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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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차향에 담아보는 쉼표
2023년 01월 15일 13시 15분  조회:254  추천:0  작성자: 남춘애
                 
                 
       나는 차를 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다. 처음 차와 가까와진 것은 그윽한 차향이 좋 아서도 아니고  소음에 젖은 마음에 고요함을 찾아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북 극곰처럼 둔갑을 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던 내고향 내몽골의 겨울을 녹이기 위 해서였다. 그러니 내가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양생을 잘 되게 하는 건강도우 미로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는 하루에 차 두 잔 쯤을 하지 않으면 생활의 어느 한 구 석에 구멍이 나서 원 기가 새어 나가 찬바람 손을 이끌고 오는듯한 느낌이다. 이제 하루에 차 두잔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보통 나는 아침 아홉시쯤에 차를 마시고 오후 두시쯤에 차를 마신다. 내가 차를 마시는 시간 때만 본다면 커피 대용의 각성제 혐의도 살짝 묻어나나 사실 은 무관하다.
 
     나에게 있어서 차를 마시는 것은 삶의 얼굴에 즐김의 꽃점을 찍는 일이다. 차를 마실때 제일 먼저 수확하는 것은 일상의 잡귀신을 멀리로 밀어내고 미묘한 향기에  젖어버리는 일이다. 뒤이어 나를 찾아오는 것은 차에서 풍겨나오는 한가로움의 부호 들과 청순한 기운의 고백들이다. 그 느낌의 마디마디를 자르면서 차물을 마시다 보면 차잎이 어김없는 풀로 태어났으나 사람들이 지고무상의 높이가 담긴 윙크를 보내는 리유를 알만하다.  차야말로 신령스러운 풀 가운데서 으뜸일지어다!  

     나는 차한잔으로 잠시나마 스스로와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즐긴다. 그래서 나는 ‘차를 마시면서 인생을 얻는다’고 말한 사람의 말에 깃든 의미를 새길 수 있다. 차 한잔을 앞에 놓으면 우선 계절과는 관계없이 연녹색의 세계부터 향유하게 된다. 그 차를 마시면 몸의 세포마다를 다시 줄세워주는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그 다음 한모금을 마시게 되면 마음에 쌓였던 먼지가 씻기면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노여움으로 차있는 마음의 얼굴도 보이고 어떤때는 교오자만으로 차 있는 자세도 보이며 어떤 때는 일에 절어서 삶의 아름다움을 못느끼고 있는 마음의 바탕도 들여다 보인다. 차를 한 잔 하면 이러한 자신의 모습에 말을 걸어보게 되고 새롭게 꾸며보려는 자신을 발견하게도 된다.
 
      나는 마음에 앙금이 생겼을때도 그것을 희석시키는 일을 차 한잔에 맡겨준다. 시대의 흐름에 종양이 생겼을 때나, 새 손님을 모시는 잔치도 삶의 손이 터실해졌을 때도 차 한잔에 부탁한다. 그런가 하면 저기 멀리멀리 원해로 떠나버린 정의 쪽배를 되돌리는 거대한 일도 따듯한 한잔 차로 해결의 단추를 연다. 정말 누군가가 늘 함께하는 꿈의 부처님을 품고 산다면 아마도 그것의 정리과정은 차 한잔이 필요할 것이다. 자그마한 한잔으로 마음을 비춰주고 마음의 생김새에 잘 어울리는 파란 그림을 그려진다.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말은 세상이 내몸에 지워준 짐들을 엮어서 지고 걷는다는 말이 된다. 그 짐을 가볍게 지고 가려고, 그 짐을 멋지게 지고 가려고 우리는 몸부림을 친다. 그 와중에 차를 마신다는 것은 잠깐이나마 허기진 마음에 쉼을 주고 어루만져주는 것이다. 차잔을 들고 향을 음미하는 시간은 유익의 억대 플러스이다.
  
     이렇게 나는 차에 취한 여자로 산다. 정과 사랑에만 취하는 것이 인간본연인 줄 알았던 내가 차에 취할줄은 몰랐다. 취함이란 여유로움의 좌판을 마주하고 앉아 차잔을 기울이고 한담을 풀어내며 세월의 한오리를 자를 때 오는 우스운 만족일가! 아니면 눈가의 주름살도 잊고 마음의 오지까지를 드나들면서 충만감을 빚어내는 박수 같은것을 두고 하는 말일가!  혼탁의 세계로 달려가려던 마음의 수문을 유연하게 막고 또 하나의 세상을 열어보는 상서로운 기운일가! 모를지어다! 인생의 무기력에 쫓기고 뜯기고 핧귀고 하다가도 차한잔을 들고 차잔을 곱게 기울이면 어언간 마음의 발길은 행복을 향한다.
 
