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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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희망과의 악수
2023년 02월 24일 16시 41분  조회:318  추천:0  작성자: 남춘애
 
    동동주를 마셨을 때처럼 마음은 지금 흥분의 옷을 입기 시작했어요. 봄은 사람들의 두터운 옷 단추를 벗기고 따뜻해진 얼굴을 갖다 대며 귀여운 애교를 부리고 있지요. 그 이쁨 나누어 보고자 외로운 마음의 정박소가 된 인터넷의 문을 열어요. 그리고 함께라면 무엇이든 좋아지는 친구에게 봄의 문안을 적어 보내요. 학위논문이 바빠도 봄의 요청장을 받고서 모르는체 하지 말자고 약속을 기대해요. 큰 사람 되는 언젠가도 자연의 품안에 머물며 살 인간이니 모든 욕심 해볕에 널어버리고 잠시 쉬여가는 한 페지를 쓰자고 포인트를 보내봐요. 봄의 잔치에 자리를 비우는 일 없이 사는것도 멋진 인생이 아닐가고 잔소리까지 붙여서 메시지를 띄워요. 그랬더니 “봄이 언제 왔어요?” 라는 물음표가 찍힌 마음의 소포가 다시 내 컴의 집에 와 기다리고 있었어요. 방구석 청지기가 된 그 친구 불러 내 올수 있을가 하는 깔끔한 생각도 함이 없이 거저 '올 때 되였으니 우리 곁에 찾아왔겠지요' 하며 아무쪼록 귀한 손님을 섭섭히 보낼 순 없으니 파티약속이라도 하자고 했었죠. 파티라면 공부에 빠져 사는 나에게나 문자의 생리를 새롭게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그 친구에게나 굉장한 축제의 날이거든요.

. “그랬구나 나는 봄이 온줄도 모르고…”
그 친구는 봄이 온 줄도 모르고 office에만 살았다는 이야기 였어요.

    자연의 죄꼬만 티끌이나 별다름 없이 살다가 가는 인간이 만물에 기회와 삶의 시작을 주는 봄이 옴에도 두문불출 연구에만 빠져있다는 그 사실에 저는 정말 슬펐어요.. 박사논문 때문에 마음의 가락을 흐트려 놓으면 안될 일이라고 하는 그 말에도 어쩐지 이해심을 보이고 싶지 않아지는 않았어요.

     인간에게 있어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확실한 기준치는 자신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애요. 돈을 많이 버는것을 성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가 하면 이름을 세상에 날리는 것을 성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구요, 또 이쁜 안해나 handsome한 남편을 만나 알뜰살뜰 행복을 만드는 것을 성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요. 나의 그 친구에게 있어 봄이 인간의 집 대문을 활짝 열고 서서 환한 웃음을 하는데도 눈길 하나 못 주는 그 박사학위가 성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돼요.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말을 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하나하나 결박해서 자기곁에 두는 것이 바로 성공의 원 이미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은 하면서 살아요.
     희망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만들어놓고 생명의 에너지 전부를 조금도 아까와 하지 않고 성공의 통장에 적금하며 사는 속에 자기 삶의 그라프를 그려가는 것이 바로 인간의 원초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하긴 우리가 말하는 행복이 바로 이런것일지도 모르죠. 행복은 때때로 슬픈 얼굴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 조금은 통하는 마음이 되여지네요. 슬픔의 집에서 세간 나갈수 없게 만들어진 인간의 길이 아닐가요.

    아이리스 머독이란 현존 여류작가가 한 소설 지문에서 적고 있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적어봅니다. “나의 행복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너무 슬퍼서 오랫동안 나는 그것을 불행인줄 알고 내던졌었다” 이 구절을 읽으며 가령 성공이 사람들이 말하는 복의 개념이라면 그 역시 때때로 슬픈 얼굴로 다가온다고 할수도 있지 않을가 싶네요.
     그러니 슬픈 얼굴로 고통과 실패의 모습으로 우리곁을 다가오는 것이 바로 성공이 주는 메시지 이겠죠. 인간은 그러한 체험과 늘 같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힘듬을 견디어 나갈 때, 많이 넘칠 때보다 모자랄 때, 그 속에 진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사는 사람이 될 때 그는 바라는 성공과 한몸이 될수 있다는 말이 된답니다.
    슬픈 얼굴 너머의 행복을 볼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엇인가를 위해 자신을 투자하며 살게 되고 그것이 이른바 바램의 대안에다 꽃다발을 놓고 기다리는 인생으로 꾸며 줄 것 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자연과 한 식구가 되여 봄의 품에 잠시 안긴다고 한들 그 아이디어의 그릇이 깨여지는 것은 아닐 것인데......
    아파트 앞에 소담스레 피여있는 하아얀 목련꽃 보며 봄을 다시 한번 느껴봐요. 소망이 생겨나요. 멈추어가는 시간을 갖는 인간이 되고 싶어져요. 쉬지 말고 갈 길만 재촉하는 지금의 삶의 템포에 여유를 불어넣고 싶어져요. 마음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인생이라는 식탁에 둘러앉아 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지고 싶어져요. 그러면 다른 한 삶이 눈 떨수도 있을테죠.

    쉬기 위해 쉬는 인생이 인간이 필요한 충전과 휴식을 기대 이상으로 줄수 있는줄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쉬임없이 달리기만 하다가 고장난 기계가 서듯 어쩔수 없이 멈추는 경우가 만들어 지면 나머지 인생의 노트에는 후회와 회한만이 아픔을 늘여 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희망을 파는 자동 판매기가 따로 있나요? 자연이 주는 선물을 누리면서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것도 희망과의 악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벗꽃이 축복을 내린 꽃길을 거닌다면 책을 읽는 즐거움보다 훨씬 더 큰 수확을 할지도 몰라요. 서로의 마음에 숨겨진 비전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 될수도 있고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따스한 봄볕은 소중한 우리의 꿈에다 키돋움 날개를 약속해 줄지도 모르죠. 나누고 느끼고 눈물짓고 다짐하며 자기 세상의 지도밖으로 행군을 하게 됨이란 늘 아름다운 일이지요.. 봄을 알리는 자연의 긍지감에다 피곤해진 마음을 기대면 청춘의 미소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지도 몰라요.

    봄은 그 어느 누구를 위해 늘 기다리지 않아줘요. 봄이 왔을 때 같이하고 마음의 집에다 봄의 영혼을 입혀주는 재주를 봄에게서 배워 두길 바란다면 봄의 계절을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이치임이죠. 고운 꽃도 피는 계절이 있는지라 사람의 꽃이라고 어찌 늘 피여 있을가요.

가슴의 귀를 세우고 자연의 말을 들어봐요. 자연은 말을 해요. “스스로의 생에다 쉼표를 찍어주며 사는 인생을 만들어 가세요. 이것이야말로 군이 만드는 지혜의 극치랍니다.”라고요.

   나의 그 친구도 봄의 충고를 듣고 나와 함께 봄 축제의 파티에 일원이 되였으면 하고 기대해 보며 이 글을 마감해요.





                                   2005년 4월 초순 창작


                            원제목: <봄이 언제 왔어요?>
                            발표내역: <연변문학> 200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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