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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씨 수상록 (8) 생명혼
2014년 01월 11일 09시 09분  조회:774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생명혼
 
                                                            최 균 선
 
    인간의 수명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에 의하면 염라왕이 인간과 소와 개와 원숭이를 불러다 수명을 하사하였는데 인간의 수명은 20년, 소는 40년, 개도 40년이고 염라왕이 손오공을 무서워하였으므로 그의 후손인 원숭이는 마음껏 살라고 하였다.
    그런데 소는 먹는것은 풀이지만 평생 고역에 시달리지 못하겠다고 20년만 살게 해달라고 하였다. 약삭빠른 인간이 소가 내놓은 20년수명을 달라고 간청하여 허락을 받았다. 개도 집이나 지키는 일을 하는데 무료해서 어찌40년을 살겠느냐며 불평을 부렸다. 이번에도 인간이 염라왕에게 애걸해서 개가 내놓은 20년수명을 얻어가졌다. 그렇게 한갑자를 살수 있게 되였다.
    하지만 더 오래살고 싶은 인간은 욕심사납게 원숭이를 홀려내여 20년 수명을 더 빌어가졌다. 오래 살겠다고 징징거리는 인간을 굽어보며 천둥같이 노한 염라왕은 생사박의 인간의 수명2 0년 아래에 무엇인가 써넣고는 (그래, 이 가소로운 인간아, 오래 살아보아라. 우마처럼 살다가 원숭이 되여진 맛을 보게 될터이니)하고 랭소하였다. 인간은 원래의 수명인 20년은 사람처럼 살다가 그후 20년은 소처럼 살아야 했고 그후 20년은 개처럼 살고 60년 살고나서 늙어지면 원숭이 나이를 살게 되였다.  
    아닌게 아니라 생명혼이 가는 길에는 고난이 앞서고 뒤에는 사신이 바싹 따라붙는다. 왼쪽에는 불행이 서고 오른쪽엔 행복이 서있다. 고난은 그냥 가심덤불길로 이끌어가고 불행은 부단히 고통의 씨앗을 뿌리며 눈물로 싹틔운다. 행복은 내키면 다가서고 앵돌아지면 멀찍이 숨어버리면서 반복이 무상하다. 사신은 그 모든것에 심드렁해 있지만 염라왕의 명령일하에 생명을 끝내는데는 게을리하지 않고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생명본능이란게 있어 영원히 건강과 행복을 지향하며 가치로운 인생을 살려한다. 그래서 자기 생명을 아낄수밖에 없다. 심장박동은 곧 생명의 약동이다. 매 사람에게는 일생에 심장박동수가 주어져있다고 한다. 그처럼 우리에게 속한 생명혼은 린색한것이다.
    생명은 목적성과 적응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있다. 생명혼은 거꾸로 걷는 본능이 없는 대신 라태를 부릴줄 모르는 특성이 있다. 생명의 옹달샘은 새여서 흐르게 되여있다. 생명은 뒤걸음칠줄 모르지만 어제와 함께 걸음을 멈출줄도 모른다. 그런데도 삼천궁녀를 롱락하며 만년을 살듯이 불사약을 캐오라고 3천동남동녀를 천애지각에 쫓아보냈던 진시황도 어이없이 일찍 죽어버렸다. 거사 서복이도 돌아오지 못했다. 생명의 존엄은 생명의 길이와 별개의 문제인것이다.
    인간은 본디 어둠속에서 태어났다. 어둠이란 진실로 깊은 의미를 지니고있다. 인간은 어둠이 갖는 무의 신비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 이 무(無)는 무아(無我), 무념 (無念)과 이어진다. 모든것은 없는것이다. 무엇이 있어도 그것은 모조리 무화 (無化) 된다. 거기에 어찌 멈춤이 있을수 있겠는가. 생명은 무에서 온것이요 무로 돌아갈수 밖에 없다. 마치 락엽귀근처럼 말이다.
    생명은 한차례 기우이다. 생명혼의 희열은 탄생이 엮고있고 생명혼의 비가는 죽음의 신이 연주하고있다. 생명을 하사한 조물주는 그것을 회수해갈 시각부터 미리 내정하고 주었음이니… 생명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염라전에 늦게 불려갈수 있다것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생명이 비속하게 연장될수록 저승사자도 포승줄을 내들지 못하고있다.
