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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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시, 주지시, 주의시
2014년 02월 18일 09시 07분  조회:7917  추천:1  작성자: 최균선
                                                        주정시, 주지시, 주의시
 
                                                                   진 언
 
    주정시란 시인의 정서토로를 중심으로 쓴 시로서 전형적인 전통시라 할수 있다.  주지시란 감각과 정서보다 지성을 강조한 시로서 주지주의, 이미지즘 등으로 불리는 모더니즘에 해당하는 시이다. 주지시는 감정만으로는 되지 않고 소재와 언어를 처리하는 지적능력이 함께 작용하는것이 특징적이다. 주의시도 주관적의지와 정신세계를 표현하는데 중심을 두고있으므로 주지시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주정시이든 주지시, 주의시이든 모두 어느정도 지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무릇 시와 산문의 본질적인 차이는 화제에서 갈라지는것이 아니라 화제의 초점에 의해 결정되며 그 초점ㅡ핵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구사하는가에서 획분된다고 할수 있다. 문학을 대화라고 할 때 주정시이든 주지시이든 다가 시적인 대화형식이다. 시적대화에는 세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첫째, 음악성ㅡ운률미, 회화성ㅡ시적경지가 전제로 되여야 대화가 감미롭고 진지하게 진행될수 있다. 둘째, 어떻게 에둘러 말한다해도 인간, “인생문제”가 화제로 되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해명하려는것이 아니라 느끼게 한다는 면에서 과학적대 화와 구별된다. 셋째, 진실한 묘사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의해 펼쳐진 허구성적인 정경ㅡ시적경지가 되여야 대화가 가치있게 된다는것이다. 부대조건으로 시는 어디까지나 시적인 구조와 조직면에서 문학 특히는 시적이여야 한다는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시작품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흔히 상대적으로 짧게 행으로 나누어 쓴 글이라고 말한다. 작자의 본능적인 감수와 그에 수반된 상식적인 풀이가 주지시인것은 아니다. 시인과 독자가 시적언어를 매개로 진행되는 정신, 정감, 사상의 교환형식으로서의 시는 개념이 그저 개념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고유하고있다. 음성으로 체현되는 일상적인 대화와 달리 언어문자로 불특정적인 낯모를 독자를 대화상대로 하기에 비교적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다.
    주정시는 정감, 정서의 교류로서 어떤 교시를 관철하기 위해 쓰지는 않지만 나의 정감이자 모두의 정감이 되여졌으면 하는 불확정적인 정감교류의 목적을 가지고 공개된다. 이와 반면으로 지적인 계시, 인도를 목적으로 주지시는 시인의 사상의 표출 이면서 그것의 주입이 대화의 취지로 된다. 전통관념에서 소설은 주로 인간상을 탐구 하고 제시하는것이라면 주지시는 인간성을 발굴하는 작업이 된다고 할수 있다.
    주정시는 형식적요소 즉 시행배렬, 운률(한어에서 압운등)과 정서가 요긴한것이라면 현대시 특히는 주지시는 정서적요소보다 지적인 요소가 전면에 나서며 구성과 문체적요소보다 상상적요소가 지배적이라는것이다. 그러나 서로 구별되는 시풍격이라해도 공통되는 요소는 상상과 정서이다. 신념적정서에 지적오감을 체계화 한것이 사상이라면 지적요소는 사상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에 해당한다.
    하다면 량자가운데서 어느 요소가 시작품에 상대적으로 항구성과 보편성을 부여하는데 더 기여할가? 량자 다 우선하는것은 정서이다. 정서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각이하지만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보편성과 류사성을 지니기때문이다. 특히 시적정 서는 특이하게 미적인 정서로서 시의 핵이 될수밖에 없다. 여기서 시에서 실질적인 미감의 밀착과 침투, 공명,공감의 확보문제가 제기되는것이다.
