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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대사의 매력
2013년 10월 29일 18시 55분  조회:9603  추천:1  작성자: 최균선
                                               드라마에서 대사의 매력
 
                                                          최 균 선
 
    흔히 드라마의 스토리는 별로인데 인물들의 대화ㅡ대사가 귀에 쏙 들어올 때가 많다. 바꾸어말하면 장면의 흐름은 지리멸렬한데 가담가담 대사가 재미있고 의미가 있어 그 드라마의 존재리유를 조금 보충해보게도 된다는 설명이 되겠다.
   주지하다싶이 대사는 드라마에서 주요한 표현수단이다. 우선 주제와 내용을 확실히 알수 있도록 해주고 스토리의 진행을 이끌어주고 련결하며 인물의 성격을 구체적이고 형상적으로 드러나도록 하고 사건전후의 상황들을 자세히 교대해준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시대적인 배경과 여러가지 정보들을 제공하며 해당 드라마의 고유특색과 드라마속에 융화되여있는 작가의 사상감정과 배경을 흔상자가 알수 있도록 확실하게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인다. 대사란 원래 설명인것이다. 하지만 설명하는것으로 끝내 지말고 어떻게 설명다운 설명을 할수 있을것인가에 예술적탐구문제가 있다. 즉 피가 통하는 대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도의 예술작업이 되기때문이다.
    이처럼 드라마의 대사는 작가가 알심을 들이여 자연스러우면서도 명확하고 가장 경제적으로 재치있게 짜놓은 입말이다. 대사의 경제성이란 작품의 흐름, 등장인물의 특징과 배경, 그 밖의것들을 짜임새있게 제시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사는 그 자체가 문학성과 예술성,오락성, 스토리를 특별히 갖추게 된 입말이자 예술언어로 된것이다.
    그러나 대사의 작용은 근근히 관중들에게 교대하는데서 그치는것이 아니라 이야기 서술수단이기도 하다. 관중이 보려는것은 “극”이기때문이다. 하기에 드라마작자는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수 있는 희극성대사를 조직해야 한다. 여기서 “희극성”적인 대화가 되여야 한다는것은 오직 동작성의 기초상에서 주고받는 대화로 되여야만 희극성적인 매너가 있는 대화가 된다는 말이다.
    대화의 동작성이란 바로 인물들의 대화속에서 각자의 성격특징, 품성, 정감과 해당사건에 대한 관점, 견해 등의 표현으로서 호상영향주는 촉매제로 된다. 인물성격과 인물관계를 둘러싸고 조직되는 풍부한 동작성적인 언어는 정절의 발전에 복무해야지 한집의 분량을 채우기 위한 얄팍한 기량이 되여서는 아니 될일이다. 특히 실내드라마에서 주고받는 일상적대화의 련속은 자칫 이런 우를 범할수 있다.
    사실상 한국의 많은 가정드라마들에서 지리멸렬한 대화의 련속으로 별다른 사건이 없이 흐지부지해지는것들이 많다. 만약 인물들이 관중을 대하여 완연하고 듣그러운 말로 이야기의 진전을 이끌어가지만 극중의 인물과 관중사이에 내재적정감교류가 잘 안된다면 대사의 희극성이란 론할나위가 없어진다. 대사는 동작의 동기 혹은 진행과정의 내용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일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대사자체가 동작이며 아울러 인물의 형체와 동작의 융합이 바로 그속에 있는것이다.  
    영상예술인 드라마에서 대사를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감정의 흐름,의식의 흐름을 묘사하는 수단이기도한바 시간과 공간을 비약시키는 비약적대사도 있고 독특한 예술형식에 걸맞는 사실적인 대사가 있으며 일상회화가 아닌 정화된 대사로 나누어 볼수 있다. 그러나 무릇 대사조직에는 불가피면적인 조건부가 붙는다. 즉 이야기정절을 한방향으로 줄기차제 끌고가면서 현실적인 살아움직이는 인간의 말이여야 하며 간단명료하면서도 매력적이여야 한다. 대사의 일종으로서 독백, 방백도 마찬가지다.
    통칭하여 드라마는 감정극으로서 감정이 맥맥히 흐르는 대사로 엮어져야 함은 두말할것없는바“인간은 감정동물이란 말이야”,“하늘이 활짝 개인 상쾌한 아침이군”, “그렇게 말하면 내 감정이 상하지않아?”와같은 대화에서 구태어 말하지 않아도 그런 기분을 지니고있음은 자명한것이다. 이처럼 자기의 기분을 독백이나 방백으로 말해버려서는 아무런 맛도, 재미도 없다. 리듬과 템포가 있는 신축자재의 대사, 춤과같은 아름다운 동작이 만들어내는 정서가 다분한 대사조직에 뇌즙을 짜야 한다.
