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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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값
2015년 06월 01일 20시 35분  조회:5250  추천:1  작성자: 최균선
                                            침묵의 값
 
   고금동서에 명인들이 침묵에 대한 많은 금과옥조를 남겼다. 그중에서도《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서방의 명언이 으뜸일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침묵은 어떤 압박감을 주는듯한 낱말이다. 로신도 대방으로 하여금 내막을 알수 없게 하는데는 침묵이 으뜸이라고 했다.
   사실 적당한 때의 침묵은 일종 남다른 지혜로서 어떠한 연설보다 더 훌륭할것인줄로 안다. 그래서 침묵할수 있는 능력이 말할수 있는 능력과 동등하다면 인간의 력사는 훨씬 더 행복했을것이라고 했는가? 정말이지 경험은 인간이 자기의 혀를 지배하는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없다고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같은 하잘것없는 사람의 인생경험이 누구에게 유조하랴만 침묵하지 않아서 쓰디쓴 맛을 본 못난 과거사가 있는것은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도 형편없이 어리석지만 말이다.
   20여년전 늦은봄, 정치풍파가 모아산밑 마을에까지 미쳐《반혁명분자》들에 대한 토벌공세가 들이닥쳤다. 어느날 저녁, 집뒤 전선대에 달아맨 유선방송스피카아래 모기불을 피워놓고 식후일미에 취해있는데 누군가 격분한 소리로 시를 읊었다.
 《나는 슬퍼하는데/ 요귀는 좋아하고/ 나는 통곡하는데 / 승냥이는 웃는고나/ 눈물뿌려/ 영웅을 추모하고 / 분노하여/ 검을 빼드노라.》
   듣자마자 죽을 망녕이 들었던지 내 입에서 그만 감동이 툭 튀여나왔다.《헛참, 그 시 참으로 명작이로군!》하며 시를 아는체 으시대다가《아차!》실수 한번에 천고의 한이 될가봐 얼른 입을 닫으며 주위를 훔쳐보니 어둠속에 지켜듣는 귀가 있는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밤말은 쥐가 들었던가!한창 득세하여 날치고있던 반란대 장씨가 마치 대역무도한 큰 놈이나 잡아낸듯 문장을 만들줄이야, 잔뜩이나 잘난 출신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여 쩍하면 내세워지던 처지라 입덕 한마당 톡톡히 보지 않을수 없었다.
   그때 여러날 비판받으면서 그저《죽여줍시사.》하고 사죄해서야 겨우 관대처분받던 일이 어제같이 새삼스럽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가벼운 입에 자물쇠를 잠그고말았다. 말하자면《금(金)》을 간직했던것이다. 그런데《금》도 내게는 보호신이 아니였다.
 《우경번안풍》반격전이 농가에도 백열화되던 때다.《번안》이란게 서쪽에 붙은건지 동에가 너부러진것인지도 모르는 로친네들마저 급선봉으로 나서서 비판에 열을 올렸다. 하건만 나는《재난의 문》을 서뿔리 열수 없었다. 그러자《침묵》도 문제로 되였다.《너는 왜 말이 없느냐? 무언으로 옹호하는게 아니냐?》하면서 언감《대리인》모자까지 막 씌워주는판이였다. 애매한 두꺼비 떡돌에 치운다던가,
   침묵이 절정에 달했을 때 당신은 말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한적이 있지만 그래도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에게 엄청난 모자를 씌우는 그 인물을 얼없이 바라보며 그저 바보처럼 헤헤 웃을수도 없었다.
   사람의 혀란 참 별난것이다.《반격》에 열을 올리던 그가《우경》어른이 다시 국권을 잡으시자 제사 충신인듯 영명하시다니 어쩌니 하면서 입방아를 찧었다. 나는 그의 혀를 찬찬히 보았다. 아무리 보아야 한가닥인 사람혀였다. 지금도 고향마을에서 어쩌다 만나면 그의 혀가 지금은 몇가닥인가 속으로 헤여본다.
