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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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호테타입과 햄리트타입 그리고 제3의 인간형
2006년 04월 20일 00시 00분  조회:4711  추천:46  작성자: 김관웅
동키호테타입과 햄리트타입 그리고 제3의 인간형


김 관 웅



지난 여름의 어느 등산의 점심시간이였다.
산정의 나무 그늘밑에서 도시락들을 거의 다 비워가고 가지고 간 맥주캔들도 다 비워질 무렵에 륙십에 가까운 XX형이 늦장가를 드느냐 마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아직 미성년인 제 새끼 둘에 후처감으로 지목된 녀자의 미성년의 자식 둘, 이렇게 자식 넷을 재구성하여 여섯식구의 새 가정을 꾸리시겠다는게 당사자 XX형의 드팀없는 결심이였다.

처음에는 나를 비롯한 반대론자들이 우세였다. 득과 실을 따져 볼 때 득(得)이 전혀 없는것이 아니라 실(失)이 너무 크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이구동성의 의견이였다.

늦게 장가를 든 XX형은 자연히 자식농사도 늦게 시작하여 큰 아들라고 하여 금년에 대학에 들어갈 고3이고 작은 애는 겨우 소학교 졸업학년이다. 녀자쪽도 아이가 둘이여서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니 자식들의 뒤바리지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였다. 그런데 서발 장대기를 휘둘러도 거칠것이 아무것도 없는 살림형편에 바야흐로 외지에 가서 대학공부를 하고 고중을 다녀야 할 각성받이 네 자식의 뒤바라지를 과히 해낼 수 있느냐 하는것 이 반대파들의 가장 주된 반대의 의거였다.

반대파의 맹장들인 녀자들이 가장 실제적인 측면에서 xx형을 설복하려고 하였다. 정 마음이 든다면 대방도 과부이고 xx형도 홀아비이니 서로 사랑하는 애인으로 서로 오가면서 사는게 좋지 법률적인 책임과 도덕적 의무에 결박당하는 결혼 같은 모험은 하지 말라고 거듭거듭 권고했다. 분명히 충언이였다. 별로 귀에 거슬리지도 않는 충언이였다.

이런 충언에도 xx형의 태도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연길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녀자의 집에 가서 살림을 합한다는게 아닌가. 게다가 연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작은 아이까지 녀자가 있는 도문에 전학시켜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녀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여 졌다.

<<지금 처음 만나니 입안에 넣었던 것도 뱉어 내여 놔눠 먹자고 하지만 이제 실제로 살림을 해보세요. 돈에 쪼들리지, 아이들이 싸우지 그렇게 되면 그런 정애가 안 생긴답니다....부부간의 싸움은 대부분은 돈 때문에 생긴답니다. 설사 네 아이한테, 내 아이한테 돈을 얼마 보냈는가 싸움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꺼번에 두 아이 세 아이가 와지에 가서 대학공부하는 걸 뒤바리지할 경제력이 있으세요? >>

<<사람이 돈만 가지고 사는 줄 아오? 정 학자금이 문제가 되면 연길에 있는 내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충당하리다!>>
<<그 아파트가 뭐 큰 돈인가 하세요?>>
<<6만 5천원에 샀으니까 본전이야 받겠지. >>
<<그까짓 6만 5천원은 한 아이의 학자금도 안돼요.>>
<<그러면 녀자쪽의 집도 팔면 되지...>>
<<집 다 팔고 바깥에서 텐트 치고 살겠어요?>>
<<왜 텐트 치고 못살아? 텐트 치고 살면 좀 좋아, 구름처럼 바람처럼 매인데 없이 집시들 같은 랑만적인 삶을 살면 좀 좋단 말이오?>>
xx형이 이렇게 대꾸하자 반대파 녀자들쪽에서 항의가 쇄도했다.
<<남들은 진국으로 말하는데 롱담은 무슨 롱담이예요?>>
이렇게 되자 XX형도 정색을 하고 대꾸했다.
<<롱담이 아니야. 진담이라구. 시내에 있는 아파트 처분하고 시골에 내려가서 자그마한 초가집 한 채 마련하고 도연명이처럼 <귀거래사>나 읊으면서 살면 좀 좋아...난 누가 뭐래도 7월초에는 정식으로 그 녀자와 결혼등기를 하고 살림을 합치고 함께 살거야.>>

