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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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꽃자매의 홀로 서기
2023년 02월 24일 16시 46분  조회:324  추천:0  작성자: 남춘애
  
   꽃과 대화를 해본 사람이면 알것이다. 그들과 마주보면서 미소를 주거나 잎을 만져주면서 칭찬의 말을 하면 꽃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쁨의 배낭을 확 풀어서 베풀기를 한다. 애무의 손느낌을 주면 꽃들은 하나같이 자르르하게 윤기화장을 하고 잎을 죽죽 편다. 그들은 이런식으로 행복 락원의 한 자락을 내어 준다.

    집에서 키우는 꽃은 비록 화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바람도 새소리도 없이 살지만 자연의 속성은 오롯이 갖고 있어 투정질 없이 그대로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해 있다. 해가 유리창을 뚫고 꽃을 찾아 비쳐들 때나 해가 기울어져 그늘이 져 있을 때나 하나같이 영양분 나누기를 공유하면서 자라기에 정진한다. 그들이 생의 찬가를 쓰는 최고의 방식인 것이다.

     오늘도 바쁜 시간의 꼬리를 잘라 거기에 한가한 시간옷을 갈아입히고 꽃들과 함께 한다. 이제 그들과의 대화는 내 삶에 정기를 받아오는 작은 여정이 되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쌍둥이 알로에가 잘있나 몸을 굽히고 보니 꽤 튼실하니 귀염상스럽게 자라고 있다. 옆으로 꽤 힘있게 뻗은 잎들에는 수분이 탱탱하니 차있고 잎을 지키는 톱니초병들도 꽤 촘촘히 박혀서서 꽃주인의 존엄을 살리고 있다. 나는 손애무로 그둘의 마음가까이에 다가갔다. 그런데 빤히 올려다보는 쌍둥이의 표정에 애원이 들어있었다. 좀더 가까이에서 눈여겨 살펴보니 두 그루가 키높이를 하느라 꽃잎들이 맞닿아 있기도 하고 아지끼리 비틀려 감겨 있기도 했다. 나는 일단 그들의 아픔을 다칠세라 조심조심 풀어주었다. 그리고 한 화분에서 거의 일년을 같이 살아온 그들을 갈라서 단독 거처를 마련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꽃집에 가서 알로에의 성장에 알맞는 부식토부터 구해왔다. 원래의 화분에서 그 둘의 몸을 갈라내기 위해 물을 채웠다. 물을 먹고 마르고, 마른 흙이 다시 물을 먹고 하면서 한없이 견고해진 원래의 집터를 허물려니 시간이 필요했다. 그 틈에 크기나 색상이 비슷한 화분을 준비하고 화분의 물구멍을 막을 작은 돌을 찾았다. 한참이 지나니 화분의 흙이 슬슬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물은 부드러움의 화신이라 그의 앞에서는 머리숙이지 않는 완고함이 없는 것이다.

    알로에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 쉽지 않았다. 흙은 고집을 버리고 부드럽게 겸손해졌으나 두 그루의 뿌리가 구불구불 화분 밑바닥까지 하나로 엉켜있었다. 서둘러 몸에 감긴 뿌리를 풀어주고 뿌리를 지켜주던 흙을 작은 힘으로 살살 털어냈다. 어떤때는 작은 힘이 큰 힘을 초과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뿌리를 풀면서 보니까 조금 더 늦어졌다면 그 뿌리가 성장의 밑보장이 아니라 걸고 넘어지는 무심한 심술쟁이가 될 뻔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뿌리들이 정직함으로 곧게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다. 사계절의 세례를 거의 피해가는 화분꽃이어서 그랬을까!
 
   일단은 두 그루를 감고 있는 긴긴 뿌리를 가위로 잘라주었다. 그리고 쌍둥이로 살던 꽃자매의 몸체를 살살 얼리면서 갈라주었다. 그들 역시도 생명인만큼 함께 있던 온기를 다시는 느끼기 어렵게 된 마당에 독립하는 설렘과 함께 헤어지는 아픔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뿌리에서 긴 부분은 잘라냈다. 뿌리가 다시 곧게 자라기 위해 분발해야 하는 리유를 깔아주었다. 그리고 꽃의 맨 아래 떡잎을 살짝살짝 정리해주니 녹색이 짙어지고 싱싱함이 살아나 훨씬 활기차 보였다. 이제 그둘은
이제 완전 각자가 되었다. 이제 그들은 삶의 새 장정길에 나섰다.

     양 화분에 옮겨심고 보니 크기 차이가 훨씬 분명히 안겨왔다. 같은 화분에 같은 영양을 똑같이 공급받았는데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은 것이 이상하다. 분명 한날에 나온 아지가 젖을 떼자마자 한날에 옮겨 심었는데 말이다. 생명이니 차이라는 륜리앞에서는 머리를 숙였을 것이다.
    
     이 자매꽃은 나에게 그냥 꽃이 아니다. 고향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5년전에 어머님을 고향 내몽골집에 모셔다 드리고 눈물을 휘뿌리며 기차를 탔을때 로모가 떠나는 기차역까지 달려와 주신것 이다. 딸에게 알로에를 닮아 건강하길 바라는 엄마의 축복이 숨쉬는 꽃이다. 그들은 자리를 옮겨서도 생명의 연속을 잊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새끼를 낳았다. 가끔 비실비실할 때도 있었으나 시간이라는 약을 먹고 자라가는 생명건강은 회복이 되였다.

     엄마꽃의 새끼가 이제 어른이 되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직은 서로 의지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 보따리를 차고 있을것이나 위로를 앞세우고 그대로 둘수는 없다. 꽃자매의 서운한 표정에 걸리면 그들의 미래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그들이 세월의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갈라놓기와 홀로세우기일 것이다. 이제부터 함께 했던 소곤소곤 귀속말의 따뜻함도 혼자된 썰렁한 가슴에 추억으로 새겨야 할 때가 되였다. 치유의 중임은 시간에 맡겨야 할 것이다. 시간이 정지하지 않는한 그들이 그 이별의 서러움에서 해탈될 길도 갈수록 넓어질 것이라 믿는다.
 
 



                                     발표내역: <연변녀성>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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