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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가족을 주제로 한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2049  추천:0  2017-02-26
'어린이날' 동시모음   어린이날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에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오늘은 어린이날 == 어린이들만큼   푸른 하늘과 고운 웃음이 어디에 있으랴 변해 가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아이들의 해맑은 순수 온 누리 가득한 일체의 평화로움이 어디에 있으랴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요 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생 문득 뒤얽힌 날들 속에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바라보면 다시 환한 또 하나의 행복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린 날들만큼 꿈 많은 봄 같은 계절이 어디에 있으랴 그 사랑스런 눈빛 아름다움이 또한 어디에 있으랴 (나명욱·시인, 1958-) == 다르게 크는 어린이== 코가 큰 어린이는 코가 커서 귀엽고 눈이 작은 어린이는 눈이 작아서 귀엽다. 이 빠진 어린이는 이가 빠져서 예쁘고 왼쪽 오른쪽 신을 바꿔 신는 어린이는 신기해서 예쁘다. 서로 다르게 커나가는 어린이 누가 누가 잘하나? 기죽이지 말고 모두 모두 잘 하자. 용기를 주어 밝게 곧게 무럭무럭 자라게 하자. (송근영·아동문학가) == 겨울 어린이 = 세수를 한다. 추운 아침에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는다.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으면 마음에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얼음아 얼어라 찬바람아 불어라 추울수록 굳세지는 겨울 어린이 얼음아 얼어라 찬바람아 불어라 추울수록 늠름하게 자라는 어린이 해님도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고 세상을 환하게 비쳐 주신다. (박목월·시인, 1916-1978) ==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부비며 우는 철부지 어린아이이고 싶다. 사람의 냄새와 사람의 껍질을 벗고서도 또 사람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살아 쓸리는 여린 풀잎, 미세한 슬픔에도 상처받아 우는 작은 별빛, 드디어 나는 나만 아는 차고 맑고 그윽한 향기를 머금고 싶다. (나태주·시인, 1945-) == 5월의 편지 ==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히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어린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보배 하나님께서 사람을 사랑하셔서 상으로 보내어 행복의 웃음꽃 피우게 하는 신비로운 보배 이 세상의 희망 우리나라의 희망 우리 교회의 희망 우리 마을의 희망 우리 집의 희망 알아줘야 하고 믿어줘야 하고 기대를 걸어줘야 하고 기다려줘야 하고 돌봐주고 사랑해줘야지 아, 예뻐라   (임종호·시인, 1935-)     == 어린이날==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비가 내립니다. 여러분의 행렬에 먼지 일지 말라고 실비 내려 보슬보슬 길바닥을 축여줍니다. 비바람 속에서 자라난 이 땅의 자손들이라, 일년의 한 번 나들이에도 깃이 젖습니다그려. 여러분은 어머님께서 새 옷감을 매만지실 때 물을 뿜어 주름살 펴는 것을 보셨겠지요? 그것처럼 몇 번만 더 빗발이 뿌리고 지나만 가면 이 강산의 주름살도 비단같이 펴진답니다. 시들은 풀잎만 얼크러진 벌판에도 봄이 오며는 하늘로 뻗어 오르는 파란 싹을 보셨겠지요? 당신네 팔다리에도 그 싹처럼 물이 올라서 지둥 치듯 비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말라고 비가 옵니다 높이 든 깃발이 그 비에 젖습니다. (심훈·시인이며 소설가, 1901-1936)  == 복사꽃과 제비 - 어린이날을 위하여==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찾아왔구나. 어린 것 껴안고 뜨거운 눈물로 뺨을 부비노니 너희들 키워줄 새 나라 언제 세워지느냐. 낮이면 꽃 그늘에 벌떼와 함께 돌아다니고 밤이면 박수치는 파도 우로 은빛 마차 휘몰아가고 거칠은 바람 속에 다만 고이 자라라 온 겨레의 등에 진실한 땀이 흐르는 날 너 가는 길에 새로운 장미 피어나리니 황량한 산과 들 너머 장미여 삼천리에 춤을 늘여라.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돌아왔구나. (김광균·시인, 1914-1993) == 어린이 날 ==      노란 풍선을 띄우는 어린이가 있다 그 풍선 위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바다 건너 멀리 간 아빠의 얼굴 집을 나가 오지 않는 엄마의 얼굴 그 얼굴과 얼굴 사이 사이로 노란 눈물 바람이 분다 (구순자·시인) == 어린이 놀이터 == 어린이 놀이터에 개나리꽃이 진하게 피었다 동네 아이들은 모두 학교 가고 없고 아이들이 금그어놓고 놀다 간 사방치기 그림만 땅 위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 앞에 서서 폴폴짝 뛰어 건넜다 개나리꽃이 머리를 흔들며 깔깔대고 웃다가 꽃잎 몇 개를 놓친다 햇살이 위 꽃잎에서 아래 꽃잎 더미 위로 주르르 미끄러져 내린다 여기서 오 분만 걸어가면 쫓겨난 학교가 있다 이 봄이 지나면 못 돌아간 지 꼭 여덟 해가 된다 걸어서 오 분이면 가는 학교를 (도종환·시인, 1954-) == 어린이에게 평화를! == 아프가니스탄의 어두운 하늘아래 포탄은 비 오듯 쏟아지고 아기를 업은 어머니가 길가에 쓰러져있다. 파키스탄의 메마른 땅위에도 총탄은 콩 튀듯 하고 들꽃을 손에 쥔 어린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죽어있다. 아이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하고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걸 보게 하고 아이들에게서 꿈과 희망 순수를 빼앗아간 전쟁! 정부군과 반군이 손에 손을 잡고 화해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한없이 부끄럽구나.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하나의 아름다운 푸른 별인데 사람들은 왜 땅위에 선을 긋고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가 주님은 어디로 가고 알라신은 어디로 가고 부처님은 어디로 가고 없는가 인간이 인간의 가슴에 총을 쏘는 일을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유응교·건축가 시인)   오순택의 '아름다운 것' 외  + 아름다운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  아기의 눈.  아기의 코.  아기의 입.  아기의 귀.  그리고  아기의 손가락  아기의 발가락.  아기는  이따가 필 꽃이다.  (오순택·아동문학가)  + 아기 얼굴  물로만  닦아도  금세  새 얼굴  (최종득·아동문학가)  + 아가의 얼굴  아가의 얼굴은  엄마의 얼굴  아가의 얼굴은  아빠의 얼굴  아빠 얼굴 조금  엄마 얼굴 조금  아가 얼굴 속에  숨어 있어요.  (김원석·아동문학가, 1947-)  + 새 얼굴  아기가 들어와  아침 하늘을  얼굴로 연다.  아기는  울고 나도 새 얼굴,  먹고 나도 새 얼굴,  자고 나도 새 얼굴.  하늘에서  금방 내려온  새 얼굴.  (이탄·시인, 1940-)  + 방안의 꽃  오줌 싸도 이쁘고  응아 해도 이쁘고  앙앙 울어도 이쁘고  잠을 자도 이쁘고  깨어나도 이쁘고  이리 보아도 이쁘고  저리 보아도 이쁘고  얼럴럴 둥게 둥게  꽃 중의 꽃 방 안의 꽃  우리 아기  (김용택·시인, 1948-)  + 아가꽃  정원에서 예쁜 건  장미꽃이 제일이죠  하늘에서 빛나는 건  여름밤의 별들이죠  방안서 제일 예쁜 건  아가 볼에 핀 아가꽃.  (박석순·아동문학가)  + 아기 손바닥  아까부터  담을 넘으려는  민들레 홀씨 하나  어른들 모두  그냥 가는데  엉덩이  살짝 들어  넘겨주고 가는  아기 손바닥  (안영선·아동문학가)  + 아기의 웃음                                                                                       꽃밭에서 놀던 아기  하하하, 호호호.  꽃들이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  꽃향기 만드는 것  다 보았어요.  방안에서 자던 아기  까르르, 깔깔.  식구들이 하는 얘기  다 들었어요.  아기 돌옷 짜는 것  다 보았어요.  (서효석·아동문학가)  + 웃어요  아가가 웃어요,  별처럼.  엄마 보고 웃어요,  예쁘게  엄마도 웃어요,  달처럼.  아가 보고 웃어요,  환하게.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아가가 먹지만  젖은 아가가 먹지만  배는 엄마가 부르지요.  트림은 아가가 하지만  속은 엄마가 개운하지요.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아기와 잠  엄마,  잠은 어디서 오지요?  따뜻한  아랫목에서  어떻게 오지요?  아무도 모르게  눈썹 끝에 매달려 온단다.  스르르 스르르.  엄마, 볼 수는 없나요?  글쎄다.  그래도 내 눈썹 끝에 잠이 오거든  엄마, 유리병 속에 담아 주세요.  내일 아침에 볼래요.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지구 기우는 시간  반듯하게 바로 눕혀도  아가는 옆으로 눕는다.  자면서도 자꾸 돌아눕는다.  아마  지금쯤  지구가 반대쪽으로 기우나 보다.  (유경환·아동문학가, 1936-2007)  + 먼 길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아기와 엄마  - 쉿!  아기가 자고 있어요.  조심 조심  부엌에 서 있어도  귀는 방에 두고 있습니다.  (윤이현·아동문학가)  + 아기는 그만  아기는 그만  꽃대궁을 부러뜨렸다.  부러진 꽃대궁 끝에  마알간 진이 동그랗게 뭉쳤다.  - 봐라, 그게 풀꽃의 피야!  엄마의 말에  아기는 그만  - 으앙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윤이현·아동문학가)  + 선물  외숙모가 낳은  아기는  처음으로  외삼촌에게는  아빠라는 이름을  엄마에게는  고모라는 이름을  나에게는  누나라는 이름을  새로 주었다.  이 세상 어느 가게에서도  살 수 없는 것을  선물로 가져 왔다.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내 동생  엄마 곁에 누운 아기  어린 내 동생  내가 눕던 자리인데  너무 얄미워  오물오물  볼우물을 꼬집으려다  새까만 눈 조그만 입  하도 예뻐서  살며시 뽀뽀하고  안아봅니다  (김중근·아동문학가)  + 대단한 일  백일도 미처 안 된 아기가  까딱까딱 흔들흔들 온몸이 빨개지면서  고 가느다란 목을 가누는 일  따져보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인 거야.  드넓은 우주 가운데 해처럼 방실!  난생처음 얼굴 떠올리는 날이잖아.  흔들흔들 바들바들 몸을 떨다가  엉덩방아 쿵!  찍고는 울음보 와~ 하고 터트리는  그러다가 마침내 첫발을 내딛는  아가들의 발바닥 생각을 하면  이처럼 대단한 일도 없을 것 같아.  고 작고 앙증맞은 발바닥으로  지구 가운데 꽝! 도장  처음으로 찍는 순간이란 말이거든.  그날 이후  십년…… 이십년…… 삼십년을  부지런히 달려가서  청년이 되고, 군인이 되고, 소방관이 되고  의사가 되고, 가수가 되고, 박사가 되고   (한혜영·아동문학가, 1953-)  + 아가 손  아가 손  작은 손.  대추 하나  놓아주면  손에 가득.  밤 한 개  놓아 줘도  손에 가득.  사과는 너무 커서  못 쥐는 손.  온 식구  예쁘다고  만져 주는 손.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문구멍  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아들일까 딸일까  들길에서 엄마가  찔레꽃을 따먹고,  찔레꽃처럼 예쁜 아길 가졌대.  좁다란 엄마 배 안에서  아기가 싹이 터 자라고 있대.  엄마가 사탕을 먹으면  사탕을 받아먹고,  사과를 먹으면  사과를 받아먹고,  사탕 맛도 알고,  사과 맛도 안대.  엄마가 생각는 대로  아기의 생각이 된대.  그래서 아기는 입도 눈도 모두  엄마를 닮는 것이래.  찔레꽃이 자라서  파란 구슬알이 됐다가  다시 빨갛게  삼동을 나고 있는데,  이게 찔레 열매처럼  배 안의 아기도 많이 자랐대.  캄캄한 배 안에서 아기는  오늘이 며칠일까 생각한대.  배 안을 톡톡 두드려 보곤  여기가 어딜까 생각한대.  그래도 엄마에겐  그것이 수수께끼래.  '아들일까?'  '딸일까?'  그래도 엄마 배 안은 수수께끼래.  (신현득·아동문학가)  + 할머니의 노래  동생이  태어나자  우리 할머니  시골에서  서둘러 올라오셨다.  할머니가  내 동생을 가슴에 안고  함박웃음 웃으며  노래하신다.  이슬에 외 굵듯  초승에 달 크듯  어서 커라, 우리 아기  나는 할머니 노래를  처음 듣는다.  지난번 노래방에  함께 갔을 때  아는 노래 없다고  손사래를 치시더니  내 동생을 안고  노래하신다.  함박웃음 웃으며  노래하신다.  이슬에 외 굵듯  초승에 달 크듯  어서 커라, 우리 아기  (김명수·아동문학가, 1954-)  * 외 : 오이의 준말  + 아기와 모자  우리 아기  형아 야구 모자 쓰면  야구 선수가 되고  삼촌 군인 모자 쓰면  군인 아저씨가 되고                               할아버지 밀집 모자를 쓰면  "에헴! 에헴! "  할아버지가 되지요  아기 모자 다시 쓰고  "애걔걔!"  도로 아기가 되었네요  썼다 벗었다  썼다 벗었다  거울 앞에서  싱글벙글  우리 아기  모자만 있으면  잘도 놀아요  (이문자·아동문학가)  + 우리 철이  한바탕 울고 나서  또 한바탕 뛰어놀고  철이의 시간표는  먹고 놀고  울고 자고.  엄마는 밉다면서  젖을 먹이고  아빠는 찻시간이 늦어도  안아 준다.  눈물 콧물  얼룩진 뺨 위에  온 식구 입맞추는  우리 철이  우리 철이.  (박인술·아동문학가)  + 미루나무 그늘  땡볕 따가운 날  미루나무 그늘 품속에  아기가 자고 있다  고추밭에 엄마는  보이지 않고  서쪽으로 바삐 가는 해님  차마 미루나무 그늘은  잠든 아기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매미가 자지러지게  엄마를 부르고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1943-)  + 너를 위한 자장가  아가, 들리니?  쏴아쏴아  솔숲에 바람 부는 소리.  아가, 들리니?  개골개골  무논에 개구리 우는 소리.  아가, 들리니?  찰랑찰랑  못 물에 달님 발 씻는 소리.  아가, 들어 봐.  자장자장  엄마가 널 재워 주는 소리.  (이미애·아동문학가)  + 사진 찍기  엄마 눈은 아기만  아기 눈은 엄마만  눈사진 깜박 깜박  찍어 놓았다가  꿈속에서 꿈속에서  보려나 봐요.  (박정식·아동문학가)  + 새벽에 불 켜진 집  새들도 잠이 들고  별들도 잠 든 새벽  환하게 불 밝힌 집에는  예쁜 아기가 있을 거야.  꿈속에서 놀다가  배가 고파서  칭얼대면서  일어났을 거야.  나무도 잠이 들고  꽃들도 잠 든 새벽  환하게 불 밝힌 집에는  천사 같은 엄마가 있을 거야.  아기하고 같이  꿈속을 헤매다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을 거야.  (서효석·아동문학가)  + 어느새  손가락에 붙은 밥알  입으로 간다는 게  코로 가 버렸네.  어느새  아가 얼굴엔  온통 밥풀꽃이 피었네.  어쩌다 입에 들어간 밥알  오물거리며 먹는 아가 입엔  언제 돋아 나왔지!!  석류알 같은  앞니 두 개가.  (노길자·아동문학가)  + 자리  아기가  외가에 가고 난 뒤  휑하니  비는 자리.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떠나고 나서야  보이는  아기의 자리.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나?  백합을 꽂고  안개꽃을 꽂아도  차지 않는  거실.  그랬구나.  아장아장 걸으며  베시시 웃으며  두 손 잡고  노래를 부르며  아기야, 너는  큼직한  네 자리를  만들고 있었구나!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아기 사자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 사자  한 마리  고개를 내민다.  이마로  방문을 들이받고  살며시 내다보는,  아직  첫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 사자.  방싯 입술이 열린다.  외 씨 만한  앞니 두 개.  마루를 가로질러  네 굽으로  달려나온다.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나온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엄마가 안 계시는 날  시골에 가고  엄마가 안 보이면  아기는  추워 보인다.  누나들 눈치를 보고  아빠의 눈치도 보고  떼를 쓰지 않는다.  뭐든지 잘 받아먹는다.  "쉬!"  오줌도 곧잘 가려 눈다.  하루를 지나도  엄마가 안 보이면,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챙겨보는  우리 아기.  울지는 않지만  웃어도 보이지만  이른 봄  제비꽃처럼  추워 보인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서향숙의 '안개 엄마' 외 + 안개 엄마 안개가 온 산을 품에 껴안고 있는 걸 보면 팔이 퍽 큰가 보다. 어릴 적 우리 삼형제 품에 꼭 껴안던 우리 엄마다 한없이 좋은 우리 엄마처럼 사랑을 퍼 주는 안개. 엄마 사랑 넉넉히 마시고 있는 산. (서향숙·아동문학가) + 엄마 자리  키, 150센티미터  몸무게, 40킬로그램  우리 엄마  작아서 작아서  표도 안 날 텐데  병원에 입원하는 날  집 한 채가  터엉  비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목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발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어디가 아픈지 안 아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정말 자는지 안 자는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겨울 엄마 내 옷 어디 갔어? 옳아, 차거울까 봐 엄마가 자리 밑에 넣어 놓으셨구나. 내 밥 어디 갔어? 옳아, 식을까 봐 엄마가 포대기로 싸 놓으셨구나. 내 신 어디 갔어? 옳아, 발 시릴까 봐 엄마가 아궁이 앞에 놔 두셨구나. 엄마 어디 갔어? 옳아, 얼음길 조심조심 물을 길으러 가셨구나. 추위에 튼 엄마 손 오늘 밤도 두 손으로 꼬옥 쥐고 잘 테야.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밤중에 달 달 달 달…. 어머니가 돌리는 미싱 소리 들으며 저는 먼저 잡니다, 책 덮어놓고. 어머니도 어서 주무세요, 네? 자다가 깨어 보면 달달달 그 소리. 어머니는 혼자서 밤이 깊도록 잠 안 자고 삯바느질 하고 계셔요. 돌리시던 미싱을 멈추시고 "왜 잠깼니? 어서 자거라." 어머니가 덮어 주는 이불 속에서 고마우신 그 말씀 생각하면서 잠들면 꿈속에도 들려 옵니다. "왜 잠 깼니? 어서 자거라 어서 자거라…." (이원수·아동문학가, 1911-1981) + 엄마하고 엄마하고 길을 가면 나는  키가 더 커진다. 엄마하고 얘길 하면 나는  말이 술술 나온다. 그리고 엄마하고 자면 나는  자면서도 엄마를 꿈에 보게 된다. 참말이야, 엄마는 내가  자면서도 방그레 웃는다고 하셨어. (박목월·시인, 1916-1978) + 엄마의 눈       엄마의 큰 눈이  샘물처럼 맑을 때엔  눈부신 태양이 방안까지 들어온다.  온실로 변한 방안을  나는 나비가 되어  웃음꽃 사이를 나풀나풀 날아다닌다. 엄마의 큰 눈이  흐려서 동굴 속만큼이나 어두울 때엔  나는 윗목에 혼자 앉아  벙어리 화가가 된다.  하얀 도화지에  엄마의 큰 눈을  그렸다가 지우고 또 그려 본다.  (장수철·아동문학가, 1916-1993) + 엄마 냄새  울 엄마한테서는 울 엄마 냄새가 난다. 고소-하고 달콤-한 울 엄마 냄새. 꽃집 앞을 지나갈 땐 꽃향기가 솔솔, 향긋하고 향깃-한. 과일 가게 앞을 지나갈 땐 과일 향기가 솔솔, 달콤하고 새콤-한 가로수 밑에서는  나뭇잎 냄새가 물씬, 싱싱하고 풋풋한. 집에 가면 엄마 냄새, 울 엄마 냄새. 따뜻하고 부드러운 울 엄마 냄새. (어효선·아동문학가, 1925-2004) + 엄마라는 나무  엄마는 가지 많은 나무 오빠의 일선 고지서 소총의 무게 절반을 가져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오빠 대신 무거워 주고 싶다. 시집간 언니 집에서 물동이 무게 절반을 가져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그 무게는 무게대로 바람이 된다. 동생이 골목에서 울고 와도 그것이 엄마에겐 바람이 된다. 뼈마디를 에는 섣달 어느 날 엄마는 오빠 대신 추워 주고 싶다. 그런 맘은 모두 폭풍이 된다. 엄마라는 나무 바람이 잘 날이 없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엄마가 아플 때      조용하다 빈 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드는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정두리·아동문학가, 1947-) + 엄마 곁에 빨랫줄에 걸려 있는 엄마 치마 곁에  내 치마도 조그맣게  걸려 있어요. 댓돌 위에 놓여 있는 엄마 신발 곁에  내 신발도 가지런히 놓여 있어요. 깊은 밤 우리 엄마 곤히 잠들면 엄마 곁에 나도 누워 잠이 들지요. (김종상·아동문학가, 1935) + 엄마  엄마가  회초리를 든다. 회초리가 무서워 내가 운다. 엄마가  회초리를 놓는다. 돌아앉아 엄마가 운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가위 바위 보 난, 난 울 엄마가 제일이라고  순이는 제 엄마가 제일이라고. 난, 난 순이 엄마가 다음 간다고 순이는 울 엄마가 다음 간다고. 서로들 우기다가 가위, 바위, 보. 뉘 엄마가 제일 좋은가 가위, 바위, 보 (이종택·아동문학가) + 날 개구쟁이래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고 엄마 늘 야단치시지만, 어느 날 정말 내가  소매만 주머니에 넣고 들어간다면, 아마도 엄만 깜짝 놀라 당장 까무러치기라도 하실 거야!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시며 애걸복걸하실 거야! 제발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좋으니 당장 손을 도로 찾아오라고…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마당 쓸기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을 쓸었다. 풀도 엄청 많았다. 이놈의 감나무가 감꽃을 자꾸자꾸 떨어뜨린다.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화가 난다. 