어떤 녀자이기에 xx형이 아파트를 처분하는것마저 불사하고 기어코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가? XX형보다 10년이나 년하라니 얼마나 젊고 예쁠까? 음식솜씨나 매너마저 사람을 죽여 준다니 다들 그 녀자한테 호기심이 동하여 다음 등산은 도문으로 행선지를 정했고, 산에서 내려와서는 곧바로 그 녀자의 집으로 가서 약혼턱 겸 신부감 구경도 하기로 했다.

-- 남자들이란 녀자한테 빠지기만 하면 세상이 다 녹두알만해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옛날 당현종은 양귀비에 혹해 3천궁녀도 마다하고 조정의 정사(政事)마저 게을리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찌 옛날뿐이랴. 지난 세기 30년대에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8세는 40도 넘은 과부 심프슨부인한테 반해 임금의 옥좌마저 마다하지 않았던가. 우리 XX형이 민초로 태여났으니 이 정도에 머물렀지, 만일 룡종(龍種)으로만 태여났으면 결코 당현종이나 애드워드 8세에 짝지지 않을 정종(情種)으로 세상에 소문을 냈을텐데...

나는 XX형과 반대파들 사이의 설전을 옆에서 지켜 보면서 이런 생각을 굴리였다. XX형은 금년에 쉰아홉이니 공자의 말대로 하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지나서 이순(耳順)의 나이에 접어 든다. 분명히 청춘의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20대나 30대의 청년들처럼 자기를 생각하고 있는것이다.

봄에는 봄에 할 일이 있고 ,여름에는 여름에 할 일이 있고, 가을에는 가을에 할 일이 있고, 겨울에는 겨울에 할 일이 있다. 객관에서 볼바에 xx형은 인생의 가을이라도 마가을에 와 있는데 마땅히 인생의 봄철에 해야 할 일을 인생의 마가을에 들어 서서 하시려는 잡도리이다. 마치도 강남의 농사군들이 이모작을 하듯이 다시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그 사랑의 곡식을 가꾸려 하고 있는것이다. 북국(北國)의 기후와 농사절기를 모르고 농사를 짓는 농부에 비길수도 있다. 바로 이런 동심에 살기에 XX은 나이에 비해 언제나 젊어 보이고 혈기 또한 좋은것 같다. 또 바로 이런 동심이 계속 살아 있기에 시를 쓰고 있지 않는가.

3년전에 내가 롱담 반 진담 반으로 XX형의 성격을 류형학적으로 분류를 할 것 같으면 <동키호테>타입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리웠던 것이 아주 적중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심리학에는 <동키호테>타입을 객관적 현실상황을 정시하지 않고 주관적인 리상이나 동기나 판단이나 의지에 의해 행동하는 주관적 성향을 지닌 심리류형을 가리킨다. 랑만주의자라고 할수 있다.

현실이란 이 자기가 서있는 립지를 무시하고 리상의 하늘에서 날으려고만 하는 랑만주의자들은 참으로 지금 한창 류행되고 있는 시체말로 표현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쑈싸(瀟灑)한 인간이고 삶의 의욕과 용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인간임이 분명하다. 단 하루를 살더라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랑만주의자, 리상주의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랑만주의자, 리상주의자들의 이러한 <쑈싸함>이 별로 오래 가지 못하고 비극으로 끝남을 나는 적지 않게 보아 왔다. 한 인간을 다음과 같은 메타포를 동원하여 설명할수 있다.

