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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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해와 오해의 저 너머
2014년 04월 04일 08시 00분  조회:5869  추천:1  작성자: 최균선
인생을 리해의 등대도 없는 오해의 바다로 비유할수 없을가? 그리고 세상의 모든 그물중에서 가장 서리서리 얽여도는 관계망이요, 그만큼 수련이 제일 어려운 학문이 관계망을 뜨고 푸는 일이라 하겠다. 참으로 대인관계처럼 복잡하고 오묘한 일은 더 없다. 까딱 잘못하면 구설수에 오르고 친구사이도 비틀어지기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내게 그런 체험이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몇년후, 어느날 학교때 잘 어울리던 친구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김치쪼각으로 알딸딸하게 마시는 와중에 “나같은 사람도 친구라고 잊지 않고 찾아주어서 고맙다”고 했는데 귀청이 잘못 울렸는지 그만 “너도 친구라고 나를 찾아왔니?”로 곡해되여 술잔을 엎어놓고 힝하니 나가던 친구, 그렇게 40여년을 등지고 살다가 70고래희에 만나서 허허 웃고말았다.

삶 자체가 오해의 련속, 오해투성이다. 무심히 뱉아낸 말끝에서 오해가 생길 때가 많다. 그래서 인생은 힘들고 고달픈것이요, 세치 혀끝을 주의하라는것이 아니랴. 리해는 오해에 선행하지만 오해가 되돌아와 리해이전의 상태이기도하다. 리해는 접수의 전제이고 접수는 리해의 결과이다. 살다보면 오해는 호사다마처럼 감겨돈다. 혹은 리해의 금선으로 오해의 그물을 뜨려는게 세속인심이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리해와 곡해는 일맥상통하는데 오해가 곡해보다 정도가 심한지 잘 모르되 오해는 아무튼 잘못된 리해가 낳은 괴태이다. 우리는 뜻하지 않은 때,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오해의 운무속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문제는 내가 지금 어느 정도 알고있느냐에 달렸다.《나는 당신을 충분히 리해합니다》라는 말은 실말일수도 있고 입에 발린 말일수도 있다. 남이 나를, 또한 내가 남을 어떻게 온전히 리해할수 있단 말인가.

자기를 알면 총명하다고 하고 남을 알면 현명하다고 하지만 대방을 그저 리해하려 애를 쓸수있을뿐이다. 저마다 자기 중심으로 마음의 문에 늘 열쇠를 잠그어 두는게 현대인의 심방인데 어찌 남의 속심을 능히 들여다볼수 있으랴, 그래서 우리는 본능처럼 입놀림에 신경을 쓰고 남의 입놀림을 살피지 않을수 없다.

일생생활에서 오해자체는 피비린내를 풍기지 않는다. 그러나 억조창생이 붐비며 얽혀서 돌아가는 인생마당에서 벌어진 그 많은 쟁투와 피비린 비극은 기실 오해에서 기인된것이다. 오해는 알륵의 정도에 머물수 있지만 일단 암해에 리용될 때는 무서운 악과를 빚어낸다. 오해가 목적화된 악수단으로 되여지는것이다. 질투로 생긴 비극이라 하면 우리는 자연히 질투의 화신인 오쎌로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오쎌로는 야심가 이아고의 음모에 넘어가 자기에게 그처럼 충실했던 캐씨오도 오해하여 죽이고 순결한 사랑을 품고있는 안해-데스데모나마저 곡해한 나머지 목을 졸라죽이는 참사를 빚어냈다. 미구에 돌이킬수 없는 오판이였음이 드러나자 눈물을 머금고 자살한다. 쉐익스피어의 비극이자 우리 인간동네의 현실에서 무수히 재연되는 인간비극이다.

물론 오해에는 아름다운 오해도 있다.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가난했던 젊은 시절 그들의 식사는 늘 한쪼각의 빵을 나누어 먹는것이었다.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맞이하여 저녁식사는 빵에 잼을 발라먹기로 했다. 늘 그랬듯이 빵의 끝부분을 잘라 할머니께 내밀었더니 뜻밖에 안해가 불같이 화를 냈다. “역시 당신은 나에게 두꺼운 빵껍질을 주는군요. 50년동안 꾹 참아왔는데 오늘같은 특별한 날에도 이럴줄은 정말 몰랐어요.”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의 갑작스런 태도에 놀란 할아버지는 더듬더듬 말하였다. “당신이 진작 얘기했더면… 난 정말이지 몰랐소. 워낙은 바삭바삭한 빵끄트머리는 내가 제일 좋아했다오. 그런것도 사랑하는이를 위해서 그냥…”

이것은 인생풍속화속에 있을법한 아름다운 오해이다. 긴긴 세월을 속살을 섞으며 살아온 로부부간에 오해하고 있는줄 모르다가 마침내 뒤늦게 드러난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인 오해이다. 남편의 말은 오해에 대한 해석이지만 인생의 유감이기도 하다. 오해를 이마에 걸고 남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는것이 바로 인생이라는걸 깨닫기까지는 이야기처럼 오랜 시간이 수요되는것이다.

