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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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 남성의 직선적사유와 녀성의 그물식사유
2005년 12월 07일 00시 00분  조회:4556  추천:78  작성자: 김관웅
남성의 직선적인 사유에 비해 녀성은 그물식사유를 한다고 미국의 녀류학자 헬렌 페시르는 <<제1의 성(The first sex)>>라는 저서에서 주장한다.

그러면 그물식사유란 어떤 사유인가?

그물식사유란 서로 관련되는 요소들에 대해 련관적으로,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사유방식을 뜻한다.

중국말에 <<한마음으로 두가지 일을 할 수 없다(一心不可二用)>>는 말이 있지만 이는 남자들에게는 맞는 말이지만 녀성들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우리 속담에 녀자들은 <<문턱을 넘으면서도 열두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녀성들은 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것 같다. 녀성들은 보채는 아기를 추슬러 업고 얼리면서 쌀을 씻음과 동시에 국이 넘어 나는가 살펴야만 한다.. 녀성의그물식사유의 일상생활에서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번잡한 일상사무를 처리하는 비서노릇이 녀성들의 적성에 맞는것도 녀성의 이런 그물식사유와 무관하지 않다. 잡다한 일들을 함께 처리해 나가는 능력은 사무실에서 가장 명료하게 드러난다. 내가 근무하는 연변대학 조문학부의 사무실에는 비서로 일하는 20대후반의 주송희라는 젊은 녀성이 있다. 재직연구생으로 연구생공부를 하면서 학과의 과정배치, 학생들의 성적관리 같은 잡다한 일상사무를 함께 처리 할뿐만 아니라 학과의 출납원 겸하였고 또 복사기를 사용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학과의 수많은 문건들도 주송희의 손에 의해 타자된다. 비서, 타자원, 출납원, 연구생, 가정주부 …… 주송희씨는 그야말로 일신다역으로 눈코 뜰새 없이 분망히 보내지만 어느 때 보아도 해놓은 일이 빈틈이 없고 깐지다. 그래서 나는 주송희야말로 그물식사유를 한다고 생각해 오군 했다.

마치도 서커스단의 녀자배우들처럼 수많은 접시를 두 손으로 동시에 돌리지만 떨구는 일이 없듯이 그 번잡한 일들을 동시에 척척 처리해 나가는 주송희를 볼 때마다 나는 그저 부럽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여년전 내가 연구생공부를 할 때는 집안에 들어 박혀 책만 보면서 학교의 가장 중요한 회의나 행사마저 잘 참가하지 않아서 얼마나 선생님들부터 지청구를 들었던가. 이것은 게으른 나의 천성 탓이기도 하였겠지만 나란 인간은 한가지 일에만 전념해야지 두가지 이상의 일을 벌리면 이미 벌려 놓은 한가지 일마저 잘 하지 못하는 남성적인 직선적인 사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지금도 나는 한가지 일을 끝내야만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아마도 남성적인 직선사유가 나의 몸에서 가장 선명하게 표현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녀성적인 그물식사유를 하는 남성분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은사인 정판룡선생님이 바로 녀성적인 그물식사유방식을 가진 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판룡선생님은 연변대학에서 부교장이라는 보직도 10여년 동안 가지고 있었고 동시에 박사생도사도 겸하고 거기에다 누구보다 왕성한 사회활동도 줄기차게 벌이셨다. 그야말로 일신다역으로 한 생을 분망하게 보내셨다. 우리는 정판룡선생님 같은 분을 쌍견도(雙肩挑)간부라고 불렀다. 즉 두 어깨에 모두 멜대를 멘 간부라는 뜻이다. 남성은 본질적을 한 어깨로만 멜대를 멜 수 있고 녀성은 본질적으로 두 어깨에 멜대를 멜 수 있다.

그러면 남성의 직선사유와 녀성의 그물식사유는 어떻게 생겨 난것인가?

몇백만년전, 인류의 조상들은 동아프리카에서 살 때부터 이미 불을 지필 줄 알았고 코끼리나 들소, 멧돼지 같은 대형 동물들을 잡아 먹고 사는 수렵생활을 시작했다. 생명의 위험이 따르는 이런 큰 짐승들을 잡을 때 남자들은 반드시 모든 정력을 집중해야 했다. 수풀속에 몸을 감추고 짐승들의 동정을 살피면서 기회를 노렸다가 갑자기 출격해군 했다. 만일 조금만 정신을 딴데 팔아도 맹수들에게 짓밟히거나 잡혀 먹히고 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 남성들의 조상들은 들소나 멧돼지를 잡을 때 잡생각들을 모두 버리고 생각을 한 곬으로만 하게 되였으며 한 보조가 끝나면 다른 한 보조를 생각해 나가는 직선적인 사유방식을 굳히게 되였던것이다. 자기가 뿌린 투창에 맞아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도망치는 멧돼지를 뒤아가다가 들소를 만나면 쫓던 멧돼지를 포기하거나 멧돼지와 들소를 한꺼번 다 잡겠다고 설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십중팔구는 멧돼지도 들소도 다 잡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남자들은 정신을 집중하여 하던 일은 끝을 보아야만 새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였던 것이다. 아마도 이래서 남성들의 직선사유의 원형이 형성되기 시작한것이라고 하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녀성들의 그물식사유는 그녀들의 원시사회에서의 소임과 갈라놓을 수 없다. 녀자 조상들의 소임은 이 지구상의 어느 동물들보다도 간거하였다. 그녀들은 지극히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하에서 오랫동안 자립할 없는 아이들을 양육해야만 했다. 이런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해서 엄마로 된 녀자의 조상들은 동시에 많은 일을 하여 야만 했다. 배암이 슬슬 기여 들고 있지나 않은지, 번개 치지나 않는지, 캐여온 들나물이나 들과일들에 독이나 없는지, 졸음이 와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를 업고 옛말을 해달라고 하는 좀 큰놈한테는 옛말을 해주고 늙은 이들의 잔소리도 들어 주야 야 하고… 아무튼 녀자의 조상들은 이런 잡다한 일들을 함께 하는데 버릇이 되였고 따라서 녀성의 그물식사유방식의 원형은 점점 형성되여 갔던 것이다.

출근을 앞둔 우리 집 마미의 거동만 보기로 하자.

아침을 하다가는 내가 회의에 참석할 때 입을 정장을 고르느라고 옷장을 발칵 뒤집기도 하고 작은 애의 대학입시성적을 알아보느라고 전화를 하고 자기의 도시락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

21세기에는 이런 녀성적인 그물식사유가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나 같이 쥐처럼 한구멍만 뚫는 직선적사유를 하는 사내들은 살아 남기 어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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