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혁의 독서칼럼 (6)
녀류작가의 덫에 걸리다
-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 (捕鼠器)”
지난 가을, 어떤 연극의 입장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상해의 대극원앞에서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들이 보려는 극은 2013년 5월에야 비로서 공연하게 될 극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장대같은 비줄기속에서도 몇시간이고 줄을 서서 일년후에야 상영될 극표를 사려하고 있었다. 그 작품은 바로 “추리소설의 녀왕” 아가사. 크리스티의“쥐덫”이였다.
“쥐덫”은 상해역문출판사(上海译文出版社)판본으로 올 년초에 읽었다. 크리스티의 작품은 적지않게 읽었지만 연극본으로 된 이 작품은 이제야 중문으로 읽었다.
크리스티의 여느 작품들과 같이 엄청난 반전이 일품이다
영국 런던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몽크스웰의 산장, 가일즈랄 스톤과 그의 안해인 몰리랄스톤은 새롭게 산장을 열게 된다. 려인숙을 처음 운영하는 젊은 부부에게로 군인, 건축가, 외국인, 귀부인, 형사 지어 정신병자까지 찾아와 투숙한다. 그런데 폭설로 인해서 외부와 단절되고 전화마저 끊긴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분명 이들중에 범인은 있다....
크리스티 특유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 독창적 트릭로 얽히고 설킨 작품을 읽고나면 “역시 크리스티였어!”하고 찬사가 또 한번 터져나오게 된다. 제한된 공간, 모두가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구성 등 애거사 크리스티의 특징이 고루고루 망라된 작품, 짜임새 있는 극적 요소와 기발한 착상 단정한 문체가 특징이며 폐쇄된 상황을 설정하여 사건 용의자를 미리 로출시킨뒤 관객으로 하여금 추리하게 함으로써 극적 긴장과 쾌감을 느끼게 한다. 밀폐된 공간안에 제한되여 있는 용의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끈임없이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심리의 상태를 적라라하게 보여주어 극도의 긴장감과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는 와중에 독자들이 형사와 함께 추리의 얼개를 풀어가는 재미를 준다.
“쥐덫”은 크리스티의 51번째 추리작품으로서 그로서는 보기드문 중편이지만 어떤 장편보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추리소설의 녀”으로 지칭되고있는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Mary Clarissa Miller Christie Mallowan)는 1890년 9월 15일 영국의 데번에서 태여났다.
그녀는 뉴욕 출신의 아버와 영국 태생의 어머니사이의 삼남매중 막내로 어린 시절을 빅토리아 양식의 저택에서 보냈고 이때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열여섯살에 빠리로 건너가 성악과 피아노를 공부하다가 1912년에 영국으로 돌아와 1914년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 남편이 출전하자 자원 간호사로 일했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던 그녀는 1916년 첫 작품으로 “스타일즈 저택의 수수께끼”를 썼는데 1920년에 출간되었다.
이후 계속 소설을 발표하던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로 리혼한 후, 려행을 하던 중 고고학자 맥스 멜로윈을 만나 1930년에 재혼하였다. 1967년 녀성으로는 최초로 영국 추리협회의 회장이 되였다.
1971년, 추리문학에서의 뛰여난 재능과 업적으로 영국 왕실이 수여하는 남성에 해당하는DBE 작위를 엘리자베스 녀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1976년 1월 12월 런던 교외의 저택에서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창작에서 주가를 올리던 지난 1947년, 당시 영국 메어리 녀왕이 80회 생일을 맞아 BBC 방송국장이 생일 축하 방송으로 무엇을 듣고 싶냐고 물어 보았다. 이때 방송국측에서는 웅장한 오페라나 쉐익스피어 연극을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한다. 그런데, 메어리 녀왕의 대답은 뜻밖이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극을 듣고 싶다고 통고해 온것이다. 메어리 녀왕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이였다.
이러한 연유로 BBC의 요청을 받은 애거서 크리스티는 1주일 만에 작품을 완료했다. 그리고 메어리 녀왕은 생일 축하파티가 열린 궁전에서 3분짜리 이 방송극을 듣고는 매우 멋진 생일 선물이였다고 흡족해 했다 한다. 그 작품이 바로 “쥐덫”의 원본이 된 “어린 쥐의 복수”이다. 나중에 크리스티는 이것을 5막의 장막극 “쥐덫”으로 직접 각색했다.
이 연극은 1952년 11월 25일 런던의 앰배서더스 극장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그 이후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여사상 최장기 공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중국문단과 연변에서는 80년대 중기로부터 추리소설붐이 인적 있다.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작품과 한국의 김성종이 주로 소개되여 왔다. 김성종의 경우 그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조선족 독자들에게 소개되였다. 작품집으로 묶여져 나왔고 조선말 간행물을 펼치만 잡지마다 김성종의 작품이 어김없이 실려있어 당시 잡지 발행부수의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외국의 추리거장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소개되지 못한 상태이다. 추리소설의 녀왕으로 일컫는 크리스티의 작품도 우리는 겨우 “동방렬차살인사건 (东方快车谋杀案)”, “나일강 참안 (尼罗河上的惨案)”, “해빛아래의 죄악 (阳光下的罪恶)”등 영화로 몇편 정도 접촉한 상태이다.
나는 추리소설에 내내 특유의 흥미를 가져왔다. 그런데 내가 추리소설을 써보련다고 하자 몇몇 선배작가며 동인들이 기겁하며 말린적 있다. 꼭 마치 추리는 정통문학의 범주에 들지못하는 허접쓰레기인양 치부하면서,
사실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포크너, 마크 트웬등 영미 문학의 쟁쟁한 대가들도 소위 말하는 장르 소설을 즐겨 창작해 왔었다. 유령 소설, 미스터리, 판타지, 추리물, 거기다 해양소설까지…
이렇게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아깝지않는 작가들 또한 장르 소설을 썼음에도 장르 소설은 문학계에서 늘 홀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장르문학이 대세이다. “다빈치 코드”나 “해리포터”를 구태여 례를 들지않아도 독자층의 장르문학에 대한 선호도를 우리는 알고있다.
장르문학은 최근 전세계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최근 몇년 사이에 불붙어 문학에서 뚜렷하게 감지되는 장르 효과의 징후를 우리는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협, 공포, 추리, 판타지, SF 등 장르가 굳건히 자리 잡은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서서히 자리잡고있는 중국문학계와는 달리 연변에서 이한 장르는 내내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다.
장르가 척박한 우리 문학의 토양에서 다양성 확보에 기여할수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에는 문화가 류입되는 창구가 방송 하나뿐일 정도로 일원화에 가까웠다. 시대가 바뀌고 인터넷, TV 채널 증가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화창구가 다원화되면서 독자들에게서 참조계는 많아졌다.
따라서 주류를 장악하던 순문학이 그 위상을 잃기 시작하자 그 빈자리를 채울 대안(?)이 장르문학이라는 키워드로 떠오르게 된것이다. 이는 소위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울타리를 허무는 문학적 돌파이면서도 작가 개인에게는 문학적 확대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문학을 어떻게 우리의 경직되여있는 소위 순수문학과 접목할지는 여태껏 장르문학의 대표작가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 조선족문단이 연구해야 할 하나의 과제가 아닐가!
아예 읽기조차 거부한채 장르문학을 그 어떤 하위문학으로 폄하(貶下)하고있는 이들에게 “쥐덫”을 한번 읽으라 권장하고 싶다.
“연변일보”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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