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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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작은 설 (小年)
2023년 01월 13일 15시 22분  조회:169  추천:0  작성자: 남춘애
                     
      내일은 소년<小年>이라고 부르는 작은 명절이다. 우리의 정보통인 위쳇방 이방저방들에는 ‘소년행복’이라는 말들이 눈과 귀를 ‘오염’시키기 시작했고 그것도 성차지 않은 사람들은 멋진 그림과 우미한 음악을 배경화하여 그 모두에‘소년’이란 꼬리표를 달아서 배달을 거듭하고 있다. 내일은 작은 설이니 물만두를 만들어먹어야 한다는 시누이의 전화가 들어오는가 하면 살림집 주변을 감도는 매캐한 폭죽냄세 또한 설의 흥건한 기분을 더해준다. 개인 위쳇으로 들어오는 인사말도 심심치 않다. 내일을 찾아가는 오늘의 이 하루시간은 아무래도 ‘소년’의 아름다운 연무에 묻히고 말것 같다.
 
     엄마가 남겨주신 기억에 의하면 이날은 단지 섣달 스무사흩날일 뿐이고 명절로는 말씀하시지 않았었다. 그러나 풍랑이 유난히 심했던 력사흐름에 밀려 터전을 옮겨 앉았고 현재는 공동체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사는 우리에게는 우리가 안겨 사는 이 나라 이 명절을 지나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공부해 보면 작은 설은 선진(先秦)때부터 몇천년 동안을 중화민족의 정서와 함께 해왔음을 알수 있다. 100여년도 넘게 이 대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온 우리는 이에 낯설지도 않다. 
나는 사전에서 소년<小年>의 유래에 관련된 글귀들 속을 바로도 보고 거꾸로도 봐가면서 그 의미를 알아내고자 열심했다. 그 글귀들을 바로 보는 것은 전통문화의 흐름선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해진 해석의 궤도를 따르자는데서이고 거꾸로 보는것은 글자 뒤에 숨어있는 역사의 내력에 새 의미를 부여해보자는데서이다.

       소년<小年>의 내력을 지지콜콜 알아보기 전에 결과부터 말한다면 이날은, 말하자면 매년 섣달스무사흩날은 하늘에 사는 지존의 존재인 옥황상제를 찾아가는 조왕신 (灶神)에게 제를 지내고 이로 평안을 비는 날로 알려졌다. 
      조왕신은 누구이고 또 어찌하여 그는 옥황상제를 면대할 수 있는 대운을 가지게 되었을까? 나는 이것이 궁금해져 깨알사전을 아래우로 글귀짬을 훓어보았다. 버전이 여러갈래로 뻗어나가긴 했으나 뿌리는 하나로, 알고 보면 조왕신으로 추대받는 그 신적인 존재는 원래 평민출신의 장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일개 남아로 몇천년을 누리고 있는 중국의 전통세속문화를 만들어낸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삶의 옳바른 도덕의 룰을 지키지 않아서이라는 것이다.
 
      장생의 이야기를 알아내는 순간 사람이 유명해지는 길은 성공에서뿐만 아니라 대실패에서도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 성공만을 향해 가는 세상길은 좁아질대로 좁아져 수없는 실패자가 속출하는게 삶이니 장생은 남다른 삶을 꿈어본 것일까? 대실패를 하여 위망의 탑을 올려보자고 생각했을까? 그도 나름 성공의 그림을 그리려 애쓰다가 거기까지 갔을까? 상상을 그만두고 장생을 알아보자.

