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오 신문
시가 있는 마을 16 - 김규화
한강을 읽다
김규화
이젤을 거꾸로
일요일의 한강이 그림을 그린다
부우우 몰려와 늘어선 물가의 아파트군
단숨에 세우고
짐짓 흔들어본다
하늘을 제 가슴 깊숙이 클릭하고
그 위에 구름 몇 송이 흘러내리는
이내 지워버린다
아파트를 흑수정으로 꾸며놓고
올랑촐랑 물살 속의
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구부정한 어머니
뒤 따르는 나를 덥석 안는다
돛단배 하나 지나가면서
한강은 우리를 지운다
피사로의 「수문」을 물새가 가로 지른다
이선의 시 읽기
움직이는 그림 기법- ‘상상력의 이동’
아날로그 시에서‘상상력’은 시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하이퍼시에서 ‘상상력’의 부재는 하이퍼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아날로그 시가 정지한 그림이라면 하이퍼시는 ‘움직이는 디지털 그림’이다. 하이퍼시는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으로 공감각적 운동 이미지를 만든다. 하이퍼시는 화면이 선명하고 장면 전환이 빠르다.
‘움직이는 그림 기법’의 하이퍼시는 합성과 분리, 삽입이 가능한 합성사진이다. 상상력의‘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구조, 새로운 의미, 새로운 감각을 만든다. 새로운 상상력, 즉 시에서의 새로움은 새로운 철학이다.
김규화의 시는‘어머니’라는 보통명사를 특별한 그림으로 다시 그렸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한강’이 ‘거꾸로 이젤’을 들고 순행적인 시간의 시점을 거꾸로 돌려 ‘반시계 방향’으로 진입하며 시에 감각적 미의식을 준다. 아날로그 시가 시인의 관점에서 시에 접근했다면 이 시는 사물, 즉 피사체의 관점에서 관찰한다.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공간이동을 하여‘아파트- 하늘- 구름- 어머니- 돛단배- 새’로 그림의 화면이 바뀐다. 사물에 운동성을 주며 장면전환을 하며‘움직이는 그림’을 그린다.
시어 선택에서도 고정성과 획일성에서 벗어나 독자에게 정서환기의 장을 열어준다. 아파트라는 사물을 ‘부우우 몰려와 늘어선’이라는 운동성을 줌으로써 시에 생동감과 움직임을 준다. 평면 그림에 운동성을 주어 입체시로 만들었다. 수채화의 여백처럼 시적 여운을 남긴다. ‘출렁, 흘러내리는, 올랑촐랑’등의 시어는 시에 운동감을 준다. 사실적인 표현과 정서적인 표현이 아우러져 심상에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붓으로 물을 찍어 독자의 추억도 감각적으로 그렸다 지운다.‘돛단배’와 ‘물새’라는 사물이 장면전환을 하는 붓이다.
김규화의 「한강을 읽다」는 아날로그 시가 아닌 파스텔톤의 ‘움직이는 풍경화’다. 상상력의 시간이동과 공간이동이 여러 번 이루어진다. 여러 번 출렁거림을 주어 ‘풍경화’에 ‘움직임’을 준다. 하늘과 구름과 물새라는 사물을 공간이동하여 붓으로 사용한다. 김규화는 이 시로 독창적인 현대적 하이퍼시 창작기법을 창조하였다.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미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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