내가 어릴 때 나는 장난감 어질고 엄마는 장난감 치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엄마 기분을 이제 좀 알겠다. (김영훈·아동문학가) + 엄마 생각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웃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엄마가 생각납니다. 울 때에도  엄마가 생각납니다. 그 수많은 엄마 생각 중에 제일 엄마가 생각날 때는 엄마가 없을 때입니다. (정은희) + 어머니의 등 어머니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새 아기가 꿈밭길에 노닐면 어머니 온 마음은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엄마 며칠만 있으면 온다고 했지. 울지 않고 기다리면 꼭 온다고 했지. 고아원 앞 골목길 내다보고 또 내다봐도 온다던 엄마 오지 않고 햇살만 하얗게 달려온다. (김애란·아동문학가) + 고 맛있는 걸 도토리  보록하게 볼때기에 넣어 집으로 달려가는  엄마 다람쥐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간식으로 받은  빵 한 개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달려오는  우리 엄마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안영선·아동문학가) + 나도 모르게 힘든 아빠 돕겠다고  며칠 전부터  일 나가기 시작한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힘껏 열어젖히며 나도 모르게 "엄마!" 큰소리로 불렀어요. '응, 잘 갔다 왔어. 우리 강아지?'  늘 반겨 주던 엄마 목소리 들릴 것만 같은데 '엄마!' 어느 틈에  또 나오려는 소리 꾸욱 집어놓고 "준영아!"  먼저 온 동생 이름 크게 불렀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엄마 누가 종이에  '엄마'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놓는 요술 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이해인·수녀,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배정순의 '할머니와 나' 외  + 할머니와 나 우물의 깊이를 보며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수돗물의 속도를 만지며  삽니다 나는.  고무신 신고 땅의 감촉을 느끼며  산과 들을 걸었습니다 할머니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들판을  건너다보며 삽니다 나는.  내가 못 보고 느낀  우물의 깊이와 땅의 감촉을  할머니와 나 사이에서  가르쳐줍니다 어머니는  (배정순·아동문학가, 1965-) + 할머니는 바늘구멍으로  할머니가 들여다보는  바늘구멍 저 너머의 세상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잖는데  할머니 눈에는 다 보이나 보다.  어둠 속에서도  실끝을 곧게 세우고는  바늘에 소리를 다는  할머니 손  밤에 보는 할머니의 손은 희다.  낮보다도 밝다.  할머니가 듣고 있는  바늘구멍 저 너머의 세상 소문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잖는데  할머니 귀에는 다 들리나 보다.  (윤수천·아동문학가, 1942-) + 시간의 탑 할머니, 세월이 흘러 어디로 훌쩍 가버렸는지 모른다 하셨지요?  차곡차곡 쌓여서 이모도 되고 고모도 되고 작은엄마도 되고 차곡차곡 쌓여서 엄마도 되고 며느리도 되고 외할머니도 되었잖아요. 우리 곁에 주춧돌처럼 앉아 계신 할머니가 그 시간의 탑이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ㄱ자 할머니 허리가 자꾸 굽어지더니 마침내 ㄱ자가 되었습니다 할머니 귀도 허리 굽혀 손주의 웃음소리를 가까이서 봅니다. 손주의 울음소리를 가까이서 업어 줍니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우리 할머니  자나깨나 할머니는  성경책만 읽으신다.  감자밭 감자 캐듯  책 이랑을 더듬으며  굵다란  감자알 같은  굵은 말씀 캐내신다.  가다가는 한번씩  그 이랑 되돌아가  이삭 감자 주어내듯  놓친 말씀 다시 줍고  마음의   광주리 찬 듯  눈을 지긋 감으신다.  (서재환·아동문학가, 1961-) + 할머니 입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 넣어 주실 때마다 할머니도  아- 아- 입을 크게 벌리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이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릴 때마다  할머니도  내 동생을 따라 입을 우물우물 하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윤동재·아동문학가) + 우리 할머니  우리 할머니 입은  꽃잎 오므린 호박꽃 같아요  호박꽃 속에서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  들어 보셨어요?  나는 매일 들어요  우리 할머니 입 속에는  벌 한 마리 살고 있거든요  윙윙윙……  남들은 우리 할머니 말  도대체 모르겠대요  그래도 난 다 알아요  뭐라고 하시는지  느낌으로 다 알아요 (김애란·아동문학가) + 할머니 오실 때 할머니 우리 집 오실 때 시골 텃밭의 채소들도 따라왔다 플라스틱 상자에 상추가 자라고 깨진 항아리에는 고추도 심어졌다. "상추와 고추가 참 좋네요." 보는 사람마다 부러워한다. 할머니 우리 집 오실 때 시골에서 길들인 입맛도 따라왔다. 상추쌈에 풋고추가 상에 오르고 구수한 숭늉도 한몫을 한다. "어머니 음식 솜씨가 최고예요." 아버지가 엄지를 세워 보인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우리들의 기도 아빠의 어머니는  날마다 날마다  하느님께 기도하지요 우리들이 바위처럼 살 수 있도록 엄마의 어머니는  날마다 날마다  부처님께 기도하지요 우리들이 꽃처럼 살 수 있도록 우리들은  일주일마다 할머니 댁에 가지요 할머니는 그게 바로  우리들의 기도래요. (서금복·아동문학가) + 조심조심  할머니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 싫대요 힘이 없는  종이가방 싫대요 보자기에 감자 보자기에 옥수수 보자기에 참기름 무엇이든 보자기에 참기름은 첫째네 옥수수는 막내네 감자는 둘째네 보자기에 한가득 보자기를 이고서 어느 한 쪽 치우치지 않게 조, 심, 조, 심 (김미희·아동문학가, 1971-) + 그림 그리는 할머니  봄이 되면 할머니는  텃밭에 그림을 시작한다 붓 대신 호미로  그림을 그린다 긴 고랑으로 짧은 두둑으로  구도를 잡은 후 초록 빨강 흰색으로 나누어 칠하면 텃밭에는  아욱과 상추 양배추가 그려져 맛깔스런  할머니 그림이 된다. (최정심·아동문학가) + 서로 다른 걱정 서울 우리집에 오시면 온종일 안절부절못하시는 할머니 텃밭에 있는 배추, 고추는 잘 크는지 옆집에 맡겨둔 똥개 몽실이는 밥 잘 먹는지 할아버지 무덤에  잡초가 돋은 건 아닌지 내내 걱정이시다. 할머니 걱정에 못 이겨 시골집으로 보내드리면 엄마, 아빠는 또 그때부터 홀로 계신 할머니 걱정뿐이다. (장지현·아동문학가) + 할머니의 평화 시골 할머니집 마당에 칼바람이 몰려오자, 나뭇가지들이 발발발 빨랫줄이 덜덜덜 개밥그릇이 달달달. 밤새  마당 구석구석을 도둑처럼 쏘다녀도, 방 안의 할머니 코고는 소리는 꿈쩍도 안 한다.  (정은미·아동문학가) + 이상하다 외할머니가 고사리와 두릅을 엄마한테 슬며시 건넵니다. "가서 나물 해 먹어라. 조금이라서 미안타." "만날 다리 아프다면서 산에는 뭐하러 가요.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요." 늘 주면서도 외할머니는 미안해하고 늘 받으면서도 엄마는 큰소리칩니다. (최종득·아동문학가) + 골목길  기운 담장 아래 할머니가 오도카니 앉아 있다 오래 사귄 친구처럼  지팡이를 끌어안고 있다 이불인 듯 온몸에 얇은 봄볕을 덮고 있다 전봇대 그림자가 살그머니 다가가 할머니 부은 발등 쓰다듬고 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폐지 줍는 할머니 등 굽은 할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간다. 리어카에 쌓인 폐지 더미 산봉우리처럼 솟았다. 산을 끌고 가는 할머니 굽은 등은 또 다른 산 끙끙, 작은 산이 큰 산을 끌고 간다. (박방희·아동문학가, 1946-) + 할머니 방  창문 밖  옷 벗고 서 있는  앙상한 벚나무 바라보며  내년 봄에도  벚꽃을 볼 수 있으려나  중얼거리시던 할머니  겨울 내내  쿨룩쿨룩  내 마음 울컥울컥 흔들더니  봄 햇살 아지랑이에  기침까지 싣고  하늘로 가셨다  활짝 핀 벚꽃들  빈 방 기웃거리며  할머니 찾는다  (정승혜·아동문학가) + 할머니 방 "병수야, 이거 할머니 방에 갖다 놔라."  할머니가 늘 앉아 있던 자리,  텔레비전 보며 가랑가랑 기침하던  그 자리에  조용히 감자 소쿠리를 두고 나온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쓰던 방  말린 고추, 콩자루, 쌀가마니가  그 방에 대신 앉아 있어도  할머니 방은 그대로  할머니 방이다.  (박혜선·아동문학가, 1962-) + 마지막 이사  치매에 걸린    우리 할머니 몇 년 전부터 큰집 작은집 우리 집으로 넉 달마다 짐 싸서 이사 다니더니 며칠 전 하늘나라로 마지막 이사를 했다 이제 할머니 더 이상 짐 쌀 일 없겠다.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임초롱의 '아빠의 손' 외  + 아빠의 손 아빠는  힘든 현장에 나가셔서 일하신다. 못질을 하시다가 순간 잘못하면 손을 망치로  때리기도 한단다. 손이 두껍고 손톱에는 때가 꼈다지만 하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굳은살이 배기고 손이 보송보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빠 손이 좋다. (임초롱·학생) + 아버지의 일터 아버지의 일터를 올려다본다. 35층 빌딩 꼭대기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은빛 두레박 두레박 타고 내리며 아버진 유리를 닦으신다. 바람 불 땐 줄에 매인 목각인형처럼 애달프게 출렁거리는 우리 아버지 하지만 바이킹도 못 타던 아버지가 구름다리도 못 건너던 아버지가 어느새 돌진하며 무섭게 달려드는 수백 개 가난을 물리치신다. 하늘에서  내려준 은빛 두레박 타고 우리 가족 웃음 길어올리신다. (김종순·아동문학가) + 소리 골목을 꺾어 도는 아버지 노랫소리 컹컹컹 먼저 알아듣는  예삐 소리 쪽문 열리는 소리 (따라 들어오는 술 냄새) 잠결에 듣는 아버지 옷 벗는 소리 고단한 하루가  코고는 소리. (남호섭·아동문학가) + 자면서 운전하시네 버스 기사 우리 아버지 잠결에도 운전하시네 드르렁 드르렁 부르릉 쿨쿨 햇볕 잘 드는 곳으로 우리 식구 데려다 주려고 꿈결에도 끌고 가는 반지하 우리 집  (고광근·아동문학가, 1963-) + 입술우표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갑니다 떠날 때마다 아빠는 내 앞에 뺨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입술우표를  쪽! 소리가 나도록 붙여드립니다 어느 날은 아빠가  부산으로도 여수로도 떠나지 못하고 반송되어 와 종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잠든 새벽에 떠나느라 내 입술우표를 받지 못해서 그렇다며 이제 아빠는 내가 잠들기 전에  미리 입술우표를 붙여달라고 합니다 어떤 날 아빠는 내 입술우표를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가기도 합니다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주어도 닳지 않아  아깝지 않지만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드리는 날은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아버지의 바다 아버지가 바다에 일 나간 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은 온통 바닷물결로 출렁거리고 뱃머리에 부딪치는 물소리, 물소리는 내 베갯머리에 와 찰싹인다. 식구들의 무게를 지고 바닷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찬바람, 파도 소리 쏴! 쏴! 물이랑에서 힘겹게 건져 올리는 그물에는 퍼덕, 퍼덕거리는 은빛 무게들. 아버지가 일 나간 밤에는 내 방 안은 물결이 일렁이는 아버지의 바다가 된다. (권오훈·아동문학가) + 이제 나는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아버지는 나를 업어 주셨고 내 팽이를 깎아 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는다. 잘려나간 아버지의 손가락 생각을 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임길택·아동문학가) + 아버지 자랑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아버지 자랑을 해 보자 하셨다. 우리들은  아버지 자랑이 무엇일까 하고 오늘에야 생각해 보면서 그러나  탄 캐는 일이 자랑같아 보이지는 않고 누가 먼저 나서나 몰래 친구들 눈치만 살폈다. 그때  영호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술 잡수신 다음 날 일 안 가려 떼쓰시는 어머니께 혼나는 일입니다. 교실 안은 갑자기  웃음소리로 넘쳐 흘렀다. (임길택·아동문학가) + 아버지 고기잡이 다녀오시는 아버지 얼굴에 파도가 주름 깊게 밀려와 있었다. 바다 바위 같은 잿빛 팔뚝 위로 햇살이 얹혀 자꾸만 미끄러지고 있었다. 성난 짐승처럼 울고 있는 바다 위에서 온몸으로 고기를 잡으셨던 우리 아버지. 끌고 오시는 긴 그물 끝에 바다는 여전히 아우성치며 따라오고 있었다.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희망이네 가정 조사  우리 아빠는 회사가 부도나서  지금 일자리가 없다.  학교에서 가져온  가정 조사표에 열심히 대답하는 누나.  아버지의 직업은?  -지금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임.  아버지의 월수입은?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있을 예정임.  누나의 눈동자 속에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박예분·아동문학가)  + 아버지 아버지의 일은 회사 일이다. 회사 일은 어렵겠다. 일이 꼬이면 풀기가 어려우니까 줄넘기 두 개가 꼬이면 풀기 어려운 거하고 회사 일하고 같겠다. (강슬기·학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엄기원의 '좋은 이름' 외  + 좋은 이름 '아버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하늘이다.  우리는 날개를 펴고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새들이다. '어머니'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보금자리다. 우리는 날개를 접고 포근히 잠들 수 있는 새들이다.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닳지 않는 손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고무신 두 짝처럼 아버지 밥상 펴시면 어머니 밥 푸시고 아버지 밥상 치우시면 어머니 설거지하시고 아버지 괭이 들고 나가시면 어머니 호미 들고 나가시고 아버지가 산밭에 옥수수 심자 하면 옥수수 심고 어머니가 골짝밭에 감자 심자 하면 감자 심고 고무신 두 짝처럼 나란히 나가셨다가 나란히 돌아오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해같이 달같이만       어머니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하고  불러 보면  금시로 따스해 오는 내 마음. 아버지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 하고  불러 보면  "오오-" 하고 들려 오는 듯 목소리.  참말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들.  바위도 오래 되면  깎여지는데  해같이 달같이 오랠 엄마 아빠의 이름. (이주홍·소설가이며 아동문학가, 1906-1987) + 비 미술 시간에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번개도 친다. 비를 퍼붓는 것 같다. 지금쯤이면 우리 부모님은 하우스에서 물 퍼낸다고 바쁘겠지. 동생이 어디 있을지도 걱정이다. 비가 오래 안 와 다행이다. (최호철·아동문학가) + 아빠 엄마 싸움 일요일 아침에 엄마 아빠가 대판 싸움을 했다. 내 성적 때문에 싸움을 했다. 아빠는 엄마 보고 고래고래 뭘 했냐고 고함을 지르고 엄마는 부엌에서  왜 나에게만  잘못했다 떠넘기느냐고 악다구니를 한다. 나는 내 방에서 꼼짝 못하고 기가 질려 가슴이 쿵닥쿵닥 뛰었다. (박돈목·아동문학가) + 예솔아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말구 네 아범."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아니고 네 엄마. "  아버지를  어머니를  "예솔아"  하고 부르는 건  내 이름 어디에  엄마와 아빠가  들어 계시기 때문일 거야. (김원석·아동문학가, 194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3    사계절에 관한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2105  추천:0  2017-02-26
손동연의 '봄에는 온통' 외 + 봄에는 온통  실비 오고,  실바람 불고,  실햇살 내리고....  봄에는  온통  가느다란 것뿐이야.  새싹,  제비꽃,  보드라운 나비 날개.....  고 작고 여린 것들  다치면  큰일일 테니 말이야.  (손동연·아동문학가, 1955-) + 선물     추운 겨울 지나면 누가 해마다 택배로 보내 주는 선물 '새봄' 상자를 뜯고 포장지를 벗기면 하나같이 예쁘고 눈부신 것뿐 잎눈, 꽃눈, 새싹, 하늘, 햇빛, 구름, 비, 바람……  빛깔도 모양도 무늬도 향기도 전에 것이 아닌 새것, 신제품 올해도 올 때가 되었는데 하며 택배 오길 기다립니다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봄소식 꼬리가 짧은  2월의 버들강아지들이 연기가 나는 강 언덕을 바라보며 멍멍멍 짖고 있습니다 누가 오는가 봅니다 (이창건·아동문학가, 1951-) + 이른 봄 암탉이 알을 품듯  봄님이  온 세상을 품고 있다.  안개 낀 아침.     닭의 체온으로  보송보송한 예쁜  병아리가 깨이고,     봄님의 품안에서  병아리처럼 고렇게 예쁜  연둣빛 새싹들이 깨일 테지.     조올졸 내리는 비는  새싹의 젖줄.     새싹이 눈을 감고  강아지처럼 젖줄을 빤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작은 약속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 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행복했으면 좋겠다 봄은  행복을 주는 계절  네 곁에 늘  봄만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있어  내가 행복하듯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윤보영·아동문학가) + 봄을 그리는 붓  봄에  들판에 나가면  여기저기 붓이 솟는다.  봄을 그리는 붓  먼저 풀잎부터 그리고는  마을도  길도 그리고,  새도  산도  강물도 파랗게 그리고  지난겨울 지워진 개울도 다시 그린다.  그래,  봄은  들판 가득 솟은 붓이 그리는  한 장  그림이다.  (제해만·아동문학가, 1944-1997) + 봄 겨우내 시냇물과 조약돌 말 안하고 지내다  어느 날부턴가 쉬지 않고 도란거리는 걸 보면 겨우내 옷 벗은 미루나무에  잠시 눈길도 주지 않고 씩씩 지나치던 바람  미루나무 연초록 잎새에 매달려 온종일 반짝이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집 앞 산수유나무를 시작으로 꽃들 다투어 피는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한상순·아동문학가) + 봄볕은 씨앗 하나도 조기 조기 씨앗 하나 봄볕이  시멘트 틈을 들여다봅니다 빨리 일어나 봄이 왔어 씨앗 하나를 깨워 놓고 바삐 갑니다. 또 다른 씨앗들  깨우러 가나 봅니다. (안영선·아동문학가) + 아무리 숨었어도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 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 낼 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 낼 걸. (한혜영·아동문학가, 1953-) + 떡잎에게  나라도  그랬을 거야. 캄캄한 땅 속에 묻혀 있었다면 겨우내 따뜻한 햇볕을  그리워했다면 너처럼 여린 두 손으로 흙을 헤집고 나왔을 거야. 아무리 단단한 흙이라도 기어이 뚫고 나왔을 거야. 얘, 파릇한 네 손을  잡아 봐도 되겠니?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실수한 후           봄도   처음엔  자꾸만 실수한다.  촉촉한 비  훈훈한 바람  꺼내야 하는데  눈발 꺼냈다가  찬바람 꺼냈다가  몇 날 실수하더니  드디어  봄비 뿌리고  봄바람 날린다.  푸른 잎사귀  분홍 꽃잎도  꺼내 놓는다  ―잘했어  산과 들이  일어선다. (박소명·아동문학가) + 온실  봄은 큼직한 온실을 만들었다.  집보다도  공원보다도  산보다도 더 큰 온실이다.  유리로는 덮개를 할 수 없다.  하늘도  파아란 뺑끼칠한 하늘로 덮었다.  때맞추어 물을 준다.  새순이 다치지 않게  고이고이 보슬비로 물을 뿌린다.  엄마젖 같은 단 빗물  싹이 튼다.  촉이 솟는다.  아가도 덩달아 큰다.       (김진태·아동문학가) + 나비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 디딤돌.             나비 혼자 딛               고      가 는       봄의      디딤돌. (이준관·아동문학가) + 봄 풍선 봄이 풍선을 분다. 잎눈에 후- 꽃눈에 후- 터진다. 터진다. 겁먹은 찬바람 부리나케 도망쳤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봄 이야기 노랑나비 나비야  꽃핀 없는 내 머리  귓가에나 앉아주렴  너도 귀엽고 나도 귀엽게  꽃은 혼자도 어여쁘단다  하양나비 나비야  무늬 없는 내 윗옷  가슴께나 앉아주렴  너도 예쁘고 나도 예쁘게  꽃은 그냥도 눈부시단다   (홍우희·아동문학가) + 봄이 하는 일             나비와 벌과 개미에게 밖에 나가 놀아도 된다고 알려 주어요. (박두순·아동문학가) + 봄과 나무  봄이 새들을 앞세웠다. 이가 반짝이듯 나뭇가지에서  노래가 반짝인다. 어디야, 어디지!  흙 속에서 꽃씨들이 귀를 조금씩 내민다. (남진원·아동문학가) + 봄이 오는 길  고개 넘어 가는 길  봄이 오는 길  봄길 쪼르쪼르  눈이 녹는다.  길은 진흙 길  산으로 가는 길  나무하러 차박차박  짚신 신고 가는데  봄길 쪼르쪼르  눈이 녹는다.  (임인수·아동문학가) + 봄 잔디 잔디는 겨울에도  살아서 숨을 쉬나?  눈 녹은 풀밭에서  모락모락 뿜는 입김.  햇빛도 몰려와 노는  이른 봄 잔디 풀밭.  