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한개 민족의 비밀사이다. (발자크), 소설은 인류정신의 최고의 종합이다 (미란 콘드라),소설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도구이다. (프루스트).”라는 말처럼 한부 의 훌륭한 소설이 내포하고있는 그 함의와 의의는 거대하다. 내가 읽은 명작가운데서 근저로부터 민족적인 감정을 앞세우고 우리 민족의 한시기 재난사를 읽게 소설은 바 로 한국 조정래선생의 대작 “태백산맥”이였다.
소설은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려순반란사건을 축으로 한과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형상화한 대하소설에서는 상놈출신의 주인공 염상진과 무당 소화, 하대치, 김범우 등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갈등이 어우러져 펼쳐진다. 이른 바“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외곡되여왔던 해방직후 조선남반부의 력사적 진실을 현미경을 들이대고 파헤치고 있으면서도 작품 전체에서 작가의 객관적 관조와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작이기에 손색이 없다.
제1,2부는 려순사건의 실패와 그로 인한 입산(入山), 빨치산의 유격전과 군경의 토벌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3부는 “6.25 전쟁”의 발발과 빨치산의 하산, 미군의 참전과 빨치산의 재입산, 그리고 좌우익의 극한투쟁을 다루고있다. 제4부는 휴전협정이 배경이며, 투쟁의 방향을 ‘입산투쟁’에서‘력사투쟁’으로 바꾼후(1952년 남로당의 5.25 지령) 중심인물인 렴상진의 죽음으로 이 대하소설은 막을 내린다.
전 10권으로 된 이 방대한 소설은 1948년에서 1953년까지 5년 동안의 시간적 흐름을 담고있는데, 이 5년 동안은 오늘 우리민족의 분단현실에 가장 깊게 영향을 끼친 력사공간이였다는 점에서 문학적만이 아니라 사회력사적, 문화적인 가치를 가지 고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분단의 원인을 고찰한다는것은 분단극복을 위해서 심원한 의의가 있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력사공간에서 다양하게 전개된 인물군체의 삶의 려 정은 바로 오늘의 분단현실을 되짚어 볼수 있는 력사적거울이 될수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당대의 계층을 대변하는 전형성을 지닌다고 할수 있다. 주요인물들로는 염상진, 안창민, 하대치, 정하섭, 이지숙 등의 빨찌 산계렬과 백남식으로 대변되는 토벌군, 염상진의 친동생인 악질인간 염상구의 대동 청년단, 최익승 윤영춘 양병갑, 송기욱, 정현동 등의 친일지주군체, 김사용이라는 량 심적지주형, 김범우, 서민영, 심재모, 손승호, 이학송 등의 량심적지식인그룹 등으로 이루어진 이들 인물군들은 바로 당대의 현실을 대변하는 전형적인 성격들이다.
그리고 염상진의 처 죽산댁, 강동식의처 와서댁, 하대치의 처 들몰댁 등의 인물군과 력사의 리면에 존재하는 농민들을 비롯한 인물군은 처절한 삶의 진실을 시사한 당대민중들을 대변한다고 단정할수 있다. 따라서《태백산맥》은 그들과 배달민족사회가 처해있는 민족통일의 진로를 가로막는 이데올로기적대립의 력사적뿌리를 파헤치면서 이를 거시적시각으로 그려내고있다.
력사적흐름을 개괄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개성적인 삶의 숨결까지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력사적시각이 작품속에 하나의 큰줄기로 관통되고 있다고 하겠다. 또 한 이 소설은“여순사건”이후로부터 농지개혁에 대한 저항뿐만 아니라 “6.25 전 쟁”에 이르기까지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공간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분단문학의 새로운 세계와 경지를 개척한 작품이라고 긍정하고도 남는다.
《태백산맥》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력사서같은 느낌이 짙다. 군데군데 민족주의자, 주로 극좌나 극우가 아닌 중도로선을 걷는 인물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력사적개관 은 작가 조정래 자신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싶은 분단의 전후배경인듯하다. 물론 작가의 주관이 투영되여있는 한계도 없지 않으나 우리 민족이 왜 아직도 극좌나 극우니하는 녹쓴 리념의 틀에 사람들을 몰아넣으며 편짜기를 하는지를 적어도 우리 민족 의 측면에서 리성적으로 살펴볼수 있게 제시하고있다.