비행기의 가장 큰 기능은 하늘에서 나는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가 하늘에 나는 목적은 인간을 한 고장으로부터 다른 한 고장의 지면에 내려 놓으려는데 있는 까닭에 비행기는 하늘에서 일정한 시간을 비행하다가는 반드시 지면에 착륙해야만 한다. 하늘에서 날기만 하고 땅에 내릴 줄 모른 비행기는 비행기(飛行機)가 아니라 살인기(殺人機)이다. 마찬가지로 주관적리상만 추구하고 객관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동키호테타입의 인간들은 흔히 하늘에 떠오르기는 했으나 땅에 내릴 수 없는 비행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하늘에 떠오르기가 무서워서, 하늘에서 날다가 땅에 착륙할 수 없을가바 무서워서 그냥 활주로에 정박해 있는 비행기는 비행기기 아니다. 비행기인 이상 리륙하여 하늘에 날아올라 가 보아여 할것이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XX형은 용감한 인간, 아름다운 인간임이 분명하다. 단 하루를 살더라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랑만주의자, 리상주의자임이 분명하며 제 주장과 생각대로 살아가는 동키호테타입임이 분명하다.

동키호테타입과 정반대의 타입은 햄리트타입이다.

햄리트타입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주관적인 리상이나 동기나 목적 같은 것이 분명한 점에 있어서는 동키호테타입의 인간들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햄리트타입의 인간들은 그 실현의 객관적가능성에 대해 무척 신경을 쓴다. 생각은 뻔하지만 객관적인 여건만 고려하면서 우물쭈물 자기의 생각을 행동에 옮기려 하지 않는다. 마치도 햄리트가 복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앞뒤 좌우를 재기만 하고 눈치만 보다가 복수의 기회를 다 놓치고 종당에는 자기의 목숨마저 잃는것처럼 햄리트타입의 인간들은 주저하고 꾸물거리고 좀자르다가 일생을 다 보내기가 일수이다.

햄리트타입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생각에서는 거인이나 행동의 난쟁이라면 동키호테타입의 성격을 가진 인간들은 생각에서는 난쟁이나 행동에서는 거인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과에는 대학시절의 두 동창생이 있다. 한 분은 <<삼국지>>에서 나오는 장비나 <<수호전>>애서 나오는 리규 같은 생김생김에 완전히 동키호테적인 타입의 성격을 갖고있어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남을 웃기는 일도 만들어 냈으나 남들이 해보는 일은 거의 과감하게 다 해 본데 반해 다른 한 분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느는 소심한 군자여서 한평생 살아 오면서 큰 실수를 저지른적은 한번도 없으나 또 그렇다고 대단한 업적을 쌓아올렸거나 세인을 놀래우는 장거를 한 일도 없다.

사실 동키호테타입과 햄리트타입은 각자가 모두 각자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허물없는 사이인지라 나는 늘 이런 롱담을 건네군 한다. 동키호테타입의 상격을 가진 그 형의 일생은 바다의 파도처럼 기복이 있고 모험과 실패와 그리고 그에 따르는 스릴이 있는 일생이라고 할수 있다. 이와 달리 햄리트타입의 성격을 가진 그 형의 일생은 마치도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고 변화와 자극이 적은 일생이라고 할수 있다.

<<두 형님의 성격을 한데 믹서하여 골고루 반죽 한 뒤에 다시 두 사람으로 빚어 만들었으면좋겠습니다. 동키호테와 햄리트의 짬뽕인 제3의 인간형이 되게 말입니다.>>

나는 늘 이 두 형을 맞대 놓고도 이런 롱담을 하군 한다.

동키호테타입의 인간이나 햄리트타입의 인간이나 모두 인간류형의 량극이여서 그다지 바람직한 인간형은 아닌 것 같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인간향은 동키호테타입과 햄리트타입아라는 이 량극의 복판에 있는 제3의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꿈과 랑만도 있고 현실감각도 뛰여난 인간들이 바로 이런 제3의 타입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주관과 객관 그리고 리상과 현실, 목적과 수단을 잘 조화시키고 통일시켜 나가는 능력을 가진 인간성격은 우리가 희구하는 바람직한 인간형인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리상적인 인간형을 만들어 내자면 동키호테와 햄리트를 한데 골고루 반죽하여 새로운 제3의 인간형을 빚어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같은 절대자이면 또 모르겠으나 나 같이 바보적 기질이 다분한 인간이 동키호테타입과 햄리트타입이라는 이 량극 사이에서 적절한 도를 장악하느라고 줄타기를 한다는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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