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심어진 파아란 꿈이 살뜰한 봄기운에 포옥 젖어 봄노래를 듣고 있던 어느 하루, 문학인들이 같이하는 자리에 갔었다. 헌데 그만 어리석은 실수의 차실로 그 모임을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까지 내 가슴 한귀퉁이에다 암흑의 뿌리를 내린 그대로이다. 그일이 얼마나 큰 것이어서가 아니고 그것을 말미로 어떤 깨달음같은것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무엇을 기대해보는 심정이 되어 자신에게 향한 메스를 들어본다.
물론 이 메스가 들어가는 자리는 아픔이 따라간다는 이치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자신이 죽데 되었는데도 나는 무척 건강하게 멋있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가식을 꾸미어 나자신을 분칠하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다. 하여 나는 제모습 그대로를 하며 이 글을 펴본다.
어린애를 키운 여자들이라면 다 경험했을 일인데... 그날 나는 몸은 연회석상에 앉아있었으나 심경은 통채로 급급함에 빠져있었다. 아들애 혼자만 집에 있게 한 탓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보다는 아침에 떠나올 때 아들애 점심밥을 잊어버리고 온 데서 근심이 되어 분초를 잡으며 귀가하려 서둘렀다. 자식을 가진 녀자들이 다 그러하듯 얘기는 나에게 있어 슈프레머시한 존재이다.
부산히 서둘러 맞추는 일 잘 풀어지는 법 없다고 했다. 나는 작별인사 겸 례의범절도 행할 겸 년장자인 선배님들께 잔을 채워 드렸다. 다음은 허리굽혀 건강의 축복도 보내고 했다 그리곤 쫓기는 사람마냥 부랴부랴 자신의 물건만을 챙겨들고 귀로에로 발을 옮겼다. 자기가 따라놓은 향긋한 그 술을 마시든 말든을 전혀 불문하고 말이다. 바로 여기에서 실수가 생긴 것이다. 자 우리 함께 뜁시다 하고 시작만 멋지게 해놓고 자기는 돌아서 가버리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교학때 수업의 첫시작을 그를듯이 떼놓고 교단에서 떠나와버리는 것과 동질적인 처사였다. 하길래 오늘에 와서 그때의 나자신의 모습을 살려 아프나마 그 처사가 어떤 류에 속했더냐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소양의 깊이가 한센치도 못넘겼다는 사실이 때 되면 식사해야 하는 일처럼 자명함이다.
사실 이 모빌리터사회에서 나와 같은 속세인들은 동질적인 경우를 수없이 만들어가고있다. 바라마지 않은 복된 하루들을 알뜰히 만들어 마음에 담고 행복의 품을 찾아가는 삶의 길을 걷는 와중, 시작의 요긴함은 전신으로 지켜보고 온 마음으로 포옹해주는 자태가 되어 사는 인간이 되어있다. 허나 해가는 과정에 땀동이나 흘리게 되고 또 신경 아픈 이러한 날들이 무작정 흘러가가지만 차츰 심드렁함이 되어 맥을 놓는 이가 비일비재가 아니냐고 생각해본다.
파란 봄에 파종만 해놓고 누렇게 익는 가을에 걷어들일 념을 하지않아 깡그리 랑패고 되고마는 격이다. 물심 량면으로 온갖 준비를 하여 척박한 땅 비옥하게 걸구고 벼씨를 뿌려놓은 다음에는 익은 벼이삭이 하얀 입쌀이 되어 저절로 곡물창고안에 걸어들어오기를 바라는 어리석이라면 어떠할는지. 스다트선에서 있는 힘 모조리 다 뺐으니 종점의 일등은 무조건 내거야 하는식의 무지한 배포유가 되어있다면 어떠할는지, 인간의 모든 희망과 즐거움을 당신들에게 바쳐드리겠습니다 하고 돌아서선 그 아름다운 환락의 맛을 혼자 싹 거두어가버리는 행혹함이라면 맞아들는지, 방금 걸음카타는 어린애를 용타고 하며 짝짝꿍 쳐주던 아버지의 인자함이 오라고 하는데까지를 못걸어온다고 하여 일약 엉뎅짝 박아내는 무자비함이라면 어떠할는지....
기억속에 저장된 어제날 생활의 페지들을 펼치고 자상히 더듬어 보면 내 삶의 스케줄에도 이처럼 빈 구석을 한타스는 묶어낼 수 있을 듯 하다. 매달의 생활비용을 계획해쓰는 일 한가지만을 놓고 말해보자. 처음에는 열심이 되어서 매일의 지출액과 지출명세를 꼭꼭 밝혀 적어놓는 일을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넉넉치 못한 봉급계층에 묻혀사는 몸이니 착실하게 다져가며 살지 않는다면 아니될 그 리유가 시켜서 하는 일이래도 괜찮겠다. 그런데 월말에 가보면 그 가정용돈지출기록부엔 처음 10여일쯤의 기록만이 알뜰히 적혀있을 뿐 뒤는 흘려버리고있는 찝찝함이 되어 있는 상황이 거의다.
하여 가끔 돈귀신에게라도 도적맞힌듯한 경제적 불확실함에서 신경질적으로 량미간을 찌프고 여기저기 숨은 돈이 있는가 하여 마구 들추는 때가 많다 끝처리가 제로였던 자신의 부실함을 비단천으로 덮어버리고 우리는 생활의 새 페이지에다 또다시 시작만 아름다운 함정을 파기 시작한다.
나는 이렇게 처음에는 마음의 작간에 속혀 오랜 세월을 살아온듯한 서글픈 느낌이다. 반성의 마음이 된다. 가령 인간마다가 나는 오늘밖에 못산다, 나의 여생은 오늘 하루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매사의 끝에 가서 한결같이 여물어있는 작법으로 대한다면 인간은 마냥 둥근달마냥 둥근 삶을 살지 않을까.
신문지상에서 본적이 있는 한가지 일이 내 필ㄲㅌ에 매달린다. 섬서에 사는 한 녀자는 여시 나와 같은 교원출신인데 50여년간을 가정용지출기록을 하루같이 기록하여왔다는 이야기다. 애초에는 별 큰 뜻이 보이지 않던 그 종이장들이 오늘은 변신을 하여 국가적 문물이 되어 박물관의 한 자료로 인기를 모은다고 한다. 시작을 했으면 꼭
끝까지를 바라보는 그 녀자의 꼼꼼함은 나에겐 그 어떤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든 두 입술을 부딪쳐 말하기는 쉬우나 그것을 알이 찬 자신의 실제로 만들기는 무지무지 어려운 법이다.
어느 누구든 생명을 갖고 있는 기간 스스로의 삶의 궤도에 알뜰함으로 매 한페이지를 꼭꼭 차게 엮어가고 싶지 않으랴. 어느 누가 스스로가 마음을 먹고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시작했던 일에 똥칠하는 패배자가 되고 싶으랴.
시작과 끝이 일치를 보기란 평민이 황제되기만큼이나 극난한 일이라는 일리는 사람들 모두가 모르는바 아니다. 다만 뒤를 보면 깨끗이 닦은 다음 옷을 입어야 하는 도리와 같이 일의 끝머리를 올바로 마쳐야 하는 일에 사람들이 해이해 있는 틀림의 이데올로기를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절박감이 적다거나 없다는 얘기다.
바로 이것이다. 발을 들었다가 땅에 내려놓지 않으면 그 다음의 걸음은 내디딜수가 없어지고 새로운 차원의 사작을 가지려면 끝이 깨끗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사의 성패는 어쩌면 마무리의 이미지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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