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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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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1)
2019년 07월 12일 20시 18분  조회:865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1)
 
 
 
 
 
세번째 노래(1)
 
 
 
(1) 두번째 노래를 쓰는 동안 내 깃털펜이 한 뇌수에서 끌어냈던, 저 천사의 본성을 지닌 상상적 존재들의 이름, 그 존재들 자체에서 발산되는 미광으로 빛나는 그들 이름을 다시 불러내자.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그 재빠른 소멸을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겨운 불꽃처럼, 불타는 종이 위에서 죽었다. 레만이여!--- 로엔그린이여!--- 롤바노여!--- 올제여!---- 그대들은 잠시 청춘의 표지에 덮여 매혹된 내 시야에 나타났으나, 나는 그대들을 혼돈 속에, 잠수중인 것처럼, 다시 빠뜨렸다. 그대들은 거기서 다시 나오지 못하리라. 나로서는 그대들의 추억을 간직해왔다는 것으로 충분하니, 그대들은, 아마도 덜 아름답겠지만, 인류의 후예에 대한 목마름을 가라앉히지 않기로 결심한 사랑의 폭풍우가 범람하여 낳게 될 다른 실체들에게 자리를 양보함이 마땅하다. 저 자신을 집어삼킬 굶주린 사랑, 그것은 하늘나라의 허구에서 제 자양을 찾지 않는다면, 끝내 물방울 하나에 우글거리는 벌레들보다 더 수가 많은, 피라미드 하나 분량의 세라핌(9품천사들 중 가장 높은 천사)들을 만들어 타원 하나에 얽어넣고는, 자기를 둘러싸고 소용돌이치게 할 것이다. 그동안, 폭포의 광경과 맞닥뜨려 걸음을 멈춰 선 여행자는, 그가 얼굴을 들어올린다면, 저 멀리서 지옥 동굴을 향해 생생한 동백꽃 화환에 실려가는 인간 존재 하나를 보게 되리라. 그러나---- 조용하라! 다섯번째 상상물의 떠도는 형상이, 북극 오로라의 불분명한 주름처럼, 내 지성의 안개 평면에 천천히 그려지며, 차츰차츰 명료하고 확실한 윤곽을 띤다--- 마리오와 나는 모래톱을 밟아나갔다. 우리의 말들은 목을 빼들고 공간의 막을 갈라 헤치며, 해안의 자갈밭에서 불꽃을 뽑아냈다. 삭풍은 우리의 얼굴을 맞받아치고 우리의 망토 속으로 파고들며, 우리 두 사람 쌍둥이 머리의 머리칼을 뒤로 나부끼게 했다. 갈매기는 그 울음소리와 날갯짓으로 폭풍이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졌다고 헛되이 경고하며 소리질렀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저 정신나간 질주로?"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꿈에 잠겨, 그 맹렬한 준마의 날개에 그대로 실려갔으며, 어부는 우리가 알바트로스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신비의 두 형제가, 늘 같이 붙어다녔기에 흔히들 그렇게 불러왔던 두 형제가, 제 앞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고 믿고, 황급히 성호를 긋고는 제 마비된 개와 함께 어느 깊은 바위 아래로 숨었다. 해안의 주민들은 대재난의 시기에, 끔찍한 전쟁이 적대하는 두 나라의 흉부에 갈고리를 박겠다고 으르렁대거나, 콜레라가 수많은 도시 전역에 투석기로 부패물과 죽음을 퍼부으려고 준비할 때, 그 두 인물이 구름에 싸여 지상에 나타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가장 늙은 표류물 약탈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폭풍이 불어올 때면 사구와 암초 위에 펼쳐지는 그 광대한 검은 날개폭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그 두 유령이 땅의 정령과 바다의 정령이며, 그 둘은 무한 밧줄로 연결된 모든 세대에 놀라움을 불러일으킬 만큼 희귀하고 영예로운 , 영원한 우정으로 한 몸이 되어, 자연의 대변혁기에, 공중 한가운데로 그들의 위엄을 몰고 다닌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안네스산맥의 두 마리 콘도르처럼 나란히 날아올라, 태양과 인접한 대기권 사이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활강하기를 좋아하고, 빛의 가장 순수한 정수를 흡입한다고들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서, 저 잔인한 정신들이 전쟁이 울부짖는 벌판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학살하고(도시 한복판에서 신의를 저버리고 증오나 야심의 단도로 비밀리에 서로 죽이지 않을 때는), 자기들만큼 생명에 가득차 있으나 생존 사다리에서 더 낮은 단계에 위치한 존재들을 잡아먹고 사는, 착란에 빠진 인간지구의 공전궤도 쪽으로 그 수직 비행의 기울기를 낮추어 그 궤도를 공포에 떨게 한다는 말도 있다. 