씨앗도 곤충들도  곤히 잠든 이불 속.  슬그머니 바람도  손을 집어넣어 보고  따스한 이야기들이  곰실대는 잔디 풀밭.  (조두현·시인, 1925-1989) + 새싹 봄비 그친 텃밭은 일학년 교실 햇살이 사알짝 스쳐만 가도 저요 저요 저요 왁자하게 손 내미는 새싹 새싹들. (공재동·아동문학가) + 새순이 돋는 자리 새순은 아무데나 고개 내밀지 않는다. 햇살이 데운 자리 이슬이 닦은 자리 세상에서 가장 맑고 따뜻한 자리만 골라 한 알 진주로 돋아난다. (김종순·아동문학가) + 시집오는 봄 산등성이 진달래 빨간 볼연지 산자락에 개나리 노랑 저고리 들판에 새싹들 연초록 치마 길가에 벚꽃 하얀 면사포 꽃단장하고서 새봄이 와요 (이임영·아동문학가) + 개나리  아장아장  봄나들이 나온  우리 아기.  "김치---."              사진기 앞에서           활짝 웃는다.   아,           너희들도 봄나들이 나왔구나!      아기 등뒤의 노란 개나리. 활짝활짝  고운 웃음 웃고 있구나!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꽃들의 노크 "문 열어 주세요." 냉이꽃이 똑똑똑 텃밭 한 귀퉁이가 밝아 온다. 제비꽃이 똑똑똑 개구리들도 문을 열고 나온다. 할미꽃이 똑똑똑 할머니께 봄 인사를 한다. 냉이꽃 제비꽃  내가 지나갈 때마다 까딱까딱 봄 인사를 한다.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벚꽃 겨울 내내  기다려도  내리지 않더니 영롱한 봄 햇살에 창문 열고 가지마다 아롱아롱 손 흔드는  하얀 눈꽃 봄 산 봄 들판 가득 꽃망울 터지는 소리. 살랑 춤추는 바람결 따라 하얗게 날아오르며 이제야 우리들 가슴마다 메아리치는 싱그러운 함성. (손월향·아동문학가) + 봄날 오래 앓으셨던 엄마가 일어나 마루에 나와 앉으셨다.   눈이 부신 듯 실눈 뜨고 앞마당을 보신다.          앙상하던 목련나무에 어느새 하얀 새들이 날아와 앉았다. 이 세상 햇살이란 햇살은 모두 우리 집 목련나무 위에 와 앉았다. 집이 온통 환하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벚꽃 지는 날 벌써 몇 달 째 일이 없어 마당가에 세워놓은 아빠의 낡은 짐차 오늘은 차 지붕에 짐칸에 꽃잎이 소복소복 쌓인다. 머리에 꽃잎 쓰고 흐뭇하게 웃는 짐차 흠흠, 꽃향기 맡으며 아빠가 오랜만에 방에서 나오셨다. 이제 곧 봄을 배달하러 나가시겠다. (전병호·아동문학가) + 이른 봄에 나무에 새 움이 튼다. 풀빛 눈이 뜨인다. 나무 껍질을 뚫고 연둣빛 고운 부리를 내어놓는다. 바람하고 종일 지줄거릴, 햇빛하고 종일 지줄거릴. 아버지는 지난겨울 눈 오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끝내 돌아가셨다. 누군가 따스한 손끝으로 '외롭다' 라고 써 놓았던 병원 복도 유리창. 길가 나무마다  새 움이 튼다. 풀빛 부리가 돋는다. 아, 아 아버지도 그렇게 다시 오시면 좋겠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이해인의 '바다 일기' 외  + 바다 일기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바라보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 한다.  (이해인·수녀, 1945-)  + 매미네 마을  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  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  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  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  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약수터 가는 길  약수터 가는 길,  푸른 숲속 길.  매미소리를 이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안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밟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끌고 갑니다.  푸른 숲속 길,  약수터 가는 길.  (한명순·아동문학가)  + 초여름  하늘과 산이 손잡고  초록 손수건 흔들고 있네요  강과 들판이 어깨 기대고  초록 꿈을 키우고 있네요  새들과 바람이 입 맞추고  보리밭에서 춤추며  사랑을 노래하네요  (조용원·아동문학가)  + 여름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여름  산 위에 오르면  내 생각이 산처럼 커진다  바다에 나가면  내 가슴이 바다처럼 열린다  파아란 산 위에서  바다에서  내 키가 자란다.  내 생각이 자란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여름 냇가  꼴 먹이러  소 끌고 나간 냇가  모래밭엔  여름이 햇살과  뒹굴고 있었다.  아이들은 와- 와-  소리치며  금빛 목욕을 하고  한 뼘이나 더 처진 무게로  머리를 감는  더위 먹은 갯버들  그늘 밑 소 한 마리  끔벅이며  더위를 되삭임할 때면  한 움큼씩  햇살을 주워 담는  사과나무  주렁주렁  여름이 열린다.  (송남선·아동문학가)  + 여름   여름은 이른 물놀이에  파래지는 아이들 입술로  찾아들구요.  여름은 귀신 이야기에  오싹하는 아이의 등줄기로  지나가구요.  여름은 파랗게 채워지던  아이들의 도화지 위에  남겨지구요.  여름은 뒷마당을 채우는  귀뚜라미의 노래를  들으며 떠나갑니다.  (김현·아동문학가)  + 여름 낮  꽃들이 덥다고  "아이, 더워!"  졸라대니까  나비가  펄럭펄럭  부채질해요.  새들이 덥다고  "아이, 더워!"  졸라대니까  나뭇잎이  살랑살랑  부채질해요.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 미루나무 그늘  땡볕 따가운 날  미루나무 그늘 품속에  아기가 자고 있다  고추밭에 엄마는  보이지 않고  서쪽으로 바삐 가는 해님  차마 미루나무 그늘은  잠든 아기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매미가 자지러지게  엄마를 부르고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모기향  퍼런  사과 껍질을  깎아 놓았다.  모기는 배가 아프다고  방바닥에 뒹군다.  나방은 두드러기가 나  가렵다고 날개를 부빈다.  오호, 덜 익은 풋사과를 먹었지  배탈이야 배탈  잘 됐지 뭐  선생님이 열 번은 말했을 걸  헤헤헤  껍질의 냄새만 맡고도  참지 못하는 너. 너, 너  배운 것도 죄 까먹는  너. 너. 너  (안영훈·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박소명의 '기다려주기' 외 + 기다려주기 할 일 못다 한 여름 뒤에서 가을은 가만히 걸음을 멈추어요. 매미 울음 걷느라 이리저리 훗훗한 바람 담느라 허둥지둥 급해진 여름을 위해 가을은 살며시 언덕에 걸터앉아요. "찬찬히 해." 가을은 뒤돌아보는 여름에게 보오얀 쑥부쟁이 한 송이 꺼내 흔들어 주어요. (박소명·아동문학가) + 맑은 날 가을은 저 혼자서도 잘 논다. 앞으로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선 옥수수들에게 -어디 보자, 뻐드렁니가 났나 안 났나? 치과 의사 같은 햇볕이 찾아가 들여다보기도 하고 심심하면 아무 곳에나 고추잠자리 떼를 풀어놓기도 한다. 가을은 그렇게 가을끼리 잘 논다. (손동연·아동문학가, 1955-) + 새 손톱 한여름 무더위가 물러갑니다. 설렁설렁 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손톱에 들인 발간 봉숭아 꽃물이 물러납니다. 초승달 하얀 세 손톱이 돋아납니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가을 하늘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윤이현·아동문학가) + 가을 하늘 옹달샘에 가라앉은 가을 하늘. 쪽박으로 퍼 마시면 쭉--- 입 속으로 들어오는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해바라기꽃 벌을 위해서 꿀로 꽉 채웠다. 가을을 위해서 씨앗으로 꽉 채웠다. 외로운 아이를 위해서 보고 싶은 친구 얼굴로 꽉 채웠다. 해바라기 꽃 참 크으다.   (이준관·아동문학가) + 무 가을볕이 따갑다. 모자 위에 흰 수건을 덮어 쓴 아주머니들이 쑥쑥 무를 뽑는다. 그 동안 아프지 않고 얼마나 싱싱하게 잘 자랐는지 목이 말라도 얼마나 잘 참고 참다운 무가 되었는지 아주머니 한 분이 쓰윽 흙을 닦고 한 입 베어먹고는 살짝 웃으신다. (정호승·시인, 1950-) + 가을 숲 "엄마 내려가도 돼요." 열매들이 나무에서 묻고 있어요. "단단히 익었니?" "예!" "예!" "예!" 대답 소리 들려요. "뛰어내릴 자신 있니?" "예!" "예!" "예!" 대답 소리 들려요. -톡! -톡! -톡! ...... 열매들이 뛰어내려요. "겨울 동안 콜콜 잠자야 한다." 열매를 덮어 주려 지는 나뭇잎.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가을 나무 잎도 열매도 떠나 보내고 이제 할 일이 없어 조용하겠다. 나를 쳐다보는 모든 이의 눈빛이 그랬습니다. 허나, 잎이 떠난 자리에 열매가 떠난 자리에 햇볕이 화안하여 더욱 허전한 그 자리 둘레 둘레 싸늘한 바람이 일어 아픔이 더해지는 그 자리에 겨울이 오기 전 꼭꼭 바느질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빛은 가을빛은 녹아서 단맛이 된다 사과 속에서. 가을빛은 녹아서 향기가 된다 국화 속에서. 어머니 눈빛은 녹아서 사랑이 된다 내 가슴속에서.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가을 밤 착한 아기 잠 잘 자는 베갯머리에 어머님이 혼자 앉아 꿰매는 바지 꿰매어도 꿰매어도 밤은 안 깊어. 기러기떼 날아간 뒤 잠든 하늘에 둥근 달님 혼자 떠서 젖은 얼굴로 비치어도 비치어도 밤은 안 깊어. 지나가던 소낙비가 적신 하늘에 집을 잃은 부엉이가 혼자 앉아서 부엉부엉 울으니까 밤이 깊었네. (방정환·아동문학가, 1899-1931) + 절간 암자는 구름을 이고 조는 듯 한가롭고 가을빛은 너무 고와 타는 듯한 노을인데 뽀르르 다람쥐 한 마리 놀다 간 빈 뜨락 부처님 닮으신 스님 부처님처럼 앉았다가 착한 아기 왔다면서 주시는 머루 한 송이 까아만 알알에 서린 전설 같은 산내음. (정석영·승려 시인) + 풀벌레 핸드폰 가을 풀숲에 풀벌레가 핸드폰을 숨겨 두었다. 찌르르 찌르르 호르르 호르르 삐리리 삐리리 핸드폰을 받으려고 가만 다가가면 뚝 끊어버리는 번호도 알 수 없는 풀벌레 핸드폰 언젠가 꼭 통화하고 싶은. (이경숙·아동문학가) + 풀벌레 소리 풀벌레들이 숙제를 한다 구구단을 외우고 동시를 외고 애국가를 사절까지 부르고, 또 부른다 밤새도록 저러다간 낼 아침 지각하겠다 (고미숙·고전 평론가, 1960-) + 수북수북 길가에 가랑잎이 수북하다 가랑잎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발 밑에 수북하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무릎까지 수북하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귓속까지 수북하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온몸에 수북수북하다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강소천의 '눈 내리는 밤' 외  + 눈 내리는 밤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강소천·아동문학가, 1915-1963) + 상장  성명: 겨울 위의 겨울은 봄다운 봄, 여름다운 여름, 가을다운 가을을 세상에 내놓으려 호되게 추운 날씨와 맵게 차가운 바람을 견디어 봄엔 민들레, 여름엔 잘 익은 수박, 가을엔 높은 하늘 흰 구름, 코스모스 들길을 바람 따라 걷게 하고 끝으로 흰 눈을 흩뿌려 포근포근 감싸주어 그 따뜻한 마음결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 사계절 초등학교 교장 지구 짝짝! (조하연·아동문학가) + 나무는 사람은 겨울이 오면 옷을 자꾸 껴 입는데  나무는 옷을 한 겹씩 자꾸 벗어 내립니다  다 벗고 더 넓고 높은 하늘을 얻어 입고 섰습니다.  (정완영·시인, 1919-)  + 겨울 들판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해가 미끄럼을 타요  바람마저 웅크린 겨울 저녁  바다는 꼭 얼음판 같아요.  넘어가는 해가  쭈  르  륵  미끄럼을 타지요.  (김희정·아동문학가) + 겨울새·26 하늘을 나는 새를 봐. 질서 공부 끝! (윤삼현·아동문학가, 1953-) + 입김  미처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 그래, 네 가슴은 따듯하구나. 참 따듯하구나.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벙어리장갑  나란히 어깨를 기댄 네 손가락이 말했지.  "우린 함께 있어서 따뜻하단다.  너도 이리로 오렴!"  따로 오뚝 선 엄지손가락이 대답했지.  "혼자 있어도 난 외롭지 않아  내 자리를 꼭 지켜야 하는걸."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하얀 눈과 마을과 눈이 덮인 마을에 밤이 내리면 눈이 덮인 마을은 하얀 꿈을 꾼다. 눈이 덮인 마을에 등불이 하나 누가 혼자 자지 않고 편지를 쓰나? 새벽까지 남아서 반짝거린다. 눈이 덮인 마을에 하얀 꿈 위에 쏟아질 듯 새파란 별이 빛난다. 눈이 덮인 마을에 별이 박힌다. 눈이 덮인 마을에 동이 터 오면 한 개 한 개 별이 간다. 등불도 간다. (박두진·시인, 1916-1998) + 겨울 이야기  겨울은  아이들 때문에 찾아온다.  알밤처럼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목소리.  딱 벌어진  가슴으로,  눈싸움하는  개구쟁이들이 좋아  겨울은  언제나 눈송이를 터뜨린다.  불꽃처럼  사방에서 터뜨리는  그 눈밭에서  아이들은  날마다 깔깔대며 자란다.  제 키보다  큰 눈사람 만들 때,  제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그 겨울을 혼자서 굴릴 때  아이들은  부쩍부쩍 자란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소운의 '싸락눈' 외 + 싸락눈   하느님께서   진지를 잡수시다가  손이 시린지  덜  덜  덜  덜  자꾸만 밥알을 흘리십니다.  (김소운·시인이며 수필가, 1907-1981) + 눈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윤동주·시인, 1917-1945) + 꽃눈 벚나무에서 사락사락 꽃눈 내린다. 땅에 닿아도 팔랑팔랑 하나도 안 녹는다. 꽃눈으로 눈사람 만들 수 없어도 뽀드득, 발자국 생기지 않아도 하루 종일 꽃눈 맞고 싶다. 그 위를 맨발로 걷고 싶다. (유은경·아동문학가) + 눈 오는 날  아, 아, 아, 소리치고 싶다. 날뛰며 까불고 싶다. 나에게 꼬리가 있다면 강아지 꼬리보다 더 바쁠 것이다. 더 설레일 것이다. 더 나부낄 것이다. 꼬리가 있대도 마침내는 붙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 생일 같은 날. (박경용·아동문학가, 1940-) + 눈이 오시네 야, 눈이 온다 눈이 와 눈 오는 날 나는 눈싸움할까 눈사람 만들까 흥이 저절로 나고 아버지는 어허 길이 꽤 막히겠는걸 하늘 보고 큰 걱정을 하고 눈이 이제야 오시네 기다리는 손님이 오셨다는 듯 깍듯한 존댓말로 인사하시는 우리 할머니  (고광근·아동문학가, 1963-) + 안녕, 눈새야  첫눈이 내린 아침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날이다.  눈에 보이는 모두가  눈으로 가득하다.  눈으로 아늑하다.  아이들은 일부러  눈 속에 발을 빠뜨린다.  뽀드득 뽀득  눈의 인사를  크게 듣고 싶어서다.  지붕 끝에 살짝 앉은  한 마리 새  안녕, 눈새야!  머리에 눈을 얹고 섰는  측백나무  안녕, 눈나무야!  눈이 내린 아침은  눈으로 빛나는 인삿말이  하얗게 쌓여 간다.  (정두리·시인이며 아동문학가, 1947-) + 첫눈  첫눈은 첫눈이라 연습 삼아 쬐금 온다 낙엽도 다 지기 전 연습 삼아 쬐금 온다 머잖아 함박눈이다 알리면서 쬐금 온다 벌레알 잠들어라 씨앗도 잠들어라 춥기 전 겨울옷도 김장도 준비해야지 그 소식 미리 알리려 첫눈은 서너 송이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눈꽃  소나무에 피어도  눈꽃  싸리 가지에 피어도  눈꽃  억새 줄기에 피어도  눈꽃  색깔도 하나  이름도 하나  백두산에도  한라산에도  똑같이 피는 겨울꽃  눈꽃.  (이경애·아동문학가) + 눈이 내린다 머언 먼 나라에서 은빛 반짝이며 온 세상 가득 눈이 내린다. 지금 산너머 초가지붕 고향집이 내게로 찾아온다. 뿌옇게 잊혀졌던 얼굴들이 되살아 날아온다. 망울망울 날아오르는 비누방울처럼. (윤이현·아동문학가)  + 눈 잎 나풀나풀 눈 잎이 내려온다.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골고루 보내주는 크리스마스  카드. 소복소복 하얀 봉투에 담은 하늘 나라의  축복. 무슨 글자인지 읽을 순 없어도 왠지  설렌다. 왠지  즐거워진다. 산과 들이 축복 속에 묻힌다. 교회의  종소리도 하얗게 묻힌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눈사람 눈덩이를 굴리면 흙도 묻어오고 검불도 묻어오고 발자국도 묻어온다 눈사람 속에는 길 한 자락이 돌돌돌 감겨 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눈 내린 날  소복히 눈 모자 쓴 공중전화실로 소복히 눈 모자 쓴 꼬마가 들어간다. 소복히 눈 내린 거리를 내다보며 소복히 눈 내렸다고 전화 하려나 보다.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눈 자장 자장 하늘이 불러주는 하얀 자장가 풀잎 머리 위에 나무의 팔 위에 산의 어깨 위에 자장 자장 지붕이 하얗게 잠들고 들이 하얗게 잠들고 (박두순·아동문학가) + 눈 덮인 아침  마을은  일어나고 싶지 않은가 보다  눈을 덮고  가만히 엎드려 있는 걸 보면.  강아지는  놀고 싶어 못 견뎠나 보다  눈밭 가득  발자국이 뛰어다닌 걸 보면.  새들은   노래하고 싶어지나 보다  해도 뜨기 전에  자꾸만 지저귀는 걸 보면.  냇물은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들을 깨우는 얘기를  아침에도 재잘대고 있는 걸 보면.  온통  마음이 설레는 때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눈 오는 날 누구인가 살며시 하늘의 빗장을 뽑아 내자 갇혔던 백조 떼들이 하얀 초롱불을 들고 와 나뭇가지에 밤내 켜 걸어 두더니…. 산이 학처럼 나래 펴고 선 아침  꺼칠하던 나무들이 숨죽이고 새하얀 말씀을 받들고 섰네.  (박두순·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12    하청호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1333  추천:0  2017-02-20
겨울 산 하 청 호         겨울 산에 가면     깊은 생각에 잠긴     나무를 본다.     맨몸으로 하늘 향해     꼿꼿이 서서.       쉬임없이 재잘대던     산 개울물도     걸음을 멈추고     하얗게 앉아 있다.       이따금 산새 두 마리     깊은 생각 속으로 날아든다. (2004년 겨울『아동문학평론』제113호)   고향  하 청 호          시냇가에 나가      세수를 하려 하니      해님이 먼저      제 얼굴울 씻고 있었다.        '이제 왔니.'      해님은 환한 얼굴로      나를 반기며      금빛 물살을      두 손 가득 담아 주었다.    제목을 왜 '고향' 이라고 했을까요? 도시에서는 모두 집안의 수돗물로 세수를 합니다. 세수를 할 만큼 맑은 시냇물도 없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냇가에 나가 아침해가 잠긴 시냇물에 세수를 할 수 있는 시골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고향' 이라고 했습니다.   해님이 두 손으로 떠 주는 금빛 물살을 생각해 보셔요. 자연과 내가 떠 주는 금빛 물살을 생각해 보셔요.    자연과 내가 하나로 되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김종상)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하 청 호     비 오는 날 연잎에 빗물이 고이면 가질 수 없을 만큼 빗물이 고이면   고개 살짝 숙여 또르르또르르 빗물을 흘려 보내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 가질 만큼 담는 것을.     구석 하 청 호        마당이 환하다.    햇살은 밝게 비치고    바람이 향기롭게 맴돈다.      그런데 저기    마당에서 밀려난 벌레들과    여린 풀들    온갖 잡동사니들은    구석에 모두 모여 있다.      가끔 길 잃은 햇살이    한 줌 빛을 뿌리고 가는    어두운 구석.      누가 알까    마당이 저리도 환한 것은    구석이 있기 때문인 것을. (2007년 대구아동문학회 연간집 『꿈밭에 모여』)   누에고치 하 청 호     누에고치는 실패 같아요.   엄마가 실타래를 풀어 실패에 정성껏 감듯   누에는 입에서 한 가닥 고운 명주실을 뽑아내어 칭칭 고치에 감아두었어요.   집에서 학교까지 몇 번이고 다녀올 만큼 길고 긴 실을 고치에 감아두었어요.   누에고치는 누에가감아 놓은 하얀 실패 같아요. (2007년 여름 『오늘의 동시문학』)    시인은 누에고치를 보면서 실패를 상상하고 있다.   "시는 오로지 상상의 언어이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다른 여러 생각과 감정에 의하여 무한한 형상으로 빚어내는 것"이라고 헤즐리트는 말한다.   여기서 이미지란 누에고치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길고 긴 실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힘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이미지가 시적 분위기나 배경, 상황을 제시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성자)     눈길이 머문 자리에  하 청 호        꽃의 눈길이 머문 자리에 네가 있고    나비의 눈길이 머문 자리에 네가 있고    별빛, 달빛이 머문 자리에도 네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그러나 친구야, 정말 네가 좋은 건    내 눈길이 머문 자리에    네 해맑은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눈빛 속에 네 눈빛이 잠겼으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친한 친구를 멀리 떠나 보내고 나니 가슴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합니다.   이제는 잊었겠지 싶은데도 어느새 그 친구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곤 한답니다.   하청호(1943~) 시인이 정든 이와의 이별 뒤에 온 애절한 그리움을 '눈길'과 '눈빛'의 시어 변주로 노래합니다.   그래도 이런 그리움은 퍽 아름답지 않습니까? (박덕규)     돌다리  하 청 호       깡충   깡충   별들이 건너뛰다가     퐁당   퐁당   물 속에 빠져 버렸다.     반짝   반짝   냇물 속에 빠진   수, 수만의 별   별들.     