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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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매문자(賣文者)와 매심자(賣心者)
2006년 04월 14일 00시 00분  조회:4861  추천:56  작성자: 김관웅
잡문

매문자(賣文者)와 매심자(賣心者)

바 보



매문자(賣文者)는 옛날부터 있었다.

옛날에는 비록 지금처럼 한 손으로 원고를 주고 한 손으로 돈을 받는 직거래식의 매문은 아니였지만 돈 외의 벼슬이나 봉록 같은 다른 것으로 보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매문자들 가운데서 가장 차원이 높은 매문자는 어용문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용(御用)이라는 이 낱말의 본의는 <임금님이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용문인이란 원래는 임금님이 부리는 문인이라는 뜻 이였으나 후에는 정부나 기타 권력기관에 영합하여 그 리익을 위해 활동하는 등 자주성이 없는 것을 경멸하여 이르는 말로 되였다. 어용문인은 권력본위시대의 산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시대는 권력본위의 시대가 아니라 금전본위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시대를 자본주의시대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또 그래서 금전본위의 시대라고 하면 어페이기는 하지만, 오늘의 시대는 경제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 자본주의시대와 마찬가지로 역시 금전, 아니 점잖게 표현한다면 공방(孔方)선생의 위력이 대단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의 속담에는 <<돈만 있으면 귀신도 연자방아를 돌리게 부릴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도 이 속담은 유효하다. 귀신도 부릴 수 있는데 사람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문인도 오곡잡량과 기름, 간장, 소금을 먹고 사는데 문인이라고 돈을 싫어 한다는 법은 없지 않는가.

몰락 량반의 자제인 필자의 조부는 지난 세기 20년대의 평양에서 대서업(代書業)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역시 매문자였음이 분명하다. 현대의 문어구에서 살아오신 필자의 조부는 아마도 조선현대사회의 가장 일찍한 매문자의 한분이였을것이다. 필자 조부의 매문이라야 고작해서 문맹들을 대신하여 편지나 써주고 법원에 올리는 진정서, 상소문 따위의 문서나 대신 써주는데 그쳤던것이다. 만일 30년대말기 일제식민통치의 말기인 암흑기까지 사셨다면 혹시 친일적인 매문이라도 했을 가능성도 있었겠으나 그때까지 사시지 못한 조부이다 보니 친일파의 반렬에 오를 기회마저 없었다.

매문자는 대개 사회적 지위가 낮고 가난하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자였다면 필자의 조부님이 어찌 자기는 일본의 륙법전서를 통탈한 유식한 문인이면서도 자기의 아들(필자의 아버지)은 학교문에도 보낼 수 없었겠는가? 어찌 18세밖에 안 되는 아들(필자의 부친)이 살 길을 찾아 산 설고 물 설은 만주땅에로 혈혈단신으로 떠나가는데도 붙잡지 않았겠는가?

조부를 본적 없는 필자는 언제나 조부의 말이 나오기만 하면 로신의 소설 <<공을기>>에서 나오는 동명주인공을 련상하군 한다.

필자의 조부님이 사셨던 지난 세기 20년대에 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은 많이 변하긴 했다. 그러나 문인들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처지는 그리 많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금전만능의 시대라고 말할 수 없지마는 돈이 없으면 한 시각도 못사는 시대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문학의 상업화, 상품화의 추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기세로 우리 모든 문인들에게 육박해 오고 있다. 오늘날 중의 주류문단인 한족문단에서의 상품화경향은 아주 심하다. 중국의 유명한 소설가 리국문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지금 많은 신문이나 잡지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른바 <광고문학>이나 <수비문학(收費文學)--비용을 받는 문학>들이 한편에 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은 례사로운 일이다. 일찍 편집과 작가들은 <하는 수 없이 갈보짓을 한다>는 감개라도 있었으나 지금은 다들 돈맛을 알아서 너도나도 달갑게 이런 <갈보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이나 잡지들에 실리는 적잖은 공장장이나 경리들에 대한 보도나 보고문학 같은 글들은 십중팔구는 비용을 지불한다고 한다. 물론 이중에서 소개한 중매군들이 얼마씩 뜯어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시세를 보면 어느 기업을 위해 한편의 보고문학을 써주면 그 품삯이 고급승용차 한대, 어느 돈 많은 보스를 위해 장편소설을 써주면 그 삯전이 호화형 아파트 한 채라고 한다. 이러한 “보스가 돈을 대고 작가가 붓을 대는 ” 상업조합식의 문학창작은 그야말로 비일비재한 문학현상으로 되였다.>>