    따라서 시인의 시적정서는 자극을 받는 순간의 보편적느낌이 아니라 현실을 변형시켜 의도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제련, 수정한 정서이며 독자에게 접수되는 미적정서는 시라는 이 미적경로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는것이지만 결국 나름대로 가공되기도 하는 정서이다. 시가 시로 될수 있는 세번째 선결조건에 해당하는 개성 또는 시적창조를 형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가? 상상력과 형식적요소들을 먼저 꼽아야 할것이다. 시는 형식과 내용이 일치해야 하며 미적사실의 표현에서 형식위주는 창작사상의 편향이 아닐수 없다. 허수아비에 비단옷을 입혀도 별의미가 없는것과 같다.
    시에서 주정이 고상하고 실제적이냐? 주지의 전달이 더 현대적이고 가치로우냐? 하고 구별하고 절대적인 기준을 내세우는것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만큼 전통시와 현대시의 가치실현을 각자의 고유한 특징에서 가늠하는게 바람직할것이다. 객관사물의 미적요소를 재현해 보려는 전통시에서는 현재상태로의 묘술이 요긴하지만 주지시는 사물에서 받은 감수를 의미화, 시화하기에 뇌즙을 짠다.
    주정시는 외연적이고 묘사적이며 지시적이며 비유, 과장된 언어을 함축적으로 조직하는 반면에 주지시는 내포적이고 계시적이며 암시, 상징적언어로 조직되는것이 특징이다. 주정시와 주지시의 감각적인 구별은 언어를 정서적으로 구사하느냐 지성적으로 구사하느냐 하는 면에서 시적효과성이 각이하게 체현된다. 주정시 내지는 전통시와 주지시 내지는 현대파시는 그렇게 다른 면을 보이고 있지만 수화상극은 아닌것으로서 상호련관성을 가지고 공동히 발전할수 있는 형식일뿐이다.
    전통시와 주지시를 비교하여 고찰할 때 주정시가 경물, 시적대상의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주지시는 의식세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것, 감성중심과 리성중심형의 차이가 있다는것으로 주정시는 시대락오자의 작품이고 주지시만이 현대적관념의 걸작이라고 판단하는것은 지극히 편파적이다. 바라건대 감성 및 정서, 이미지와 리성 및 철학적사색이 융합된 포괄형의 시가 아닐가 생각해 본다.
    나는 모래에 관한 기억을 가진다.
    모래의 기억, 밟고 선 여자의 젖은 발.
    모래의 기억, 여자는 전신을 흔들어서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모래의 기억, 그래도 태양은 여자의 등허리에서 젖고
    모래의 기억, 벌린 두 다리사이에서 이글거리고,
    뒤척이고……바다는
    모래의 기억, 여자는 팔을 들어 뻗쳤다.
    태양과 바다에 젖어 자꾸자꾸 뻗어가는 열의 손가락, 여자는 온몸으로 바람을 빨아들였다. 그때 목덜미로 유방으로 흘러내린 머리칼에서 태양은 부서지고, 머리를 빗으면 태양의 가루가 날리는 속에서,
    모래의 기억, 여자는 기지개를 켰다.
    나는 모래에 관한 기억을 가진다. (전봉건ㅡ속의 바다)
    이 시는 “바다”와 “련인”에 대한 물질적감각과 정서를 비롯하여 무의식적 반응까지 포괄하고있어 신비평가들이 설정한 어느 류형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있다. 따라서 인간정신의 전 령역을 대상으로 삼으면서 과거에 출현된 시는 물론 미래에 씌여질 시까지 모두 포괄할수 있는 기준이 불투명해지리라는 우려를 낳는다.
    시적세계에는 시적자아의 능동적인 반응인 사고와 감정, 그리고 이미 주어진것에 따라 반응하는 감각과 직관이 표현되고 있지만 그것이 기호적상징형의 현대시라해도 대상의 의미나 감각을 론리적으로 재편성해야 함은 자명하다. 큐비즘, 미래파, 전기 모더니즘은 물론 후기 모더니즘시에서도 이런 초점이 발견되기때문이다. 사고와 감정은 감성중심으로, 감각은 리성중심으로 대응되는 경우라도 그렇다.
