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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강 / 강정화
2018년 12월 24일 18시 35분  조회:790  추천:0  작성자: 강려
새벽강
 
 
 강정화
 
 
 
 어둠에 단잠 못 이룬 밤
 
 벅찬 삶의 무게에 짓눌려
 
 눕지 않은 그림자로 가부좌 틀고
 
 아득한 외로움에 면벽하다
 
 앉은자리 저편으로 두런 두런
 
 훌쩍거리는 물의 혼령 만났네
 
 
 
 길 찾는 머나먼 행군으로
 
 잠들지 못한 물들의 속앓이
 
 낮게 몸 낮추어도 기죽지 않고
 
 입다문 침묵으로 속내 나누면
 
 느리지만 서두르는 법 모른 채
 
 
 
 분노에도 일어서지 않는 낮은 자세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속에서도 돌고 돌아
 
 꺾이어 상처 나도 혼자 이겨내며
 
 여명의 새날 기다리며
 
 차디찬 이슬로 이마 훤히 씻은
 
 의연하게 흘러온 장한 물결 맞이할 때
 
 서둘러 달려나가
 
 장한 모습 버선발로 맞이하리라.
 
 
 
<이선의 시 읽기>
 
 
 
 강정화의 「새벽강」은 시인이 시와 접신하는 과정을 거짓없이 보여준다. 1연은 <불면- 벅찬 삶의 무게- 외로움과의 면벽- 시의 혼령과의 만남>이라는 시가 자연 발아하여 터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2연 3-5행에서는 시인의 기질을 본다. ‘낮게 몸 낮추어도 기죽지 않고/ 입다문 침묵으로 속내 나누면/ 느리지만 서두르는 법 모른 채’ 지치지 않고 시에 탐닉하는 시인의 모습을 본다.
 
  3연은 1-6연을 주목하여 보자. ‘분노에도 일어서지 않는 낮은 자세/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속에서도 돌고 돌아/ 꺾이어 상처 나도 혼자 이겨내며/ 여명의 새날 기다리며/ 차디찬 이슬로 이마 훤히 씻은/ 의연하게 흘러온 장한 물결’ 부분에서는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시인이 겪는 심리상태와 시작과정의 어려움이 절절하다.
 
 
 
  시인의 나라는 불면의 밤을 지나, 외로움의 새벽강을 건너, 홀로 도착하는 그리움의 숲이다. 어두운 밤바람이 스산하게 분다.
 
숲에서 여우가 금방 튀어나올 것 같은 밤. 별빛 한 줌 나뭇가지에 걸려 그림자 얼비춘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루는 밤에, 시가 첨벙첨벙 강물을 건너온다. 비로소 시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밥보다 외로움이 맛있어야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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