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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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미완성작”을 내면서
2015년 08월 10일 21시 01분  조회:535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인생은 미완성작”을 내면서
 
     길을 가면서 꽃을 꺾는 사람은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이다. 날은 저물어 갈길이 바쁜 나그네에게는 어둡기전에 마지막 주막에 닿으려는 일념밖에 없다. 그저 끝없이 가기만 할수 있을가? 언젠가는 되돌아와야 하는 나그네의 길이다.
    문학의 길에서 더구나 행선지가 없이 걷기만 하다가 개탄으로 종지부를 찍는다는 것은 너무나 허무한 일이다. 마치 여기저기 그냥 삽질만 하다가 물한방울 구경못한채 주저앉아 불운을 한탄하는것처럼 말이다. 나는 인생의 첫아침에 문학의 길을 떠났다. 길량식도 넉넉히 준비하지 못했으면서도 “남들이 장보러 간다니까 섶지고 나서는 격” 으로 덩둘해서 떠나버린 문학의 길이다.
    려행길은 탄탄해진 길을 따라 갈수 있지만 문학의 길은 가시덤불을 헤치고 비탈 을 톺아오를수밖에 없다. 또한 문학의 길은 혼자 걸어야 하는 외로운 길이다. 멋모르 고 이 길에 오른 첫걸음부터 열정으로 달군 꿈을 홰불로 삼고 차마 버리지 못한 아집 을 지팽이로 사유가 닿을수 있는 공간이면 다 길처럼 여기고 헤덤볐다.
   영예의 계관이 기약된것도 아닌데 스스로 허둥대던 문학의 길, 사상과 상상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좋아서 떠난 길에 숙명적으로 귀속되고말았다. 누군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길인가고 묻는다면 나는 필경 대답이 궁할것이다. “갈래갈래 갈린 길이 로마로 통한다”지만 내가 걷는 문학의 길에는 종착지가 없다. 될수록이면 생길 만 골라서 가야만 그나마 얻는 소감이 남다를것이니까,
   안내하는 사람도 없다. 손잡아 이끌어줄 사람도 없다. 그만큼 싱거운 모험이며 갈수록 험난한 길이다. 그러나 갈수록 마음은 넓어져 나름대로의 보람과 애환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게 가고 가다가 유감과 부끄러운 마음으로 되돌아 걸으니 향기만방하던 꽃들은 어느 약빠른 사람들이 다 꺾어가고 내가 꺾을수 있는것이란 엉성한 잡초들뿐 이였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가다가 돌아온 길이여서 잡초만 무성한것이지 모르겠다.
    처음 나는 시혼에 넋을 빼앗겨 인생길을 반나마 걷다가 허무함을 절감해서 돌아섰다. 그래서 아무나 꺾을수 있다는 수필이라는 상록수 가지들에 마음이 동해버렸다. 수필을 쓰는 일이란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마음을 열어 그 열린 마음이 만들어내는 감 정을 문자화시키는것이다. 헌데 나의 많은 수필들에서는 그것이 잘되지 못하고있다. 그래서 감정이 빠진 지식의 라렬이 되고 누구나 아는 일반적인 사항을 지저분하게 늘어놓고있다. 잠간이라도 보지 못하면 미칠것만 같은 사랑의 마음이 뜨거운 감동을 낳는 글이 되는것처럼 수필쓰기는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의 작용이 중요하다. 그런 마음의 작용을 중시할 때 비로소 읽는이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는 좋은 수필이 창작 될수 있는것이다.
    상업을 하는 사람들은 간혹 장사가 잘 안되여도 미봉책으로 다른 항업에 손을 대는 경우가 있다. 내가 수필창작에서 단맛을 못보고 일컬어 “잡문”에 언감생심 접근을 한것도 이 경우라 해야 하겠다.
    잡문이란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나 여러가지 리론서들에서의 개념도 의연히 확정적인 결론을 얻지 못하고있다.
    필자의 잡문졸고가 나름대로 이름지은 “잡문”으로서 응당 갖추어야 할 몰골이나마 얼추 갖추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역시 나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만 잡문의 문학성을 살리는 수단인 언어예술을 강구하려고 애쓰면서 형상성과 서정, 두개 방면에서 노력을 해보았을뿐이다. 훌륭한 잡문이라면 형상성은 그 기지로움으로 독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바 곧 풍자성과 유모아 색채가 다분히 풍겨야 할것이다.
   잡문은 소잡문과 대잡문으로 나누는데 대잡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체적으로 불타오르게 하고 소잡문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리미질해준다. 대잡문을 풍성한 식탁이라고 한다면 소잡문은 한잔의 독한 술과 같다고 해야겠다. 만약 잡문이 세상도는 인심에 아무런 유익한 점도 주지 못한다면 비수, 투창의 구실을 상실한것이다.
    지금 로신이 살던 시대와 다르지만 로신의 담략과 견식과 량지와 대화방식이 의연히 수요되고 그의 정신과 어투가 수요된다. 그는 고도의 리성사유와 합리하고 정당한 사변성을 전개한 사상가였다. 잡문은 력대로 비판적이였고 심미적이였는바 눅거리 찬가와는 인연이 없다. 잡문은 암흑과 허위에 대해 추호도 타협하지 않으며 어용성은 더구나 용납되지 않는다.
    잡문은 여론감독자로, 사상지향의 인도자로, 시대의 강음으로 되여야 한다. 이는 시대가 잡문에 부여한 숙명이라고 해야겠다. 그러한 잡문의 숙명을 알면서도 잡문다운 잡문이 되지 못했으니 잡문사촌으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서문을 마치려 한다.
    끝으로 필자가 어설프나마 문집을 낼수 있게끔 후원해주신 고마운분들과《장백산》잡지사의 성원과 지지, 그리고 이 책을 출판하느라 로심초사하신 연변인민 출판사의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2008년 3월 12일
     
