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중국 대학교들에서 한국어 밥그릇을 들고 있는 조선족 교수들 앞에 나선 새로운 과제를 풀어내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나의 초심이다.
아시다시피 한국어란 한국의 언어기준을 본따 중국의 중국인을 가르친다 하여 생긴 이름이다. 하지만 실제 공식적 이름은 한국어가 아니라 조선어이다. 그래서 연말 총화문이나 업적물을 제출할 때거나 프로젝트를 올릴 때는 조건없이 소속을 조선어로 써야 하며, 어떤 이가 갖고 있던 습관을 일시 고치지 못해 한국어라고 썼을 경우에는 다시 지우고 써야 한다. 하긴 컴퓨터의 힘을 입어 하는 일이라 별 손해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성 가신 부분은 없지 않아 있다.
이를테면 당사자가 지금 외출 중인데 표지의 소속을 고쳐야 한다고 인사관리부문이나 연구 부서에서 전화를 걸어왔다면 그 몇 글자를 고치기 위해 날개 달고 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답답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그러니 변화가 필요할 때는 때에 맞춰 스스로를 민첩하게 바꾸어내는 사람으로 살아야 불이익이 가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건 필요가 첫째라 이 시대의 맥을 바르게 짚고 가는 것이 밥 먹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필요함이 언어에까지 미치고보니 단지 변화란 말로 간단히 스치고 가기에는 무거운 듯하여 고민을 해 보는 것이다
요즘 중국 대학들에 있는 조선족 지식인들이 조선어의 힘을 통째로 포기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글로 발표한 학술논문은 중국의 학술 무대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각 대학들에 재직 중인 한국어를 가르치는 조선족 교수들은 우월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내에 조선글 학술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는 큰 길이 있었고, 게재된 논문은 인정을 크게 받아 높은 업적물로 평가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바닥 뒤집기가 되었다.
물론 우리글로 된 문학작품은 조선족들이 읽어주니 우리의 민족적 생활권 내에서는 그나마 얼굴이 서고 있다. 그런데 비문학적인 글의 경우에는 생존의 마당이 갈라터지고 있다. 평가기준에 있어 중국어만이 가능하기때문이다. 물론 중한 번역과 같은 공구적 의미에서의 언어바꿈은 이 범위 안에 놓고 의논할 바가 아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조선족선생들은 대부분이 유학파이기에 한글이 연구영역에서 1순위로 쓰이지만, 이제 이 언어적 우선 지위는 사라졌다. 자기 민족 언어를 씀이 순리라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발표한 연구 업적물도 이제 빠지는 해가 되어버렸다. 부연설명을 조금 더 한다면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는 한국의 최고급 학술지로, 한국 자국내 교수의 경우에도 일년에 단 한 편의 연구논문만 실어도 년간 연구임무를 훌륭히 완성한 것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이는 필자가 한국연구재단 관련부서의 확인을 얻은 바이다.
그런데 이제 중국 대학들의 한국어 선생들은 연구물을 한국연구재단 핵심 최고급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해도 일반 학술지 취급을 받게 책정되었다. 그리하여 조선족 교수들의 조선어로 된 연구 논문들을 요즘 학술 기후라는 저울에 올려 놓았을 때는 속이 빈 것으로, 무게가 나가지 않는 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어가 개설되어 있는180여개 대학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조선족들이 교수 진급에 제일 커다란 걸림돌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 이 새로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급선무로 나서는 건 관련 선생들이 중국어로 된 연구논문을 쓰고 발표해야 한다는 말이 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민족의 고유언어는 다만 소통의 공구로만 국한시키고, 보다 실속이 되는 부분은 중국언어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된다. 적응하는 것이 총명한 자의 선택이라고 한다지만, 적응이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것인가!
그리하여 현재 상황을 볼진 대, 전국 경내에서는 북경대학을 주축으로 하는 북경대학핵심학술지, 남경대학을 주축으로 하는 남경대학핵심학술지가 정해져 있는데, 어느 민족이든 중국어로 그러한 학술저널에 당신의 연구물을 실어야만이 해빛을 볼수 있게 되어 있다. 출판물도 외국에서 낸 것은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말에 대한 고집을 꺾어야만 할 때가 도래했는가? 이제 우리는 우리말로 가르치고 중국글로 펴내야 하는 다재다능 요리조리 조선족으로 살아야 할 시점에까지 온 것인가!?
2015년 2월 1일 해변옥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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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남춘애
날자:2015-03-15 12:45:39
반갑습니다. 생각 공유 감사합니다.
자기 민족의 언어문화를 갖고 살아가는 자부심이 발전하는 사회와 비례하지 못하는 현실이 다만 아쉬울 뿐입니다.
1 작성자 : 최균선
날자:2015-03-14 19:36:07
참 좋은 글을 잘 읽었습니다.
학술적인 글이면서 문학적이고 엄숙한 문제를 다루면서 해학적이여서 더 감명이 깊습니다. 문제파악이 투철하고 제기법이 심사숙고를 자아내며 조선족으로서 지성인 이라면 누구나 다 가슴에 손을 얹고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색하게 하는 참으로 훌륭한 글입니다. 읽으면서 많은 사색을 하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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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민족의 언어문화를 갖고 살아가는 자부심이 발전하는 사회와 비례하지 못하는 현실이 다만 아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