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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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미학
2013년 04월 25일 08시 20분  조회:7772  추천:1  작성자: 최균선
                              거품의 미학 
 
                                  최 균 선
 
    물결 잔잔한 교주만을 질주하는 쾌속정의 선미에서 세차게 일렁이는 물이랑위에 부글거리는 거품을 내다보노라면 물질문명의 현시대는 거품시대이고 우리네 인생도 거품처럼 잔뜩 부풀어있다는 생각이 허황한 물이랑을 짓는다. 파도의 거품은 륜곽이 흐릿하다. 경계가 최소화된다. 최소의 차이, 표면의 존재가 바로 바다거품이다. 물결과 물이 불가분리이듯이 말이다.   
    바다물에 일고 잦는 거품은 부풀려질때 굉장하지만 때가 되면 표면에서 물러나는 광채처럼 출렁이는 물결속으로 곧 사라진다. 그러면 바다는 어디에선가 또 다른 물거 품을 만들어낼것이다. 바다는 그렇게 억겁을 숨쉬였다. 배전에서 일고잦는 거품의 공허한 외재성, 바다물의 실질을 포장하는 면사포라고나 할가? 새벽이 서성거리는 바다가에서 보면 잔잔한 바다거품은 조금 어두운듯 밝고 부드럽게 반짝인다. 광명과 그늘이 제각기 색채를 가르기 시작한다.
    처처에서 볼수 있는 거품은 일종 물리적현상에 그치지만 거품을 미학적으로 거론하면 그 의미가 퍼그나 오묘해져서 진지하게 음미해야 할것이다. 거품이 왜 미학이 되냐? 자초에 거품이란 말은 아프로디테로부터 비롯된것이라고 한다. 아프로디테는 희랍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의 녀신으로서 원래 그리스의 신이 아니라 동방(서아세아)에서 건너온 신이였다. 호메로스의 어원풀이에서는 아프로스 (거품)가 중심이며 “디테”에 대한 설명은 없으나 반짝~하는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아프로ㅡ디테는 거품이 반짝인다는 말, 환언한다면 거품이 돌아다님, 혹은 거품위를 걸어다닌다는 의미로 설명된다. 옛희랍어로 거품은 “아프로스”인데 여기서 아프로디테가 연유되였다는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거품처럼 일시적이란 말인가? 아프로디테의 첫째 이미지는 사랑, 부드러움, 달콤함이고 두번째 이미지는 가벼움이라할진대 해답이 그속에서 주어질듯싶다.
    아프로디테의 달콤하고 가벼운 거품은 현란하다. 그러나 거품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기보다 미의 외피를 걸치고 잠간 머믈러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잠시적 현상일뿐이다. 비록 일종《잉여(剩余)》이지만 실체의 잉여가 아니라 허무 그 자체이다. 거품미학의 정수는 생성과정과 변형성(의외, 일탈, 소실)이라 할수 있다. 거품은 어디까지나 환상적인것으로서 질감이나 생동감 같은것이란 전혀 없다. 다만 잠시적 초월과 잉여로서 생길때처럼 재빨리 사라져버림과 더불어 기대감도 허황하게 무너져내린다.
    거품이 영원히 고체로 될수 없듯이 미적형상이나 미의 질서일수는 없다. 고체는 장구성에 속하는것이고 거품은 시작부터 벌써 끝이 보이는 가변적인것이다. 다급하게 부어놓은 맥주컾에 거품은 륜곽이 흐릿하면서도 상호침범이 없이 일어난다. 맥주의 자기 “초월”이 발생한것이다. 잠시 현혹될수도 있는 허황한 거품은 풍만하고 그처럼 탐욕스럽고 희한스레 부풀어오른다.
그만큼 거품은 표면적으로 현란하고 의외적이며 잠시적인 아름다움으로서 진실한 미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은 질감과 확실성에 있다는것을 반증해준다. 아름다움이란 표면적 현상으로가 아니라 그것의 질감으로 가치를 실현한다는것을 터득하기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거품의 미학은 미완결성, 비항구성, 비실질성의 미학으로서 미적사유를 혼란하게 하는 부풀려진 미학이다.
    대저 표면에는 긍정면과 부정면이 있다. 표면이란 깊이(내면, 바탕, 심연)의 반대 말인듯, 표면ㅡ그릇으로서의 사물은 빈그릇, 사람의 힘으로 채울수 없는 표면의 그릇이다. 우리의 시야가 닿는 이 표면에서 하늘과 바다가 만난다. 빈그릇은 자신을 에워싼것을 받아들이여 차츰 깊이로 빛을 더해가는 존재라고도 할수 있겠다.