또는, 그들이, 자신들의 예언을 노래 가사로 불러 인간들의 회개를 재촉할 요량으로, 행성 하나가 그 흉악한 지표에서 냄새 고약한 증기처럼 흘러나오는 인색과 오만과 저주와 냉소의 짙은 발산물 한가운데에 싸여 이동하면서 먼 거리 때문에 눈에 띨락 말락 한 공처럼 미미하게 나타나는 저 항성들의 영역을 향해 팔을 크게 휘둘러 헤엄쳐가기로 결심했을 때도, 그들은 기회를 어김없이 찾아내어 오해를 받고 비웃음을 산 자기들의 호의를 후회하며, 화산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몸을 숨기고, 지하중심의 통 속에서 끓고 있는 생생한 불꽃과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들의 환멸에 찬 시선을 즐거이 쉬게 하려고 해저에 숨어들어, 인류의 사생아와 비교하면 온유함의 모범으로 보이는 심연의 가장 사나운 괴물들에게 눈을 돌렸다. 밤이 그 유리한 어둠과 함께 오면, 그들은 반암 꼭대기의 분화구에서, 해저의 조류에서 뛰쳐나와, 인간 앵무새의 변비증 걸린 항문이 분투하는 돌투성이 방의 실내 변기를 뒤로 멀리 따돌리고, 공중에 걸린 그 더러운 행성의 실루엣을 더는 구별할 수 없을 때까지 솟아오른다. 그때, 자신들의 효과 없는 시동에 슬퍼져서, 자신들의 고통을 동정하는 별들 한가운데서, 신의 시선 아래서, 땅의 천사와 바다의 천사는 울며 서로 끌어안는다! --- 마리오와 그리고 그와 함께 나란히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자는, 밤중에 해안의 어부들이 출입문과 창문을 닫은 채 난로를 둘러싸고 속삭이며 이야기하는 그 모호하고 미신적인 이야기들을 모르지 않았으며, 그동안 몸을 덥히고 싶어 안달하는 밤바람은 초막을 둘러싸고 그 휘파람소리를 들려주며, 파도의 죽어가는 물주름에 실려온 조가비 파편들의 밑바닥에 둘러 세워진 저 가냘픈 성벽을 그 세찬 힘으로 뒤흔든다.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는 두 마음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두 눈은 모든 것을 표현했다. 나는 그에게 그를 둘러싼 망토를 더 단단히 여미도록 재촉하고, 그는 나에게 내 말이 자기 말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게 하라고 이른다. 저마다 상대방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과 똑같이 염려한다.우리는 웃지 않는다.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 인간들의 지성에서 나오는 거대한 불안을 곁눈질로 따돌리는 저 스핑크스들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깊은 성찰이 새겨놓은 무서운 각인의 무게가 실려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는 자신의 수고가 헛됨을 알고, 눈을 돌려, 입에 격노의 거품을 물고 지상의 재갈을 물어뜯으며, 우리가 다가가면 멀리 사라지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쾌락의 궁정으로 여왕처럼 들어가기만을 요구하는 그의 황금빛 청춘을 떠올려 주려고 애쓰지만, 그는 내 말이 야윈 입술에서 어렵사리 나오고 있음을 유의하고, 또한 여러 해에 걸쳐 나자신의 봄이 슬프고 얼어붙은 채 지나가버렸으니, 환멸의 쓰라린 향락과 늙음의 악취나는 주름과 고독의 당혹과 고통의 불길을, 향연의 식탁 위로, 창백한 사랑의 창녀가 번쩍이는 황금으로 화대를 받고 잠드는 비단 침대 위로 몰고 다니는 가혹한 꿈이나 다름없었음을 유의한다. 나는 내 수고가 헛됨을 알고, 그를 행복하게 할 수 없음에도 놀라지 않는다. 전능이 그 공포의 찬란한 후광에 싸여, 고문의 도구를 두르고 내게 나타난다. 나는 눈을 돌려, 우리가 다가가면 멀리 사라지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우리의 말들은 마치 인간의 시선을 피하기나 하듯이 해안을 따라 질주하고---- 마리오는 나보다 젊다. 계절의 습기과 우리에게까지 튀어오르는 소금기 섞인 거품이 그의 입술에 냉기의 접촉을 유도한다. "조심해!---- 조심해!---- 입술을 다물어, 위아래로 꽉, 네 피부에 쓰라린 상처로 고랑을 파는, 저 틈새의 날카로운 발톱이 보이지 않아?" 그는 내 얼굴을 응시하며 혀를 움직여 대꾸했다. "그럼 보고 있다고. 이 푸른 발톱을. 그러나 나는 내 입의 자연스러운 상태를 흐트려뜨려 발톱을 피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 보라고,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이게 섭리의 의지로 보이는 이상, 나는 그 뜻을 따르고 싶어. 그의 의지는 이보다 더 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자 나는 외쳤다. "대단하도다. 저 고결한 복수가." 나는 내 머리칼을 뽑고 싶었으나, 그가 엄숙한 시선으로 나를 말렸으며, 나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의 뜻을 따랐다. 저녁이 가까워졌고 독수리가 바위의 거친 굴곡에 파인 제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내게 말했다. "내 망토를 빌려줄게, 추위를 막을 수 있게. 