무릎 학교  하 청 호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조그만 학교였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는     늘 포근한 학교였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이 조그만 학교에서 배웠다.       무릎 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어머니의 무릎     오직 사랑만이 있는     무릎 학교였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닌 학교는 무릎 학교입니다.    오직 사랑만 있는 어머니의 무릎.    그 곳에서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귀한 것을 배웠습니다. (하청호)   칠판도 없고 벌도 없는 그런 학교가 있다니! 믿지 못하시겠지만, 잔뜩 기대하고 읊어봄 직한 시가 아닐까요?   그 학교가 결국은 '어머니의 무릎'인 것이 좀 실망스러우신가요?   무릎학교, 하고 다시 말하면서 눈을 감아 보세요. 사랑이 밥이고 책이고 운동장인 그 곳에 내가 있고, 포근한 기운이 몸을 감싸게 되는 걸 느낄 테지요.   음식을 먹을 때는 꼭꼭 씹어 먹고, 책을 읽응 때는 또박또박 소리내어 읽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박덕규)               잘 아는 사실에 빗대어 표현하라   어머니의 무릎을 사랑이 넘치는 사랑의 학교에 비유하고 있다.   오직 사랑만 있는 어머니의 무릎, 이 시가 빛나는 것은 그런 어머니 무릎을 '학교'로 바꿔놓은 것이다.   잘 모르는 '무엇'을 잘 아는 '무엇'으로 바꿔놓는 것이 비유이다.   시를 쓰려는 사람은 시적 대상을 잘 아는 다른 것으로 바꿔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준관)     미루나무  하 청 호       매미가 운다.   온통 매미로 뒤덮이는 미루나무   반짝이는 잎새   그것은 그대로 매미가 된다.   등허리 반짝이며 달라붙은   수, 수만 매미 떼가 된다.   흔들릴 때마다   더욱 자지러질 듯 쏟아지는   저 매미 소리.   여름날 냇가 미루나무는   커다란 매미다.   커다란 울림통이다.      발자국  하 청 호        진달래가 피고    산 찔레가 피고    들국화가 피었다.    철따라 피는 꽃은    시간이 딛고 간    고운 발자국. (2004년 9월『시와 동화』제29호)   봄날(1) 하 청 호        바람도 샘을 하나   꽃샘 바람   개나리 꽃망울   벙글다가 만다.     우물가   일찍 나온   미나리 새순   꽃샘 바람 시새움에   입술이 파랗다.          시새움이란 자기보다 좋거나 잘 하는 것에 샘내는 것을 말합니다. 봄이 되어 샛노랗게 피는 고운 개나리꽃과 파란 미나리의 예쁜 새순을 바람이 시새움을 한다고 했습니다.   개나리꽃의 아름다움과 미나리 새순의 귀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김종상)     봄날(2)  하 청 호  봄이 오는 연못  햇살이 눈부시다.  새로 돋는 풀잎  연한 목이  연못 깊이 내려가 있다.  햇살은  봄 햇살은  물 속까지 따라가  연초록 풀잎을  감싸주고 있다.  은빛 목도리처럼, (1990년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봄에 하 청 호     한 겹     또 한 겹      장미꽃 봉오리에     포옥     싸인 오월      나풀    나풀     노랑 나비    한 겹    꽃잎을 벗기고 가고      윙―    꿀벌     또 한 겹    벗기고 가고      아!    반쯤 핀 장미꽃    속엔     햇살이 오월을     품고 있네.   보통 내용에 새로운 시의 빛…   마지막까지 논의된 작품 가운데에서 하청호의 수 편의 시가 고른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봄에」를 당선작으로 결정한 것은 퍽 즐거운 일이었다. 그 까닭은 그 동안에 당선된 동아일보 동시 부문의 편균 수준보다 좀 높아진 감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시는 표현이 쉬워야 한다는 절대에 가까운 조건에 얽매여 있다. 그러기 때문에 하나마나한 뻔한 소리를 내용으로 삼아온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고도화된 기교는 범속한 내용이라도 새로운 시의 빛을 발하게 하여 준다는 것을 이 시는 밝혀주고 있다. 결국 어린이를 위한 시란 소재나 내용면에서 한계성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고도의 기교를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무턱대고 동심이란 아리송한 말만 내세우지 말고 평면적인 내용이라도 시의 기교를 통하여 깊은 맛을 만들어 내야 한다. 본래 훌륭한 시란 어디서 어디까지가 내용이고 기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김요섭 어효선의 심사평)    오월이 되어 장미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걸 봅니다. 그런 걸 지은이는 '장미꽃 봉오리에 / 포옥 / 싸인 오월'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장미꽃 한 잎 한 잎이 벗겨지고 있는 사이에 벌이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는데, 이걸 '윙― / 꿀벌 / 또 한 겹 / 벗기고 가고' 라고 표현했습니다. 마치 벌이 장미꽃 꽃잎을 직접 벗기고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은 평범한 내용이라도 남다른 각도에서 보고 느끼고 표현했기 때문에, 마지막 연에 가서는 그 시적 감동이 극에 이르고 있습니다. (허동인)   산  하 청 호        산은    말이 없다.    거대한    침묵의 덩어리다.      엄청난 침묵에    숨이 막힐 것 같아      산개울이    작은 소리로    얘기를 하고 있다.      쉬임 없이    조잘대고 있다.    산이 '거대한/ 침묵의 덩어리'라고?   그렇다. 누가 산이 말하는 걸 보고 들었겠는가. 수억만년 입 다물어 엄청난 침묵만을 쌓아올린 산.   그런 사람 앞에 앉아 있다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그런데 산은 숨구멍을 터놓았네. 조잘조잘 재잘재잘.   산개울이 대신 침묵의 덩어리에 바늘구멍을 뚫으며 정답게 얘기를 해 주고 있네.   정겹구나, 산개울. (박두순)     어머니의 등 하 청 호        어머니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새   아기가   꿈밭길에 노닐면,     어머니 온 마음은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폭포 하 청 호           폭포 앞에 서면        수만 마리로 쏟아지는 세 떼 소리        솟아오르는 새 떼 소리.        깊은 숲 속        숱한 산새 소리들이 몰려와        일시에 토해 내는 소리.        곤두박질치며        허연 날개 퍼덕이며        치솟아오르는 소리.        푸른 물 속에        허연 속살 번쩍이며        자맥질하는 소리.        하늘에도 땅에도        내 몸에도        온통 휘감으며 달라붙는        저 소리        수만 마리의 새 떼 소리.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우리가 무엇을 안다는 것은 감각 기관으로 붙잡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그 기관은 눈, 코, 입, 귀, 피부 등이지요.   폭포물 소리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매우 자세하게 그려 냈습니다.    우리도 쏟아지는 폭포를 감각 기관으로 느껴 보고 그것을 무엇에 어떻게 비겨서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김종상)     폭포(1) 하 청 호           폭포 앞에 서면        수만 마리로 쏟아지는 세 떼 소리        솟아오르는 새 떼 소리.          깊은 숲 속        숱한 산새 소리들이 몰려와        일시에 토해 내는 소리.          곤두박질치며        허연 날개 퍼덕이며        치솟아오르는 소리.          푸른 물 속에        허연 속살 번쩍이며        자맥질하는 소리.          하늘에도 땅에도        내 몸에도          온통 휘감으며 달라붙는        저 소리        수만 마리의 새 떼 소리.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우리가 무엇을 안다는 것은 감각 기관으로 붙잡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그 기관은 눈, 코, 입, 귀, 피부 등이지요.   폭포물 소리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매우 자세하게 그려 냈습니다.    우리도 쏟아지는 폭포를 감각 기관으로 느껴 보고 그것을 무엇에 어떻게 비겨서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김종상)     폭포(2) 하 청 호        누구인가.      높푸른 바위 벽에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치는    저 힘찬 손길      흰 물감 듬뿍 찍어    하늘에서    땅으로    단숨에 내리긋는    저 힘찬 붓질      하얀 폭포.     풀씨 이야기 하 청 호        겨우내 길고 긴 밤   화로 속에 깊이 묻어 둔 불씨처럼   한 알 풀씨는   지난 해, 볕바른 양지에서   해님이 묻어 둔 초록 불씨입니다.     겨울 찬 바람에도   용케 견디어 온 초록 불씨   봄바람에 되살아나   산과 들에   초록 불을 지핍니다.     한 알 풀씨에 붙은 불은   동구 밖을 지나   보리밭 이랑마다   산등성이마다   푸른 아우성으로 일어섭니다.       봄이 되면 산에서 들에서 일제히 일어나는 풀씨. 겨우내 해님이 묻어둔 초록 풀씨.   산과 들에서 봄바람을 타고 초록불을 지핀다고 했습니다.   초록 풀씨가 초록불이 되어 동구 밖을 지나 산등성이마다 불을 지피고 있다는 묘한 발상이 남다르지 않습니까! (허동인)         하 청 호(河淸鎬) 1943년 12월 14일 ∼ 경상북도 영천군 신녕면 출생. 대구사범학교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학 초등교육과(전문과정) 및 동대학 행정학과(학사과정) 졸업. 1972년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가 당선, 1973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함. '현대시학'에 시 가 천료됨으로써 동시와 함께 시도 쓰고 있음. 1976년 세종아동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 1991년 방정환문학상, 2005년 대구광역시문화상, 2006년 제2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2006년 황조근정훈장 서훈.  동시집 : 둥지 속 아기새(1974)             빛과 잠(1976)             하늘과 땅의 잠(1979)             보리, 보리 문둥아(1982)             하늘엔 또 하나 새 별이 뜨고(1984)             잡초 뽑기(1986. 대일)              풀씨 이야기(1994. 대교출판)              풀과 별             새소리 그림자는 연잎으로 뜨고             큰나무가 작은 나무에게             무릎학교(2003. 10. 만인사)             초록은 채워지는 빛깔이네(2006. 8. 연인)
11    허호석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1283  추천:0  2017-02-20
산골물(1)  허 호 석          햇살이      달그락 달그락      가재를 잡는다.        집게발까락에      손가락 꼬집힌 햇살        앗, 따가워!      얼굴 빨그래진 해.        웅덩이 고인 하늘 속      돌 밑에는      해가 하나씩 들어 있다.        달그락 달그락      산골물을 뒤지는 해.     산골물(2)  허 호 석     산산산 골골골 물물물 산골에서 도란도란 물 소리   산들이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바다에 내보내기 위하여   산산산 골골골 물물물 깔깔깔 산길에 나와 노는 물 소리   ―아니, 공부는 하지 않고 떠드는 거야. ―지금은 쉬는 시간이란 말예요.    산골물, 산골물, 산골물.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낮은 곳으로 흘러서 깊은 웅덩이에 들어와 파란 하늘을 담고, 열목어와 함께 춤을 춘다.   산이 산골물에게 물같이 순하게, 바다같이 넓은 가슴으로 살아가라고 공부시킨다.   산골물, 산골물, 산골물은 깔깔깔, 깔깔깔 떠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란다.   물같이 순하게, 바다같이 넓게…….   공부하다가 지금 쉬는 시간이란다. (김영순)     산골 학교  허 호 석  산골, 텅 빈 운동장에  물소리만 나와 놀고 있다.    삐걱삐걱 새어나오던  풍금 소리는 창틀에 녹슬고  아이들이 닦아 놓은 창엔  거미줄 친 하늘이 끼워져 있다.    아이들의 푸르던 지껄임을  낙엽으로 날려 보내고  허전한 바람 한 점  빈 그네에 앉아  옛 생각이 그립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해가  홀로 산골을 서성이고 있다.     산새 허 호 석                  네 소리로                  산이 자고 깬다.                    네 소리로                  나무 나무 끝끝                  구름이 머물고                    외딴 곳에                  산딸기가 익어간다.                    네 소리로                  산마을이 자고 깬다.                    네 소리로                   빛깔 고운                  산망개가 열리고                    산빛 곱게                  옹달샘이 맑아진다.    산새소리는 언제 어느 때 들어도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그 산새소리에 따라서 모든 것이 움직이며 돌아가는 듯합니다. 산도,구름도, 산딸기도, 산마을도, 산망개도, 옹달샘도….   산새도 자연의 일부이지요. 말은 없어도 질서있게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새삼 느끼고 깨닫게끔 합니다. (허동인)     씨 뿌리기  허 호 석        하얀 공책에    씨 뿌리기를 한다.      사각사각    연필이 지나간    까만 씨앗들이 놓인다.      몽당연필이 또박또박    작은 씨앗을 심는다.      이 작은 밭 이랑마다    꼭꼭 묻히는 꿈의 씨앗들.      우리들은    들판에는 햇살을 뿌리고    밤하늘에는    별을 뿌리고 다녔지.    공책에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을 작은 밭 이랑에 씨를 뿌린다고 한 발상, 이 얼마나 빼어난 절창인가. 그 참신함은 어떤가.   하얀 공책과 작은 밭 이랑, 연필 자국과 꿈의 씨앗들, 우리는 이런 시를 염원한다. 이런 시를 읽고 있으면 마냥 즐겁다. (오순택)     아침 아이들  허 호 석       거미줄은   아침 이슬   아기바람   새소리까지 모두 걸었습니다.     거미는 몇 번이나   하늘을 내다봅니다.     처마 끝 새 하늘이 걸렸습니다.   부신 해가 철렁거렸습니다.   발자국 소리도   지껄임 소리도     아이들은   하늘을 도르르 말아   해를 가져갔습니다.     거미는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고   온 마을은 햇살의 나라가 됩니다. -1983. 9. 신인상 추천작    이 동시의 제목은 '아침 아이들'이지만 시 속에 자리하고 있는 주제는 거미줄입니다.   아침 햇살에 비치는 거미줄, 거기 영롱한 아침 이슬, 바람, 새소리까지 모두 걸릴 법합니다.    그런데 이 거미줄을 아침 길에 아이들이 걷어간 것입니다. 해까지 걸려 있는 거미줄을…….    거미는 그 자리에 다시 거미줄을 치겠지요.   눈부신 아침 나절 내내, 거미줄에 새 하늘과 눈부신 해가 걸린다는 시인의 생각이 독특하지 않습니까? (?)   아침 이슬도 걸려 있고, 아기바람도 걸려 있고, 새 소리도 걸려 있는 거미줄에 또 파란 하늘이 걸리고, 눈부신 해도 철렁거립니다.   뿐만 아닙니다. 개구쟁이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 떠들썩한 지껄임도 모두 걸립니다.   그런데 아차! 잠자리채를 만들려고 아이들이 거미줄을 도르르 말아 가 버렸습니다.   거미가 다시 구멍을 깁습니다. 마을은 다시 햇살 나라가 됩니다. (신현득 유경환 문삼석)     이슬  허 호 석       새벽 별들이   풀섶에 내려와   풀벌레 소리 베고 누워   늦잠 들었다.     선잠 깬 안개는   언제 떠났나?     아침 햇살의 등에   가만가만   업혀가는   아기 별들의 꿈.    풀섶에 맺혔다가 사라지는 이슬.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고운 이슬 방울은 풀밭에 내려와 늦잠이 든 새벽별인지도 모릅니다.   아침해가 떠오르면 햇살의 등에 업혀서 다시 하늘 나라로 가 버리는 이슬 방울. (신현득 김종상)       바람  허 호 석       그냥, 가만히 있질 못한다.   지나가다   옷깃을 슬쩍 들쳐보는   개구쟁이.       문틈으로 살짝 들어와   색종이를 흐트러 놓는   심술꾸러기.       맨발로 산과 들을 쏘다니다   보리밭을 장치는 장난꾸러기.       풀물 배인 옷자락   펄렁펄렁       언제나 철이 들까.          허 호 석(許琥錫) 1937년 7월 27일 ∼ 본적 : 전라북도 진안군 상전면에서 태어남. 서울문리사범대학 국어과 졸업. 1978년 3월 『아동문예』에 동시 이 천료되고, 1983년 9월 『월간문학』 신인상에 동시 (1983. 9)이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데뷔함. 계몽사 아동문학상 동시 당선, 전북아동문학상(동시부문, 1984. 1) 수상. 동시집 : 하얀비(을지출판사, 1080. 1)             산울림(아동문예사, 1984. 5)             바람의 발자국(아동문예사, 1990. 5)             햇살의 첫동네(아동문예사, 2009. 5,)  
10    황 베드로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1565  추천:0  2017-02-20
꼬리별 황 베드로     내가 보일까? 아, 나를 봤나 보다 별이 하나 이리로 온다.               김광섭 시인은 '저녁에'라는 시에서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라고 읊었어요.   옛날 어린이들은 여름밤 마당에 자리를 펴고 누워 별을 바라보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고 별을 헤아리며 놀았어요.   별 중에는 혜성이라는 별이 있어요. 긴 꼬리를 달고 빠르게 지나가지요. 그래서 혜성을 꼬리별이라고도 해요.   시인은 꼬리별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재미있는 상상을 했을 거예요. 별이 자신을 본 것이라고. 김광섭 시인의 시에서처럼 별이 시인을 내려다본 모양이라고.   밤하늘의 별이 우리를 보고 하얀 꼬리를 끌고 온다고 상상해 보세요. 신나는 상상이 될 거예요. (박두순)     노을  황 베드로        넘어가는 해   잠깐 붙잡고,   노을이   아랫마을을   내려다본다.   새들    둥우리에 들었는지,   들짐승   제 집에 돌아갔는지,   잠자리   쉴 곳을 찾았는지,   산밭에서 수수가   머리를 끄덕여 줄 때까지   노을은   산마을에 머무르고 있다.    해질 무렵 산골 마을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신의 은혜 같은 것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노을이 '새들/ 둥우리에 들었는지./ '들짐승/ 제 집에 돌아갔는지./ '잠자리 쉴 곳을 찾았는지'. '산마을에/ 머무르고 있다.'는 표현에서 그것이 잘 느껴집니다.   쉬우면서도 가슴을 잔잔히 적셔 주는 시입니다. 이런 시를 서정시라 합니다.(박두순)                  사람에 비겨 표현하라   이 시는 생명이 없는 추상적인 노을을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시의 세계에서는 동식물처럼 생명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이 없는 돌이나 나무, 꽃들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낀다. 심지어는 봄, 여름과 같은 추상적인 것들도 생명이 있는 것으로 표현한다.   여기에서 의인법은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인 것처럼 나타내는 표현법이고, 활유법은 무생물을 생물인 것처럼, 감정이 없는 것을 감정이 있는 것처럼 나타내는 표현법이다.   예컨대 '나를 에워싸는 산', '울음 우는 바다'는 활유법이다. 왜냐하면 산이나 바다는 생명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로 활유법도 의인법에 포함시킨다.   시를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을 사람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사람에 비겨 표현하라.    앞서 말했듯이 해가 뜨는 것을 사람처럼 생각해서 '해가 얼굴을 내민다'라고 사람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 그것이 시적 생각과 표현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라. (이준관)     눈 온 아침  황 베드로          밤새에      머리 하얗게 세었네      수염까지 나고        백 살은 더 먹어 보인다      우리 초가집.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밤새 눈이 내려 초가 지붕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추녀 끝에는 고드름까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초가집이 마치 머리가 하얗게 세고 수염도 길게 자란 할아버지 같습니다.   정말 이런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연세가 얼마나 되었을까요? 백살도 더 먹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초가집은 하룻밤 사이에 참 나이도 많이 먹었습니다. (김종상)     시간  황베드로        내가 동무들과   재미있게 놀면   시간도 흥겨워   막 뛰어가고     동무들이 모두 가고   나 혼자 심심하면   시간도 심심해   천천히 간다.         어느 봄날 황 베드로        돌배꽃에 싸여    잠이 든 낮달.      잠 깨워 데려갈    구름 한 점 없어    나비처럼 꽃 속에서    봄잠을 잔다.      