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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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출신이 중요하다
2013년 11월 21일 14시 45분  조회:7360  추천:1  작성자: 최균선
                                          그래도 출신이 중요하다
                                                 ㅡ 노새의 자탄 ㅡ

    여러분, 보다싶이 우리도 말과에 딸린 동물로서 말과 엇비슷하지요? 노새는 어깨높이, 모피색의 균일성 및 목과 엉덩이의 형태에 있어서 말과 닮았습니다. 짧고 두꺼운 머리, 긴 귀, 날씬한 다리, 작은 발굽과 짧은 갈기에 우는소리는 나귀를 닮았지요. 우리들중에서 덩치가 크게 생긴 친구들은 어깨높이가 160~175㎝에 체중이 550~700㎏이고 썩 작게 생긴 친구들은 120~160㎝의 어깨높이에 272~612㎏의 체중을 가지고있답니다.
    부끄러운대로 신분을 밝힌다면 우리는 나귀아버지와 말어머니 사이에서 태여난 변종이지요. 그러나 나귀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답니다. 우선 우리는 당나귀에 비해 몸집이 훨씬 큰만큼 힘이 무척 세고 성격도 제멋대로입니다. 보편적으로 성질이 온순한 편이지만 꾀도 있어서 불만이 있으면 마구굴어대는 사람들에게 가끔 달려들기도 한답니다. 또한 식성이 좋아서 아무거나 잘 먹고 피부가 워낙 튼튼해서 갑자기 변하는 기후에도 잘 견뎌내며 웬만한 비바람이나 따가운 해볕에도 끄떡없지요.
더운 지역이나 고지대에서 짐을 나르는 작업에 어김없이 우리 노새족속들이 등장하는것도 이런 특성때문입니다.
   한편 아버지당나귀의 장점은 튼튼하고 몸은 비록 노새보다 작지만 오랜 시간 물을 마시지 않고도 먼 거리를 걸을수 있고 거친 먹이를 먹어도 여간해서 병에 걸리지 않는것이지요. 다만 우리 노새에 비해 민첩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당나귀는 번식능력아 강하지만 노새네의 가장 치명적이고 선천적결함은 정자가 성숙하지 못하여 후대를 번식하지 못한다는것입니다. 이는 정말 속상한 유전인자입니다. 인간들은 아예 우리를 만들어낼 못된 궁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물론 우리네와 처지가 비슷한 버새들이 있어서 우리만 홀로 수치스러운 물종은 아닙니다. 버새를 모른다구요? 버새는 우리 정반대로 애비는 말이고 에미는 암당나귀 (한국에서는 별스레 암탕나귀라고 부르더군요)사이에서 난 변종들인데 보다 귀한 잡종들입니다. 우리 노새들보다 체대가  작고 외모는 우리 우리아버지네와 거의 닮은 꼴이랍니다. 체질은 우리처럼 튼튼하나 체격과 참을성에서 우리 노새네보다 떨어지고 숫컷은 전혀 번식력이 없으며 암컷은 혹간 수태하나 새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골충들을 낳기가 십상입니다.
    인간들은 머스카니 잡교우세라는 말들을 잘하지만도 버새들은 례외인가봅니다. 그러게 저희들이 만들어낸 잡종으로 인간들속에 부실한 자들을 비유해 버새라고 몰아세우지 않습니까? 결국 인간심리도 변태적이라 할것입니다. 아차, 말이 왕청같이 번져지는군요. 우린 원래 이렇게 물덤벙술덤벙한다니까요,
    오늘 내가 이 연단에서 말하려는것은 노새나 버새에 대한 동물학강의를 하려는것이 아니라 숙명적으로 잡종, 아니 변종으로 태여났기에 출신타령이 자연히 많아지고 있습니다요. 왜 안그렇겠습니까? 천리를 질풍같이 달리는 건장하고 날쌔고 총명하고 성깔스러운 말도 아니고 꾀돌이 나귀도 아니니 말입니다. 말하자면 어디서나 말처럼 그렇게 당당하게 나서지 못한다는 그 비운입니다. 게다가 인간들은 자식을 못낳는 돌계집들을 곧잘 노새라고 폄하하지 않습니까?
    한국에 한 시인은 영광스럽게도 우리네 노새를 가송하였습니다. 뭐? 어떻게 가송하는가를 듣고싶다구요. 아따, 그럼 내가 주인의 컴퓨터에서 퍼온 그 시를 한번 읊어 드릴가요? 괜찮게 쓴것같더라구요. 제목이《노새의 길》입니다. 서시만 읊어드리겠습니다. 에헴!
