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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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2015년 09월 21일 15시 56분  조회:418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모자”

   모자란 자초에 추위나 더위, 해볕이나 먼지 등을 막기위해 만들어졌는데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멋과 행세로 쓰게도 되였다. 수십백종 형형색색의 모든 모자들은 다 저마끔의 용도가 있지만 세상엔 별로 쓸모없는 모자들도 있다. 
   그게 무슨 모자냐? 바로 집권자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시기시기 만들어진 변상적인 온갖 정치모자들이다. 이를테면《우파모자》를 비롯해서 문화대혁명시기에 대량 생산해 낸《주자파》,《반혁명분자》,《××특무》,《민족주의자》등《모자》들인데 억지로 마구 씌운 것들이여서 후에는 거의다 벗겨버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명예스럽고 쓸모없는 모자들이였던것이다. 
   그때 받은 의발인지는 몰라도 그후에도 모자들이 많이도 만들어졌다. 물론 선의적의 립장에서 만들었기에 상기한 모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르긴 하다. 례컨대 각이한 직업인들의 존호로 상징되고 있는 눈부신 모자들이다. 백성들에게 하사된 나라의《주인공》이라는 모자이다. 이런 모자를 쓰면 모두 순간적으로 나마 국민적 지위와 인격가치에 대한 긍지감과 자호감에 가슴이 뿌듯해질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기실 지배받고 흔히 굴욕당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주인공》들일 때가 많으니 곤혹스럽지 아니한가? 이 사회에서 강도, 도적, 류망, 사기군, 투기모리분자, 살인악마…모든 용속하고 비루한자들은 이 주인공의 모자를 쓸 자격이 없다. 자기에게 맞지 않는 모자를 쓴다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관리들에게는《인민의 공복》이라는 그럴듯한 모자를 부여했다. 이말의 진정한 의미를 음미할 때 사람들은 설중송탄에서 오는 따스한 감각이 아니면 오유월 염천에 랭장고에서 방금 꺼낸 얼음과자를 먹은듯이 속이 개운해지고 느긋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숭엄한 모자를 써야 할 사람이 누구누구일가? 나로서는 초유록이나 공번삼같은 지사들은 명실공히 이런 계관을 쓸만하다는 것만 명기할 뿐이다. 
    나라의 어엿한《주인공》들을 백안시하는《나으리》들이나 가증스러운 관료주의자들, 념불에는 맘이 없고 제밥에만 맘이 있는 허명무실한 위군자자들은 스스로를 알고 자기가 쓰고 있는 그 어마어마한 모자를 벗어야 할것이다. 아닌 보살이란 말이 있기는 해도 말이다.  
    의료일군들은 인류생명의 기사들이라 하고《백의천사》라고도 한다. 이런 백의천사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아픔도 지레 낫는것 같고 마음에 믿음이 생기면서 저승사자를 겁내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담방 죽어가는데도 돈부터 앞세우거나 수술환자의 배속에 가제나 핀센트나 붕대따위를 넣은채 봉합해버리는 엉터리《백의천사》들이나 자격미달의《기사》들에게는 영예의 계관이 격에 맞지 않는다. 
   인민군중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걸고 헌신하는 인민경찰들에게 우리는《인민의 수호신》이라는 존호를 선사하고있다. 이런 참된 수호신들이 있기에 우리는 한밤중에도 시름놓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을수 있고 캄캄한 층집의 복도를 오를수 있는게 아니랴!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숭고한 사람들속에는 장엄한 국장이 박힌 모자를 당장 벗어야 할 사람도 적지 않으니 유감이다. 
   교원들에게 씌운 모자는 더구나 많고 요란하다. 듣기에도《인류령혼의 공정사》라는 계관은 곧 교원의 대명사로 되였는데 기실 이 존호는 쓰딸린이 작가들에게 하사한 아름다운 작은 모자였던것이다. 그것이 50년대 중국대륙에서 류행되다가 교원들에게 씌워놓았던 것이다. 곰곰히 살펴보면 이 모자가 교원들에게 너무 크지 않으면 교원들의 머리가 너무 작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쓸 모자가 아니면 원임자에게 돌려주어야 맞다. 약간한 바람에도 후딱 벗겨져 땅에 떨어질수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태양아래 가장 신성한 직업》이라는 모자도 안성맞춤이 아니다. 교직이란 사실 가장 평범하고 사람들이 그리 존귀하게 보지않는 한갖 직종일뿐이다. 지금 가장 숭고한 직업으로 꼽자면 그래도 먼저 공무원이고 다음 공장장, 동사장, 경리, 기업가, 증권교역소의 책임자, 그리고 명가수, 명배우, 명사회자 등등이 아니던가? 그러니 어마어마하고 요란한 모자를 벗을 때도 된것같다. 꽃종이로 만든 모자를 쓰고 어릿광대질을 하는건 명지한 일이 아니다. 
   현시대에 와서는 이런 모자들을 쓰고 제얼굴에 먹칠하는이들이 새록새록 생성해서 교육부패라는 현대개념까지 만들어졌다. 모자는 하늘에 걸리고 명예는 땅에 떨어진것이다. 수업효률은 뒤전이고 지하 교수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독직자나 아이자지에 붙은밥알마저 뜯어 먹으려 호시탐탐하는 실직자들은 더구나 이런 모자들마저 쓸 자격이 없다. 남이 툭 쳐서 벗겨버리기전에 절로 벗어버리고 진짜 제모습을 하고 사는게 인간다운 처사일것이다.
  《봄누에》나《초불》같은 이름으로 된 모자는 직업적 특성을 말해주는것 같지만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처량한 느낌이 든다. 옛날의 로교원들속에는 확실히 뽕잎을 먹고 비단실을 토한《봄누에》들이 많았고 초불처럼 자기를 불태워 무지의 세계에 한가닥 광명을 안겨준 재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누에나 초불이 되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누에는 뽕잎대신 돈잎을 먹어야 고치실을 뽑으려하고 초불이 타는 비례에 따른 손해비가 있어야 업여로 타오른다고나 할가? 
   매사에 적임자라는 말이 있듯이 자가가 쓴 모자에 적성의 임자가 되기에 손색이 없어야 한다. 로자가 가로사대 지극한 영예는 영예롭지 않은데 있고 평범한 구슬이나 딱딱한 돌멩이처럼 돋보이지 않으려는것이다.  덕이 높은자는 스스로의 덕성을 의식하지않는바 얼핏 보면 그의 행동이 부도덕한 듯 하다. 이럴수록 그의 덕성은 돋보인다. 덕성이 낮은자는 애써 자기 덕성을 나타내려 하나 위선이 풍겨 오히려 그 덕성을잃게 되느니라 했다. 
   빛은 언제까지나 빛대로 남는다. 장님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해도 마찬가지이다.빛이 당신과 함께 있는 한 빛을 믿으라. 그때 그대는 빛의 아들이 되는것이다. (성경전서) 물각유주(物角有主)라는 말이 있다. 자기에게 맞건 안맞건간에 더 큰 모자, 더 요란한 모자를 쓰려 하고 세상의 모든 월계관을 제 머리에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지금 쓰고 있는 모자가 알맞는가를 다시 한번 자기 량심의 거울에 비춰보시라, 맞지 않으면 미련없이 벗어 버리라. 그냥 쓰고 있다간 언젠가 벽에 코가 부딪쳐 깨질수 있다. 
 
                                  2006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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