    마침내 표면ㅡ그릇은 가리워졌던 모든것을 드러낸다. 표면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한 사물의 표면에 담긴것을 볼수 있다. 바다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며 몰려오는 파도에 경탄하기에 앞서 그 밑에서 꿈틀거리는 폭풍우의 소용돌이를 투시하는것은 너무 성급함일가, 바다표면에서 일어나는 그 내밀한 움직임, 거품속에 숨겨진 고요함과 은밀한 음영을 보아내야 보다 리성적이라 할것이다.
    현실사물의 빛은 사물이 자신을 둘러싼 빛을 모아 자기것으로 만들어 발산할 때 즉 표면을 뚫고나오는것이라야 진정한 빛이다. 거품에 싸인 세상속 인생일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가? 우리는 망망한 인생고해에서 각양각색의 거품에 싸여 살아가고있다.허풍이라는 거품이 부글거린다, 그 거품으로 자기 진속을 감싸는 자를 우리는 허풍선이라 이름한다. 각양각색의 거품이 부글부글거리는 인간촌, 거품이 잔뜩 일고있는 인생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사회에 우리가 존재하는 일종의 리유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를 헛되게 분식하고있는 거품은 너무나 많다. 한껏 가지려는 욕구와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의 심리적갈등이 그래서 비누거품처럼 부풀어 부글거리는것이 아니랴. 허위, 진실, 환상과 실질의 경계를 그 누가 투철히 꿰뚫어볼수 있는가? 밤하늘에서 명멸하는 꽃불은 눈부시고 현란하다. 그러나 어둠을 쫓아낼수 있는가?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고 요란스럽고 감각적인 표면효과에 만족하고 있는 우리의 심리가 꽃불놀이때와 같다고 생각하면 너무 앞서가는지 모르겠다.
    사회의 모든 면에 거품이 일지않는 곳이란 없다. 교육, 문화, 종교, 예술, 정계…거품은 우리 이 시대의 기특한 풍경으로 되여있다. 심지어 에누리 없어야 할 학계에도 거품학벌이 실속을 덮어버렸다. 거품학술, 거품명예, 거품실적, 찢기도록 팽창하는 팀욕의 주머니…턱없는 주택값에도 잔뜩 거품이 일고 일상생활, 근거없이 치솟기만하는 물가에도 거품이 요란하다.
    문득 거품경제란 세계류행어가 떠올려지며 오지랖넓게 내고향 연변의 경제운행이 어찌되고있는지 궁금해진다. 작디작은 변강도시, 소비인구에 비해서 엄청 많이도 들어선 크고작은 상가들이 고소비도시의 위용을 과시하는듯한 연길시장은 지금도 인산인해로 호황을 이루고있는지? 겉보기엔 흥실거리는 락원의 도시지만 기실 거품이 부글거리는 잠시적이 기관(奇观)일뿐이다.
    드디어 거품이 거치고 실상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을 기죽이고있다. 한국로무일군들의 피땀에 절어든 딸라행진이 주춤거리게 되자 대번에 휘청거리는 소비경제와 온갖 련쇄반응의 걸작들인 경제불황의 징표들…그 모든 거품현상은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예고된 에필로그였다고 말하면 독선일가?
    가상적인것이 현실로 착각된것, 그리고 잔뜩 부풀려진 자아감각,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거품에 비낀 칠색무지개에 취하여 잘나가고 있다고 자족하게 한것이 아닌가? 급기야 실체를 덮고있던 거품이 차차 걷혀지는 이 시점에서 먼저 고달플것은 역시 인생고에 시달리는 약세군체들일수밖에 없다. 소잃고도 외양간 고치는격의 잡도리나마 하는지…명백한것은 거품은 또 다른 거품을 만들뿐이라는 사실뿐이다.  
    …쾌속정이 뿜어내는 하얀 바다거품을 바라보노라니 급기야 내심령의 골짜기에 도 거품이 부글거리려서 제무안에 취하게 되고 그래서 그만 뒤말을 접어버리지 않을 수 없다. 인생거품은 자의가 아니게 일때가 많기때문이다. 그러나 허영끼는 인간심리의 종양이면서도 독성이 지대한 위험천만한 심령거품이다. 거품조성은 결과적으로 자기의 파멸을 예고하고 그 거품심리의 증후군은 소스리쳐 놀라도록 심각해질것이다.
 
 
                       2009년 1 월 20 일   2013년 4월 19일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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