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숨 쉬는 법
김 종 희
그는 등에 거대한 초원을 짊어지고
맨발로 구름을 향해 걸었다
초원은 가볍고 아늑했다
비행기가 그의 다리 밑으로 지나가고
활처럼 휘어진 초원의 양 끝이
푸른 하늘에 맞닿았다
바람이 하늘과 초원 사이를
공처럼 둥글게 부풀렸다
위험에 노출된 성난 새들은
소리 지르며 구름동굴 속으로 달아나고
구름 밑으로 떨어진 그는 뽀로로와 함께
에메랄드빛 오즈의 성을 찾아 떠났다
풀밭에 벗어놓은 그의 신발에
붉은 해가 매달려
하늘을 온통 분홍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작은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공처럼 떠올랐다
이선의 시 읽기..'추상화 시 모델을 제시'
김종희의 『그가 숨 쉬는 법』은 오버랩 된 색채 이미지가 선명하다. 몇 개의 그림을 오려서 사선과 직선, 곡선, 원으로 디자인하였다. 여러 개의 사물을 한 화면에 흩어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미지들은 시적 질서를 가지고 산만하지 않다.
위의 시에서 ‘그’라는 대상은 극적인 요소를 가진 어떤 현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한다. 여러 개의 화면을 오버랩하여 펼쳐보여줌으로써 ‘낯설게하기’를 실현하고 시에 새로운 정서를 부여한다. 정지된 화면을 한번 흔들어주어 이미지에 운동감을 줌으로써, 정서환기를 시킨다.
아래 동사와 동사어들은 운동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단어들이다. ‘구름을 향해 걷고, 다리 밑으로 지나가고, 맞닿았고, 부풀리고, 달아나고, 찾아떠나고, 해가 매달리고, 바꾸어놓고, 떠오른다’
또한 위의 시에서는 많은 동사와 명사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선명하다. 그 이유는 ‘초원, 구름, 비행기, 다리, 하늘, 구름, 새, 구름동굴, 뽀로로, 에메랄드빛 오즈의 성, 풀밭, 붉은 해, 하늘, 나뭇가지, 하얀 달, 공’ 등 명사를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명사는 사물을 대표한다. ‘사물시’를 씀으로써 시를 ‘객관화’하고 있다.
김종희는 위의 시에서 오버랩 기법으로 추상화 시의 새 모델을 제시하였다. 또한 움직이는 그림을 실험하여, 하이퍼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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