나는 필요없어." 나는 그에게 대꾸했다. "네가 말한 대로 했다가는 혼날 줄 알아. 나는 나 대신 다른 사람이 고통당하는 걸 바라지 않아, 특히 네가." 내 말이 옳았기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 말의 너무 격한 어조 때문에, 그를 위로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 우리의 말들은 마치 인간의 시선을 피하기나 하듯이 해안을 따라 질주하고--- 나는 크나큰 파도에 들어올려진 뱃머리처럼 고개를 쳐들고 그에게 말했다. "우는 거야? 너에게 그걸 묻는다. 눈과 안개의 왕아, 선인장의 꽃처럼 아름다운 네 얼굴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고 내 눈꺼풀은 경사 급한 건천의 하상처럼 발랐구나. 그러나 네 두 눈의 밑바닥에서 피가 가득한 통 하나를 알아볼 수 있으니, 네 순결함이 거기서 대형종 전갈에 목을 물려 끓고 있구나. 난폭한 바람이 솥을 데우고 있는 불길에 덤벼들어, 그 어두운 불꽃을 네 성스러운 안과 밖으로까지 퍼뜨린다. 내 머리칼을 네 장밋빛 이마 가까이 가져가자. 눋내가 났던 것은 머리칼이 불탔기 때문이다. 눈을 감아라. 그렇잖으면 네 얼굴이 화산의 용암처럼 검게 타 내 손바닥의 장심에 재가 되어 떨어질 것이다." 그러자, 그는 손에 든 고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내게로 얼굴을 돌려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백합빛 눈꺼풀을 바다의 썰물과 밀물처럼 천천히 내리감았다가 다시 올렸다. 그는 내 무례한 물음에 훌륭하게 대답하고 싶었으며, 그래서 바로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신경쓰지 마. 강의 수증기가 산허리를 따라 기어오르다가 일단 꼭대기에 다다르면 대기 속으로 날아올라 구름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너의 걱정도 합당한 이유도 없이 알지 못한 사이에 불어났다가 네 상상력 너머로 황량한 신기루의 거짓 몸체를 지어내지. 내 눈에 불길은 없다고 너한테 장담하지. 비록 타오르는 석탄 투구에 내 머리를 밀어넣었을 때와 똑같은 감각을 눈에서 느끼기는 하지만, 어떻게 내 무구한 육체가 통 속에 끓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귀에 들리는 것이라곤 우리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바람의 신음소리일 뿐이다 싶은 아주 미약하고 어렴풋한 비명밖에 없는데. 전갈 한 마리가 내 눈구멍 바닥에 거처를 정하고 그 날카로운 집게발로 눈알을 후벼대기는 불가능하지. 차라리 강력한 집게가 내 시신경을 뽑아냈다면 혹시 모를까. 그렇지만, 통 속에 가득한 피는 지난밤의 수면중에 보이지 않는 형리(刑吏)가 내 혈관에서 뽑아낸 것이라는 데는 너와 같은 의견이야. 나는 오랫동안 대양이 사랑하는 아들, 너를 기다려 왔는데, 졸고 있던 내 두 팔은 내 집의 현관에 침입했던 그자와 부질없는 싸움을 벌였지---- 바로 그거야. 내 혼이 이 육체의 빗장 안에 감금되어 있다는 느낌이야. 이 혼이 해방되어 인간바다가 물결치는 해안에서 멀리 도망칠 수도 없고, 온갖 불행의 창백한 사낭개떼가 거대한 의기소침의 늪과 구렁텅이를 가로질러 인간 영양을 끊임없이 추격하는 광경을 더는 지켜볼 수도 없지. 그러나 나는 불평하지 않을 거야. 나는 상처 하나를 받듯 생명을 받았고, 자살이 그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도록 막았지 나는 창조주가 제 영원의 매 시간마다 상처의 벌어진 아가리를 주시하기만 바라지. 이건 내가 그에게 내리는 징벌이야. 우리의 준마들이 제 청동 발의 속력을 늦추는군. 녀석들의 몸통이 멧돼지떼 발각된 사냥꾼처럼 떨리는구먼. 이놈들이 우리가 하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 한 되지. 주위를 집중하다보면, 이 녀석들의 지성이 자라서, 어쩌면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지도 몰라. 녀석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 고통이 더 심해질 터라! 정말이지. 인류라는 새끼멧돼지만 생각해. 놈들과 창조된 세계의 다른 존재들을 구별하는 지성의 정도라고 해봐야 계산할 수 없는 고통의 만회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는데 그치는 것 같지 않아? 나를 모범으로 삼아서, 너의 은 박차(拍車)1)가 준마의 옆구리를 찔러대야지--- "우리의 말들은 마치 인간의 시선을 피하기나 하듯이 해안을 따라 질주한다.
 
 
 
1) 박차(拍車)
 
말을 탈 때 신는 구두의 뒤축에 달려 있는 물건. 톱니바퀴 모양으로 쇠로 만들어 말의 배를 차서 빨리 달리게 한다.
 
어떤 일을 촉진하려고 더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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