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21)
영국편
필립 리아킨(Philip Larkin)
두꺼비
왜 내가 두꺼비를 내 생활에 개재(介在)시켜서
틀에 박힌 일을 해야 하는가?
나는 내 지혜를 갈퀴로 사용해서
그 동물을 몰아내 버릴 수 없단 말인가?
한 주일의 엿새를 두꺼비는
그 해로운 독으로 더럽힌다 -
오직 얼마간의 셈을 치루기 위해서!
그것은 도무지 균형을 잃는 것.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지혜로 산다.
임시 강사, 약장사,
얼치기, 엉터리, 건달이 -
그들은 가난뱅이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양철통의 불을 쬐며
골목길에 알맞은 생활을 한다.
떨어진 과일과 통조림한 정어리를 먹으
며 -
그들은 이런 일을 좋아하는 것같다.
어린 것들은 맨발을 벗고,
그들의 말 아닌 아내들은
경주용의 개처럼 말라깽이 - 그러면서도
정녕 굶주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 내가 <연금(年金)을 필요없다>고
외칠 수 있을 만큼 용감하다면!
그러나 나는 그것이 한낱 꿈 속의
헛소리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참으로 두꺼비같은 그 무엇이
내몸 안에도 웅크리고 있어.
그 궁둥이는 불행처럼 무겁고, 또한 눈처
럼 싸늘하고,
내가 명성과 여자와 돈을
당장에 모두 얻을 수 있도록
아양을 떨며 살게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편이 다른 한편에게 그 자신의 참
다운 정신을 구현(具現)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
라,
두 가지를 다 가질 때 어느 하나도
잃을 수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고원 번역)
삼박자
이 텅빈 거리, 새초롬하게 개인 이 하늘,
가을도 뚜렷하지 않아, 반사(反射)처럼 다소 몽
롱한 이 대기(大氣),
이러한 것들이 현재를 구성하고 있다 -
그것은 으례 흥미를 끌지 않는 시간,
별로 중대한 일이 생기지 않는 시간.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동시에 다른 것을
이룬다.
그것은 먼 미래, 아득한 어린 시절에
기다랗게 늘어선 집채들 사이,
구름 떠돌아 다니는 하늘 아래서 보았고,
다투어 울리는 종소리 속에서 들은 것 -
어른들 법석대는 일이 어른거리는 분위
기.
또한 훗날에는 과거가 될 것이다.
과거란 우리가 어리석게도 놓쳐 버린,
좋지만 소홀히 여긴 기회들이 노출(露出)한 골
짜기.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초라한 전망(展望)과
세월에 따르는 감퇴(減退)를 이 탓으로 돌린다.
(고원 번역)
피부
너 온순한 나날의 의복이여,
너는 그 젊은 외면(外面)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 없게 하지는 못한다.
너는 제 주름살을 알아야 한다 -
노여움과 즐거움과 잠.
줄곧 소란한 모래 섞인 바람의,
시간과 같은 것의 몇 가지
볼 수 없는 흔적들을.
네 가죽은 더 두꺼워져야 한다,
때묻은 이름 하나를 지니고 다니는
낡은 자루에 느슨해지는 것.
이어 바싹 말라 거칠어지고 늘어지는 것.
그런데 네가 새것이었을 때에도
너를 입고 다녀 보아야
마침내 유행이 바뀔 때까지
정녕 새옷에 합당할 만한
멋들어진 흥겨움이야
아예 몰랐음을 어이하랴.
(고원 번역)
다음 분 차례입니다<初章>
미래의 일을 너무 열심히 생각하는 나머
지, 우리들은
기대(期待)한다는 나쁜 버릇이 생겨 버린다.
무엇인가가 늘 다가오고 있다. 우리들은
날마다
<그럼 또 다시>라고 말한다.
(고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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