛을 모두 펼치고 이 해역에서 멀어져갔다. 감지하기 어려운 점 하나가 이제 막 수평선에 나타나더니, 돌풍에 밀려, 급속도로 커지며,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태풍이 내습을 시작했고, 벌써 하늘은 거의 인간의 마음만큼이나 흡족한 검은 빛으로 변해 어두워졌다. 거대한 군함인 그 배는 해안의 바위 위로 쓸려가지 않으려고 이제 막 닻을 모두 내렸다. 바람이 사방에서 광포하게 씩씩거리며 돛폭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천둥소리가 번갯불 한가운데서 터져 나왔으나, 토대 없는 집, 저 움직이는 무덤 위로 들려오는 비탄의 외침보다 더 높을 수는 없었다. 물 더미의 돌무덤이 닻의 사슬을 끊지는 못했어도, 그 요동이 배 옆구리에 반쯤 물길을 열어놓았다. 엄청난 구멍이다. 산처럼 갑판을 덮치며 거품을 뿜고 밀려드는 짠물 더미를 펌프질로 물리치기는 역부족이다.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다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폭풍과 번쩍이다 멈추는 번갯불과 더할 수 없는 어둠의 한가운데서, 배에 갇힌 사람들을 그대들도 아는 절망에 파묻으며, 침몰하는 배를 보지 못한 자는 인생의 변고를 알지 못한다. 마침내 배의 양 옆구리로부터 끝 모를 고통에서 비롯한 전원 합창의 비명이 새어나오는데, 바다는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두 배로 늘인다. 인간 능력의 포기가 내지르게 하는 비명이다. 저마다 체념의 외투에 싸여 제 운명을 신의 손에 맡긴다. 양떼처럼 궁지에 몰린다.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아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그들은 하루종일 펌프질을 하였다. 헛된 노력이다. 어둠이, 짙게, 움직일 수 없게, 다가와, 이 우아한 광경에 정점을 찍는다. 일단 물에 잠기면 더는 숨을 쉴 수 없으리라고 그들은 저마다 생각한다. 제 기억을 아무리 멀리 거슬러 보낸다 한들, 어떤 물고기도 제 조상으로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삼 초라도 제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오랫동안 숨을 쉬지 말자고 스스로 격려한다. 그가 죽음에 던지려는 것은 바로 복수심의 아이러니---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아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배가 침몰하면서 너울이 너울을 휘감는 강력한 소용돌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들떠오른 개흙이 혼탁한 물살과 뒤섞인다는 것을, 바다 위를 휩쓰는 폭풍의 반동으로 밑에서 솟구치는 힘이 발작적이고 신경질적인 운동을 자연력에 전달한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미리 긁어모아 비축한 의연함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익사자는 온갖 궁리 끝에, 심연의 소용돌이 속에서, 좀 후하게 쳐서 평상시 호흡으로 반호흡만이라도 생명을 더 연장한다면,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길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인 죽음을 조롱할 수 없을 것이다. 조난선은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아대지만 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장엄하게. 그런데 착오였다. 배는 이제 구조를 요청하는 경포를 쏘지 않는다. 가라앉지 않는다. 그 호두 껍떼기가 완전히 잠겨버렸다. 오, 하늘이여! 이렇게 크나큰 쾌락을 체험한 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수많은 내 동류들의 단말마에 현장 증인이 되는 임무가 방금 나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일 분 일 분, 나는 그들이 느꼈던 고통의 고비고비를 지켜보았다. 어떨 때는, 두려움으로 미쳐버린 어느 노파의 울음소리가 다른 소리를 젖히고 세를 떨쳤다. 어떨 때는, 젖먹이 아이의 날카로운 울음만으로도 선원들의 지시명령이 묻혀버렸다. 돌풍이 내게 실어오는 신음소리를 명확하게 파악하기에는 배가 너무 멀리 있었지만, 나는 의지를 통해 배에 접근하였으며, 착시는 완벽했다. 십오 분마다, 다른 돌풍보다 더 강한 돌풍이 질겁한 바다제비들의 비명 사이사이로 음산한 굉음을 내지르며 선체를 가로로 와지끈 깨뜨려, 대량학살의 제물로 바쳐질 사람들의 탄식을 증가시킬 때, 나는 쇠꼬챙이의 날카로운 끝으로 내 빰을 찌르며, 은밀하게 생각하였다. "그들은 더 고통스럽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비교의 대상이 있었다. 해안에서, 나는 그들을 불러대며, 그들에게 저주와 위협을 던졌다. 그들이 틀림없이 내 말을 들었을 것만 같았다! 내 증오와 내 말이 거리를 뛰어넘어 소리의 물리적 법칙을 무효화하고, 격노한 대양의 노호로 먹먹해진 그들의 귀에 명확하게 도달했을 것만 같았다! 그들이 틀림없이 나를 생각하고, 자기들의 복수심을 무력한 분노로 내뿜었을 것만 같다! 때때로 나는 견고한 대지 위에 잠들어 있는 도시들을 향하여 눈길을 던졌으며, 해변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맹금을 왕관으로 둘러쓰고 뱃속이 빈 물 거인을 좌대로 삼은 배 한 척이 침몰하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다시 용기를 추슬렀고, 희망이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까 나는 그들의 파멸을 확신했다! 