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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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만족의 집에서 살고지고!
2023년 01월 12일 09시 33분  조회:181  추천:0  작성자: 남춘애
         
        만족의 집에서 살고지고!

      무릇 정상인이라면 가난한 날에는 살아가기가 막막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러한 설법에 의문을 품어본적은 없다. 가난한 날을 밥먹듯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주는 확고한 신념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때는 밥상에 반찬있는 날이 많지 않았는데, 거의 끼마다 노랑 조밥에 간장을 비벼먹었던 기억이다. 조밥이 까칠해서 잘 넘어 가지 않으면 물독 바가지로 냉수를 벌컬벌컥 들이키고 단지 배를 불리기 위한 목적으로 좀 편해진 식도 안에 다시 밥을 떠 넣군 했었던 지난 시절의 모습도 삼삼하다. 그리고 통옥수수에 팥알을 넣고 삶아먹는 통옥수수밥에 비하면 조밥은 또 열배의  사치라는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조밥과는 달리 통옥수수밥은 목에 걸리진 않는다. 그러나 밥알이 너무 굵어 배 불릴 때까지 씹다 나면 양볼이 무감각해지고 맛감이 무뎌지게 된다. 별 수 있나, 세상만물 속에 얹혀 살려면 조건 없이 먹어야 했던 시절에 양식이 되어준 옥수수밥의 추억에 감사를 드려야 하겠지! 그밖에 감자알로 하루를 살기도 했었는데  감자알은 윤활하고 달큼한 맛이 있어 먹기가 괜찮았었다. 감자를 쪄서 먹는 것이 주식이었고 엄마가 손이 돌아가시면 가끔 감자떡도 만들어주셔서 그래도 괜찮은 기억을 남겼다. 그렇지만 그 때 그 맛에 질려버렸는지 지금도 감자요리는  내 식단에 적혀있지  않다. 먹는 것도 변변치 않았으니 입는 것은 말해 뭘하랴. 한 겨울동안 속옷없이 팬티 위에 솜바지를 입었을 때 칼바람이 그채로 몸을 토막쳐 먹던 추운 기억이나, 갈아입을 옷이 없어 빌려입던 슬픈 기억이 지금도 파랗게 살아있다. 그러한 아픈 기억들이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 으로 남았다. 이유는 그런 극한을 이겨내고 좋은 생활을 마련하는 오늘이 있어서 그럴까!.

     옷 가난은 그런데로 참을 수 있었으나 배 가난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낮에는 그럭저럭 집일이나 장난 속에 시간을 쉽게 보냈지만 잠자리 이불 속에 누웠을 때 찾아오는 고픔의 고통을 달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밤이 어쩌면 그렇게도 길었는지! 설이나 부모님 생일을 내놓고  고기 구경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어쩌다가 육붙이를 먹는 경우에는 가난에 길들여진 배가 기름진 부자음식에 체해서 설사만 하는 때가 거의다. 아마도 성장기에 든 마을의 청년들도 그러한 고기의 고픔을 참지 못해 그랬는지 여염집 닭을 훔쳐다 밤도와 같이 고와 먹기도 하는 일도 여기저기서 생겼었다. 지금도 환한데, 어느 하루 밤에는 우리 집에도 닭도적이 들었었다. 한밤중인데 닭의 집에 뱀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닭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아빠 엄마는 손전지를 들고 속옷바람으로 번개같이 뛰어 나갔으나 날렵한 총각들의 꼬리는 잡지 못하였다. 엄마는 날이 희붐히 밝기 바쁘게 닭들을 집합시켜 놓고 열번도 넘게 헤아렸지만 끝내는 씨암탉 세 마리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말았다. 그때 아픈 가슴을 두드리며 푸념반, 저주반을 반죽하시던 엄마의 목소리와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영화를 돌린다. 후에야 안 일이지만 오빠도 또래들 몇몇이 남의 집 닭장을 털어서 궁증을 뗐다고 한다. 그러니 가난 앞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그런데 없다. 그런 지지리 가난한 날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곧은 절개를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가난한 날에 밥은 하늘이고 땅이라는 설법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생활은 옛날에 비하면 지주가 되고 자본가가 된 듯이 호사스러운데도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법에 시장이 크다. 나는 이에 대해 일찍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런 느낌을 따르게 되는 것은 나를 포함한 인간들이 무엇이 잘 사는 것인 지에 분별이 서지 않았기 때문일까. 