    주지하다싶이 정서적반응이란 미와 추. 호악, 시비의 반응으로서 적극적인 성격을 띠면 의미화 즉 리성적사색의 형태로 나타나는 반응이 되는것으로서 감각이나 직관은 지각하는 방법이 다를뿐 시적인 미의경지에 이르려는 목적은 다를바없다. 하지만 시적대상물에 대한 사색이 치렬한 단계에 들어서면 론리적인 추상화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것이 주정시와 주지시의 분수령이 될수 있다. 그만큼 능동적인 사고가 비론리적이고 주관적인 무의식상태에 이르면 주지시의 극치라 할수 있겠다.
    그러나 추상화의 결과가 일매지게 상징기호로 알둥말둥하게 되는것은 아니다. 우리는 보통 시적으로 구상할 때 “바다=영원한 모성”,“꽃=사랑스러운 녀인”, “바람= 인간을 괴롭히는 역경” 의 식으로 은유하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련결고리를 생략해 버림으로써 비일상화되여 기호적인 시로 변해버린다. 아래 시를 보자.
1. 소녀는 지평선을 가볍게 허리에 두르고 외출을 한다.
2. 탐정이 찾아와 가족들의 충치에 대하여 상세히 노트한다.
3. 수음(手淫)상습범인 하녀가 앵무새에게 말을 도둑맞고 실어증이 된다
       그것은
       책을 읽는 고양이때문이다.
       그릇 찬장 속에서
       역사가 눈을 뜬다.
4. 말더듬이 집사가
    에스키얼그 요리에 대하여 부친과 논의 를 하고 있다는
   추론
5. 그 방정식은
    엄지손가락+우유×=서양사 개론   ※  테레야마 슈누사  “물속의 소녀”

   이 시작품은 모찌브의 련결만 비일상적인게 아니다.각 련에 번호를 달았음에도 어떤 필연적인 계기성을 발견할수 없을뿐만아니라 암호적인 부분이 너무 자주 눈을 자극한다. 소녀가 지평선을 가볍게 허리에 두르고 외출한다는 표술도 그렇다. 인간일 반의 의식과 무의식을 다 동원해도 지평선을 허리띠처럼 두르고 외출하는 정경을 떠올릴수도 없다. 결코 상상력의 과잉이 낳는 새 경지가 아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우유×=서양사개론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기적적인 경우에도 엄지손가락에 얼마간(×)의 우유를 더하여 추상적인“서양사개론”이 되는 경우를 발견할수 없다. 소녀, 지평선, 탐정, 가족들의 충치 등은 론리적이여야 할것을 시인이 멋대로 비론리적으로 치환하여 기호적상징을 시도했으나 그게 시적인 발견인가?
    문제는 시인이 정말 시에서처럼 감각되고 그렇게 판단되였을가? 정말 그러하다면 정신진찰을 해야 할 할 일이다. 올똘한 정신으로 사물을 보고 판단하고서도 비론리적인 의식의 흐름에나 빠진듯, 모호한듯, 묘사하려 작정하고 시적비약도 아니고 사색의 공간마련도 아니게 임의로 단절시키는것은 언어유희이자 자아기편이 된다.
    인간의 정신은 어디까지나 관념이고 어디까지가 물질적인식인지 그 경계를 명확하게 그을수는 없으나 위치와 량의 차이만 고유할뿐 어떤 끈에 꿰여진 련속상태로서 그에 따라 복합적인 초첨에 맞춰 시적표현을 시도할수는 있으나 이건 아니다. 사물을 변형시켜 볼수는 있되 사물자체를 변형시킬수는 없다. 시인이 아니라 조물주도 안될 일이다. 위에 시처럼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생각하였던들 그게 어떻단말인가? 거기서 인생의 어떤 점을, 인성의 어떤 특질을 제시하려는가가 중요하다. 시적대화가 내포적인것이라 해도 우선 전달은 제대로 되여야 하지 않겠는가? 
 
                                                            2014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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