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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자
2013년 03월 23일 10시 57분  조회:2761  추천:13  작성자: 김혁

 . 칼럼 .

 

이야기하는 자


김 혁

 

 

 1

지난 가을, 이사를 앞두고 가장 큰 고민이 집안의 구석구석을 잠식한 만여권의 책과 영화CD였다.

방대한 이사짐을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안해가 그중 잡지들을 좀 처리하면 어떠냐고 제의해 왔다. 그렇게 안해가 짠 폐기처분의 “블랙 리스트”속에 “이야기 회(故事会)”라는 잡지도 들어있었다. “이야기 회”, 문학도 시기였던 80년중반 내가 가장 매료되여 애지중지 하면서 소장해왔던 잡지였다. 그렇게 저그만치 백여권이 되는 그 잡지를 언감 페기처분하려하다니! 나는 위험에 맞닥뜨린 병아리를 품는 어미닭처럼 그 잡지들을 부득부득 그러안았고 덕분에 잡지들은 폐기처분의 “블랙 리스트”에서 간신히 해금될수 있었다.
초라니같아 뵈는 얇은 부피의 잡지였지만 그 이야기 전문지 덕분에 나는 이야기의 매력에 대해 깨쳐 알기 시작했고 그후 각종 쟝르와 문체실험을 부지런히 하는 와중에도 나의 작품에서 이야기의 공능을 우선시 해 왔었다.
그렇게 알게 된 “서사 창조”의 힘, 그 힘에 대해 오늘 다시금 감지하고있다. 요즘들어 부쩍 요즘 회자(膾炙)되고 있는 신조어- 스토리 텔링이란 낱말에서이다.

스토리 텔링.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함을 뜻한다. 즉 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방법론을 가리킨다. 
   
일전 연변대학 민족교육연구소와 한국 제주대학교 스토리 텔링연구개발센터에서 공동으로 조직한 스토리 텔링 연수반이 연변대학에서 개강했다. 이번 연수를 위해 교수진을 거느리고 제주도에서 날아 온 한국 제주대학교 사회교육학원 스토리텔링 학과 양진건 교수는 "제주도에서는 류배문화를 스토리 텔링해 성공했다. 이번 연수에서 스토리 텔링에 대한 필요성 및 적용방안에 대한 리해도를 증진시킴으로써 연변지역에 산재해 있는 조선족의 민족문화, 력사에 대한 스토리텔링 활용 방안을 론의할터”고 개강의취에 대해 밝혔다.
중한 량국의 10여명으로 무어진 작가, 교수, 작가진영에 함께 하면서 나는 스토리 텔링이라는 신종 학과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2

인류는 태고적부터 이야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기록을 남겨 왔다. 설화, 전설, 민담, 력사, 문학등 많은것들이 스토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점만 봐도 알수 있다. 인간은 옛날부터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본능적 능력을 지니고 있나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를 무릎팍에 눕히고 다독여주면서 했던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이야기는 사실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후손들에게 전해준 생생한 정보였다. 그런 이야기들은 듣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지적 발달을 증진시키고, 사물에 대한 리해를 넓혀 한 사람이 갖는 지식의 범위를 확대시켜 준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며, 이야기는 인간의 생활에 깊숙이 관여 된 원초적 교류의 형태였다.
기계문명의 도래와 함께 참조계가 다양해지고 다감각적인 매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스토리는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으며 스토리 텔링의 필요성은 급격하게 증가되고있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은 물론 번역 출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영화, 연극, 만화 등 모든 문화 예술 령역에서 스토리 텔링은 어느 곳 어디에나 있다. 이러한것들을 포함하는 각종 콘텐츠에서의 핵심 요소가 바로 스토리이다. 스토리 텔링은 또한 이러한 콘텐츠의 령역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방면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인간 삶의 구체적인 부면(部面)들과 밀접하게 련관되여가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실감케 해주는 실례로 불멸의 고전 “삼국연의”를 들수 있을것이다.
풍운의 력사를 통한 대영웅들의 로망을 보여준 파노라마적인 스토리로 하여
“삼국연의”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만화등으로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번안되면서 수없이 활용되고 있다. 그로서 창조된 거대한 효익은 스토리 텔링과 각종 콘텐츠 기법의 융합이 얼마나 커다란 파급 효과를 가져 올수 있는가를 보여준 실례이다.

우리민족의 고전 “춘향전”도 매 한가지이다. 사랑이 금전으로 치환되는 요즘의 부박한 풍토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원초적인 사랑의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사랑의 원형으로 창조된 스토리 텔링이 바로 “춘향전”이다. 그 낡은 스토리에 새 옷을 입혀 번안한 작품으로 조선족 녀류작가 김인순도 얼마전 “준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었다.
문학, 특히 서사문학의 방대한 유산들은 스토리 텔링의 보고(宝库)이며 탁월한 개성을 지닌 안목있는 서사문학의 창작자들은 스토리 텔링의 주역들이다.