한평생을 살겠다고 버득거려도 고급승용차는 고사하고 오토바이 한대, 호화형 아파트는 고사하고 비둘기장 같은 아파트 한 채를 천신하지 못하는 우리 연변의 수많은 문인들에게 있어서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북경이나 상해 같은데 비하면 우리 연변의 상업조합식의 문학생산은 너무나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 한 점만 보아도 우리의 문학이 순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연변은 절해고도가 아니므로 한족 주류문단의 상업화, 상품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몇 년전부터 우리 연변에고 아무 아무개가 돈을 받고 누구의 오체르크를 써주었다, 아무 아무개가 무엇을 대가로 누구누구의 글을 대신 써주었다 등등 소문이 심심치 않게 우리들의 귀에 전해오군 했다. 하지만 리아무개, 장아무개가 무슨무슨 장사를 하는 김아무개의 전기체 장편소설을 써주고 각각 만원씩 받았다던가 하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울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장편대작을 써주고 고급승용차나 호화형 아파트 같은 것은 가지지 못하더라도 고작해서 만원이라니?! 오히려 돈 많은 놈들한테서 착취를 당했다는 억울한 생각마저 들고 련민과 동정의 마음마저 생긴다.

요즘에도 아무개가 어쩌고 저쩌고 뒤골목들에서는 소문이 파다하다. 다들 집도 장만해야 하고 아이들도 공부를 시켜야 하고 자기의 호주머니에 얼마간의 용돈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글을 팔아서 살아가는 우리 문인들이 이 상품화의 거세찬 조류속에서 물방울 하나 묻지 않고 살아 간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 세상에 완인(完人)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설사 이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문인들은 적어도 최저한도의 시비감별 능력만은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하자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부자가 된 보스나 정상적인 문화활동을 통해 이름을 날리고 돈을 번 명류들을 위해 좀 나발통이 되여 주는 것쯤은 충분히 량해할 수 있다. 또 돈을 받으며 글을 써주어도 무방하다. 매문(賣文)도 하나의 정신로동이니깐. 사실 필자도 매문의 일을 한적이 없지는 않다. 미적가치를 조금도 인정하지도 않으면서도 원고료를 푸짐이 준다니 밤을 패워가면서 무협소설들을 번역한 경력이 있는 필자로서는 매문이라는 이 직업이 그리 쉽지는 않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길목을 지키다가 보짐을 빼앗거나 은행의 금고를 털어온 강도(량산박의 호걸들이나 청석동의 림꺽정이나 홍길동 같은 의적들은 제외하고)를 위해 수비립전(樹碑立傳)---비석을 세워주고 전기를 써주었다면 그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김문학은 사실 보짐을 빼앗거나 금고를 턴 도적이나 강도보다도 더 용서할수 없는 죄를 지은 문적(文賊)이다. 자신을 포함한 전반 민족을 팔아먹고 나라을 팔아 먹은 매국배족의 망나니이다. 이런 망나니를 위해 사례금을 받고 글을 써서 하늘 높이 올리 추고도(그것도 한두번이 아니라 몇년동안이나) 추호의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인간은 실로 문제의 인간이다.

잘못한 것보다 잘못한 것을 뉘우칠 줄 모르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매문자들보다는 자기의 잘못을 번연히 알면서도 계속 리속만 따지고 풍향만 살피면서 매문자노릇을 계속해 나가는 문인들이 더더욱 문제이다. 필자는 이러한 매문자들을 매심자(賣心者)들이라고 인정한다. 즉 글을 파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인의 마음---량심과 량지마저 파는 자들이라고 인정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매문자로 되는 것은 용서하더라도 매심자는 절대 되지 말고 또 매심자에 한해서만은 절대 용서하지 말자는 것이 필자가 우리 문단의 여러 문우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맹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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