꿀벌들아    멀리 멀리 가거라    선잠 깬 낮달이    울면서 떠날라.     작은 것 황 베드로       웅덩이가 작아도    흙 가라앉히면      하늘 살고    구름 살고    별이 살고.      마당이 좁아도    나무 키워 놓으면      새가 오고    매미 오고    바람이 오고.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맑은 물웅덩이를 들여다보셔요.   조그만 웅덩이에 하늘이 비치고, 구름이 떠가고 별이 빛납니다. 작은 웅덩이에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좁다란 마당을 생각해 보셔요.   새가 날아다니고, 매미가 와서 울고 바람이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좁은 마당에 참 많은 것이 와서 살아갑니다.    웅덩이와 마당은 조그마해도 참 크고 넓습니다. (김종상)     조약돌 마을 황 베드로        조약돌 모여 사는    하얀 마을엔    하얀 물새가 손님이어요.      바다 위를 날다가    지쳐서 오면    하얀 조약돌이 쉬어서 가래요.      조약돌 모여 사는    하얀 마을엔    하얀 별빛이 손님이어요.      하늘을 흐르다    잠깐 멈추면    하얀 조약돌이 놀다 가래요.              밀려 왔다 밀려 나가는 물살이 동그랗게 갈아 놓은 조약돌.   이런 조약돌들이 깔린 바닷가에서 시인은 생각합니다.   조약돌의 생김새가 귀엽고 곱고 예쁘지만, 이런 조약돌을 보아주는 이가 없어 너무 외롭고 쓸쓸하다고.   그래서 시인은 물새와 별을 생각했습니다.   낮에는 물새가 와서 놀아 주고, 밤엔 별이 내려와서 놀아 준다고.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요? (신현득 유경환 문삼석)     흐린 날  황 베드로           여행하는 기차에서       소나기 만나던 날         "우산 잘 가져 왔구나.       무섭긴 해도."         한 정거장 못 가서       해 난 걸 보고         "괜히 가져왔네.       짐만 되게."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린 글)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에 괸 물을 마신 원효 스님은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내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깨달음을 얻어 당나라 유학을 포기했습니다.   기차에서 소나기 오는 것을 보며 우산 잘 가져왔다고 생각하다가 해가 나자 금방 짐만 되게 괜히 가져왔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 바로 원효 스님의 깨달음과 같은 이치입니다. (김종상)     햇빛  황 베드로        어떻게 알았을까?   햇빛이     땅 속에 감자나 고구마   땅콩 심은 걸.     어디서 배웠을까?   햇빛이     새파란 사과를   단단한 풋감을   날마다 조금씩   키우고 익히는 걸.     얼마나 많을까?   햇빛은     밤이면 달이 먹고   낮이면 나무랑 꽃들이   다 먹어도     어쩌면 저렇게   많이 남을까?    자연의 신비를 생각하면 놀라움을 이기지 못한다. 햇빛이 땅 속에 몰래 심어놓은 씨앗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것도 그 놀라움의 하나다.   그것을 햇빛이 먼저 알아서 싹 틔워주지 않았더라면 감자나 고구마는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햇빛은 용하다.   다음은 햇빛이 어디서 배워 사과와 풋감을 키우고 익히는가 하는 놀라움이다.   그리고 햇빛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의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햇빛을 의지해서 산다. 햇빛을 받아 자기의 모습을 드러낸다. 달도 그렇다. 그러고도 햇빛은 남아 돌고 있다. 이 시에서는 밤이면 달이 먹고 낮에는 나무와 꽃들이 햇빛을 먹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시를 읽는 이들은 지은이가 어떻게 요렇게도 재미있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놀라움을 갖게 된다.   우리는 자연의 고마움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이재철, 신현득, 제해만, 노원호)   햇빛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어머니입니다. 이 동시의 앞부분은 햇빛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의 자랑임을 일러줍니다. 뒷부분은 그 햇빛을 통해 넉넉하고 풍요로워진 자연과 그것을 나누고 베푸는  데에 대한 것입니다.   이 시는 자연의 모든 것을 우주적인 가장 큰 힘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것은 이 시인의 종교적인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햇빛이 땅 속에 있는 감자와 고구마 땅콩을 익게 해주고, 나뭇가지에 달린 어린 사과와 풋감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동화의 나라로 우리를 이끌게 합니다. 우리도 햇빛으로 자랄 수 잇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또 햇빛을 달이 먹고 나무와 꽃들이 먹는다는 생각은 얼마나 재미있는 발상인지요.   자연과 우리는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것, 모두 한 몸이 되어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세상의 질서에 대해서도 시인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궁금함을 대신해 주고 그 답까지 알려주는 햇살같이 따뜻한 동시, 자연을 아껴야 하는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동시입니다. (정두리)           황 베드로 1940년 ∼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남. 본명은 옥연. 수녀. 1959년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입회. 1969년부터 문학 활동 시작함. 1973년 동시 '3월'로 제1회 새싹문학상 받음. 1980년 소천아동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동요대상, 1991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동시집 : 해 돋는 마을             치악산 마을              달 뜨는 마을             진달래 마을  
9    나비 동시 모음> 손동연의 '나비' 외 댓글:  조회:1396  추천:0  2017-02-13
  손동연의 '나비' 외  + 나비 봄이 찍어 낸 우표랍니다 꽃에게만 붙이는 우표랍니다 (손동연·아동문학가, 1955-) + 나비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 디딤돌.  나비 혼자 딛  고  가 는  봄의  디딤돌.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나비 가지 없이도  노랗게 피고  뿌리 없이도  하얗게 핀다  (김철호·아동문학가) + 나비 나비야 부르니 강아지가 쪼르르 달려나온다 나비야 부르니 고양이가 목 길게 빼고 두리번거린다 나비야 불러도 나비는 보이지 않는 마당에 봄 햇살만 가득하다 (도종환·시인, 1954-) + 부탁해 나비야. 꽃잎 밟지 마라. 연한 꽃잎에 발자국 생기면 어쩌니.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나비 실은 손수레 학교 앞 언덕길을 꼬부랑 할아버지 손수레에 짐 가득 싣고 간다. 손수레가 얼마나 무거운지 바퀴가 짜부라졌다. 손수레가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 바퀴살이 다 보인다. 날다가 지친 나비 한 마리 달리는 자동차는 타지 못하고 할아버지 손수레에 사뿐 올라탔다. (고광근·아동문학가, 1963-) + 나비야 나비야, 나풀나풀 네 작은 날개 위로 나를 태울 수는 없겠지만 바람보다 가벼운 내 생각 몇 조각이야 실어갈 수 있겠지. 꽃에서 꽃으로 너는 날아다니고 내 생각의 조각마다에는 꽃가루가 묻히고 꽃내음이 배이고. 나비야, 꽃이 질 무렵에는 내 생각일랑 돌려주고 가렴. 꽃물이 배인 아름다운 생각으로 나는 다시 태어나 곱고 예쁜 시를 다시 쓰고 싶어. (공재동·아동문학가, 1949-) + 날개  개미떼에게 끌려가는 배추흰나비 더러워진 날개를 보고 알 것 같았다. 나비가 삐뚤삐뚤 나는 이유를. 온갖 때에 절어 기름걸레처럼 더럽혀진 나비의 날개는 먼지 낀 공중을 구석구석 닦고 다녔다는 것을 추레한 옷을 입고 구석구석 빌딩 청소하는 할머니도 한때는  배추흰나비 눈부신 날개였다는 것을 (곽해룡·시인) + 노랑나비 나비 나비 노랑나비 꽃잎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소뿔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길손 따라 훨훨 갔네. (김영일·아동문학가, 1984년 작고) + 교실 꽉 찬 나비 어쩌다 교실에 날아든 한 마리 나비 책을 쓸던 까아만 눈들을 모두 낚아 올린다 책갈피 뛰쳐나간 눈망울들도 장난 속을 튀어나와 살포시 여는 앞니 빠진 입들 선생님도 슬그머니 빼앗기는 눈동자 마알갛게 빛을 낸 유리 그물에 걸려 열린 창 옆에 두고 호록호록 날다 아이들 눈 속으로 쏙쏙 들어가 교실 안은 꽃밭 꽉 찬 나비 (최도규·아동문학가, 1942-1992)  + 나비처럼 참새처럼 할아버지 따라 통일 전망대 간 날 나비 한 마리  팔랑팔랑 철조망 넘어 갈 때 할아버지 입가 가득 번져오는 미소 할아버지 따라 통일 전망대 간 날 참새 한 마리  짹짹 짹 짹 철조망 넘어 올 때 할아버지 눈가 가득  일렁이는 눈물 할아버지 따라  통일 전망대 간 날 내가 할 일은 나비와 참새처럼 할아버지 등에도 날개 달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 (이승민·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아기*아이   꽃 밭   윤석중 울까 말까 이종택 새 고무신 이종택 놀이터 아이들 김종두 아기와 나비 강소천 비는 이럴 때 오는거야 강현영 아가 손 신현득 아이와 나비 김정환 아이들은 알아요 박화목 토요일이 되면 손광세 아기잠 김종상 까까중 김영일               사랑*정         누가 그랬을까   이종택 내 이름 김원석 떠나보고야 권태응 한 이불 속에서 엄기원 꽃밭과 순이 이오덕 풍선장수 아저씨 정운모 달 이원수 서로가 김종상 손가락 글씨 박경종                   계절   가을밤     윤석중 이슬비 색시비 윤석중 코스모스 박경용 허수아비 손광세 꽃씨 최계략 봄시내 이원수 단풍 김종상 달밤 박용열 무지개 박경종 발자국 작자미상                   자연   개울물 소리   석용원   보름달 이종문 강가에서 이진호 감자꽃 권태응 옹달샘 손광세 별 손광세 흙 최운걸 솔방울 이원수 이슬방울 김삼진 나무는 이창건 냇물 유성윤 바다 흰모래       동물   닭   강소천 달팽이 김동극 달팽이 김종상 달팽이 권태응 집오리 권오훈 참새네 말 참새네 글 신현득 귀뚜라미 방정환 병아리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윤동주 참말 이무일 나비 이준관 새와 나무 이준관 노랑나비 김영일 거북 이종문 늙은 잠자리 방정환   물건         태극선 윤석중   찻숟갈 박목월 크레파스 손광세 꼬까신 최게략 풍선의 고향 작자미상
8    꽃에 관한 동시모음 댓글:  조회:2067  추천:2  2017-02-11
    + 민들레꽃 노란 신발 신고 나에게 가만가만 다가와서 봄햇살 쬐고 있는 쬐고만 여자 아이.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민들레꽃 민들레꽃은 키가 크고 싶지 않나 봐. 언제나 봄과 똑같은 키. 민들레꽃은 나이를 먹고 싶지 않나 봐. 언제나 봄과 똑같은 나이. (이준관·아동문학가) + 민들레 해님이 주시는 빛살 중에서도 민들레는 노오란 빛깔만 골라 옷을 지어 입는다. 담녘 따스한 곳에 물레를 걸어 두고 노오란 실바람만 뽑아 옷을 지어 입는다.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민들레, 너는  돌부리 널브러진 땅 온 힘 다해 내린 뿌리,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서로를 껴안으며 겹겹이 돋아 노랑 꽃대를 밀어 올렸다. 민들레, 너는 금메달에 빛나는 역도 선수다. (장화숙·아동문학가, 1960-) + 민들레  제일 먼저  봄을 가져다준  키 작은  너 하얀 낙하산 타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너 돌 틈에 눌리고  밟혀도  씩씩하게 자란  너  널 볼 때마다 장사 꽃이라 부르고 싶다.  (이근우·아동문학가) + 봄의 길목에서  겨울 끝자락 봄의 길목 나가거라 나가거라 안 된다 안 된다 바람은  또 다른 바람과 밀고 당기기를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풀밭에 떨어진 노란 단추 민 들 레 (우남희·아동문학가) + 민들레 - 나의 동시  하늘  바라볼 뿐  땅에 붙어  피는 꽃  가까이 다가가도  작은  향기  풍기지도 못하지만  지나치며  눈길 주는 사람들이 있어  빈 터  어디든지 뿌리내려  노래  한 그루씩  기르고 있는 거야.  (박일·아동문학가)  + 고맙다 노란색 민들레  눈이 부신 꽃  아무도 따지 않고  그냥 갔구나  숨 모아 후우우  씨 갓털 후우우  날려줄 날 있게  누구도 밟지 않고  그저 갔구나  (홍우희·아동문학가) + 아기 손바닥 아까부터  담을 넘으려는  민들레 홀씨 하나 어른들 모두 그냥 가는데 엉덩이 살짝 들어 넘겨주고 가는 아기 손바닥 (안영선·아동문학가) + 낙하산  까만 몸  머리엔 하얀 솜깃 꽂고 나는야 한 알 민들레 꽃씨. 동네 아가들 호, 입김에 하늘에 둥실 예쁜이, 그 고운 입으로  붙여준 이름 한길가  먼지 속에 누웠어도 지금, 나는 아흔 셋 알알이 흩어진 내 형제들 생각 꽃구름 보며 별을 헤며 돌아올 봄 기다려 노란 꽃잎 노란 나비떼 꿈꾸는 나는야 낙하산을 타고 온 한 알, 민들레 꽃씨. (윤두혁·아동문학가, 1938-) + 생각 와아!  화창한 봄날이에요. 그 동안  내가 후-. 불었던 민들레 씨앗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오늘은  학교 수업도 학원 공부도  모두 빼먹고 그 길 하나하나 따라가 보고 싶어요. (오지연·아동문학가, 1968-) + 두 주먹 불끈 쥐고 온갖 쓰레기 더미 위에 한 송이 민들레 피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겨운 냄새 풀풀 날려도 코 막으며 살아야 한다고 살아서, 저 파란 하늘 향해 크게 한번 웃어 봐야 한다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용케도 잘 자랐구나. 어디선가 나풀나풀 날아와 꽃잎에 입 맞출 나비를 기다리며 어둠 밝히는 등대처럼 꼿꼿이, 환하게 웃고 있구나. (김소운·아동문학가, 1908-1981) + 별과 민들레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가네코 미스즈·27살에 요절한 일본의 여류 동요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박두순의 '꽃을 보려면' 외  + 꽃을 보려면  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  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앞에서  무릎도 꿇어야 한다.  삶의 꽃도  무릎을 꿇어야 보인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꽃  낮에도  등불을 켠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낮에도  밤처럼 캄캄한  누군가를 위해서.  (정갑숙·아동문학가, 1963-)  + 자석  꽃들은 자석인가 봐요  나를 끌어당겨요  꽃에게 끌리는 것 보면  나는 꽃과 다른 극인가 봐요  고운 빛깔 만져 보고  향긋한 향기 맡다 보면  나도 조금은 꽃과 같은 극이 되는지  꽃 떠날 때 마음이 밝아져요  (함민복·시인, 1962-)  + 제비꽃  키가 작은 건  키가 작은 건  내세울 줄 모르기 때문이야.  자랑할 줄 모르기 때문이야.  키를 낮추는 건  키를 낮추는 건  한 치라도 하늘을 높이기 위해서야.  닿을 수 없는 먼 그리움 때문이야.  (양재홍·아동문학가)  + 꽃들이 예쁜 건  라이락  향내음을  나누어 주고도,  개나리  꽃잔치를  차려 놓고도,  조용하다.  (심효숙·아동문학가, 1962-)  + 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좀 더 환해지거라."  "더욱 밝아지거라."  그들의  속삭임을  내가 알아듣기 때문이지요.  "이웃끼리 환해지게."  "온 누리가 밝아지게."  그들의 속마음을  내가 알아보기 때문이지요.  (허동인·아동문학가)  + 꽃은 엄마다  꽃은  엄마다.  나비 엄마다  별 엄마다.  나비를 불러  젖을 주고,  벌을 불러  젖을 주고.  (김마리아·아동문학가)  + 꽃은  또래끼리  무더기로  다투어 피는 곳에서도  온 힘 다해 피고  담 모퉁이  홀로  외롭게 피는 곳에서도  온 힘 다해 핀다.  (김효순·아동문학가, 경북 안동 출생)  + 꽃밭  채송화 옆에  봉숭아,  봉숭아 옆에  백일홍,  백일홍 옆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옆에  접시꽃,  접시꽃 옆에  나팔꽃,  나팔꽃 옆에  해바라기,  해바라기 옆에  돌담장.  돌담장에  잠자리 한 마리  졸고 앉았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작은 꽃  산책하는 길섶에  방긋 웃고 있는 작은 꽃  하도 작아서 놓칠 뻔했다.  곁에 쪼그리고 앉아  밝은 눈을 바라보고 있다.  신기하다는 눈빛이다.  처음으로 꽃을 피우면서  만세 소리를 외쳤을 게다.  드디어 해냈다는 눈빛이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꽃길에서  꽃송이에  코를 대고 머무릅니다.  얼굴에  꽃물이  바알갛게 들었습니다.  입맛을 다시며  꽃내음을 꼭꼭 씹어 먹다가  꽃향기에  발이 포옥 묻혀  못 가고 서있습니다.  (이연승·아동문학가)  + 분꽃  네가 분꽃 같다는 걸  네 떠난 후에야  나는 알았다.  필 때는 여기저기  작은 몸짓으로  있는 듯, 없는 듯하더니  지고 난 그 자리에  네 얼굴보다 더  선명한 까만 씨앗  덩그마니  가슴 속 지워지지 않는  네 그림자.  (장승련·아동문학가)  + 꽃과 농부  -조팝꽃 오거든  못자리 내야지.  -찔레꽃 오거든  모내기 해야지.  농부는  꽃도 믿고 살고  꽃은 농부를 위해  산골까지 온다.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예쁘지는 않지만  꽃이라면 먼저  향기롭고 예쁜 꽃만 떠올렸었지.  개나리, 목련. 수수꽃다리……  예쁘지는 않지만  푸른 덩굴에  흰나비처럼 앉아 있는 완두콩 꽃  언제 피었었는지도 모르게 피었다가  시들어 툭 떨어지는 오이 꽃  잎사귀 뒤 몰래 피는  보랏빛 가지 꽃  우리가 까무룩 잊을 무렵  밥상 위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맛있는 완두콩밥으로  오이냉국  가지무침으로.  (민현숙·아동문학가)  + 너는 꽃이다  나는 오늘 아침  울었습니다  세상이 너무 눈부시어  울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아파트 10층 시멘트벽 물통 사이  조막손을 비틀고 붉게  온몸을 물들인 채송화 하나  그래도 나는 살아 있다  눈물인 듯 매달려 피었습니다  무릎을 꿇는 햇살 하나  그를 껴안은 채  어깨를 떨고 있었습니다  (이도윤·시인)  + 꽃과 나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봅니다  (정호승·시인, 1950-)  + 감자꽃  흰 꽃잎이 작다고  톡 쏘는 향기가 없다고  얕보지는 마세요  그날이 올 때까지는  땅속에다  꼭꼭  숨겨둔 게 있다고요  우리한테도  숨겨둔  주먹이 있다고요.  (안도현·시인, 1961-)  + 꽃과 사람  벌레 먹기도 하고  벌레 먹은 자국도 있고  시들기도 하는 꽃이  살아 있는 꽃이야.  날마다 피어 있고  날마다 살아 있는 꽃은  죽은 꽃이야,  종이꽃.  화도 내고  실수도 하면서  눈물도 있는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이야,  이 아빠 같은.  날마다 예쁜 얼굴  날마다 웃는 얼굴  그건 죽은 사람,  마네킹이야.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꽃밭과 순이  분이는 다알리아가 제일 곱다고 한다.  식이는 칸나가 제일이라고 한다.  복수는 백일홍이 맘에 든다고 한다.  그러나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  순아, 너는 무슨 꽃이 제일 예쁘니?  채송화가 좋지?  그러나 순이는 말이 없다.  소아바비로 다리를 저는 순이.  순이는 목발로 발 밑을 가리켰다.  꽃밭을 빙 둘러 새끼줄에 매여 있는 말뚝,  그 말뚝이 살아나 잎을 피우고 있었다.  거꾸로 박혀 생매장되었던 포플라 막대기가.  (이오덕·아동문학가, 1925-2003)  + 이라크에 피는 꽃  여기선  벚꽃 구경 가느라  차들이 늘어섰는데  이라크에도  봄이 왔을까  꽃들이 피었을까  화면 속에서는  거센 모래폭풍과  칠흑 같은 밤하늘에  빗발처럼 쏟아지는 포탄들  여기에선  벚꽃이 꽃망울 터뜨리는데  이라크에선  포탄이 파편을 터뜨린다  여기에선  거리마다 꽃향기가 흐르는데  이라크에선  곳곳마다 피비린내가 흐른다.   (김은영·아동문학가, 196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7    <달팽이 동시 모음> 외 매미 동시 모음 댓글:  조회:1354  추천:0  2017-02-11