     내가 이렇게 차잔에다 삶의 여유를 담고 있을 때 어떤 이는 술향으로 시작과 마무리를 바라는 세상으로  행진하기도 한다. 술에 취하는 것이 어찌 만천사를 다 포용한 차의 게임이 되겠냐만, 차와 술을 가지런히 세워 본다. 술에 취하는 것은 일단은 심장부터 마비시켜야만 가능해지는 일이라고 할 지어다. 가슴의 약속을 술에게 저렴하게 팔아먹었는데 또 뭐가 중요한 것이 있을소냐! 그러니 술에 취했을 때는 쓰리고 어지러우며 속의 것을 다 퍼낸것 같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 허전해진 껍데기를 채우려 혀바닥이 굳어질 때까지 헛말을 하는 것이겠지! 힌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말에 담기 거북한 그 무엇으로 심장에 든 공허를 쫓아내야 한다는 얘기이니, 과연 이를 참아내고 자신을 건지는 자가 있기나 하려나 몰라! 모르긴 몰라도 술독에 들어갔다가 양말을 넥타이 대신으로 매고 나선 사람을 웃을 것도 없다. 누구든 술의 유혹에 빠져있는 시간엔 아름다운 함정의 손을 잡고 또렷한 의식의 여명이 올 때까지 헤매며 발이 가는데로 거닐어야 하는거니까!
 
     술에 흩어진 맥을 잡아주는데는 차만한 것이 없다. 알콜이 들어가 휘정거려놓은 혈액을 고요하고도 잔잔한 한잔의 차로 안정을 찾아주고 희열이 고여오르게 하고 가슴에 넘쳐나게 하며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하여 준다. 이것은 차 한잔이 향유하고 있는 특권이다. 화가 났을 때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을 테이블 가운데 놓고 진 정해 보려고들 하겠지만, 커피 한잔의 힘을 어찌 감히 푸른 자연의 심장을 닮은 파란 차물에 견주랴. 차에 꼭 맞는 적성은 미소이고 나눔이고 다정다감함이라 했거늘, 횡설수설을 뿜어대는 사람이 잔잔하고도 거대한 그의 지성 앞에 나설수가 있겠는가!
 
    영혼을 재는 잣대를 가지고 희노애락의 사이즈를 진단해 낸 후에야 상대자를 마 주하는 것이 차물이 갖고 있는 인격이라 했거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기 전에 그와 만나기를 삼가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닐가!
 
      평안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기울여 한가로움을 지어내는 일에는 차를 따를자 없 을지어다. 벗과 더불어 찻잔을 기울이며 한담을 하면 세속의 미가 도처에 있는듯하여  마음 컨디션에 대한 최고의 오일마사지가 될지어다. ‘시간이 곧 돈이다’ 라는 관념카드를 앞에다 놓고 차를 마시는 사람은 그 시간이 낭비로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사람이란 노년을 향해 살아가는 존재이니 시간을 제로로 무시하는 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가! 우리가 한가한 시간을 내여 매일 한 두잔의 차를 마신다면 머리를 고요하게 하는 휴식이 될 수도 있고, 마음의 균형을 이루어내는 유익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잔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마시면 생각이 깊어지며 마음의 번뇌가 사라지고 혼미한 정신이 번쩍 깨어나며 목이 시원해져서 청아한 목소리를 낼수 있다.’고 한 옛시구가  천만대사람 들에게 회자되는 리유가 자명해진다.
 
     일에 쫓겨서 바쁘다를 입걸이로 걸고 사는 요즘 인간에게 차를 마시며 삶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줄 아는 자신을 훈련한다는 것은 지극히 필요하고 또 지극히 인성적이라 할 지어다. 지나치게 격렬한 하루들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다 보면 일의 뺑뺑이만 돌리게 되고 돈맛만 그리게 될 것이니, 잠깐이라도 시간을 비우고 차 한잔 하면서 마음의 때를 밀어주는 시간을 가져봄이 어떠할지. ‘향기로운 차는 헛된 꿈을 깨게 만든다’고 육유는 말했고 ‘한잔의 찻물은 종일토록 두눈을 반짝거리게 한다’고 증공은 읊었으니 차향기 속에 인생을 담아놓고 잠시 취할 만도 하겠다. 한 두 줄기의 차향기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며, 생활의 긴장을 잊게 하고 번뇌와 세속의 때를 하늘 밖으로 던져버리게 한다는데, 이보다 더 바랄게 무엇이 있을소냐! '너무 부림을 받은 말은 곧 쓰러진다'고 한 장자의  말이 인간더러 짐을 내리어놓고 쉬어가 면서 차향을 느껴보라는 독려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 ‘푸른 차잎 가라앉으니 노을빛 같은 감로수 우러나고, 차향기 풍 겨오니 그 맛이 산뜻하구나’라는 시구에 영혼을 불어넣을 때가 왔다는 것을 느낀다.
 



                               발표내역:  <장백산>( 2021년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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