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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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버스는 지나가지 않았다.
2021년 02월 08일 18시 30분  조회:305  추천:0  작성자: 남춘애

                                버스는  아직도 지나가지 않았다.
                                  남춘애
 
 
    보충 웨딩사진을 찍을 데 대한 남편과의 약속은 내 인생의 레루를 따라 장장 20여년이나 같이 걸어왔다. 말하자면 보충 결혼촬영 에 대한 화두는 내 생활의 한 구석에서20여년 동안 같이 살아 있은 것이다. 지난 그 세월 동안 그것에 대한 생각은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꿈마냥 늘 내 마음을 장식해 주었다. 내내 마음에다 품고 자고, 품고 일어났으니 그것은 나에게 있어 꿈이 되고도 남을 것 같다. 거창하다고 하여 아름다운 꿈이라고 이름해  주고, 작다고 하여 하잘 것 없는 나부랭이 취급만 하지 못할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이기도 하다.
사실 결혼 할 때는 그 어려운 시절에도 대학 공부 할 수 있은 것 만으로도 족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수저 한 벌 없이도 한 지붕 밑에서 한 이불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결혼한 첫 몇년은100원도 안 되는 매달 월급으로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그저 생활은 늘 환한 미래로 충만된듯 하고, 내일이 항상 보여서 좋은 느낌으로 서로를 아껴주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의 오리가 굵어지고 잔 손금이 늘면서 자꾸 그러한 원래의 마음이 서글퍼지는가 싶고, 또 섭섭한 생각이 들 때가 많어졌다. 그런데 그것이 뭔지 스스로도 정답을 얻어내질 못하고, 그저 연고없이 속이 쓰려나면 하소할 데를 찾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새집들이 하는 젊은 동료의 집에 모이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내가 마음으로 늘 바라던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 젊은 친구의 새 집은 결혼한 후 반년 만에 시아버지가 직장에서 타게 된 집인데, 그 집을 아들 며느리에게 준 것이다. 집들이 모임에 참석한 우리들은 은근히 그녀의 그러한 시가집 배경에 부러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날 쏸차이에 당면과 돼지고기 삼겹살을 넣고 끓인 냄비 반찬을 가운데 놓고 술잔을 나누며 주고 받은 인생이야기는 지극히 즐거웠었다. 술이 좀 되었다 싶으니 화장실 드나드는 치들이 늘어나면서 자리가 자꾸 비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는 지금 처럼 노래방 문화나 찜질방 혹은 마사지 문화가 낯설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이야기로 알콜 소화를 하면서 한가한 밤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나도 화장실을 가려고 좁은 식사칸을 비집고 나왔다. 나는 술김에 빨간 사과가 되어버린 얼굴을 냉각시키느라고 얼굴에 냉수를 수없이 끼얹었다. 그러고 나니 좀 정신이 나는 것 같아서 그곳을 나오다가 거실의 벽에 걸린 액자를 보게 되었다. 그 액자 속에는 신혼부부가 서 있었는데, 한복을 입은 아름다운 신부를 은근하게 보는 신랑의 그 눈길이 너무 신사스러웠다.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세상에 제일 보기 아름다운 화폭은 신랑신부가 가지런히 섰을 때의 모습이라고 하던 친정 엄마의 그 말씀이 떠올랐다. 정말 그런것 같았다. 그 확대된 사진 속에 서 있는 신혼부부의 모습은 만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다 가지고 있는듯 했다. 왜 그런지 그 웨딩 사진을 보면서 내 마음은 은은히 아려왔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자신이라고 늘 자신했었는데, 그러한 행복을 담은 사진 앞에서 무한정 약해지는 이유가 뭔지를 내 가슴은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 결혼할 때 제로로 생활의 여정을 시작했으니 남이 하는 대로 흉내를 낼 수 있는 여지란 전혀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때는 서로가 한맘, 한몸이 되어 자식 낳고 살면 생활이지, 이런 저런 바람이 다 무슨 소용이더뇨 했었다. 그런데 행복의 대명사 같은 그 웨딩 사진을 보는 순간, 내 가슴엔 바람이 들어도 단단히 들어버렸다.