민현숙의 '달팽이가 말했어' 외  + 달팽이가 말했어 집을 지고 다닌다고? 아니야, 난 지금 부릉부릉 차를 몰고 가는 거야. 내 차는 캠핑카거든. 걸음이 느리다고? 아니야, 난 지금 둘레둘레 세상 구경하느라 그런 거야 난 여행을 무척 좋아하거든. (민현숙·아동문학가) + 달팽이·2 색시 달팽이가 방귀 뀌어 놓고 누가 보았을까봐 누가 들었을까봐 모가지 기다랗게 늘이고는 요리조리 살피다가 아무도 없으니까 그 속에 쏘옥 들어가 잔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달팽이 손님 부추 단에서 떨어진 달팽이 여섯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시라, 했더니 밤새 무청 한 줄기 뚝딱 삼키고는 꼬불꼬불 초록 똥 듬뿍 내놓았다 가고 싶은 데로 가시라 풀밭에 내려놓으니 까닥까닥 인사한다 풀잎처럼 상쾌하다 돌아서는 발걸음 (유은경·아동문학가) + 달팽이 -엄마, 달팽이 봐 -나, 바빠 -엄마, 달팽이가 움직여 -나, 바쁘다니까 -엄마, 달팽이 뿔 좀봐 쪼그만 안테나 같애 -귀찮게 굴지마렴. 제발 아, 달팽이 아, 아깝다 엄마도 달팽이를 보면 좋아할 텐데... 어른들은 왜 항상 바쁠까? (이준관·시인, 1949-) + 달팽이·1 비가 온다  봄비다  우산도 없이  한참 길을 걷는다  뒤에서 누가  말없이  우산을 받쳐준다  문득 뒤돌아보니  달팽이다.  (정호승·시인, 1950-) + 달팽이  갑니다  나의 길을  꾸준히  천천히  가다가  지치면  잠시 멈추어  '힘내자'  다짐하며  더듬이 길게 뽑아  들어 보이는  승리의  브이(v)  갈 길 멀어도  꾸준히  갑니다  나의 길을  (남촌·아동문학가) + 정말 걱정되는 것 느림보 달팽이라 놀리지 마. 먹이 찾아 한나절 걸려도 오솔길 너머 구슬냉이밭으로 가고야 마는 걸 어둠밭에 피어난 별꽃과 얘기하러 온종일 걸려 나뭇가지에도 올라가는걸 정말로 걱정되는 건 날개가 있는데도 날려하지 않는 타조, 너야.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산토끼랑 달팽이랑 허둥지둥 언덕길 뛰어가던 산토끼가 글쎄 달팽이 보고 혀를 찼대. 너처럼 느릿느릿 가다간 언덕 너머 산비탈 뒤덮은 진달래꽃 잔치 못 보겠다. 달팽이도 글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대! 너처럼 빨리빨리 가다간 제비꽃 깽깽이풀 얼레지 족두리풀 매미꽃 봄까치꽃 애기풀 들바람꽃…… 언덕길 따라 줄줄이 핀 풀꽃 잔치 하나도 못 보겠다.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매미에 관한 동시 모음> 정현정의 '매미의 마을' 외 + 매미네 마을 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 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 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 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 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매미 오동나무 위의 여름 악기.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작은 것 웅덩이가 작아도 흙 가라앉히면 하늘 살고 구름 살고 별이 살고 마당이 좁아도 나무 키워 놓으면 새가 오고 매미 오고 바람 오고 (황 베드로·아동문학가) + 매미 허물 소나무 둥치에 붙은 매미 허물. 속이 텅 비었다. 등에는 찢긴 자국 저런 자국, 엄마 배에도 있다. (곽해룡·아동문학가) + 여름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매미 포플러나무에 달린 조그만 초인종 개구쟁이 바람이 놀리고 갈 때마다 맴 매앰 매앰매앰 여름이 울리네. 여름이 쏟아지네. (강현호·아동문학가) + 매미 껍질 어쩜 그렇게 닮았니? 고구마 캐다 밤 줍다 메뚜기 잡다 다 보았어. 휙휙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 떡갈나무 둥치에 마당 맥문동 꽃대 위에 개울가 풀잎 위에 휙휙 아무 곳에나 던져둔 옷. 히힛, 어쩌면 내 버릇이랑 똑같니?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매미·2 엉~ 엉~ 엉~ 매미가 웁니다 슬퍼서 웁니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매미가 얼마 못 산다고 악을 쓰며 웁니다 매미야, 뚝! 그렇게 울다가 힘 다 빠지면 어떡해? 더 빨리 죽으면 어떡해? (김미희·아동문학가, 제주 출생) + 매미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정연복,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6    <동물 동시 모음> ' 댓글:  조회:1074  추천:0  2017-02-11
  박두순의 '다람쥐' 외  + 다람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조그만  도토리도 두 손으로  받쳐들고 먹지요  (박두순·아동문학가, 경북 봉화 출생) + 오리 오리 세 마리가 연못에 글 쓰러 간다. 오리는 글 쓰러 갈 때는 꼭 줄을 서 간다. 오리는  참 착한 학생이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사슴 쫑긋, 귀를 세우고 먼  시골학교의  풍금 소리를 듣는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돼지  고사 상에 오른 돼지가 웃고 있네 몸뚱이는 어디에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돈 봉투 물려 주니까 입이 더 벌어지네 (곽해룡·아동문학가) + 쥐  쥐는 쥐구멍에 살고 나머지 큰 집은 사람들에게 죄 빌려 줬대요 그래서 그 방값으로 쌀도 고기도 가져간대요 공짜는 없다지 뭐예요 (손동연·아동문학가, 1955-) + 미안해서 우리집 밭에서 몰래 배춧잎 뜯어먹다 들켰던 숙자네 닭들 미안해서 미안해서 왕겨 뿌린 밭고랑에 따뜻한 달걀 한 개 놓고 갔다. 숙자 불러내 말할까 말까?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소·1  보리짚 깔고 보리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구리고 코로 숨쉬고 엄마 꿈꾼다. 아버지 꿈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소는 보리짚 속에서 잠이 깨면 눈에 눈물이 쪼르르 흐른다.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소 소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매를 맞는다. 소는 무거운 짐을 나르는데 매를 맞는다. 소는 말도 잘 듣는데 매를 맞는다. 매 맞는 소를 보면 눈물이 나올라 한다. 우리 소가 아니라도 눈물이 난다.  (윤동재·시인, 1958-) + 코끼리의 코  코가 긴 코끼리  생각도 코로 할까.  주르르 코를 펼치면  생각도 주르르 펼쳐지고  도르르 말면  생각도 도르르 말려지고  생각이 건너가  먹을 것도 가져오고  생각이 뻗어가  물을 퍼 샤워도 하고  기다란 코로 하는 생각  펼쳤다가 말았다가  줄였다가 늘였다가  마음대로겠지.  맞아, 그게 자랑스러워  팔락팔락  바람을 부치며  큰 부채 귀가  박수를 치고.  (박방희·아동문학가, 1946-) + 염소  구름 동동  하늘이  물에 잠기면  떨리는 음성으로  노랠 부르고  아이들이 놀러 오면  웃겨 주려고  수염 달고  할아버지 흉낼 낸다.  애써 기른 뿔  받아 보고 싶어도  강물과  산과  하늘과 해  모든 게 평화롭기만 해  결국  뿔은 뒤로 구부려  하나의 장식물로  만들고 말았다.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개구멍을 빠져나가다 쥐똥나무 울타리에 난 개구멍을 도둑고양이처럼 살짝 빠져나가다 문득, 누군가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한 번도 나무에 똥을 싼 적 없는  쥐와 울타리에 구멍을 낸 적 없는 개와 도둑질을 한 적 없는 고양이가.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5    <나무 동시 모음> 댓글:  조회:1137  추천:0  2017-02-11
  + 새와 나무  새는 나무가 좋다. 잎 피면 잎 구경 꽃 피면 꽃 구경 새는 나무가 좋다. 열매 열면 열매 구경 단풍 들면 단풍 구경 새는 나무가 좋아 쉴새없이 나무에서 노래 부른다. 새는 나무가 좋아 쉴새없이 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나무  새들이  단단한 나무의 어깨 위에  둥지를 틀어 놓고서야  비로소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 여름 가뭄 때 물 한 통이라도 준 일 있니? 아~니요. 비바람 몰아칠 때 한 번이라도 지켜준 일 있니? 아~니요. 그래도 가을 되니 가져가라고 예쁜 열매 아낌없이 떨어뜨리는 밤나무. 대추나무. 도토리나무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미루나무 임금님이다! 임금님이다!                            언덕 위의             가을 미루나무.          순금 비늘 반짝이는 금관을 쓴,                        통일 신라           임금님이다! (손광세·시인, 1945-) + 산수유나무 눈 오는 날 산수유나무가 꽃도 지우고 잎도 지우고 붉은 열매만 지고 마당가에 서 있다 한 짐 가득 제 꿈을 지고 서 있다. (박방희·아동문학가, 1946-) + 대추나무  고 잘생기고 예쁜 얼굴에 무슨 잘못을 했을까 뙤약볕에 얼굴이 빨갛게 익도록 벌서더니 타닥타닥 매운 회초리까지 맞는다 올 여름 포도 따던 날 하얀 장갑 끼고 흠집 날까 아기처럼  살살 다루는 걸 봤는데 빛깔 고운 달디단 열매 소복이 주면서 맞기만 하는 대추나무는 참 억울하겠다. (윤영숙·아동문학가) + 과수원의 나무들 좌로도 나란히 우로도 나란히 똑바로 줄섰다. 햇볕도 골고루 바람도 골고루 서로가 편하다. 즐거움도 같이 괴로움도 같이 오붓하게 산다. (허동인·아동문학가, 일본 출생) + 나의 작은 의자  나무가 나에게  푸른 그림자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림자는 그 후  내 몸 속에 떠도는 생각을  늘 넉넉하게 적셔 주곤 했다.  그림자는  항상 그 자리에 놓여 있는  나의 작은 의자이다.  하늘이 날아다니다  혼자 와서 쉬는  푸른 바람 같은 의자이다.  햇살이 떼지어 넘치는 날엔  그림자 속에 내가 살고  흐린 날엔 내 몸 속에  푸른 그림자가 들어와 산다.  그림자는  언제나 편안한  나의 작은 땅이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겨울 나무  밤새도록 내린 눈 가지에 소복하다. '봄까지 가려면 부러지면 안 돼' 예방 주사 맞듯이 입 꼭 깨물고 아픈 팔 꾹  참는다. (원용숙·아동문학가) + 분이네 살구나무 동네서 제일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제일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정완영·아동문학가) + 나무일기 -옮겨 심은 나무 옮겨 십은  나무는  붕대를 감고 있다. 잘린 다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물 주사도 맞는다. 새들이  열이 내렸나 이마를  짚어보고 간다. (심인섭·아동문학가) + 떠드는 나무       나무 아래서 책 읽기 한 줄 읽다가 놓치고 다섯 줄 읽다가 놓치고 눈길 가로막는 소리들       비둘기 두어 마리 맴돌다 가는 바람 한 자락뿐인데       아하 그랬구나       느티나무 가지마다 잎눈 열고 나온 초록 부리들 삐약거리는 소리가 글줄 사이로 돌아다녔구나       봄엔 새잎들도 재잘재잘 떠드는구나.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나뭇잎  나뭇잎 나뭇잎  고운 나뭇잎  산그늘이 내리는  외진 산길에  잃어버린 동무들  찾아 헤매다  옹달샘 골짝에  사뿐 앉았지  나뭇잎 나뭇잎  예쁜 나뭇잎  빠알간 나뭇잎은  우리 아기 손  노오란 나뭇잎은  엄마 아빠 손  오순도순 살던 때  참 좋았다고  귓속말로 속삭이다  잠이 들었지.  (김삼진·아동문학가, 1934-2011) + 걸어가는 나무  우리 동네 민규 형은  한 쪽 다리가 나무예요  언제부터인가  형의 나무 다리에  푸릇푸릇 싹이 돋아나더니  배와 가슴, 어깨까지도  잎사귀가 자라났어요  형이 절뚝거리며 걸어가면  나뭇잎으로 뒤덮인 몸뚱이가  출렁출렁 춤을 추어요  누군가 그 곁을 지나던 사람이  손을 내밀어 형의 푸른 손을 잡으면  그 사람도 금방 푸른 물이 들어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걸어가요  (이정림·아동문학가)
4    공재동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1141  추천:0  2016-10-24
나비야 공 재 동           나비야, 나풀나풀      네 작은 날개 위로      나를 태울 수는 없겠지만        바람보다 가벼운      내 생각 몇 조각이야      실어갈 수 있겠지.        꽃에서 꽃으로      너는 날아다니고      내 생각의 조각마다에는        꽃가루가 묻히고      꽃내음이 배이고.        나비야, 꽃이 질 무렵에는      내 생각일랑      돌려주고 가렴.        꽃물이 배인      아름다운 생각으로      나는 다시 태어나      곱고 예쁜 시를      다시 쓰고 싶어. 낙엽  공 재 동         가을    나무들    엽서를 쓴다.      나뭇가지    하늘에 푹 담갔다    파란 물감을    찍어내어      나무들    우수수    엽서를 날린다.      아무도 없는    빈 뜨락에      나무들이    보내는    가을의 엽서 부채 하나가 공 재 동        그 모진 무더위를    쫓아내느라    부서지고 찢어진 부채 하나가    무심히 산길에 버려져 있다      가을이 오다가 발을 멈추고    소복소복    낙엽으로 덮어 주더니      오늘은 수만 개 단풍이 되어    가을 산을 물들인다    부채 하나가.       들에서 공 재 동      누가      나를 부른다.        돌아다보아도      돌아다보아도      들녘에      마구 핀       풀꽃 무더기.        누가       내게 손짓한다.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 보면        기억처럼       멀어지는       억새풀 하얀 손.    갑갑한 방안에 갇혀 있다가 들녘에 나서 보면 시야가 확 트이고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득한 저 멀리에서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자꾸만 손짓해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막연한 그리움에 이끌려 가다 보면 봄에는 여러 가지 풀꽃들을, 가을에는 새하얀 억새풀들을 만나게도 됩니다. 이건 속은 게 아닙니다. 멀리까지 걸어온 걸 후회할 리도 없습니다.   소리없이 들려주는 대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그런 목소리가 들릴 리가 만무하니까요.(허동인)   바람 부는 날 숲에는 공 재 동        떡갈나무들이    흰 손바닥을 드러내고    손뼉을 치며 웃고 있다.      뻣뻣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점잔 빼던 소나무도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밤나무도 허리를 잡고 웃노라    하얀 꽃잎이 떨어져    흩날리는 것도 모르고 있다.      바람 부는 날 숲에는    나무를 간지럽히는    바람의 손길이    은비늘처럼 반짝이고      초록 웃음을 밟고 가는    바람의 장난기가    끝없이 끝없이 날아오른다. (어린이문학 2001-12)   바람이 길을 묻나 봐요 공 재 동    꽃들이 살래살래 고개를 흔듭니다.   바람이 길을 묻나 봅니다.   나뭇잎이 살랑살랑 손을 휘젓습니다.   나뭇잎도 모르나 봅니다.   해는 지고 어둠은 몰려오는데 넓은 들녘 저 끝에서   바람이 길을 잃어 걱정인가 봅니다.   별 공 재 동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인간의 감성은 수시로 변합니다.   내 마음이 즐거울 때는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다른 사물에 대한 관심도 조금은 줄어들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내 마음이 슬퍼지면 온갖 것이 다 생각납니다. 과거에 잊혀졌던 것들도 기억으로 되살아 다시금 괴롭힙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평소에는 잘 쳐다봐지지도 않던 밤하늘이었는데, 갑자기 별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 마음이 슬프고 내 몸이 외롭고 고달프니 그제야 사물이 제대로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슬픈 마음을 위로받을 데라곤 어디가 좋겠습니까? 진정 대자연밖에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숲속 바위나 언덕을 찾아 올라가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면 마음의 위안을 크게 받을 수 있지요.   대자연은 거짓이 없고 인간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누구와도 다같이 친해질 수 있습니다. 정이 통합니다. (허동인)             슬픈 사람에겐 별은 친구이자 애인   별을 노래한 시들은 지천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하나라고 쓴 것은 윤동주다. 시인들에게 별은 몸을 고되게 부려야 하는 지상의 삶과 멀리 떨어진,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초월적 실재에 대한 표상이다. 하늘은 벼락과 비를 관장하는 주신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하늘과 별은 외경심을 자극한다. 우주의 둥근 천장, 그 궁륭의 별들이 땅의 운명을 계시한다는 믿음은 오래되었다. 《고려사》의 천문지에도 '하늘이 징후를 나타내어 길흉을 보인다'는 구절이 보인다.   천문학과 주술적 미신이 버무려진 별점치기는 별의 운행 자리, 빛, 모양 등이 자연 현상이나 나라의 운세 그리고 운명의 조짐이라는 믿음에서 번성한다.   별들은 몇 천 광년이나 그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먼 은하 성단의 별에서 오는 빛은 아직 지구에 닿지 않은 것도 있다. 그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 아래 서면 우리는 알 수 없는 신비 속에 사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공재동(59)의 동시에서 별은 사람에게 보다 다정한 별이다. 그 별들은 사람의 감정 기복에 따라 반응한다. 기쁜 날에는 없더니, 슬픈 밤에는 하늘에 별이 가득 찬다. 그럴 리가 없지만 별은 그걸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누구나 울고 싶을 때 마음 밖에 있는 외부적 요소의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슬픈 사람에게 별은 친구이자 애인이다. 슬플 때는 '가슴에도 별'이 뜨고, '온 세상이 다 별이다.' 별들은 밤의 눈[眼] 혹은 밤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다. 아하, 기쁠 때 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많은 별들이 누군가의 슬픈 가슴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시인은 또 다른 별에 관한 시를 썼다. '별이 지고 나면/ 해가 돋아나듯이// 네 없는 마음/ 쓸쓸하지 않도록// 별 하나/ 꼭꼭 묻어둔다//모두가 잠든/ 이 어둔 밤에.'() 별이 슬픈 마음에 위로가 되는 까닭에 시인은 누구나가 '쓸쓸하지 않도록' 별을 어두운 밤에 '꼭꼭 묻어둔다'고 썼다. 공재동은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나고, 1977년 문단에 나왔다. 부산광역시교육청 장학사로 일하기도 한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다. 30여 년 동안 쉼 없이 동시를 쓰며 부산교육대학출신들로 이루어진 아동문학 동인 '맥파'를 결성하여 이끌어온 사람이다. (장석주 시인)              모든 것을 내 마음처럼 느끼기   이 시를 쓴 시인은 슬플 때는 별들도 나처럼 눈물을 글썽인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별들로 가득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여러분도 슬픈 날이면 마치 별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을 내 마음처럼 느끼고, 그것들과 한마음이 되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안타까워해야 느낌이 생생한 시를 쓸 수 있다. (이준관)   별은 즐거운 날에 보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시는 슬픈 날에 별 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시인은 기쁠 때와 슬플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즐거운 날 밤엔 별이 없대요. 즐겁게 보내느라 별(하늘) 볼 틈이 없었겠지요.   슬픈 날 마음을 달래려고 하늘을 보니, 우아! 하늘 가득 별이네요. 그 별이 가슴에 가득 찼을 거예요.   그러니 온 세상이 별로 가득 차 보이는 것 아닐까요. (박두순)     산딸기  공 재 동        홍보석     구슬    구슬    수풀 속에 숨겨 두고      들킬까    들킬까    염려가 되어      풀벌레도    가만    가만    울지를 않고      풀꽃도 한낮에는    입을 다문다.    조용한 수풀 속에서 홍보석처럼 익은 산딸기.   수풀 속에는 몰래 핀 빨갛게 익은 산딸기. 수풀도 숨겨주고 풀벌레와 들꽃도 입을 꼭 다물었습니다.   딸기 한 알이 빨갛게 익는데도 자연의 은혜는 끝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도 하나의 자연입니다. 둘레의 온갖 은혜 속에서 내가 살고 있습니다. (신현득 김종상)       식은 밥  공 재 동       짝지와 싸우고   울며 울며 돌아와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식은 밥을 먹는다.     그 눈물   아귀아귀   볼우물에 고인다.    언젠가 언짢은 일로 다시는 안 볼 듯이 짝지와 싸운 적이 있지요. 힘에 부쳐 이길 수 없을 땐 분해서 눈물이 나오지요.   울면서 돌아온 집에 자신을 편들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더욱 서럽지요. 분이 삭진 않았지만, 힘 쓴 탓에 배가 고프답니다. 훌쩍거리며 혼자 먹는 식은 밥이 웬일인지 입아귀에서 넘어가지 않습니다. 자꾸만 목에 걸립니다. 은근히 마음이 아려옵니다. 씹던 밥이 불현듯 또다른 슬픔이 되어 볼우물에 고입니다.   공재동(1949∼) 시인은 이렇듯 아픔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동시에 담았습니다. (김용희)     이슬 공 재 동     별들 반짝이며 놀다 간 자리마다   이슬, 이슬이 이슬이 맺혔다.   잘 가라는 풀잎의 인사처럼   더러는 글썽이는 눈물처럼   밤새 풀잎에서 속삭이다 돌아간   별들 별들의 작별처럼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면 절로 마음이 맑아지지요.   바쁜 사람들은 이슬의 인사를 받으며 길을 떠나지만, 동심을 간직한 사람들은 밤새 이슬에 서린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인사처럼, 눈물처럼, 작별처럼…… 하고 반복되는 말놀이로 이슬방울들의 싱싱하고도 아련한 이미지를 공재동(1949~) 시인이 살려 놓았습니다. (박덕규)     초가을  공 재 동           그 무성하던 매미 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고추잠자리       마알간 날개 위로       한 잎 두 잎       하루 해도 시든다.         어느새       창들은 모두 닫히고       오슬오슬       밖에서는       어둠이 떨고 있다.    고추잠자리 날개 끝에 묻어오는 초가을.   매미 소리도 멈추고, 낙엽이 한 잎 두 잎 지고 있는 초가을. 추위에 움츠러드는 마음처럼 집집마다 문이 닫히고 나면 창 밖에서는 쓸쓸하게 어둠이 떨고 있습니다.   쓸쓸한 가을, 어둠이 찾아오면 마음도 창문을 걸 듯이 꽁꽁 잠그고만 싶습니다. (신현득 김종상)         한가위  공 재 동        미루나무 가지 끝에    초승달 하나    걸어 놓고      열사흘    시름시름    밤을 앓던    기다림을      올올이    풀어 내리어    등을 켜는 보름달.    오랜 기다림 끝에 밝게 비치는 보름달.   초승달이 커져서 상현달이 되고, 상현달이 더 커져서 보름달이 되기까지의 기다림으로 보름달은 더욱 환히 밝습니다.   환한 달빛은 그렇게 기다려 온 마음으로 올올이 등불을 켠 것인지도 모릅니다. (신현득 김종상)       봄비  공 재 동     아무리 보아도     고운 실인데       옷부터 촉촉이     젖어들지요.       아무리 보아도     색깔은 없는데       온 들에 연두빛     물이 들지요.    봄비는 실낱같이 가늘고 섬세해서 아무리 맞아도 옷이 젖지 않을 것 같아요. 손에 잡힐 것 같은 봄비는 맑고 고운 실 같은데 봄비를 맞으며 길을 걸으면 어느새 촉촉히 옷이 젖지요. 봄비는 아무 빛깔도 없는 깨끗한 물방울이에요. 그러나 봄비가 지나간 들판에는 연둣빛 풀잎이 솟아나고 나뭇가지 사이에도 연둣빛 고운 새싹이 돋아나지요. 온 들판에 연둣빛 물이 드는 것이지요.   동시의 세계는 아름답고 신비합니다. 그것은 아름답고 고운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본 세계예요. 동시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신비로운 눈으로 사물을 바라볼 때 생겨나는 생각을 정리한 것이에요. 봄비가 수없이 이 세상을 지나가곤 해도 아름답고 신비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동시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공재동)                공 재 동(孔在東) 1949년 6월 19일, 경상남도 함안군 대산면에서 태어남. 마산고등학교, 부산교육대학, 방송통신대학,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4년 '새교실'지 동시 천료, 1975년 '교육자료'지 동시 천료. 1977년 '아동문학평론'지에 , 등이 천료됨으로써 문단에 데뷔함.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당선(1979) 제12회 세종아동문학상((1979), 제10회 이주홍아동문학상(1990). 제8회 부산문학상(2001), 제3회 최계락문학상(2004) 수상. 동시집 : 꽃밭에는 꽃구름 꽃비가 내리고(새로출판사, 1979. 5)             새가 되거라 새가 되거라(남경출판사, 1981. 12)             별을 찾습니다(인간사, 1984. 5)             단풍잎 갈채(1988)             바람이 길을 묻나 봐요(하얀돌, 1995. 2)             별이 보고 싶은 날은(2003)             보물 찾기(육일문화사, 2006. 4) 시조집 : 휘파람(1991) 시평집 : 동심의 시를 찾아서(빛남출판사, 1989. 12) 반공소년소설 : 소년 유격대(아동문학사, 1982. 12) 평론집 : 아동문학 무엇이 문제인가(1998)