                                  
       차례   
 
                                                            세상보기
 
  1. 우리들이 만드는 굴레
  2. 바람꽃은 피고 지는가?
  3. 문을 여닫으며
  4. 세상보기
  5. 신성한 비애
  6. 보물을 론한다.
  7. 수자의 자탄
  8. 그리고 또 다른것
  9. 력사의 “화석”에 새긴 감회
  10. 잊으라 기억하라!
  11. 모아산에 묻어둔 잡념들
  12. 회의학서문
  13. 약속력을 상실한 시대
  14. 로백성과 “부모관”
  15. 카멜레온의 웅변
  16. 권력잡설
  17. 정치건달
  18. 모기를 읊노라
  19. “모자”
  20. 의덕을 말하다
  21. 염라국탐방기
  22. 심리교정을 해드립니다
  23. 남년혼합계산식
  24. 사랑도 기술이다
  25. 결혼을 말하다
  26. 현대호색부
                                                인격의 안팎

1. 당신은 수치심을 아는가?
2. 천박을 평함
3. 《도덕교과서》부록
4. 큰 “대자”에 업혀보다.
5. 량심의 자술
6. 리기를 다림질하다.
7. 말! 말! 말!
8. 불평의 저의(底意)
9. 생각하기와 말하기
10. 생명과 도의
11. 엉덩이사유
12. 욕망과잉시대의 절경
13. 욕설의 철학
14. 귀천을 저울질해보다
15. 하느님은 왜 웃을가
16. 허영의 시장
17. 인격의 안팎
18. 소인을 알아보다
19. 성실을 내버린 뒤
20. 미소하는 삶
21. 아첨학개요
22. 얼굴을 읽어보다.
23. 친구라는 친구
                                                            살며 느끼며 생각하며

1. 나라 “오락병”
2. 장하도다, 입이여!
3. 그대 얻기전에
4. 기아약
5. 소의 유촉
6. 나비의 질문
7. 노새의 길
8. 로옹의 춘정
9. 두엄마
10. 민들레만가
11. 보는 가을, 느끼는 가을
12. 살며 느끼며 생각하며
13. 석양에 태운 상념
14. 지각한 사랑
15. 그 손!
16. 인생의 고개고개에
17. 인생은 미완성작
18. 고요함에 부쳐
19. 고향의 산에서
20. 마음과 터밭을 매다

                                                    문인의 오기와 골기
 

  1. 학문의 곤혹
  2. 명인과 량지
  3. 문인의 오기와 골기
  4. “문화”의 범람과 문화폭력
  5. 붓은 누구를 위해 달리나?
  6. 슬픈 궤적
  7. “나는 무엇인가? ”
  8. 문화의 실총과 총애의 문화
  9. 문학과 땀
  10.  문학언어공능풍격
  11. 나에게서 수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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