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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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덕을 말하다
2015년 09월 21일 16시 07분  조회:435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의덕을 말하다
 
   글줄이나 읽은 사람치고 고대중국의 명의 편작을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덕성도 더없이 고매하였다는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위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ㅡ그대 삼형제가 모두 명의들인데 누가 병을 제일로 잘 고치는고?
   ㅡ예, 큰 형님이 제일 병을 잘 고치옵나이다. 버금으로 차형이고 저의 의술이 가장 미천하나이다.
   ㅡ어찌하여 그렇다 하는고?
   ㅡ예, 저의 큰형님은 기색을 보고 사전에 병근을 알기에 환자가 아프기전에 치료해주나이다. 그것을 우리 가족들만 알고있나이다.
   둘째형님은 초기에 병근을 뽑아버리기에 향내사람들만 알고있나이다. 그러나 저는 병이 심해져 신음할 때에야 비로소 맥을 짚어보고 진귀한 약을 먹이거나 수술을 하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자기의 큰 병을 떼주었다고 소문을 내게 된것이 옵니다. 그것이 소인이 명의로 받들리는 까닭이옵나이다.
   편작의 말을 들은 위왕은 크게 치하하였다.
   ㅡ천하명의로서 겸허한 그 덕성은 실로 길이 칭송할바이노라. 죽을 사람도 살려 냈다는 천고명의 편작의 겸손은 우리에게 많은 계시를 주고있지 않는가? 편작의 겸양은 인격력량의 발산이라 해야 하리라.
   편작은 겸허했을뿐더러 의덕도 그렇듯 고매하였다. 한번은 괵(虢)나라에 갔다가 신묘한 침구료법으로 다 죽은 태자를 살려냈는데 왕이 하사한 금품은 물론 상으로 내린 벼슬자리마저 사절하였다. 아마 현대인들속에 그를 굴러들어온 복도 차던진 머저리라고 비웃을 사람이 많을것이다.
   3국시대 명의 화타도 그랬고 생명의 위험도 무릅쓰고 온갖 풀을 먹어보고《본초강목》을 쓴 리시진도 그랬다.명망으로 문진비를 값매기는 지금 같으면 돈없고 권리없는 로백성들이 병을 보일 엄두도 내지 못할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부자나 가난 뱅이나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병을 치료해주었으니 세세대대로 칭송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한 고장에 덕망이 높은 중의가 있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 주머니에 늘 뜨거운 물주머니를 넣고다녔다. 자신이 남보다 더 추위를 타서가 아니라 찾아오는 환자들을 언제나 따스한 손으로 진맥하기 위해서란다. 따스한 손으로 진맥하면 병자들은 마음부터 따스해지고 일종의 신뢰감을 가지고 병치료에 신심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이런 따스한 풍경을 접할 때면 우리는 감동하지만 또 다른 경치는 섬찍해 난다
   상술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어떤 사색을 자아내지 않는가? 현대중의학은 그들로부터 발전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의술은 계승받으려 하지만 그들의 고매한 의덕은 구중천에 날아가버린지 오래다. 지금 소문난 의사를 한번 보이자면 연줄에 연줄을 달아야 하고 두툼한 돈봉투를 넣어주어야 좀 어떨가 한 세상이다.
   중국의 모든 병원들이《인민병원》이라고 성스럽게 불리우던 그 시절, 흰옷 입은 의사나 간호원은 모두 가장 숭고한 칭호인《백의천사》로 통했고 명실상부한 인류생명의 기사였다. 병원에서는 지금처럼 돈을 번다는 생각을 앞세우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원들은 애오라지 환자의 병을 고칠 일념뿐이였다.
   그러나 상품경제시대의 도래와 함께 의료륜리가 망가지기 시작하여 더는 겉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북하면 국민들이 뒤에서 의사를 두고《하얀 ××》라고 모독하랴, 물론 사회적으로 그런 계제가 주어진데도 원인이 없지 않다.  떼돈을 번 벼략부자들이 많아지자 의사들은 서양의 의사들과 비교하게 되였고 마침내 비정으로 나가게 되였던것이다.