3    강현호 동시 바구니 댓글:  조회:1238  추천:0  2016-10-17
    버들강아지 / 강 현 호        "엄마, 지금 나갈래요."   "안 돼, 아직은 추워."     아기버들강아지   자꾸만 엄마를 졸라댑니다.     "으응, 나가 놀고 싶어."   "자, 그럼 이걸 쓰고 나가렴."     엄마가 씌워 준   털모자를 쓰고 빈 가지 가지마다   쏘옥쏘옥 얼굴을 내밉니다.   이른 봄, 아직은 볼에 느껴지는 공기가 쌀쌀합니다.   딱딱한 가지에 갇혀 안달이 난 아기버들강아지가 밖에 나가 놀겠다고 엄마를 조릅니다.   말리다 못한 엄마는 할 수 없이 허락하고 맙니다.   하지만 엄마가 그냥 내보내지는 않겠지요?   엄마가 준 털모자를 눌러쓰고 쏘옥쏘옥 얼굴을 내미는 아기버들강아지들.   아무리 날씨가 춥다 해도 이제 아무런 걱정이 없을 테지요. (신현득 유경환 문삼석)                                       나뭇잎 하나 /강 현 호    -아이, 곱기도 해라.  바람이 손을 뻗쳐  나뭇잎을 또옥 땁니다.    -아휴, 어지러워.  나뭇잎은 눈을 감고  바람의 팔뚝에 꼬옥  매달립니다.      바람이 점점 선선해지고 나뭇잎들은 저마다의 단풍으로 가을을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나뭇잎이 곱게 몸단장을 하는 일은 저를 키워준 나무와 작별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성급한 바람일수록 그 고운 나뭇잎을 그냥 두고만 보지 않습니다.   강경호(1943∼) 시인이 가을에 낙엽이 지는 일을 바람과 나뭇잎의 가슴 설레는 만남의 순간으로 묘사하며 색다른 동시 한 편을 빚었습니다. 제 몸에서 나뭇잎을 떨구는 나무의 고통도 실은 이렇듯 또다른 시간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닐런지요. 눈을 감고 바람의 팔뚝에 몸을 맡기는 나뭇잎의 표정이 재미있군요. (김용희)                                    겨울 아이들 /  강 현 호           바람이 세찬 날에도      겨울 아이들은      연을 띄운다.        밤새도록 풀어 놓은      빛살을 감으면      하늘 뚫고      오르는 동그란 해.        솟구치다가 기울고      다시      부딪쳐오르는 힘이      햇살을 거두어 쏟아 놓는다.        감아도 감아도      끝없는 속삭임을      얼레에 감고 크는      겨울 아이들.                하늘 높이 연을 띄우는 겨울 아이들.   겨울 하늘에 연을 띄우면, 얼어붙은 햇살도 훈훈하게 녹아내리고 아이들의 꿈도 연을 따라 끝없이 오릅니다.   연은 파란 하늘을 한없이 오르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며 산 너머 먼 곳을 가보고 싶은 무한한 꿈입니다. (신현득 김종상)                                         귤 하나에 / 강 현 호          가을이    노랗게 숨어든다.      햇빛도    잰걸음으로 따라가    제 빛깔이며    제 꿈을    꼭꼭 여며 준다.      입안 가득    군침을 삼키며    겉돌던 바람은      마지막 가지에서    향내음 물씬 나는      노오란 열매를    내려 놓는다.    노랗게 숨어드는 가을볕에 익고 있는 귤.   가을 햇빛과 바람과 자연의 모든 은혜로움이 향기로운 귤 한 개로 엉겨서 우리 앞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귤 한 개를 입에 물면 따스한 햇살과 파란 하늘과 맑은 바람이 한 입 가득 되살아납니다. (신현득 김종상)                  꽃게/ 강 현 호         금빛 모래벌에     떼 지어 놀러 온     여름 꽃게들.       쫘악 벌린     집게발로     반짝이는 여름을      움켜 쥔다.       쏴아     쏴아     밀리는 물결 소리.       파도도     자꾸만     여름을 몰고 간다.    모래벌에 나와 놀고 있는 여름 꽃게들.   한적한 바닷가를 걸어보셔요.   해수욕장에 모이는 피서객만큼이나 많은 꽃게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금빛 모래벌에서 뙤약볕을 즐기듯이.   그래서 여름 바다는 더욱 황홀한 꿈으로 살아나는 것입니다. (신현득 김종상)                                나이테 / 강 현 호   봄   여름   가을   겨울   한자리에 불러모아   꽁꽁 한데 묶어 버렸습니다.     커다란   시간의 태엽을   힘주어 꼬옥꼭 감아 버렸습니다.     끝 연의 비유가 실감이 나고 새로운 감각적 표현이었다. (최춘해)                                            나팔꽃 /강 현 호           사다리도 없이      엉금엉금      기어올라가        아침부터      따따따      손나팔 부는        우리 동네      수다쟁이.                                         눈 오는 날 / 강 현 호         하늘이    하얀 지우개로    온 세상을 지우네.      길도    나무도    집도 하얗게 지우고      친구와 다투어    얼룩진 내 마음도    하얗게 지우고 있네.                                      봄날에 /강 현 호           엄마가 사 온      연둣빛 새 치마를      구겼다 폈다 하는 앞산        뒤뜰로 나들이 나와      봄 햇살을 톡톡 부리로 쪼는      수다쟁이 햇병아리들        선잠 깬 개나리만      노오란 손바닥을 가리고      긴 하품을 토한다.                              봄 들판 / 강 현 호      해님 선생님이 봄 들판 교실에서 출석을 부른다.   "제비꽃." "…예."   "민들레." "…예."   "진달래." "…예."   "들국화." "…?"   "그 아이는 작년 가을에 전학 갔어요." 봄꽃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봄을 그리는 아이 / 강 현 호             아이는       일곱 빛 무지개로       봄을 그린다.         노오란 크레용에       쏘옥 내미는       개나리 하품         진달래 귓밥에도       스스로 번지는 분홍 빛깔         늦잠 깬       나비 한 마리       그림 위를 기웃댄다.         아이의 하얀 꿈이       아지랑이로 피어나면,         어느새       봄은       아이와 함께       풀밭에서 뒹군다.    '아이는/ 일곱 빛 무지개로/ 봄을 그린다'에서 '일곱 빛 무지개'는 크레용이다. 말하자면 크레용의 여러 가지 색깔로 봄의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다.   노란 크레용 색깔로 칠하면 노오란 개나리가 되고 분홍 색깔을 칠하면 진달래가 된다는 표현이다. 여기서 '개나리 하품'이니 '진달래 귓밥' 등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그린 그림 위로 나비 한 마리가 기웃거리고 또 아이의 하얀 꿈이 아지랑이로 피어난다. 그러면 어느새 봄은 아이와 함꼐 풀밭에서 뒹군다.   봄은 이처럼 살며시 우리에게 온다. 무슨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개나리에게로 또 진달래에게로 와서 그들의 빛깔을 내주고 나비를 날게 하고 아지랑이를 피운다. 어쩌면 봄은 제 스스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아이가 그리는 대로 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연의 '봄은/ 아이와 함께/ 풀밭에서 뒹군다'에서는 자연인 봄과 아이가 하나로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고나 할까 일체라고나 할까. 옛 사람들이 흔히 말해오던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는 듯하다. 이 시인도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를 썼을 것이다. (이재철, 신현득, 제해만, 노원호)                                        소나기 / 강 현 호      여름 한낮   하늘이   잠깐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 때다 하고   더위에 지친   풀이랑   나무들이   초록빛 두 팔을 흔들며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별 /강 현 호         밤마다 책을 읽는    풀벌레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고      하느님이 날마다    달님에게 착한 표를 주었다.      달님은    하느님께 받은 착한 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마다 이곳 저곳    반짝반짝 붙여 놓았다.                                         억새 /강 현 호      가을이 산 너머 이사를 간다.   "잘 가." "잘 가."   산등성이에서 억새들이 가을을 향해 자꾸만 하얀 손을 흔들었다.                                        오월 어느 날 / 강 현 호             파아란 잎들이       잘 다림질한       꽃잎을 받쳐듭니다.         사뿐 걸터앉았던       나비가       흰 옷자락을 걷어올리며       일어섭니다.       ―에그, 옷을 다 버렸군.       지나던 바람이       날개에 묻은 꽃가루를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가을비 /강 현 호     햇살이 잡아주지 않아도 바람이 거들어주지 않아도 가을비는 혼자서 색칠을 합니다.   빠알간 초가 지붕 그리고 황금빛 너른 벌판 그리고 노오란 단풍잎도 그리면 고추잠자리 떼지어 와 맴을 돕니다.   원색 물감을 통째로 풀어놓고 가을비는 신나서 마구마구 색칠을 합니다.                           사과밭에서 / 강 현 호            "우리 아기 얼굴빛이 왜 이렇지요?"            엄마 사과가             아기 사과를            걱정스럽게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식이 심하군요"            "일광욕도 자주 시키세요"              왕진온 햇살이            금빛 주사기를 뽑아들고            아기 사과의 파아란 엉덩이에다            꼭 꼭 찔렀습니다.    사과나무에 아기 사과가 달려 있습니다. 영양분이 부족한지 생기가 없고 잘 자라지도 않습니다. 엄마 사과는 아기 사과를 들여다보고 늘 걱정을 합니다.   이 때 엄마 사과의 마음을 알아 보았다는 듯, 햇살이 다가와서 검진을 하고 처방을 내립니다. 마치 병을 고치는 의사 선생님처럼,   햇살을 금빛 주사기로 비유했군요. 대화체 문장에다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재미납니다. (허동인)     사진 찍기 /  강 현 호      "자아, 활짝 웃어요." "자아, 김―치."   봄 뜰에서 봄바람이 사진을 찍는다.   흰 덧니를 드러낸 목련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노오란 가락지를 낀 개나리도 두 손을 흔든다.   뒤늦게 달려온 해님이 두 뺨을 붉히며 활짝 웃었다.    코스모스 / 강 현 호       시골로 놀러 왔던   고추잠자리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길섶까지   배웅 나온   코스모스들이   나란히 한줄로 서서   손을 흔듭니다.     빨강   분홍   하양   손바닥을 보이며   자꾸만 섭섭해합니다.      등꽃 /강 현 호          수천 개의 소망들이      가지마다      심지로 돋았습니다.        햇살이      길다란 성냥을 그어대고        심지마다      활활 타오르는      보랏빛 불꽃        오월의 가슴      한가운데      예쁜 브로치 같은      등꽃이 피었습니다.         강 현 호(姜賢鎬) 1943년 11월 3일 ∼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남. 부산 동아대학교 대학원 졸업 1979년 2월 '아동문예'에 동시 을 발표, 1982년 1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함. 아동문예작가상(1982. 12. 8), 부산아동문학상(1984. 6. 2), 현대아동문학상(1985. 1. 19) 등 수상. 부산아동문학협회 회장 역임 지도서 : 글짓기 교실(진주인쇄소, 1966. 2) 동시집 : 새끼줄 기차(교음사, 공저, 1983. 2)             산마을 아이들(소문당, 1983. 9)             사과밭과 가을굴렁쇠(아동문예사, 1991. 11)             닮았어요(21문학과문화, 2002. 11. 30) 동시, 동화집 : 메아리를 부르는 아이(글숲, 1986. 11. 30) 외      
2    강소천 동시바구니 댓글:  조회:1458  추천:0  2016-10-15
  가을의 전선줄  강 소 천                가을의 전선줄은       우리 누나 풍금책       제비들이 전선줄에       와 앉았다 갈 때마다         노래 노래 곡조는       자꾸자꾸 변한다.       가을의 전선줄은       우리 누나 풍금책     바다 강 소 천            바다는 이남박   모래알은 쌀.     커다란 이남박을   기웃둥… 기웃둥―     퍼어런 쌀 뜨물을   처얼썩… 철썩―     바다는 하루 종일   쌀을 인다우.    이남박……쌀 따위의 곡물을 씻거나 일 때 쓰는       함지박의 한 가지(안쪽에 여러 줄의 골이 나 있음)   사슴 뿔 강 소 천             사슴아, 사슴아!     네 뿔엔 언제 싹이 트니?       사슴아, 사슴아     네 뿔엔 언제 꽃이 피니?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사슴의 뿔은 얼핏 보기에는 꽃나무나 꽃가지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를 따라 새로 돋아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슴의 뿔에 '언제야 싹이 트고 꽃이 필까?' 하는 것입니다.   때묻지 않은 동심의 눈이 잡은, 아주 단순하고 깨끗한 느낌입니다. 생각으로 거르지 않고, 느낌에 선뜻 닿아오는 것을 곧이곧대로 노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형식 또한 짧고 단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은 1935년 경에 빛을 보았습니다. 그 때만 해도 7,5조의 가락에 실은 텅 빈 내용의 동요들이 판을 치던 때였습니다. 자유로운 꼴을 갖춘 동시를 쓰자!'는 외침이 그로부터 2년 뒤인 1937년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때의 사정을 넉넉히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가 품고 있는 중심되는 뜻은 기다림이 아닐까요. 싹이 트고 꽃이 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기다림!   그 티없는 기다림의 마음만은 언제까지나 귀한 것입니다. (박경용)   동물의 머리에 난 뿔은 위엄을 상징하는 표시이기도, 다급할 때는 싸움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가로이 풀을 뜯다 가끔 고개 들어 먼 허공을 바라보는 사슴의 머리에 돋은 뿔은그렇게 보이지 않는걸요.   그 뿔은 마치 겨울 나무의 앙상한 가지 같아 보이지요. 거기서 곧 싹이 나올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그 가지 끝에 꽃이 피어날지도 모르지요.   삶에서 잃어 버린 것을 꿈의 세계에서 찾아내는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명성을 날린 동화 작가 강소천(1915∼1963)은 한편으로 주변에서 만나는 작은 사물로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의 세계를 빚어내는 시인이기도 했지요. (박덕규)   사슴은 어쩌면 그렇게 멋진 뿔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지! 마치 겨울나무의 가지 같지요.   그래서 금세 싹이 돋을 것 같아 "언제 싹이 트니?" 하고 묻고 싶고, 꽃이 필 것 같아 "언제 꽃이 피니>" 하고 묻고 싶어요.   노천명 시인은 '사슴'이란 시에서 사슴의 뿔을 보고 "관이 향그럽다(향기롭다)."고 읊었어요.   사슴아, 그 향기로운 뿔관 나도 한번 써 보면 안 될까? (박두순)       바람 강 소 천          ―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나? 길거리에서  바람개비 돌렸지.    ―그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난 오늘 공중에서  연 올렸지.    ―얘, 오늘 밤엔  너 뭐 할 테냐?    ―난, 숲속에 들어가  소롯이 자야겠다.    ―나두 일찍이  자야겠다.     ―아아 고단하다.  ―아아 다리 아프다.    이 시는 아주 특이합니다. 순전히 바람과 바람이 나누는 대화체 문장만으로 한 편의 시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못하는 대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여러 가지 얘기 소리를 엿들을 줄 아는 시인의 마음이 놀랍고 기특하기만 합니다.   바람도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온갖 일을 다 했으니, 저녁 무렵이면 얼마나 피곤할까요?   마치 우리 개구쟁이 어린이들 같은 생각이 듭니다. (허동인)     별 강 소 천           나도 하나의 별일 수 있을까?   저 수많은 별들 중에 내가 내 별을 찾고 있듯이 은하수 별무리 그 어느 속에라도 날 찾는 작디작은 별 하나 정녕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발견될 수 있을까?   이렇게 들판에 혼자 서서 하늘을 우러러 내라고 내 여기 있노라고 손짓하는 나를 정녕 못 알아보고 말까? 내가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뒤에도 내 별은 남아 있어 날 찾고만 있을까?     이 동시는 강소천 아동문학 전집 (배영사, 1964. 4. 20)에는 빠져 있습니다.    어쩌면 잊혀지고 있는 작품을 내가 발굴해 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특별히 실었습니다. (허동인)          잠자리 강 소 천           빠알간 아기 잠자리 한 마리가   가아는 나뭇가지 끝에 날아와서     ―조금 앉았다 가랍니까?   ―안 돼!     ―조금만 앉았다 갈께요.   ―안 돼!     ―조금만…    ―글쎄 안 된다는데 그래!     앉으려다간 못 앉고   또 앉으려다간 못 앉고     그러다 그러다 잠자리는   다른 데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시가 단조로울 때는 강조하고 변화를 주어라   이 시는 나뭇가지에 앉으려다가는 못 앉고 또 앉으려다가는 못 앉고 다른 데로 날아가버린 잠자리의 모습을 문답법을 써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아주 단순한 내용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리듬이 있는 재미난 시로 변화시켰다.   이렇게 문답법은 변화와 재미를 주고 시를 생동감 있게 한다.   동시를 쓸 때는 이 문답법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준관)     아기와 나비 강 소 천               아기는 술래      나비야, 날아라.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      나비를 쫓아가면        나비는 훠얼훨      "요걸 못 잡아?"        아기는 숨이 차서      풀밭에 그만 주저앉는다.        "아기야,      내가 나비를 잡아 줄까?"        길섶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이 시는 한 연 한 연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나비와 민들레가 사람인 것처럼 생각해서 아기와 직접 대화를 나누게 한 장면이 재미있다.   봄이 되면 풀밭에 꽃들이 피어난다. 