      알다 싶이 오늘날은 배불리는 일에 걱정이 필요없을 뿐 더러 마음만 먹는다면 산해진미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 속에는 남이 먹을 수 있는 산해진미를 자기는 먹을 수 없음으로 하여 자기의 생활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길들어있다. 그리고 자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저쪽에 별장이 일어서면 금방 못사는 사람으로 전락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A라는 사람이 붐비는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가 B라는 사람이 자가용 차에 앉아서 오가는걸 보면 그 역시  금방 못산다는 느낌 속에 빠져버린다. 월급이 대폭 인상되기는 했지만   자기 보다 많이 또는 곱으로 버는 사람들만 눈에 담는 사람도 천만억만으로 늘 판이다. 그래서 요즘들어 보통 우리들의 귀를 배불리는 요인은 ‘젠장, 요즘 세월은 참 살기가 쉽지 않다니까’라는 맥빠진 소리들이다.
 
      모르긴 해도 잘 산다는 것은 스프링 성격을 가진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숨쉬는 시대에는 생활을 윤택시키는 물질이 유족하고 치부의 정보가 넘쳐나고 있는 배면에 빛나는 유혹과 어두운 함정도 심심찮다. 그런 이유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족함을 느끼는가 보다. 또한 그런 연고로 개인 의지에 따른 당당한 선택 사항이 가난한 날에 비해 엄청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대신 만물이 충분한 오늘에 무엇을 갖고 싶다면 금방 무엇이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어제로 되돌아가 보면 가난했던 나날들에 진정 마음심처로부터 우러나온 최선의 요구라면 단순히 배불리 먹는 것 뿐이다. 어느 신문에서 얻어 읽은 것인데, 귀주성의 어느 궁벽한 산골에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할 것없이 밥만 배부르게 먹으면 한가히 모여 해볕을 쬐면서 자연도 누리고, 밤이 되면 달콤하고 행복한 잠을 잔다고 한다. 그들은 만사에 마음을 긁지 않기에 눈길이 갖 태어난 새끼양처럼 부드럽다고 한다. 그들의 삶의 모습 속을 잘 들여다 보면 가난이란 살기 어려운 나쁜 면을 갖고 있지만 만족하기 쉬운 좋은 면도 갖고 있음이 해명된다. 인간은 만족하면 행복해진다. 만족이란 것은 마음의 상태에 대한 정의이다. 지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가난한 날에 힘든 것은 배고픔이고 유족한 날에 힘든 것은 마음의 고픔이이고 즐거움의 고갈이다. 그런데 마음에 여지가 없고 기분이 상쾌하지 않으면 무엇을 먹은들 맛을 느낄 수 없으니 행복의 그림자는 자연 멀리멀리로 사라지기 가버린다.
 
      알고 보면 잘 산다는 것은 물질의 것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보다는 정신의 것이고 마음의 것이고 영혼의 것이다. 그렇다면 흔히 인간의 삶의 본원을 좌우하는 영혼은 어디서 우리 곁으로 오는건가? 영혼은 독서에서 오고 자기 가꿈에서 오고  지혜에서 오고  안정된 마음의 샘에서 솟는다. 영혼은 거지같은 허영을 멀리했을 때 오고 걸레같은 욕심을 접었을 때 온다. 영혼은 또 시간을 아낄 때 오고, 타자를 존경할 줄 아는 사람에게 왕림하며, 건강관리를 잘 할 때 찾아든다. 그러니 사실 잘 사는 것은  개개인의 마음이 그려진 손안에 담겨있는 법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자기 손안에 있는 이 운명을 보좌하는 기교 다듬기에 게을리 하고는 “내가 어디가 부족해”하는 불평의 뿌리만 키우는데 신경을 세운다.
     그러니 잘 사는게 뭔지 모르게 되는 것에는 서로 다른 정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원제목: 욕심을 멀리하는 길은 어디에 있나?





                                    발표내역: <송화강> (2018년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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