   더구나 정부에서 병원기업화를 권장하자 병원당국에서는 의사들에게 실적지표를 요구하게 되였고 환자는 이제 더는 환자가 아니라 돈나무일뿐이였다. 벌어들인 돈에 따라 장금까지 타게 되였으니 속담 그대로 꿩먹고 알먹기가 된것이다.
   그러다 보니 황당하기 그지없는 의료부패사건들이 련속부절히 일어나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되였고 온 사회적으로 원성이 높아졌다. 한낱 감기따위에 수백원을 써야 하고 쓰지도 않은 약을 진료비청구서에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이다. 한 환자가 하루에 수십병의 링겔주사를 맞은것으로 된 천하기문도 한두가지 아니다.
   수술의사에게 돈을 찔러줘야 한다는것은 이미 관례로 되였다. 의사가 약방이나 제약회사들에서 사례비를 받는 등 회색수입이 가관이라는것도 인젠 공개된 비밀이다. 중국에 《도리가 있어도 돈이 없으면 관청에 들어가지 말라》는 전고가 있는데 지금 은《돈이 없으면 병원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로 바뀌였다. 당장 죽어가는 환자를 두고 예약금이 없으면 문전박대하는 명실공히 《인민페병원》이 되고만것이다.
   국민들이《의사와 교원의 직업륜리가 망가지면 사회전체가 망가진다”고 말하는데 도리가 없지 않다. 사실 모든 직종에서 한번씩 망가진 경험을 갖고있다. 의사와 교사 는 그 중 제일 늦게 망가진 직종이지만 제일 광기스럽고 실망스럽다. 병원이 사기군의 대명사로 되여진다는것은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가장 먼저 망태기를 캤던 상인들이 뒤늦게나마 다시 직업륜리를 되찾기 시작한 징표가 보지만 새로운 도덕질서가 세워지고 있다고 락관하기는 시기상조이다. 아닌가 보라. 현재 광고중에서도 제일 요란스러운것이 명의광고, 명약광고이다. 약광고마다 령단묘약이요 만병통치다. 동네방네 홍보하는 의사들도 저저히 편작이나 화타도 무색해 할《명의》들이고 조상밀방이나 궁정밀방을 가지고 있어서 저승사자를 아예 우습게 보아도 될것같은 기분이 부쩍 들기도 한다.
   하기야 의사마다 명의여서 환자들에게 재생을 안겨주어 세상을 널리 리롭게 한 다면야 그보다 반가운 복음이 또 있으랴!  의사를 인간생명의 기사라고 칭하고있다. 의사로서 무소부지(无所不知)한다거나 백병이 즉효를 본다고 장담한다면 인간의 생명을 걸고 승낙하는것과 같은것인데 어떤 일에서든 보증을 내세운다면 언젠가 파멸을 자초할수도 있음을 명기할 필요가 있다.
   곰보자국을 보조개로 과장해 자랑하는식의 광고는 좀 자제하자.《대저 겸손해서 스스로를 적게 나타내며 크다고 스스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오히려 큰 사업을 이루게 되느니 이를 대도(大道)라 하니라.》도덕과 량심이 미끄럼타는 시대라 해도 제발 허명으로 돈낟가리에 앉으려고 하지들 마시라. 업보라는 말은 심심해서 전해내려온 말이 아닌것이다.
   겸허는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무릇 그가 누구든 무슨 직업인이든 진정 겸손해질 때 가장 인간다와지는것이 아니랴!인간의 온갖 미덕중에서 겸손이야 말로 으뜸가는 덕성이라 할것이다. 기실 모두 알고있는 상식이긴 하지만.
                                                           
                           2005 년 5 월 1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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