그날이 시작이었다. 말이 많아지는 때마나 나는 언제면 우리 부부도 그런 웨딩 사진을 보충할 것인가를 잊지 못했다. 나중에는 그것이 내 푸념이 되었고 내가 남편과 주고 받는 말의 소금이 되었다. 남편은 처음에는 그럴듯한 약속을 해 주기도 하고 또 정말 그렇게 할 것처럼 귀에 속속 들어오는 말도 제법 해 주었지만, 세월이 오래 흐르니 남편은 잊어버리기나 한 듯이 묵묵 부답이었다. 그때부터 웨딩 사진을 보충 촬영해야 겠다는 염원은 내 생활의 한 구석에 서서 항상 나를 지켜주었다.
날이 갈수록 나는 웨딩 사진을 남겨야만 내내 가정 생활에 사랑이 오손도손 넘어나게 살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언젠가 꼭 그 사진을 남겨야만 백년을 같이 갈 것이라는 나름 대로의 공식으로 인생을 쓰려 했었다. 남편은 남이 아름답다고 하는 그림은 척척 잘도 만들어내면서 아내가 꾸며보자는 그 아름다움에는 왜 늘 타이밍이 안 맞는지, 납득은 땅이 꺼지도록 되지 않았지만, 고집스러운 황소 끌듯이 촬영소로 이끌고 갈 수도 없는 일이다.
어느덧 나는 남편의 그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텅빈 말로 인생의 중턱까지 헐떡거리며 올라왔다. 나도 이젠 제법 흰머리가 늘어나기 시작하여 가끔 남편의 손을 빌어 그 흰머리를 뽑는 처지가 되어 버렸고 머리카락은 하루하루 낙엽을 닮아가고 있다. 이렇게 내 삶이 이미 늙음이라는 나무의 그늘아래에 사는 처지가 되어서 인지, 나도 거의 그 일을 잊은 듯 하다. 그런데다가 변하는 시대의 줄에 당당히 서자면 공부도 좀 해야 겠고, 또 어른이 다 된 아들애의 앞날에 대해서도 구상을 좀 씩 늘여가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꾸 비만해지고, 로쇠해지는 건강 상황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때다. 그러니 내 생활의 꿈도 자연도태가 될 때가 되었는가 보다..
그런데 오늘 남편이 난데없이 불쑥 전해오는 말에 가슴은 다시 설레이고 말았다. 아름다운 가을도 그냥 보내지 말고, 바다 구경도 할 겸, 웨딩 사진을 찍으러 가잔다. 그리고는 시다 달다 아무 말도 없는 나를 내버려 두고 서재에 가벼렸다. 나는 화장실에 가는척 하면서 서재안을 눈질 해보았다. 그가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남편은 미술촬영전용의 카메라를 꺼내놓고 한참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설레이는 마음을 누르고 나 몰라라 라는 배심을 보였다. 내가 마음 아프게 그 사랑 노래를 부를 땐 뭘 하고 있다가, 젊음이 겨우 눈꼽 만큼 남은 지금에서야 이미 잊어진  내 꿈의 가사에 악보를 세팅하려 서두르는지. 나는 한편 그러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아무말 없이 침대 머리에 기대어 내 볼 책만 보고 있는데, 그러한 나의 심정을 읽은 듯이 남편은 방으로 들어와 내 곁에 앉았다. 곁눈으로  보니 웬 보따리를 안고 있었다. 내 한복과 옥패를 싸놓은 그 보따리었다. 남편은 그 보따리를 곱게 풀어헤치고 한복을  두손으로 들어 꺼냈다. 그리고는 옷장 구석에서 다리미를 찾아 냈다. 뚱단지같이 갑자기 뭐하려냐고 묻는 말에 한복 다림질을 하여서 내게 입히겠다고 한다. 남편은 서투른 다리미질을 시작하였다. 언제 눈에 익혀 두었는지 내가 하던 것처럼 손수건을 대고 조심스레 다림질을 하고 있었다. 다리미를 먹은 한복 옷 고름은 금방 예쁘게 기재개를 폈다. 반쯤 몸을 일으키고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은 전에 없이 멋진 웃음을 한방 날려왔다. 그러면서 우리말에 서툰 그가 언제 배워뒀는지 버스는 아직 떠나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평소 같으면 닭살이 될 만큼 어색할 그말이 왜 그리 내 마음을 녹이는지. 나는 그 동안 내 마음을  섭섭하게 한 세월에 낀 때가 얼마나 두꺼운데, 하고 불평으로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웬 걸, 그 불평으로 가던 내 마음은 어느새 유턴을 하여 제 그림에만 파묻혀 있던 남편에 대한 야속함을 풀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2009년 11월 연변문학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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