소설에서 시사하다싶이 친일파의 청산에 관련된 문제는 오늘날까지 제기되고 있는바 자초에 친일파는 청산되지 않았다. 미군정의 편의하에 그들은 다시 각종 관직에 등용되였고 그들의 콤플렉스는 리념문제를 리용하여 반대파를 처단하는 피비린 악행을 기탄없이 감행하게 된다. 조정래는 리념 그 자체에 대한 회의속에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애정, 민중에 대한 경의를 은근히 내비치고있다.
공산주의도 또 그것의 반대개념으로 차용되고 리용되여 온 민주주의도 그 리념만으로 인간세계를 재편하고 행복이라는 지향을 실현할수 없다는것을 작가는 극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희귀의 혜지의 작가로 빛난다. 가장 중요한것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존중과 사랑, 신뢰이다. 그 본질에 대한 간과가 치달은 결과가 반대파에 대한 극도의 증오와 살륙으로 체현된다는것은 민족의 비극이다.
언어구사가 화려하지 않지만 토속적방언이 그대로 구사됨으로써 향토적색채가 짙게 하였고 또 그리함으로서 인물들의 형상이 립체감이 나게 하였다. 작가가 목적의도적으로 그리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에는 사실주의와 랑만주의가 잘 결합되여있다. 특히 매우 인상적인 소설의 결말에서 비장한 랑만색채가 눈물속에 비낀다.
“그는 가슴을 펴고 숨을 들이켰다. 그와 함께 밤하늘이 그의 시야를 채웠다. 그 는 문득 숨을 멈추었다. 그는 눈앞이 환하게 열리는것을 느꼈다. 그가 본것은 넓게 펼쳐진 광대한 어둠이 아니였다. 그가 본것은 어둠속에서 수없이 빛나고있는 별들이 었다. 그는 멀리 깊은 어둠 저편에서 명멸하고있는 무수하게 많은 별들을 우러러 보았다. 가을별들이라서 그 초롱초롱함과 맑은 반짝거림이 유난스러웠다. 그 살아서 숨쉬고있는 별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 별들이 모두 대원들의 얼굴로 보였던것 이다. 먼저 떠나간 대원들은 죽은것이 아니였다. 그들은 모두 혁명의 별이 되여 어둠속에서 저리도 또렷또렷한 모습으로 빛나고있었던것이다.
그는 봉화가 타오르고, 함성이 울리고있는 가슴에다 그 별들을 옮겨심고 있었다. 끝간데없이 펼쳐진 어둠속에서 적막은 깊고, 무수한 별들의 반짝거리는 소리인듯 바람소리가 멀리 스쳐흐르고있었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속으로 사라져가고있었다…”
이 결말은 소설에서 다루고있던 무겁고 장엄한 제재에 걸맞는 결말수법이다. 서두와 결말은 플롯이 일관성을 유지하고있다는 느낌을 부여하고 작가의 생각이나 세계 관을 표현하는 장치역할 뿐만아니라 소설의 주제를 재치있게 심화시키고있다.
색갈론으로부터 출발하여 리념의 색안경을 쓰고보면 대하소설《태백산맥》에는 당연히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다고 볼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작가는 이 소설을 내놓은후 그저 구설수에 오른정도가 아니라 곤욕을 치렀다. 1992년 이른바 대검수사결과가 나 왔는데 이미 350만부이상 팔린 책을 법으로 문제삼는것은 과히 적절하지 않기때문 에 문제삼지 않기로 하였단다.
단“일반인이 교양으로 읽으면 괜찮지만 대학생이나 로동자가 읽으면 이적표현물 탐독죄로 의법 조처한다." 이에 대한 조정래의 론평이 아니러니적이다. "안방에서 어머니가 읽으면 교양물이고, 건넌방에서 대학생 아들이 읽으면 이적표현물이다." 작가가 어떤 죄를 썼든, 어떻게 자평했든 이 소설은 한국소설발전사에서 한 획을 크게 그어놓았다는것을 무시할수 없을것이다. 국내외를 통털어 이데올로기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것 자체가 대단하다. 그래서 조정래는 탁월한 소설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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