하지만 우리 문단, 우리 사회에서 아직 스토리 텔링이라는 신조어마저 낯설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의 문화 원형자료는 빈곤하고 생동한 이야기는 자리를 비웠다. 관광쪽으로 례를 들어 우리가 자랑하는 우리들만의 명소들을 찾아봐도 관광객들에게 응분의 만족을 주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스토리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간과한 탓이라고 본다. 유람지에 대한 단순 자료들만 설명서처럼 라렬돼 있을뿐 그에 깃든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멋 등 문화원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때문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우리만의 특산인 사과배며 황소며, 벼에 대한 마케팅은 아직도 원활하게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에 깃든 구수한 이야기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음식이야기도 없다. 한국에서는 음식테마를 이야기로 풀어내린 드라마 “대장금”으로 아세아에서 폭넓은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에게는 랭면이며 개고기, 양꼬치등 타민족과 외빈들이 감탄해 마지않은 특색음식들이 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느 민족처럼 우리 민족 역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민족이다. 설화, 민담, 전설… 우리의 산하, 우리의 력사에 깃든 그러한 것들은 매우 유용한 이야기 소재가 된다. 룡정은 우물 이야기, 안도는 집단부락 이야기, 화룡은 청산리 이야기, 훈춘은 충청도마을 이야기… 이야기 생산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는 원형들이다. 내 고향의 저변 곳곳에는 이렇게 복류(伏流)하는 력사가 약동하며 흐르고 있다. 지역의 다양성과 관련한 소재를 발굴해 지역의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곳곳마다 묻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지역성을 보다 매혹적으로 만든다.
그동안 전해 내려오는 우리네의 다양한 인문자원에서 남들의 이목을 끌만한 이야기꺼리를 끄집어내는 작업에 투신할 필요가 있다. 전통문화유산에서 실질적인 콘텐츠를 찾는 스토리 라인 발굴이 요구되는것이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이를 산업 측면으로 인식하고 문화 콘텐츠로 전환시키는것이야말로 우리의 문화산업이 더 큰 성공으로 가는 첩경이다. 따라서 우리의 작가들이 그 력사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이 시대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창작에 힘써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스토리 텔링이란 바로 이런것이다. 평범한 장소, 평범한 물건이라 하더라도 력사적 사실이나 또는 문학적인 허구등이 덧입혀짐으로써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리해와 중시가 결여된 탓으로 우리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고스란히 넘기고 있다.
일제와 맞선 15만원 탈취의거, 민생단사건의 교훈,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화가 한락연의 일대기, 지어 혁명의 성지 연안에서의 조선인들의 활약상등 우리의 주인공 우리만의 이야기가 이미 해외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장편소설로 엮어지고 연구론문으로 나왔다.
이제 문학창작에서 새로운 글쓰기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시대는 작가들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 서사문법에 익숙한 기존 작가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다. 본격문학의 완결성을 지향하면서도 소설과 독자와의 쌍방향성, 수용 의 접점을 찾아내여야 한다.
정보, 뉴스, 이미지의 과잉시대에 매력적인 작품을 출산하려면 스토리의 옷을 입혀야 한다. 잘 만든 스토리 하나가 작품의 운명을 바꾼다. 좋은 스토리는 독자들의 몰입과 공감도를 높이고 그 만큼 감정이입 효과도 크다. 인류의 보편적 소재를 응용한 지적인 스토리는 독자들의 뇌리에 쏙 들어온다. 이야기의 향연은 사람들을 절로 책을 들게 하는것이다.
난해한 서술로 대중과의 소통을 외면한 일부 작가들의 작태처럼 '”문학은 혼자 잘난 체하는 어떤 화석화된 관념”이 아니라 이제 “그 스스로 변화와 생성을 거듭하는” 쟝르로 탈바꿈되고있다. 우리의 일부 작가들은 문단을 외면하는 독자들의 취미가 저급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든 책임은 작가 자신에게 있다고 해야겠다. 자신도 읽고 싶지 않은것을 독자에게 강요하면 안된다.

영어권의 작가 100명의 작품을 선정한 결과를 보니 스토리가 강하고 캐릭터가 뚜렷하며 삶과 죽음, 사랑을 다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고 어느 출판사이트가 집계했다.
세상의 진실, 인간의 내면과 그에 대한 리해, 풍부한 철학성 그리고 창작자의 상상력이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할때 비로서 매력있는 명작이 탄생할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의 이야기, 우리 특색의 문학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이른바 우리 특색의 문학이란 곧 지역문학사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어떻게 간직할것인가의 문제라고 할수 있다. 그 지역특수성과 독자성을 밝혀내지 못하게 되면 변별성을 잃게 되고 반복적인 소재로 말미암아 우리의 문학은 매력과 탄력성을 잃게 될수있다. 그러면 주류문단과의 접목이며 세계로의 진출은 지상담론에 그칠수밖에 없을것이다.
우리문학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통해서 조선족문학의 본연의 모습을 우리의 공동체를 바탕으로 이야기해낼수 있어야 한다.

 

3

지난 겨울 중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의 관문을 열어젖힌 막언이 스웨덴으로 가서 발표한 수상소감의 제목은 “스토리 텔러”였다.
막언은 중국 현대사의 소용돌이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삶의 모습을 대륙적인 입심으로 풀어내는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으로 불린다.
어린 시절 막언은 시장거리에서 이야기꾼들의 옛말을 듣고 와서는 효도의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들려주었고 그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필을 들었다고 했다. 결과 세계를 놀래운 중국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등극했다.
편편마다 그 부피가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지만 책장을 모두 넘길때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채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의 이야기들을 읽어보면은 그가 왜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는지 알수 있을것이다. 이야기를 중요시했던 중국서사문학의 전통적인 장회체방식까지 다시 활용하면서 그에 현대인들의 신산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막언의 창작성향에서도 우리는 서사의 힘과 그 성공사례를 어렵지않게 보아낼수 있다.

어느 한 평론가는 “작가는 서사의 관리자”로서 “이야기를 수집하고 경영한다”고 말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우리 작가들의 작업은 좋은 이야기를 만날 때 더욱 빛을 발할것이다.
스토리 텔링을 통하여 선연한 이야기를, 영속(永续)하는 이야기를 경영하려는 진정한 “이야기꾼”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소명의식을 가진 선전(善战)을 보일때 우리 문단과 우리 사회는 더욱 윤택하고 풍요로워 질것이다.

 

“연변문학” 2013년 2월호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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