     장생은 혼인할때가 되어 성가를 하였다. 가정이 생겼으니 그 책임에 충실하고 아내에게 충성을 바치며 사는것이 정리였으나 아내를 맞은 후로는 세상 만방의 주색에 풍덩 빠져 원래도 얇았던 가업을 다 탕진해 먹고 나중에는 알거지로 나앉게 된다. 빌어서야 배를 달래며 사는 삶이 몸에 베어서 살던 어느날, 장생은 밥을 빌러 갔다가 전처 곽정향네 대문을 두드리게 된다. 루추한 꼴로도 밥을 듬뿍 담아준 그 고운 마음의 임자를 보고자 머리를 드는 순간 바로 자기의 전처임을 알아보고 장생은 지옥의 손에 잡혀버린다. 그는 자기의 과거 삶은 무릂을 꿇어도, 신령에게 호소를 해도 다 무효임을 그 순간에 깨닫는다. 붉은 쇠붙이를 쥐고 손이 타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자신을 찾아낼수만 있다면 그는 과감히 그길로 가고자 했을것이나 자기에게 남은 생은 오직 죽음이라는 판단을 한다. 그는 부끄러움이 너무 깊어 죽어서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이름모를 민가집 부엌의 가마밑에 붙어 음식을 만드는 불에 타 죽어버린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이 일은 9만리를 달려 옥황상제의 귀에까지 전해진다. 옥황상제는 이 일의 자초지종을 안후 장생이 자기의 후안과 무치를 깨닫고 생명을 접어버렸다는것은 그에게 아직 구원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너그럽게 여기고 그가 부억솥 밑에 붙어 죽었다하여 그를 ‘조신’ 즉 ‘조왕신’로 봉해준다. 그리고 해마다 그가 육체를 죽인 섣달스무사흩날에는 조왕신을 상천하게 하여 지상인의 삶의 모습을 고하여 듣도록 정하였다.
 
     나쁜 일에 푹 빠졌던 장생이 그 추악한 본질을 알아보고 죽음을 택하는 각성을 가져오는 순간부터 삶의 대운은 빛을 동반하여 찾아온 것이다. 그는 옥황상제의 명에 따라 해마다 하늘로 올라가서 지상세계를 보고하게 되는 최고의 역을 담당한다. 조왕신이 대접을 받을 절호의 기회는 이렇게 온 것이다.
 
     이날이 되면 민가들에서는 총동원이 되어 자기들의 대표로 뽑혀 상천하는 장생을 섬기는 일로 하루를 보내면서 즐거움을 만끽한다. 일단 먼저 일년내내 묵은 먼지들을 털어내고 진수성찬을 마련하여 먼길 떠나는 조왕신을 바랜다. 민생들은 이렇게 하는것이야말로 조왕신이 평안하게 하늘나라로 도달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옥황상제에게 자신들의 삶의 모습이 아름답게 전달되길 기원했을 것이다.
 
     운이 따르자고 작심하면 요술쟁이도 피할 수 없게 되나보다. 전생에 있었던 깨달음 하나로 조왕신은 하늘로 올라가 그곳에서 한주 동안 업무보고를 하고 마지막 날 즉 섣달 그믐날에는 다시 부억가마 밑으로 귀환하여 다시 성대한 대접을 받는 운명을누린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해동안 행했던 선과 악이 조왕신에 의해 일일이 옥황상제에게 알려지고 이를 기준으로 옥황상제가 다시 상과 벌을 내린다고 생각하여 그가 오는 그믐날에는 더 큰 잔치를 벌여서 영접하는 일에서 복을 느낀다.
 
     조왕신은 하늘로 올라가는 날 최대의  대접을 받는다. 아마도 좋은 것이 좋은것이 라고 하여 민간에서는 삶에다 길함의 의미를 싣고자 매년 섣달스무사흩날을 조신의 업적을 기리는 작은 설로 정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날부터 시작하여 일년 동안 일에 절어진 심신에 충분한 쉼을 주는 날로 기억하는것도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거꾸로 보는 시간을 잠깐 가져본다. 새로운 해석들이 인식의 그릇을 채울만큼 줄을 섰다. 그 중 단 한가지만 설파하고자 한다. 그것은 이 세속문화의 바탕에는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착각되는 뇌물문화, 우리의 현대식말로 한다면 선물문화가 기원되지 않았나 싶다. 조왕신에게 잘 보이기 위한, 옥황상제에게서 벌이 아닌, 상을 받기 위한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것이라 하여도 괜찮을듯 싶다. 여기에서 당신도 좋고 나도 좋은 것이 다 좋은 것이라는 중용 문화의 원래의 모습을 읽게 된다.
 
     이처럼 작은설은 나에게 중화의 기둥문화 중용의 근원을 리해하게 하는 날이라 하여 작은 설레임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날은 집집마다가 사람마다가 새해의 희망을 시작하는 동락의 날이라는것에 더 큰 의미를 실어주고 싶은것이 현재 나의 진실된 마음임도 밝혀두고 간다.


                                   

                                                                                        2023년 1월 13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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