 
                                               노새야.
                                                  새끼도 낳지 못하는
                                               노새야.
                                                   아무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똥 한번
                                               제대로 누지 못하는
                                                   노새야.
                                               털빠진 가죽
                                                   등허리로
                                               힝힝 우는
                                                   노새야.

    어떻습니까? 곁에서 듣기만해도 우리네를 동정하게 되지 않습니까? 사실상 그렇습니다. 식물학적으로 본다면 농사군들이 콩심은데 콩이 나고 팥심은데 팥이 난다는것은 속일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 거시기 싸리긁에서 싸리난다고들 말합디다. 참 답답한 령장동물들이지요. 싸리긁에서 싸리가 난다는것은 섭리가 아닙니까? 그래 싸리긁에서 싸리가 나지 참나무가 나겠습니까? 그런데 왜 버새는 말긁인데 말이 나지 않고 버새가 생겨났습니까? 우리 노새는 나귀긁인데 변종이 되였습니까? 하하하!
    이런 말은 하나마나 한 말입니다. 결국 애비가 영웅이면 아들도 호한이고 애비가 반동파이면 아들도 개자식이라는 말을 만들어 정치목적에 리용하였지만 말입니다. 우리같은 미물들도 출신때문에 기가 질리고 주눅이 들어서 살아가는데 계급사회라는 인간사회에서야 더 말이 있겠습니까? 하긴 우리와 별로 관계가 없는 까다로운 인간들이 놀탓이지만 나의 늙은 주인량반도 정말 우리네《노새신세》가 되다보니 그 뛰여난 머리를 가지고도 대학문에 못들어가고 지구수리공을 하고있는데 정말 안스럽다는 얘기입니다요.  
    나의 로주인님의 청년시절 문화혁명인지 광란인지 하던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던데 초기에 담력부란자가 류경이라는 자와 련합하여《애비가 영웅이면 아들도 호한이고 애비가 반동이면 아들도 개자식이다》라는 구호를 내붙이고 반드시 계급로선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떠벌려서 갑자가 명인이 되였다고 합니다. 담력부란자는 1966년 8월 20일 그 유명한 연설에서“뭐 평등, 박애같은 쓰레기를 가지고 말하려면 변소간에 가서 말하는것이 좋을것이다”라고 나발불었답니다.
     그로부터 중국의 광활대지에 가정출신을 따지는 악풍이 불어쳤답니다. 그리하여 혁명간부, 혁명렬사, 혁명군인, 로동자와 농민가정 출신의 소위《붉은 오류 (红五 类)》와 지주, 부농, 반혁명분자, 나쁜분자와 우파분자 및 그 자녀들을 일컬어《검은오류(黑五类)》로 나누게 되였답니다.
    검은분자의 자녀들은 숫제“개종자”로 치부되여 모택동마크도 달지 못하게 하였고 모택동어록도 외우지 못하게 하였으며 홍위병에는 더구나 참가할수 없었다고 합디다. 전국각지에서《검은오류》의 집을 수색하는 행동이 전개되였습니다. 1966년 8월 북경의 홍위병들은 3만호나 작살냈고 상해에서는 10만호를 수색하여 아수라장을 만들어놓았고 일부 지방에서는 “검은 오류”분자들과 그 자녀들을 때려죽이기까지 하였답니다.
    례하면 북경의 대흥현에서1966년 8월 27일부터 9월1일 사이에 맞아죽은 사람들가운데 최고년령자는 80세이고 최소년소자는 근근히 태여난지 38일밖에 안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중 스믈두호는 온식구가 몰살당했답니다. 광서에서는 20일 사이에 3천여명이 도살되였고 호남성의 도현에서는 두달사이에 4천여명이 죽고 핍박에 의해 자살한 자가 300여명이였다.
   그러나 그후 간신 진백달이 담력부의《반혈통론》에 대해 질책하고 최고어른도 직접 나서서 유일성분론을 제창하지 않는다고 지시했답니다. 그때 북경의 로동자였던 우라극(遇罗克) 이라는 청년이《출신론》이란 문장을 써내여 담력부란자가 일으킨 력사적풍파인 가정출신이 전도와 운명을 결정하는 기시적인 작동에 대해 무자비하게 비판하였답니다.