    생명은 원초적으로 불안이다. 생명의 고고성은 인생교향곡의 전주로서는 너무나 랑만적이라 할것이다. 생명혼은 서정시만 쓰는것이 아니라 산문시를 더 많이 쓰게 되여있다. 생명의 악장은 내내 찬송가로만 엮어지는것이 아니라 만가도 부르게 되여 있다. 생명혼은 각자의 운명의 테두리안에서 운동한다. 아무도 숙명적인 자기 인생궤적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때 강철의 투사로 칭송받던 오스뜨롭쓰끼의 유명한 명구를 지금도 기억하고있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귀중한것은 생명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한번밖에 없는것이다. 그러므로 지난날을 회억할 때 헛되이 흘려보낸 세월을 통탄하지 않도록, 보람 없었던 생활로 하여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일생을 살아야 하며 죽으면서 나의 생명과 모든 정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업 ㅡ 인류해방을 위한 투쟁에 바쳤다고 말할수 있도록 일생을 살아야 한다.》
    이 명언을 금과옥조로 삼았던 로세대들도 지금 생각하면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르나 감각을 따라 산다는 젊은이들에게는 더구나 우습게 들릴수 있으리라. 그러나 오스뜨롭쓰끼의 말에 무슨 어페가 있는것은 아니다.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자기를 위해 산다지만 동시에 순수 자기를 위해서 사는것도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은 개체 에게 주어졌지만 의로운 빛과 열은 생명의 연소에서 발산한다.
    생명혼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꽃마차안에서 하품할수 없다. 생명의 가치는 신진대사에만 있지 않다. 생명은 식물인에게서는 신진대사의 의미밖에 쓰지 못한다. 짐승도 신진대사를 아니하던가? 생명의 자유만이 진정한 자유라 할수 있다. 생명의 환희 도 정열적이지만 불타는 생명의 희열은 더구나 가치로운것이 아니랴.
    술잔이 각이한만큼 부어진 술도 부동하고 그 색채도 각양각색이듯이 같은 생명이라도 개성이 다르고 인생극도 다르게 씌여진다. 생명은 그 자체가 일종 경계이다. 생명혼은 길이에 얽매이기보다 자기의 빛을 발산하는데서 값있는것이다. 처경이 어떻게 비참하든 매 사람은 모두 자기의 생명에서 어떤 의의를 찾아내야 한다. 불원이면 생명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될것이다.
    생명혼은 자기의 화원에 쭉정이를 뿌리는 법이 없이 결실만은 꿈꾼다. 인간은 본능의 진화보다 욕망의 진화를 선행시켜온 동물이기때문이다. 생명자체에 원래 무슨 의의가 없다. 무의의감과 공허감이 이겨져서 생존공간을 형성한다. 우리가 생명의 의의에 대해 똑똑히 보지 못하거나 찾을수 없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살아가 노라면 어떤 의의가 창출되는것이다.
    생명다운 생명이 되려면 사회적인간으로 공익을 위한 소모와 연소로 되여야 한다. 생명은 연소속에서 불꽃을 튕기며 제나름의 포물선을 긋는다. 오직 살아있기에 살고 살기 위해 산다면 식물인의 목숨보다 나을것 없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면 돼지와 다를배없다고 한다. 표현은 좀 야하지만 내함은 유익하다. 
    우리는 추상적인 생명의 의의를 찾을 필요가 없다. 누구에게나 그만의 천직 혹은 사명이 있으며 구체적으로 실현한다. 그 실천은 크게 물욕과 명예욕에서 실현되는바 세상에서 가장 유치하고 가긍한 사람은 먹이때문에 죽는 새처럼 재물에 목숨을 걸고 아득바득하다가 비명횡사하는 사람일게다.
    생명을 돈이나 재물로 바꿀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기 생명을 금전욕의 시녀로 삼는 사람들의 목숨값이야말로 비싸다고 해야 할것이다. 아름이 넘는 돈나무에 목을 매여죽는다해서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이 될리 없다. 자기의 생명혼을 도금하려는것은 결코 명지한 인생자세가 아님을 명기하자.
 
                                              2008년 3 월 1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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