리해에 들어가서는 우리는 거개 색맹에 불과한 존재들이지만 색맹이 다른 색맹을 리해해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일쑤이다. 그건 모두가 편견을 앞세운 성급한 판단때문이다. 무릇 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리해는 그 어떤 관념으로가 아니고 지혜를 통해서도 아니며 오직 지성으로만 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의 련속일뿐이다. 대방에게 자신을 리해시키려는것은 리해란 관념의 신축에 지나지 않는다. 동일한 현상을 가지고 시야비야 하는것은 저마다 자기나름의 리해력을 앞세우고있기때문이다.

하여 많은 경우 자기 나름의 리해란 곧 오해의 온상이 되기십상이다. 사람은 서로 모를 때는 오해가 들어설 자리가 없고 서로 알고나서야 오해의 틈이 생기며 그로써 서로 반목하게 된다. 그래서 더불어 살면서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사람이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진정한 고독은 절해고도가 아니라 오해의 거품이 부글거리는 인해속에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얽히지 말고 오해가 생겼다면 앙금을 만들지도 말라.

사람은 오해 없는 진공속에서 살수 없다. 오해가 따른다고 생활의 테두리밖에서 팔짱을 낄수도 없고 오해의 련속극을 보지 않을수도 없다. 억울해도 괴로워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생활을 사랑해야 한다. 오해하고 풀고 그렇게 살다보면 때론 실망하고 때론 배신의 아픔에 모대기게 되고 미워하고 미움을 받게도 된다.

사노라면 사랑하고싶고 좋아하고싶고 친하고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공연히 눈에 거슬리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함께하는 세상살이라 오해도 받고 오해하기도 하면서 괴로움을 짓씹게 된다. 때로는 용서해서는 안되는 사람이여서, 때로는 등져서는 안될 사람이여서 그런대로 지낼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은 진정 자신을 지배하려면 대방에 대한 오해를 잘 풀어나가야 할것이다.

워낙 시끌벅적한 세상이니 오해가 득시글거리고 인심인만큼 변덕스럽고 공격도 본성이니 받아들일수밖에 없다. 기억되여 더욱 괴로워지는 오해와 미움을 마음에서 지울수 있다면 지워버리고 내 정감사전에 또 다른 오해가 오르지 않도록 근신해야 한 다. 결자해지(结者解之)라 했으나 해명하면 구차한 변명이 되고 3자의 해명이 좋으나 선심이나 동정을 요청하는것이 된다. 상책은 시간에 맡기는것인데 대가가 너무 침중하다. 바라건대 오해의 기록은 삭제할지언정 첨가하지는 마시라.

대인관계에서 오해 없도록 소심하고 화해만을 바라는것도 리해에 대한 오해이다. 구데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격이 되기때문이다. 진상은 말밖에 있는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하든 흔들리지 않으며 퇴색하지도 않는다. 오해는 불청객이지만 회피할수도 없으니 차라리 마주대하는게 명지하다. 오해의 해제약은 관용이지만 대방이 오해를 풀기를 거절할 때 속수무책이다. 관용은 희망이지만 희망없는 관용은 심령의 랑비다. 몰리해는 리해되는것에 대한 거부이니 등진 리해를 말리지 않는게 실제적이다.

시앗싸움을 끝내고 서로 리해했노라고 입술에 침을 바르는것은 사랑의 대명사인 리해만세를 외우는것이지만 원칙문제에서는 오해를 살망정 거짓을 입술에 걸필요는 없다. 아무리 뭇사람들의 눈치아래 사는 우리들이지만 자아 상실은 금물이다. 리해가 바람직한것인데 번번이 더깊이 빠지고 나오려 버둥댈수록 더 빨려들어가는게 오해의 수렁이다. 구름개여 청청 하늘이 보이듯 오해가 풀리면 옛정이 새삼스러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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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일보 4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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