    그는 글에서 아버지가 반동이면 아들도 개자식이 되여 한대한대 내려간다면 인류는 영원히 해방받을수 없고 공산주의는 영원히 성공할수 없다고 제출했답니다. 그는 중앙문화혁명령도소조에서도 지지하는것이니 자기의 견해가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였답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순진하였습니다. 문화대혁명초기에 개잡은 포수로 우쭐렁거리던 척본우가 우라극의 문장을 반당적인 대독초라고 선포하자 사상적선구자 우라극은 체포되였습니다. 당시 담력부란자도 투옥되였으나 통수의 지시에 의해 석방되여 주총리의 접견을 받았습니다. 총리는 락심하지 말고 계속혁명하라는 고무격려까지 해주었답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칼한 결과인가요?
    1970년 3월 5 일 우라극은 총살당하였습니다. 담력부는 문화대혁명이 끝나서 청운의 길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답니다. 1979년 중앙에서는 우라극을 무죄로 선포하고 명예를 회복해주었지만 그저 그뿐이였지요. 우라극은《초시대적인 리상과 환상》의 대가로 순직하였습니다.
    후에《능히 교육해낼수 있는 자녀》라는 복음이 류행되였지만 약탕관을 바꾸었을뿐 약은 실제상 그약이였고 그냥 재탕이였습니다. 겉보기엔 검은 오류분자들의 자녀들에게 출로를 열어준것 같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의 원죄를 시인한것이였습니다. 곳곳에서 정치적으로 기시정책이 실시되였습니다. 이 면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아니고는 리해할수도 없었고 또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출신은 소외당한 그런 부류의 청년들을 질식시킬만큼 무겁게 짓누른 태산이였답니다.
    평등사상이란 기실 중앙의 계급로선과 어긋나는 주장이였습니다. 그러나 고관들의 자녀들은 부모가 번신하게 되면 뒤따라 운명의 신이 미소지었습니다. 그야말로 봉건세습제와 한사람이 죄를 지으면 9족이 련루되는 봉건적악습이 지속되였습니다. 절대 계급투쟁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최고지시가 집행되는 한 출신이 나쁘면 출세는 망상일수밖에 없었지요.
     당시 우라극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거니와 지금은 더구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 시대의 영웅은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우라극이였고 진정한 맑스주의자였으며 선구자였습니다. 비록 이단자로 혹형을 당하였으나 죽을때까지 굴하지 않고 자기의 리상과 신념을 견지하면서 가장  보귀한 청춘의 생명으로 비장한 주체가치를 실현하였던것입니다.
    지금 영웅의 선혈은 언녕 말라버렸고 흥겨운 노래와 춤속에서 숫제 망각되였습니다.《출신론》을 비판했거나 그것의 고무를 받은 사람들은 지금 나이가 50 대 중반이나 60대들이겠지요. 10년의 광란시대 다른 사람을 못살게 굴었거나 비판대회의 선봉이 되였거나 닥달당하고 비판투쟁당했던 사람들이 거개 살아있을것입니다.  
    그러나 그 한단락의 국민적비극은 잊혀진지 오래되였습니다. 고통스러운 일은 잊는것이 약이라던가요? 그러나 미쳐나는 약을 잘못먹고 발작을 하였지만 약효가 업성지니 일체가 태평영월이 되는 인심이니 무엇을 더 말할수 있겠습니까? 예? 아, 예에ㅡ제목은 자탄이라고 번듯이 달아놓고 몹쓸 령장동물들의 얘기는 웬 뚱딴지냐고요? 중간에 질문할만도 합니다. 리해됩니다.
하지만 우리네 동물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게 누구입니까? 특히 우리같은 노새족속들을 장난삼아 만들어놓고 노새니 버새니 하는 알량한 인간들을 성토하지 않고 누구를 성토한단 말입니까? 사실 오늘 나는 주인의 대변인이 된셈입니다. 속담에 칼도마우에 고기는 베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습니까? 주인이 시키는 일이니 할수 없이 나선것도 있지만 늙은 바깥주인이 노상 아들에게 옛말삼아 하는 얘기를 귀동냥하다 보면 자연히 의분이 생기면서 동병상린이 된것입니다.
    인젠 쓰잘것없는 얘기를 그만두라고요? 예예, 당장 물러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튼 노새의 자탄이니 누가 듣기 좋아하겠습니까?
 
 
                                                      2007년 10 월 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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