    례컨대 “밥먹었니?” ㅡ“안먹었어”ㅡ“왜 안먹었는데?”ㅡ“맛이 없어”ㅡ“그래서 왜 맛이 없다는건데…”ㅡ“맛없으니 맛없는거지”ㅡ“그래도 먹어야 쓸거아냐?”ㅡ“그러게 맛있게 하란말야…”이런 끝간데없는 일상대화는 간추릴수도 있다. 좋은 대사란 그 드라마에서 구체장면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가장 정확한 대사여야 한다. 스케치할 때 가장 알맞는 선은 하나밖에 없다고하듯 그 상황에 맞는 대사는 하나밖에 없기때문이다.
    상식적이기는 하지만 드라마가 현실자체는 아니므로 대사도 현실의 대화와는 달라져야 한다. 드라마는 현실의 생활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실생활과는 아무래도 다르기때문이다. 대사는 등장인물지간의 대화지이지만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한것으로서 관객이 이미 알고있는것이라면 다시 말해줄 필요가 없다.
    한국드라마들에서“내 이름은 김삼순”, “굳세여라 금순아”,“사랑이 무엇이길래”, “장미빛인생”등 시청자들과 호흡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들이 많기는 하지만 반면에 정절발전과 무관한듯싶은 지리멸렬한 일상의 대사로 연장되는 드라마들도 많고많다. “배추머리 금순이” 에서 한혜진은 “나 잘업는데, 아저씨가 키가 조금만 작으면 내가 업어줄수 있었을텐데”라는 금순이식 사랑표현으로 잘생긴 총각의사를 남편으로 맞게 되는 스토리와 긴밀히 련계된 대사가 인상적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현실적인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줬다면 슬퍼서 아름답기까지도 한“장밋및 인생”은 현실적인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눈물을 선물했다. 즉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들속 명대사는 아름다운 미사려구 가 아닌 드라마와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만들어낸것이다. 드라마의 표현중에서 80- 90%는 대사가 차지하므로 재미있는 드라마는 곧 대사의 재미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한다. 드라마도 재미있고 재치있게 표현된 대사들로 이루어진것이 있는가하면 그저 대사이기에 대사로서 말을 하는것처럼 보이는 드라마가 있다.
    작가가 일상에서 말을 잘하든 못하든 문제되지 않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분명 잘 표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물의 성격화랑이 미리 잘 그려져있어야 하고 생활에 대한 투철한 리해가 선행되여야 한다. 례하면 역설적인 대사를 쓸수 있는데 가령 "나는 네가 좋아"라고 하기보다 어떤 때는 "너같은거 정말 싫어해!"라고 하는것이 좋아한다는 표현으로서는 더 자극적이고 감동적이 될지도 모른다.
    직설보다 우회적인 이른바 숨기는 대사가 있다. 례를 들어 현재는 무일푼이지만 20일이 월급날인 남편이 있다.
    남편 " 여보, 당신은 얼마나 가지고있어?"
    안해 " 월급전인데 무슨 돈이 있어요?"
    남편 " 아, 아직도 닷새나 남았는데..."
    이것은 매너가 없는 너무 일반적인 대사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숨기는 대사로 표현을 한다면 아마 아래와 같을것이다.
   안해 "우리가 연극을 보기로 했었죠? 아니면 영화.. "
   남편 "여보, 지금 돈 가진거 있어?"
   안해 "누가 지금 당장이래요? (손가락 꼽으며) 오늘이 17일, 내일은 18일...."
   이것은 “종이풍선”이라는 드라마에서의 대사로서 직방배기로 모든것을 말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다가올 월급날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상황을 나타내면서 단순히 알려주는 대사에서 느끼는바가 있게 하는 대사로 승화시킨것이다. 대사는 비약시키는 대사, 력점을 찍는 강조적인 대사, 대립성이 강하게 풍기는 대사 등이 있다
     아무튼 무릇 드라마의 대사에는 감정이 쭉 깔려있어야 하거니와 정서성이 짙게 엮어져야 함은 주지하는바이다. 대사에 감정이 있어야 된다고 하지만 이 말은 언제나 우습게만 들린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드라마들에서 감정이 결여하거나 없는 대사를 아주 흔히 만날수 있다. 감정이 없는 대사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자꾸 그런대로 도배질 되는걸까? 요즈음 방영되는 “오로라공주”가 매우 인상적인 귀감이 될것이다.
    그 원인을 나름대로 찾아보면 첫째는 주제와 스토리에 집착하기때문일수 있고 둘째의 원인으로는 추상적으로 말하는 버릇때문일수도 있다. 그것은 사물을 생각할 때 관념만으로 발표하는 버릇이 있기때문에 살아숨쉬는 인물들의 감정교류에도 추상 성이 선행되기때문이다. 사랑이니 희망이니 하는 추상에 우리는 얼마나 습관되여 있는가? 기실 복잡다단한 현실을 보면 설명이나 추상의 말을 할 때에도 감정은 움직이고있다. 그저 원고에 쓰고마는 당연한 대사가 아닌 살아있는 인물의 가슴에서 나오는 대사가 절실하게 필요하고 실천으로 체현되여야만 점입가경으로 한계를 드러내고있는 한국드라마들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013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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