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마을- 신현락
구름 위의 발자국
신현락
나비는 꽃잎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새는 죽어서 구름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아무도 꽃잎의 발자국을 보지 못 한다
꽃잎이 지고 나비의 날개는 비에 젖는다
나비를 비애의 그림자라고 명명하는 건
당신 몫이겠으나 여기부터는 구름의 영역이다
당신은 꽃잎을 밟으며 꽃잠에 들 수도 있다
그럴 때 나는 구름의 문장을 해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름이 하늘색을 지우는 건 잠깐이다
한때 나는 구름을 향해 무어라고 소리를 쳤으나
새들만이 그 너머로 날아갔음을 안다
꽃잎 위에 비 내리고 어제가 오늘이 되었다
시간은 뒤를 돌아보지 않지만 나는 죽은 새를 들고
구름 위의 발자국을 맞히는 신궁을 기다린다
<이선의 시 읽기>
환상과 직관의 모자이크 액자
'나비'를 A 이미지라고 명명하여 보자
‘꽃’을 B 이미지라고 명명하여 보자
‘구름’을 C 이미지라고 명명하여 보자
‘새’를 D 이미지라고 명명하여 보자
신현락의「구름 위의 발자국」은 제목처럼
가볍고, 보드라운 A, B, C, D 이미지들의 모자이크다.
‘나비, 꽃, 구름, 새’는 ‘가볍다’는 공통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 가벼운 ‘집합 이미지’들은 자칫 공상으로 흐르기 쉬우며, 표현주의와 감상주의로 흐르기 쉽다. 그런데 위의 시는 깃털처럼 가볍게 단어를 터치하면서도 시의 뿌리가 단단하고 깊다. 그 힘은 사물성에서 출발한다. 사물에 입힌 사유의 힘이다. 또한 ‘사물’에 행동과 행위를 줌으로써 ‘동적 이미지’로 ‘사실성’을 강화하고 있다.
꽃잎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나비의 날개는 비에 젖는다
꽃잠에 들
구름을 향해 무어라고 소리를 쳤으
그 너머로 날아갔
비 내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지만
나는 죽은 새를 들고
발자국을 맞히는 신궁을 기다린다
위의 밑줄 친 행위를 주도하는 문장들은 ‘공상’과 ‘상상’의 시적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좋은 비유는 관념보다 더 깊은 확장된 관념을 생산한다. ‘사물’과 ‘사실’에서 출발한 상상력은 시적 논리를 강하게 한다.
환상과 직관, 죽음과 현실, 과거와 현재, 상상과 이성, 과거와 미래가
한 공간에서 반짝이는 복합그림의 선명한 이미지액자가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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