   나는 입덕을 단단히 본 사람이지만 침묵에 정이 들지 못하였다. 처세에서 남에게 미움을 사고싶으면 입바른 말을 하고 남에게 환심을 사려거든 마음에 챙김이 없는 말을 하고 미움도 환심도 사지 않으려면 입다물고 있으라는 말을 몰라서가 아니지만 그냥 입덕을 쌓으며 멋대로 살아간다.
   자신이 이렇다 할 지자(智者)가 아니니 침묵이 스스로의 교오가 되지 못하고 또 무지하지는 않아서 침묵이 엄페물로도 되지 않아서일가, 그러나 패자의 무거운 침묵에서 은근한 새 도전을 보는것이 부럽고 승리후 침묵을 지키면서 은연히 겸손을 과시하는 그 인격이 우러러보인다.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침묵이란것도 구체장면, 모종의 경우에 프리즘을 통과한 빛의 굴절현상 같은것이 아닐가고 제나름으로 분석해보기도 한다. 생존의 법칙에서 출발하는 침묵은 명지한 선택으로서《금》일진대 지신을 허위와 바꾸는 침묵은 인격을 땅에 처박으니 도금이 아닐가?
  《침묵》이 자고로 수많은 소인배들을 평안무사하게 해주었다면 한편 침묵은 또 한 수많은 영웅호한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였다. 그러고보면 침묵은 변증법속의《모호개념》이 틀림없다. 진정 침묵을 지킬줄 아는이는 침묵으로 세상과 대화하고 침묵을 표방하는 간교한자는《침묵》으로 현실을 도피하는것이다.
   나는 침묵보다 웅변을 좋아한다. 폭풍전양의 침묵이 가장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미구에 터지는 대자연의 웅변ㅡ노호하는 풍풍뢰우, 사나운 눈보라, 지심을 울리는 폭포의 굉음이 피를 끓게 해서 좋고 가슴을 울렁이게 해서 좋더라.
   사자의 울부짖음, 볼을 타는 백호의 포효소리야 더 이를데 있으랴만 풀숲에서 벗을 부르는 베짱이의 속삭임소리도, 매미의 서느러운 낮타령도, 뭇새들의 지저귐도 생명존재의 제1표징이여서 듣기좋고 진실한 심장의 울림이여서 귀기울이고싶더라.
   인간의 웅변이 대자연의 웨침에 비하면 너무나 무기력하지만 그래도 인간사회의 활력을 안아온다고 해야 하리라. 어머니의 신음소리속에서 태여나 울린 첫고고성은 이 세상에 고하는 첫도전이다. 만약 이 세상에 벙어리들만 산다면 얼마나 침침하고 울적할것이랴, 벙어리 랭가슴 앓기라고 쉽게들 비유하지만 그 답답한 속을 누가 알아줄것인가? 그네들에게 침묵이란 낱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조물주가 말을 하며 살라고 열어준 입을 두고도 사람소리 한번 못해보고 손짓발짓으로 제의사를 표달해야 하는 그 가슴타는《침묵》이야말로 피맺힌 비애가 아닐수 없다.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완벽화해주는 으뜸의 사항이 언어생 활일진대 그 복됨을 선천적으로 빼앗기고 사는 삶이 얼마나 애닲을가,
   모든 번쩍거리는것이 금이 아닌것처럼 침묵일반이 다《금(金)》은 아닌것이다. 해빛이 비치면 먼지도 빛날수 있는것처럼 모종 침묵은 돋보일수도 있을테지만 그래도 녹쓴 쇠쪼각우에 도금한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화옹이 입은 하나, 귀는 두개를 만들어준것은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어두라는것이라고 로인들이 이르지만 나는 받아만 들이고 내보내지 못하는 사해같은 삶이 지겨운줄을 안다.
   침묵이 그 누구의 삶에 안전계수를 높여주지만 웅변은 밝은 문명사회의 첫표징이 될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웅변만세이다.
 
                             2000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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