그런 꽃들에 나비가 날아들면 아기는 나비를 잡으려고 아장아장 걸어다니기도 한다. 나비는 꽃에 앉았다가 아기가 가까이 가면 훨훨 날아가 다른 꽃에 앉는다. 아기는 또 그 나비를 잡으려고 꼬까신을 신고 아장아장 걷는다. 지은이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아기와 나비가 술래잡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아기는 그 나비를 잡으려고 쫓아다니다가 숨이 차면 그만 풀밭에 주저앉기도 한다.아기의 그러한 모습을 지은이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서자기가 대신 잡아주고 싶어한다. 즉, 이 시에서는 민들레를 통해 '아기야, 내가 나비를 잡아 줄까?'하고 나타내었다. 이는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아기와 나비가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나타낸 것도 재미있지만, 나비와 민들레가 사람처럼 아기의 동무가 되어 준다는 생각도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다.   이처럼, 이 시는 표현의 재미를 한껏 살린 뛰어난 작품이다. (이재철, 신현득, 제해만, 노원호)       다알리아  강 소 천           보슬비에 얼굴이    간지럽다고      우리 집 다알리아    고개 숙였네.       닭 강 소 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소년》1937년 4월   3,4조나 7,5조의 음수율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운율을 지니면서도 간결한 시 형태. 이 시가 보여주는 모습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햇빛 밝은 날 닭이 뜰에서 물을 먹고 있다. 물 한 모금을 입에 물고 그것을 넘기기 위해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을 넘기기 위해 구름을 쳐다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닭이 하늘과 구름을 번갈아 보는 것은 아니겠지만, 굳이 하늘이나 구름을 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의 작자는 어린이다운 눈과 어린이다운 마음으로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시심이라 부른다.   어떤 이는 이 시를 두고 작자 자신의 그리움을 나타낸 시라고 하기도 한다. 문득 어떤 일을 하다가도 한 번씩 머리를 들어 먼 하늘이나 구름을 보는 일. 그것은 멀리 떠난 고향이나 정답게 지냈던 사람을 생각해 보는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닭이 하는 이러한 대수롭지 않은 행동도 눈여겨 보고 시를 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진정으로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재철, 신현득, 제해만, 노원호)             단 네 줄에 압축된 닭의 '모든 것'   이보다 더 간결할 수 있을까. 단 네 줄로 닭의 모든 것이 표현되고 있다. 닭은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 한번 들고, 또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 한번 든다. 닭이 물을 마시는 이 무심한 행동을 강소천은 무심히 보지 않고 '순간 포착' 했다. 그리고 거기에 슬쩍 '하늘'과 '구름'을 집어넣었다. 닭이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 한번 드는 것은 하늘과 구름을 보기 위해서라는 것. 이 순간, 시가 탄생했다. 바로 이 시다.   아마도 강소천(1915∼1963)에게는 대상의 순간 포착력과 시적 압축에 대한 신념이 있었던 듯하다. "달밤/ 보름달 밤// 우리 집 새하얀 담벽에/ 달님이 곱게 그려놓은/ 나무// 나뭇가지."() '달밤'에서 시작해 '나뭇가지'로 끝을 맺은 이 시에서도 우리는 강소천의 압축미에 대한 강박을 본다. 보름달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밤, 시인은 이 황홀한 '순간'을 '달'에게 바친다. 그러나 달뿐이었다면 이 시의 시적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다. 달은 '흰 벽에 그려진 나무 그림자'가 있어 비로소 그 마술적 매력을 배가시키게 된다.   "아기는 술래/ 나비야, 달아나라.//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 나비를 쫓아가면// 나비는 훠얼훨/ "요걸 못 잡아?"// 아기는 숨이 차서/ 풀밭에 그만 주저앉는다// "아가야,/ 내가 나비를 잡아줄까?"// 길섶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시도 마찬가지다. 시인은 아장아장 나비를 쫓는 아기와 그 아기를 따돌리며 도망가는 나비를 포착한 뒤, 거기에 은근슬쩍 길섶의 '민들레'를 끼워 넣었다. 이 민들레가 없었다면 아기와 나비의 쫓고 쫓김 역시 밋밋했을 수도 있다.   김요섭, 박홍근, 최계락, 신지식, 최요섭 등에게 수여된 '소천아동문학상'의 영예가 이야기하듯 강소천이 우리 아동문학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을 비롯하여 수십여 권에 이르는 동화책의 저자이자 200여 편의 동시를 생산한 시인으로서 그는 50·60년대 우리 문학의 중심축이었다. 특히 함경남도 고원이 고향인 그의 활약은 장수철(평양), 박경종(함남), 박홍근(함북), 박화목(황해도) 등 전쟁 이후 북쪽에서 월남해온 문인들의 작품 활동과 더불어 전후 아동문학계의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대공원에 을 새긴 '강소천문학비'가 있다. (신수정 문학평론가)          나팔꽃  강 소 천        붉은 꽃 파란 꽃    나팔꽃들이 서로 다투어 핀다.      아침마다 나는 심판관    "오늘은 파란 편이 이겼다."     달밤  강 소 천            달밤      보름 달밤.        우리 집 새하얀 담벽에      달님이 고웁게 그려 놓은,        나무      나뭇가지.   팽이  강 소 천             오빠가 돌리는      팽이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난 건      우리가 사는 땅덩이.        ―지구는  누가 누가 돌리는      팽이일까?       호박  강 소 천    ]            호박은 벌거벗고도        부끄러운 줄도 몰라.          배꼽을 내 놓고도        부끄러운 줄도 몰라.       호박줄 강 소 천           호박줄이 바알발   수수깡 울타리를   기어 올라간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기어 올라간다.                    강 소 천(姜小泉) 1915년 9월 16일 ∼ 1963년 5월 6일 본명은 강용률(姜龍律)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남. 동요, 동시, 동화 작가. 함흥 영생고등보통학교에 다닐 때부터 백석의 가르침을 받음. 월남 후 주간(1952) 한국문협 아동문학분과 위원장(1953∼1955) 아동문학 연구회 회장(1960) 문교부 우량 아동도서 선정 위원(1961) 한국문협 이사(1962) 등을 역임. 아동소설 로 제2회 5월문예상 문학 본상 수상(1963). 간경화증으로 작고 후 배영사에서 '강소천 아동문학상'을 제정(1965). 1931년 . 등에 동요 등을 발표하고, 동요 가 조선일보(1930) 현상문예에 당선, 이후 '소년' 창간호에 (1936)을 비롯한 여러 편의 동요 동시를 창작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함. 1939년을 전후하여 동화와 아동소설도 쓰기 시작하여 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어린이 헌장'의 기초, 독서 지도, 글짓기 지도 및 아동문학의 보급,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등, 아동문화에도 남다른 열성과 정열을 기울임. 마해송 등과 어린이헌장을 기초함. 금관문화훈장 서훈. 동요동시집 : 호박꽃 초롱(박문서관, 1941) 동화, 소설집 : 조그만 사진첩(다이제스트사, 1952)                      진달래와 철쭉(다이제스트사, 1953)                      꽃신(한국교육문화협회, 1953)                      꿈을 찍는 사진관(홍익사, 1954)                      달 돋는 나라(1955)                      바다여 말하여 다오(1955)                      종소리(대한기독교서회, 1956)                      해바라기 피는 마을(대동당, 1956)                      꽃들의 합창(1957)                      무지개(대한기독교서회, 1957)                      인형의 꿈(새글집, 1958)                      꾸러기와 몽당연필(새글집, 1959)                      대답 없는 메아리(대한기독교서회, 1960)                      진달래와 철쭉(배영사, 1960) 전집 : 강소천 아동문학전집 전 6권(배영사, 1964)          강소천 아동문학독본(을유문화사, 1961)          한국아동문학전집 강소천 작품집(민중서관, 1962)
1    한국 유명동시인들의 동시모음 및 동시조 모음 댓글:  조회:11138  추천:0  2013-03-17
  작가명  작품명 작가명  작품명 강소천  닭 권영상  담요 한 장 속에 〃    비누방울 권오삼  그네 〃    순이 무덤 권오순  구슬비 강수성  물 권태응  감자꽃 강영희  산골짜기의 물 김구연  꽃씨 한 개 강정안  샘물 김녹촌  꽃사슴 강준구  시계 학교 김삼진  오월의 바람 강청삼  군밤 김상옥  봉선화 공재동  별 김선현  가을이면 권명희  뜨개질 〃    외할머니집 김소운  미끄럼틀 김종상  서로가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    어머니 김영일  버들피리 김진태  달밤 김완기  시를 쓸 때면 〃    온실 김요섭  관찰 일기 남진원  어머니 김원기  아기와 바람 노원호  바다를 담은 일기장 김재원  뿌리 목일신  누가 누가 잠자나 김정일  콩 두 알 문삼석  그냥 김종상  미술 시간 〃    밤비 〃    산 위에서 보면 〃    산골물 민현숙  나무와 열매 박선미  지금은 공사 중 박경용  귤 한 개 박성룡  풀잎2 〃    코스모스 박 송  아기염소 박경종  노마 박영숙  휘파람 소년 〃    초록 바다 박용열  노을 박남수  꿈나라 박종현  손자들의 숨바꼭질 박두순  들꽃 박홍근  나뭇잎배 〃    새들을 위해 박화목  과수원 길 박목월  물새알 산새알 방정환  귀뚜라미 소리 〃    찻숟갈 서덕출  봄 편지 서재환  새 달력 신현득  경주 서정희  새장 〃    문구멍 손광세  잠실벌의 태극기 〃    엄마라는 나무 〃    토요일이 되면 〃    엄마와 나 손동연  여름 개학 심인섭  들새 손복원  유월의 노래 어효선  과꽃 손원상  아지랑이 〃    봄바람이 송명호  꽃과 병정 〃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신영승  지게꾼과 나비 엄기원  좋은 이름 신창호  목숨 오경웅  동물원에 갔다와서 오규원  나무가 있는 풍경 윤석중  먼 길 〃    여름에는 저녁을 〃    앞으로 오순택  새의 악기 윤수천  할머니는 바늘구멍으로 유경환  아이와 우체통 윤이현  가을 하늘  유희윤  사다리 이무일  참말 윤극영  반달 이문희  눈 오는 날 윤동주  산울림 이봉직  웃는 기와 윤두혁  낙하산 이봉춘  하늘 윤복진  씨 하나 묻고 이상교  나비 윤석중  꽃봉오리 이상룡  일기장 이상현  수레 이정석  어린이 이서인  한약방 할아버지 이종구  시냇물 이연승  해를 파는 가게 이종기  집 보는 아이의 노래 이오덕  꽃밭과 순이 이주홍  해같이 달같이만 〃    코스모스 이준관  별 하나 이원수  강물 이준섭  강강수월래 〃    고향의 봄 이진영  햇빛 박물관 〃    다릿목 이창건  봄언덕 나비 〃    밤중에 이해인  저녁노을 이은상  봄 이흥우  엄만 언제나 장만영  물방울 정완영  분이네 살구나무 장수철  마지막날 밤 정용원  이렇게 살아가래요 〃    봄비 정운모  풍선장수 아저씨 장용철  문을 바르며 정중수  하늘 전병호  과일 장수 정춘자  조각보 전원범  팬지꽃 정해상  봄하늘은 내꺼다 정갑숙  자판기 조동화  첨성대 정두리  엄마가 아플 때 조영미  산길 정석영  절간 조유로  노오란 한들인 것을 정완영  복사꽃 조지훈  달밤 주요한  샘물이 혼자서 하청호  풀씨 이야기 천정철  나뭇잎 한명순  할머니의 병실 최계락  꼬까신 한인현  강물 〃    꽃씨 〃    섬집 아기 〃    달력 한정동  따오기 최순애  오빠 생각 허동인  보름달이 나보고 최운걸  흙 〃    산새알 최장길  징 현이숙  인사 최춘해  시계가 셈을 세면 황베드로  노을 하청호  겨울나무 황원영  구름           2   지은이  작품  강소천  눈 내리는 밤 〃  호박꽃 초롱  강윤제  진땀  강현호  사과밭에서  공재동  들에서  곽노엽  나팔꽃  곽종분  물레방아  곽홍란  어느 화가의 정원  권기환  아이들이 차 올린 아침 해 〃  우리 나라 한 바퀴  권오순  오얏 열매  권오훈  집오리  권정생  달팽이  김구연  고추씨의 여행  김규식  교회  김녹촌  연  김동극  땅 뺏기  김동섭  미루나무  김몽선  목련꽃  김봉석  별꿈을 꾼 밤에는 김사림  꽃비  〃  잎을 모아서  김삼진  편지  김상문  가랑이 사이로 본 경치  김선영  보랏빛 눈  김선희  실비  김성규  참깨  김성도  달밤  김소운  가뭄  김숙분  아버지   김신철   까치집   김영일  노을 〃  산딸기  김완성  온도계  김용섭  산   김원룡  내 고향  김일로  어머니  김일환  옹달샘  김재수  가로수 〃  바보 용칠이   김재수  풀꽃  김재용  고추  김  정  배꼽친구  김정일  해를 그리는 아이  김종두  산골물 노래  김종목  감홍시  김종상  산에서  김종상  열차  김종석  아카시아꽃  김종영  가을  김종완  봄 햇살  김지연  아빠와 함께  김지영  그늘  김태하  봄비  김한룡  봄 오는 길  김해성  상훈이와 팽이   김행수  좋겠어요, 소년은  김형경  개나리  나해숙  오리가 되고 싶다  남진원  휴지통   노여심  순이가 웃는 것은   문삼석   밤차 〃  백두산 가는 길  민홍우  아지랑이  박경선  말  박경용  빈 가지에  박근칠  옹기 가게  박두순  나비  박목월  단추 〃  여우비  박병엽  아기 눈  박성근  수평선 박 송  학교 마당엔  박영규  종소리  박유석  배꽃  박인술  여기서 삽시다  박  일  백두산에 올라서서  박정식  허수아비  박종해  유리창을 닦으며  박지현  채소장수 아줌마    박행신   풀 한 포기가  박화목  초롱불  방우조  아버지의 구두  방정환  가을밤  배소현  나뭇잎 일기장  서영아  하늘  서오근  꽃잔디  서정봉  이름 모를 새   서향숙   시골 빈 집에  서효석  해바라기  석용원  생명을 불어넣어 주셔요  선  용  메주 쑤는 날  손동연  아가 곁에서  손명희  메아리  송년식  오두막집  신언련  연  신천희  회오리바람   신현득   난롯가 〃  바다는 한 숟갈씩   신현득  통일이 되는 날의 교실  신형건  낙서  심우천  우시장  심후섭  비 오는 날  안수휘  돌탑은  안영훈  모기향  양경한  산  양재홍  제비꽃  양회성  살구꽃 피는 마을  어효선  동무야 오월을 〃  신기료 장수 〃  하얀 손수건  엄기원  개구리  엄성기  달맞이  여영택  군인 아저씨 〃  썰렁 학교  여운교  보리밭  오두섭  난 모른다  옥미조  숨바꼭질  위영남  옥수수나무   윤규일  달력  윤동재  저녁놀  윤동주  굴뚝  윤미순  아기 사슴  윤부현  달걀  윤석산  아가의 꿈  윤석중  연꽃  윤운강  바다로 가는 숲속  윤이현  가을바람  윤일광  씨앗  이국재  나의 생각  이대영  매미  이동식  서울로 간 철이  이동운  고니  이명철  타작 마당  이문희  화분  이미애  큰 나무 아래 작은 풀잎  이민영  낙엽 편지  이범노  산골 이발소  이복자  시골의 하루   이상노  기러기  이상문  그래도 하늘은 있다  이상윤  아이에게  이상현  어머니 그리고 빛  이석장  목련  이선영  연못가의 꽃들은  이성관  호박덩굴  이성자  너도 알 거야  이소영  할머니  이연승  여름 햇살  이외희  토함산 해돋이  이용순  키재기  이응창  고추잠자리  이정석  할머니  이종택  새 고무신  이준관  새와 나무  이지산  갈대밭에는  이진호  아침해  이창규  봄에 부는 바람  이천규  꽃가게에서   이  탄  바람 속에서 〃  아버지의 안경  이태선  꽃씨 〃  시냇물   이흥규   수박  이흥종  아기 향나무  장만영  소쩍새  장수철  보슬비  장승련  분꽃  전문수  빈 운동장  전영관  소나기  전원범  비누방울   전이곤  시골 장날  전정남  강  정동현  화장실 청소  정완영  새 자전거  정원석  말   정진채   바닷가에서  정하나  알 수 없어요 〃  봄비 내리는 소리    정형택  고사리  조규영  차돌  조명제  어른이 되면  조무근  지구본  조영미  하늘  조재성  그리움  조평규  바위섬 〃  아버지의 손  주성호  숲속에서  진을주  가로수  진홍원  하늘  최계락  장다리 꽃밭  최동일  매미  최만조  초승달  최미숙  아빠 마중  최병엽  송편  최병홍  석류  최시병  갈대  최재환  꿈속에서 들은 자장가  최정심  비 개인 날 구름이    최  향  머리핀  최향숙  번데기  한정동  고향 생각  허  일  뽕밭에서  허지숙  해바라기  허호석  산새  홍선주  달팽이  홍윤기  미루나무 친구들  홍은순  시골집  황팔수  선생님   박경용 동시조 번호 작품명   1    5 : 3 2  갓길 3  개개비 4  갯마을의 봄 5  겨울잠 6  고드름 7  고모네 별 8  골문 여는 공이거라 9  꽃빛 봄빛 10  나이테 11  낙서 12  남이사 13  낯선 까닭(1) 14  낯선 까닭(2) 15  달여울   16  대보름 무렵 17  동백꽃 18  등의자 19  라이락 그늘에서 20  마른 풀내 21  마음에 눈이 생기면 22  마중 23  매미 24  모래톱 25  목울대 26  무늬(4) 27  무늬(6) 28  미워 29  반딧불   30    발자국(1)   31  발자국(2) 32  봄뜨락 33  부끄러움 34  부러움 35  뻐꾸기 36  산열매 37  살붙이 38  삼짇날 무렵 39  새김질 40  석류꽃 41  세 꽃철의 풍경 42  숨통 43  숲 44  시다운 것 45  시를 낳던 밤   46  시오리 47  심심한 아이 48  씨름판 49  아름다움 50  아빠의 바다 51  약속(2) 52  약속(3) 53  어떤 푸념 54  열린 시간   55    오월 아침 56  이름(1) 57  이름(2) 58  입속말 59  자란 눈 60  잘났어   61  장마 뒤끝 62  장마철 한때 63  조각보 64  종다리 아침 65  좋은날 66  질병 67  징검다리 68  창 69  철새 오던 날 70  컴퓨터 있는 방 71  큰눈 뒤끝 72  파도(3) 73  파도(7)   74    파도(11) 75  파도(14)   76  푸근함 77  하늘 길 78  할아버지의 더위 79  함박눈 80  해당화 81  해돋이와 햇콩싹 82  혼잣말 83   휘파람     정완영 동시조 번호 작품명   1    3월 2  갈매기 3  감꽃 4  감나무 속잎 피는 날 5  개구리 우는 마을 6  개구리 울음소리 7  겨울 갯마을 8  고추잠자리 9  고향 별밭 10  고향 차표 11  귀뚜리 울음소리 12  꽃가지를 흔들 듯이 13  꽃장수 아줌마 14  나무는 15  눈 내리는 밤(1)   16  눈 내리는 밤(2)   17    달 18  달밤 19  대추 20  목련꽃 필 무렵 21  미리 온 봄 22  바다 앞에서 23  보신각 종소리 24  복사꽃 25  봄 26  봄 생각 27  봄 오는 소리 28  분이네 살구나무 29  산골 학교 30  새 자전거    31  엄마 목소리 32  연 33  옛날옛날 옛적부터   34    옛집 35  외갓집 봄 36  우리 할아버지는 37  울 엄마 빨래 38  은행잎 철새 39  이웃사촌 40  장마 개었다 41  젖냄새 살냄새 42  제주도 감귤밭도 43  종달이가 울어싸면 44  참새길 45  참외    46  창포꽃 있는 못물 47  초봄 48  할배구름 손주구름 49  허수아비   서재환 동시조 번호 작품명   1    간호원 2  개학날 3  걸어다니는 신호등 4  귀여운 우리 자동차 5  꾀병 6  낙타 7  눈 오는 날 8  도라지 9  메아리 10  목련 11  바위와 풀꽃 12  비 맞는 아이 13  뻥튀기 할아버지 14  사전 15  산 위에 올라   16  상처 입은 나무 17  소풍 전날 밤 18  신호등 19  아빠와 봉고차 20  알밤 삼형제 21  열쇠와 자물쇠 22  우리 나라 지도 23  우리 할머니 24  우리 할아버지 25  주말 농장에서 26  천지   27    초승달 28  할아버지의 바둑   신현배 동시조 번호 작품명   1    걸음마 2  고추 말리는 날 3  구급차 4  노래방 5  눈 내리는 밤 6  대추나무 7  동네 이발소 8  동치미 9  메주 10  목련 11  바다 낚시 12  박물관 13  범종2 14  보신각 종소리 15  복조리   16  봄산(1) 17  봄산(2) 18  빈 집 19  뻥튀기 20  사진 찍기(1) 21  사진 찍기(2) 22  산성(1) 23  산성(2) 24  소나기 25  수양버들 26  신문배달원 27  여름 한낮 28  완도 배 29  우산 30  은행잎   31  장끼 32  전화기   33    종소리 34  질경이 35  탑 36  태풍 37  파도 38  풍경 소리 39  피아노 40  폭포 41  홧김에 42  회전문     진복희 동시조 번호 작품명   1    그루터기 2  낙서 3  달개비꽃 4  달력 5  들길 산길 6  뚝배기 7  라일락 8  만약에 9  먹구름 낀 날 10  몸살 11  물놀이 12  방울토마토 13  복사꽃 마을 14  봄비 15  빨래   16  산수유 17  쑥국 18  어느 날 19  어느 봄날 20  엄마손 21  엄지손가락 1 22  엄지손가락 3 23  외등 24  이삿날 25  장날 26  좌우명 27  채송화 28  초가을 29  한 울타리 30  할머니 31  함박눈       다른 분 동시조   지은이  작품 경 철  고마움  남과 북  김몽선  김치  시골에는  운동회  헤어지는 날 김상옥  눈  봉선화 김용희  꼽추 누나  목욕 일기  불꽃놀이  수도꼭지  시계는  싸락눈  입김     김용희  잔디  초승달  하루  할머니와 산나물 김창현  다람쥐  새싹 서 벌  그늘 가족 이야기  둑길에서  바람  풀 한잎 생각 한잎 이병기  가을  난초4  급행차  별  비    이상룡   눈 내리는 밤  봄  아기  일기장 이은상  봄  분꽃 이호우  개화  산길에서  살구꽃 핀 마을 전병호  달맞이꽃  도라산역  돌단풍꽃  바다새  산마을의 봄  옛 기와집    전병호  할머니  휴전선 견학  휴전선 기러기  휴전선 눈 정재익  눈꽃송이  다람쥐  목련꽃  벚꽃길  별들은  산나리꽃  우리 아빠  이슬  줄넘기 조동화  매운 달 민들레   조동화  바람은  시조 짓기 조두현  간밤에 무슨 일이  경운기  고추  도둑고양이  동네 약수터  떡볶이  봄 잔디  윈도 브러시  주말 농장  지하철 갈아타는 곳  폭포  할머니 병실에 허 일  개나리      허 일  갯벌  까치네 집  꽃밭 이슬  꾸러기 일기  다도해에서  메아리가 떠난 마을  밤 하늘  뽕밭에서  산골물  산울림  산을 오르며  세 발 자전거  쇠똥구리  아침  오리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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