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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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례찬
2015년 07월 01일 08시 35분  조회:510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분필례찬
 
    닳고닳고 모지라져서 락서질을 좋아하는 조무래기들마저 왼눈으로 보는 분필꽁다리들을 담장한구석에 쏟아버리려던 나의 손이 오늘따라 저도 몰래 무춤해지며 마음의 호수에 잔물결인다. 마침내 버려져 값없이 나딩구는 분필들이《왜 쓰다쓰다 요모양 요꼴이 되니 마구 내버리는거예요?》하고 올롱한 눈길로 항의하는듯싶어서이다.
    하긴 그렇기도 하다. 20여성상 내손에서 구을리고 닳아빠져 내버린 분필이 천대 였던가? 만대였던가? 여느때는 마음이 늙은 표징인지 속절없는 분필꽁다리들에 공연히 왼심이 기울어지며 애틋한 그 무엇이 가슴 그들먹이 피여오른다. 사무상앞에 선채로 망연한 상념에 잠기노라니 자꾸만 분필꽁다리들이 알른거리면서 펼쳐지고 모여오는 생각들을 보듬게 되고 엉뚱하게 분필의《족보》를 떠올리게 된다.
    우스운 추리일는지…아무튼 분필의 래력을 따져보면 석회는 분필의 아버지가 될것이다. 분필의 아버지는 벽에 진 얼룩들을 지울수 있을뿐이다. 하지만 작디작은 분필은 인류의 령혼을 미화지 않는가? 나는 제딴엔 오묘한 진리나 터득한듯싶어 더욱 생각이 외곬으로 빠져든다. 따라서 반짝 련상의 불꽃이 튕기여 서정의 갈밭에 불을 달아준다.
    재여보아야 반뽐도 채 안되는 분필이다. 그러나 교원의 손에서 조약하면 지식의 꽃다발을 엮고 칠판우에서 련마하면 신묘한 사상의 불꽃을 튕긴다. 짧디짧아도 하나의 긴 금빛교량마냥 학생들을 지식의 대하를 건네여주고 마술사의 신비한 사다리마냥 지혜의 고봉에 오르게 한다. 분필은 아쉬움 없이, 원망 한마디없이 자신을 갈아 인류의 광명을 바꿔오고 자기의 한목숨 다바쳐 인류의 정신세계에 문명의 새 아침을 펼쳐 주는 숭고한 희생자이기도 하다. 분필은 비록《죽어》가지만 오히려 살아가고 그 자신은《무지》하지만 오히려《유식》하다.
    분필을 녹쓸줄 모르는 은빛보습에 비할수도 있으리라. 몽매의《황무지》를 갈아 탐구의《이랑》을 지어 락후의《잡초》를 덮어버리니 말이다. 분필의 활무대는 작다. 하지만 모든 시간과 공간을 뛰여넘어 다윈의 지팽이를 짚고 인류의 기원지도 답사하고 마야문화, 바빌론의 비밀도 캐여본다. 분필은 수만년 인류의 문명사도 압축할수 있고 계림의 산수, 사하라사막, 아마존강도 주름잡을 수 있다…인류의 4대기적도 현 연시켜주고 수학의 미궁도 돌파하고 우주의 비밀도 탐색하며 달나라의 환형산에도 오르게 한다.
    어찌 그뿐이랴!하얀 분필끝에서 오색찬란한 조화의 대천세계가 펼쳐질수도 있어 사색의 시내물에 심상의 작은 배도 노저어보게 하고 서정의 우물에 즉흥의 드레박도 드리워준다. 이끼돋은 력사의 돌무더기 사이로 회억의 쪽수레도 몰아가고 언어의 바다에서 정감의 진주도 줏게 하며 꽃피는 글동산에《만물상》도 세워보게 한다. 미의 옷을 떨쳐입고 아름다운 정조의 불붙는 산마루에도 치달아오르게 하며 도덕의 샘물가에서 함양된 정서, 순화된 인격의 순도도 비쳐보게 한다.
    분필의 생명권은 너무도 협소하다. 한생을 다 바쳐가지만 서법예술의 운치도 남기지 못하고 불후의 기념비에 만세류전의 비문도 쓰지 못한다. 그러나 작디작은 분필이야말로 후대에게 하나 또 하나의 지식의 보물고를 열어주는 금열쇠가 아니겠는가!
    서정도 마르고 상념도 진했으나 분필의 하얀넋에 깃든 그 뜻은 다할길 없는듯,
 
                        1991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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