그들은 달아날 수 없었다! 한층 더 신중을 기하여, 나는 내 이연발 소총을 찾았으니, 만일 어떤 조난자가 임박한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헤엄을 쳐서 바위에 접근하려 할 경우, 어깨에 쏜 총알이 그의 팔을 부러뜨려, 그 의도를 성취할 수 없도록 그를 훼방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태풍이 최고로 광분하는 순간에, 나는 정력적인 머리 하나가 머리칼을 곧추세우고 필사의 노력으로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여러 리터의 물을 삼켰으며, 부표처럼 흔들리며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는 머리칼에 물을 흘리며 다시 떠올라, 넓게 벌어진 피투성이 상처가 그 불굴의 고결한 얼굴에 칼자국을 내고 있었다. 열여 살을 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어둠을 밝히는 번갯불 너머로, 그의 입술 위로 복숭아솜털이 어렵사리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는 절벽에서 이백 미터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아서, 나는 어렵지 않게 그의 얼굴을 뜯어볼 수 있었다. 저 용기! 저 꺾을 수 없는 정신! 정말이지 그 머리의 꼿꼿함은 운명을 조롱하는 듯, 파도를 힘차게 가르니, 물이랑이 그 앞으로 어렵게 열리지 않았던가!--- 나는 일찌감치 결심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약속을 지켜야 했다. 누구에게나 마지막 시간의 종이 울려야 했다.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 없어야 했다. 바로 이것이 나의 결심이었다. 어떤 것도 내 결심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한차례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그 머리가 곧바로 가라앉더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이 살인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기쁨을 얻지는 못했다. 정확히 말해서, 그건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물려 있었기 때문이며, 이제는 단순한 습관으로 그 일을 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습관을 버리고 살 수는 없으나, 그것으로는 가벼운 쾌락밖에 얻지 못한다. 감각은 무디어졌고, 굳어졌다. 일단 배가 침몰한 뒤에, 파도가 대항하여 마지막 싸움을 벌이며 내 시선을 끄는 사람들이 수백 명을 넘을 때, 이 인간 존재의 죽음에서 어떤 쾌락을 느낄 것인가? 이 죽음에서, 나는 위험의 매력조차 얻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사법 정의는 이 끔직한 밤의 폭풍에 흔들리어, 내게서 몇 걸음 떨어진 집집에서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내 몸을 누르고 있는 오늘, 지고하고 엄숙한 진실로서 내가 성실하게 말하는바, 나는 사람들이 그뒤로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것만큼 잔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곱절로 그들의 악의는 여러 해 내내 그 끈질긴 쾌락을 실행하였다. 이 지경에서, 나는 내 분노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잔혹성의 발작에 사로잡혔으며, 나는 내 험상궂은 눈에 가까이 다가오는 자에게, 그가 비록 내 동족에 속한다 하더라도, 공포의 인간이 되었다. 그것이 말이 개였을 때는, 그냥 지나가게 했다. 내가 방금 한 말을 들었는가? 불행히도, 폭풍이 치던 밤, 나는 이런 발작에 빠져, 이성이 날아가버렸으며(평상시에도 나는 똑같이 잔인하였지만, 그보다는 더 신중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엇이 내 손에 떨어지건 모두 죽어 없어져야 했다. 내 잘못을 사과할 생각은 없다. 과오가 모두 내 동류들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지금 있는 그대로 확인할 뿐이며, 머리부터 목덜미를 긁게 하는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며--- 최후의 심판이 내게 무슨 대수랴! 그대를 속이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의 이성은 하시라도 날아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범죄를 저지를 때,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 나는 다른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바위 위에 서서, 폭풍이 내 머리칼과 내 외투를 후려치는 동안, 별 없는 하늘 아래서, 배 한 척을 악착같이 덮치는 태풍의 힘을, 나는 황홀감에 휩싸여 염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의기양양한 태도로, 배가 닺을 던진 시점부터, 그 숙명의 옷이, 마치 망토를 입듯 저를 입은 사람들을 이끌고, 바다의 창자 속으로 삼켜지는 순간까지, 이 드라마의 모든 고비를 눈으로 뒤쫓았다. 