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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거나 Y 유지소
2018년 12월 20일 16시 11분  조회:835  추천:0  작성자: 강려
엔지오 신문/ 시가 있는 마을 21호/ 유지소
y거나 Y
 
유지소
 
나무란 나무는 모두
y거나 Y; 일평생 새총을 만든다
떡잎부터 고목까지 나무는
나무로부터 새를 날려버리기 위해
y거나 Y; 새총전문제조자가 되었다
새는 나무의 도플갱어; 이것은 나만 아는 사실
새는 나무의 육체로부터 유체이탈한 나무의 영혼
; 이것은 나무만 알고 새는 모르는 사실
나무는 영혼이 육체로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유배자처럼 머무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고정식 탁자 같은 나무에게
새는 일종의 접이식의자 같은 것이다
나무 이전에 새가 있었다,는 말을
나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단언컨대, 새는 나무 이후에 있었다.
새; 나무에게 새는 뿌리를 탈출한 나무이다
나무; 새에게 나무는 뿌리를 박은 새이다
y거나 Y; 공중에 떠 있는 새의 은자부호
y거나 Y; 공중에 떠다니는 나무의 부표
새는 뿌리를 내리기 위해 나무에 둥지를 틀고
나무는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새를 날린다
새는 나무로 돌아오는 힘으로 일생을 살고
나무는 새를 날려버리는 힘으로 일생을 산다
새가 영원히 나무로 돌아오지 않을 때
나무는 비로소 완전한 나무가 된다
 
 
 * 2012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시>상 수상작품
  <이선의 시 읽기>
 
 「y거나 Y」는 나무의 형태를 관찰하여 ‘y거나 Y’로 읽는다. 또한 새총모양으로 읽는다. 붙박이로 서 있는 나무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와의 관계를 ‘y거나 Y’로 상징적으로 읽는다.
  부부관계, 부모자식관계, 연인관계, 불륜관계, 상하복종관계, 이별, 집착…, 모든 관계는 함수 'x와 y'로 이루어져 있다. 그와 같이 위의 시「y거나 Y」에 어떤 대립적인 관계와 상황을 대입하여도 그 관계가 성립된다. 기호시가 독자의 확산적 사고를 도출하는 이유는, 대입하는 사물에 따라서 의미확장이 크기 때문이다. 남의 은밀한 일기장을 훔쳐 읽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그 대상은 밀착된 자아이면서 대립되는 타자다. ‘자신’이면서 타자다. 라캉은 ‘욕망이론’에서 ‘자아를 타자로 인식하는 자아의 시선’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시의 본질은 자아를 객관화시키는 작업일 것이다. ‘가까이 있는 자아를 멀찍이 놓고 바라보기’라고 이름붙여 본다. 기호 'x와 y'는 자아면서 동시에 ‘타자’를 의미한다. 위의 시 6-7행에서 ‘새는 나무의 도플갱어; 이것은 나만 아는 사실/ 새는 나무의 육체로부터 유체이탈한 나무의 영혼’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그 사실을 증명해 준다. ‘자아의 타자화’는 16-17행 ‘새; 나무에게 새는 뿌리를 탈출한 나무이다/ 나무; 새에게 나무는 뿌리를 박은 새이다’ 부분에서도 증명된다.
 「y거나 Y」는 설명적이고 지루하고 빤한 시들에 식상한 독자에게, 신선하고 감각적이며 낯선 이국 거리에서 매력적인 외국 이성을 만난 것 같은 낯설음이 주는 호기심과 설렘을 준다. ‘고정식 탁자 같은 나무에게/ 새는 일종의 접이식의자 같은 것이다’와 같은 표현은 내용과 표현의 ‘낯설게하기’의 극치다.  
  ‘새는 뿌리를 내리기 위해 나무에 둥지를 틀고/ 나무는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새를 날린다/ 새는 나무로 돌아오는 힘으로 일생을 살고/ 나무는 새를 날려버리는 힘으로 일생을 산다’ 위의 시의 주종을 이루는 대귀법이다. 대귀법의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들이 선명하고 쿨하게, 때론 따끔하게, 새콤하게, 은밀하게 독자를 유혹한다.
  ‘자아의 타자화’는 갈등과 배리의 ‘등배관계’다. ‘새가 영원히 나무로 돌아오지 않을 때/ 나무는 비로소 완전한 나무가 된다’ ‘관계의 미학’의 정점이다. 사유의 깊이와 절제와 정돈, 버림의 미학이 감각적인 기호시로 완성된 간결함이 돋보인다.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미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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