그러나 이 뒤죽박죽이 된 자연의 장면에 나 자신이 등장인물로 참여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배가 싸움을 치렀던 그 장소에서 분명하게 보았던 것처럼, 배가 제 남은 세월을 바다의 밑바닥에 넘겨주고 있을 때, 너울에 휩쓸려갔던 사람들의 일부가 수면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두 사람씩, 세사람씩, 서로서로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것은 자신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을 터이고, 그들은 구멍 뚫린 단지처럼 아래로 가라앉을 터이고 --- 너울을 재빠르게 가르는 저 바다 괴물의 무리는 무엇인가? 놈들은 여섯이다. 놈들의 지느러미는 기운차서, 넘실대는 파도를 가로질러 길이 열린다. 그다지 견고하지 않은 이 대륙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저 인간 존재들을 모두 합해, 상어들은 이윽고 계란 없는 오믈렛 하나를 만들고는,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그걸 서로 나눈다. 피가 물에 섞이고, 물이 피에 섞인다. 놈들의 사나운 눈빛이 살육의 장면을 유감없이 비추어주고--- 그러나 저기 수평선에서 일어나는 저 물의 소란은 또 무엇인가? 마치 물기둥이 달려드는 것만 같다. 얼마나 강력한 노질이기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거대한 암컷 상어 하나가 오리간 파이에 한몫 끼어들어, 차가운 수육을 먹으러 오는 것이다. 암컷은 노발대발한다. 달려들고 보니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암컷과 다른 상어들 사이에 싸움이 한판 벌어져, 여기저기 붉은 크림의 표면에 말없이 떠다니며 꿈틀거리는 팔다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툰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암컷은 이빨을 들이대 치명상을 입힌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는 상어 세 마리가 암컷을 둘러싸고 있어서, 암컷은 사방으로 몸을 돌려 놈들의 작전을 직시해야 한다. 해변에 자리를 잡은 저 관망자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점점 높아지는 어떤 감동을 느끼며, 이 새로운 종류의 해전을 지켜본다. 그는 그리도 강한 이빨을 지닌 이 용감한 상어 암컷에 시선을 붙박았다. 그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거총을 하여, 그들 상어 가운데 한 녀석이 파도 위로 몸을 드러내는 순간, 능란한 솜씨로, 그 아가미에 두번째 총탄을 박는다. 남아 있는 상어 두 마리는 더욱 거칠어진 성깔을 증명할 따름이다. 바위의 높은 곳에서, 소금기 섞인 타액을 지닌 그 사내는 바다로 뛰어내려, 하시라도 그를 떠나지 않는 강철 단검을 손에 들고, 기분 좋게 채색된 융단을 향해 헤엄친다. 이후부터, 상어들은 한 마리씩 하나의 적과 맞붙어야 한다. 사내는 지쳐빠진 제 적수를 향해 나아가, 때를 기다려, 놈의 배에 그 날타로운 칼날을 박아넣는다. 움직이는 요새가 어렵잖게 마지막 적을 물리치고--- 헤엄치는 사람과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상어 암컷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그들은 잠시 동안 서로 마주 바라보았으며, 저마다 상대방의 시선에서 그리도 강한 잔혹성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들은 원을 그려 헤엄쳐 돌려, 서로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지금까지 나는 잘못 생각하였다. 나보다 더 사악한 자가 저기 있구나." 여기서 그들은 마음이 일치하여, 두 물살 사이에서 서로 찬탄하며, 상어 암컷은 제 지느러미로 물살을 헤치고, 말도로르는 제 두 팔로 파도를 내젖히며, 상대방을 향해 미끄러져갔다. 그리고는 깊은 존경심에 잠겨, 각기 처음으로 자신의 살아 있는 초상을 살펴보려는 열망으로 숨을 멈추었다. 서로 삼 미터 떨어진 거리에 다다랐을 때,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그들은 두 개의 자석처럼 갑자기 서로 몸이 붙어버려, 형이나 누이를 포옹하듯 다정하게 포옹하며, 긍지와 감사의 마음을 모아 입을 맞추었다. 이 우정의 표명에 이어 곧바로 육체적인 욕망이 뒤따랐다. 힘찬 두 넓적다리가 두 마리 거머리처럼 괴물의 접착성 피부에 빈틈없이 달라붙었거니와, 팔과 지느러미는 적들이 서로 사랑으로 감싸고 있는 그 사랑받는 대상의 몸을 에워싸고 얼그러졌는데, 그들의 목과 그들의 가슴은 이윽고 해초의 냄새를 떨치고 있는 폭풍 한가운데서, 번갯불에, 거품 이는 파도를 혼례의 침대로 삼고, 요람 속에 있는 듯 해저의 조류에 실려가며, 심해의 알 수 없는 깊이를 향해 함께 구르면서, 그들을 순결하고도 추악한 장시간의 교합으로 맺어졌다!--- 마침내 나는 나를 닮은 누군가를 이제 발견했다!--- 이제부터, 나는 평생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쪽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나는 내 첫사랑과 마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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